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200
제200화. 폭풍전야
대망의 아침.
바로 내일, 세계 지존을 가리는 승부가 시작된다.
오늘의 전투를 위하여 지난 일주일 동안은 급한 일이 아니고서는 나가지도 않고 수련했다.
간간히 들리는 소식에 의하면 라이젠 역시 나와의 전투를 압도적으로 이끌어 나가기 위하여 수련을 했다고 한다.
길드 본부 길드장 집무실에서 이하나가 내미는 서류들에 사인을 한다.
“이 서류는 500조 원 규모의 지원자금 관련이고요. 이건 이번에 합병한 길드원들에 대한 배치서에요.”
“한국이 거의 일통되었군요.”
“여전히 버티고 있는 길드들이 있지만 머지않았어요. 길드장님이 세계 지존에 오르신다면 저희 측으로 올 것이 뻔한 일이거든요.”
나는 바로 서류에 사인을 마쳤다.
돈이 들어가는 것은 이제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게 됐다.
길드 유보금은 모조리 사용해야 한다.
기껏해야 앞으로 2개월 정도 남았다. 각국 정부가 무너지기 전까지 말이다.
세계 경제가 무너지면 국내 경제도 무너진다.
그때에는 지폐가 휴지조각이 될 것이므로 가치가 있을 때 최대한 사용을 해야 한다.
“길드에서 관리하고 있는 요새는 완공이 됐습니까?”
“네. 지하창고에는 물자가 가득하고, 지하수도 연결했고 최대 10만 명이 자급자족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어요.”
전 세계가 멸망하고 밀리다 못해 섬으로 들어갈 날은 반드시 올 것이다.
그때를 위하여 물자를 가득 쌓아두었다.
슬슬 국제 곡물 가격과 국제유가, 여러 원자재의 가격이 오르고 있었다.
아니, 이미 폭등을 하고 있는 수준이다.
“다만 모든 물건들의 가격이 너무 오르고 있어요. 인플레이션이 벌써부터 이렇게 심각한데 막대한 자금이 풀리면 도대체 어떻게 될지.”
“어차피 돈은 휴지가 됩니다. 가치가 조금이라도 있을 때 최대한 써야 하죠. 길드 유보금은 얼마나 있습니까?”
“500조를 지출하고 나서도 1,500조는 되는 것 같아요.”
“어마어마하군요.”
“생전에 돈이 이렇게 많이 쌓이게 되는 날이 올 줄이야…….”
“금괴와 보석의 확보는 어렵습니까?”
“한계가 있어요. 다른 나라들에서도 금괴를 매입하기 시작했거든요.”
“금이 화폐를 대신하게 될 거라 예상하는 모양입니다.”
“맞아요.”
톡. 톡. 톡.
검지로 책상을 두드린다.
각국에서 이렇게 나오는 것도 충분히 이해는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자국의 화폐가 휴지가 되면 금이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만고불변의 진리로 통했었다.
실제로, 자국 화폐의 가치가 낮아졌을 때에는 금을 대안으로 사용하는 국가들도 있었다.
예전에는 가상화폐와 달러로 대신하였지만.
미국이라고 안전한 것은 아니었다.
다른 나라들에 비하면 좀 더 버티기야 하겠지만 결국에는 달러도 휴지조각이 된다.
그러니 이런 결론이 나온 것이다.
금을 매입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말이다.
“이번에 제가 지존이 되면 타국에서 도와 달라는 요청이 쇄도할 겁니다. 그때부터는 무조건 금이나 보석으로 받으세요.”
“네. 그렇게 할게요.”
“제가 없는 동안 길드를 잘 부탁드립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당연히 저도 가야죠.”
“누군가는 길드를 지켜야…….”
“설마 원년 멤버이자 청소부 시절부터 함께해온 저를 버리려는 건 아니겠죠?”
지금까지 아무런 내색도 없이 내 말을 잘 듣고 있던 그녀는 정색을 했다.
세계 지존을 가르는 자리였다.
여기에 자신을 데려가지 않는다는 것은 배신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버린다니요? 그만큼 믿는다는 뜻인데.”
“대신할 사람들 많아요. 어차피 제가 없어도 국내에 위급상황이 발생하면 바로 처리를 해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했고요.”
“으음.”
그녀가 이렇게까지 이야기를 하니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럼 같이 갑시다.”
“와아! 진즉에 그렇게 나오셔야죠! 저는 언제나 당신의 곁을 지킬 거거든요.”
“자, 그럼 준비하도록 하죠.”
급한 서류들은 처리해 두었다.
며칠 한국을 비운다고 해도 별다른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길드 본부 앞.
이곳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점령하고 있었다.
무려 세계 지존 타이틀전이었으니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
극성팬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무적의 소환사님 파이팅!] [소환사를 응원합니다!]곳곳에 걸린 플랜카드.
강소라를 비롯한 소사모 회원들도 보인다.
기자들도 극성을 떨었다.
“지존! 이번에 라이젠도 칼을 갈고 있는 모양이던데, 정말로 승리하실 수 있나요!?”
“라이젠이 지존의 마나 홀을 파괴할 계획이라는 소리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때가 아닌 것 아닌지요?”
“시기상조라면 조금 더 단련을 할 필요가 있는 것 아닌지요?”
웅성웅성!
수도 없이 쏟아지는 질문들.
나는 어깨를 한 번 으쓱였다.
“반드시 승리합니다. 그러니 기다리시죠.”
“역시!”
“지존을 응원합니다!”
국내 기자들은 물론이고 외신들도 응원을 외쳤다.
다만 독일의 외신들은 얼굴이 반쯤 썩어 있었다.
기자들이 달려들려 하자, 경찰과 군인들이 막아섰다.
이제 내 신변은 개인의 경호를 넘어 귀빈 급 이상의 경호를 받고 있었다.
대통령을 경호하는 것보다 더욱 철저하게 경호를 하는 대우를 해준다.
권력이 헌터계로 이동하고 있다는 증거다.
“모시러 왔습니다.”
“아니……. 대통령님께서 여긴 어떻게.”
“드릴 말씀도 있고, 응원도 할 겸 왔지요.”
“그래도 일국의 원수이신데 너무 가볍게 움직이는 건 아닙니까?”
“일국의 원수요? 허허허. 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이 바로 지존이십니다. 철새 같은 저 따위와는 비교할 수도 없지요.”
대통령의 임기는 5년.
이한진의 임기는 내년이 마지막이었다.
그에 비하여 나에게는 임기 따위가 없었기에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결국 나는 대통령의 VIP 차량에 탑승하였다.
“죄송합니다. 워낙에 지존께 시간을 내주십사 요청하기 어려우니 이런 수를 쓸 수밖에 없었지요.”
“대통령님은 언제라도 환영입니다. 기왕 한국을 세계 최후의 국가로 만들려면 협력을 해야 하니 말입니다.”
“정말 감사한 말씀입니다.”
“저에게 하실 말씀이라는 것이……?”
“요새화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한강 이남 지역에 성벽을 쌓기 위해 공사를 시작했습니다만, 이북 지역 사람들을 이주하려는 계획은 어렵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경고는 했겠지요?”
“물론입니다.”
“그럼 그냥 두세요. 수차례 경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남아 있겠다고 한 것은 본인의 선택이니 말입니다.”
“이번에 귀 길드에서 지원을 받은 돈은…….”
“지방 요새화에 사용하세요.”
“지방 요새화요?”
“지방 각 대도시를 중심으로 요새를 건설합니다. 최소한 3중 성벽을 지어야 하고 추후에는 내성과 외성의 개념으로 나누어 공사해야 합니다.”
“중세로 돌아가는 것이군요.”
“그때보다 더욱 발달된 기술들로 무장을 해야지요.”
“허나 그렇게 해도 자체적으로 방어를 하기 위해서는…….”
“안 그래도 마공포를 제작하려 합니다.”
“……!”
이한진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꽤 놀라기는 했을 것이다.
마공포라면 헌터들의 전유물이었다.
마력을 충전하여 발사하는 장치였기에 반드시 헌터가 필요했던 것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마공포는 헌터들이 필요 없는 마도구였다.
“마도구 형식의 마공포를 제작하려 하고 있습니다. 만들어서 도시 성벽에 달아 놓으면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되겠죠.”
“허어! 그리 되면 막대한 비용이 발생할 겁니다!”
“어떻게든 제가 전국 성벽에 설치를 할 테니 대통령님께서는 금과 보석을 구해주세요.”
“귀금속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상황입니다만.”
“얼마가 되든 상관없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구매를 해주세요. 제가 높은 값에 매입하도록 하겠습니다. 금과 보석이 있어야 마공포를 만들 수 있어요.”
“그래요?”
대통령은 눈을 빛냈다.
이렇게 해서라도 대한민국이 살아남을 수 있다면 그렇게 할 위인이다.
실재로 마공포 제작을 위해서는 금과 보석이 필요하기도 했고.
***
위이이잉!
지존을 태운 전용기가 이륙을 준비하고 있었다.
대통령은 비행기가 이륙하는 장면을 바라봤다.
대한민국 지존 강한성을 태운 전용기.
전용기에는 ‘대한민국정부’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오늘이 지나면 강한성은 아시아 지존이라는 타이틀을 떼고 세계 지존이라는 타이틀을 달게 될 것이다.
만약 그렇게만 된다면.
‘세계 경제의 중심축이 될 수 있다. 강대국이 되는 것도 가능하지.’
물론 곧 망할 세상에서 강대국이라는 칭호는 의미 없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다고는 해도.
세상이 망하기 전까지는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필요한 자원을 박박 긁어모으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이미 세계 각국의 화폐가치는 바닥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어디를 가도 인플레이션이 심각하였고 많은 국가들이 남아 있는 외화들을 털어내기 시작했다.
평화로운 시국에 외화를 털어낸다는 것은 미친 짓이었다.
바로 디폴트 사태가 선언될 수도 있는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무슨 일인지, 많은 사람들이 세상이 망한다는데 배팅을 하고 있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원자재 가격. 그리고 수입품들.
이제는 돈으로 수출입을 하는 것이 아니라 현물로 거래를 한다.
하루 사이에 변하는 화폐가치 때문에 각국 정부에서는 현물로 무역을 하라는 지침을 내린 상태였다.
대한민국도 그러한 기조를 따르고 있었다.
잠깐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이한진의 곁으로 사람들이 모여든다.
“각하! 이번에 소환사가 그랜드 마스터를 누를 수 있을까요?”
“예? 아.”
잠시 정신을 놓은 사이에 기자들이 몰려와 있었다.
외신들도 상당히 많았기에 예전 같았으면 최대한 말을 가려서 하였을 것이다.
외교적인 마찰이 발생할 수 있는 빌미는 최대한으로 줄이는 것이 생존의 전략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굳이 그럴 필요도 없었고.
“충분히 누를 수 있을 겁니다.”
“어째서 그리 생각하십니까?”
“우리나라에서 배출한 세계 랭커입니다. 당연히 그렇게 믿어야죠.”
한마디로 일축한다.
여러 가지 질문들이 쏟아졌지만, 대통령은 몸을 돌렸다.
청와대로 돌아가면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였다.
방탄차에 올라타자 차량은 부드럽게 청와대를 향해 나아간다.
“대통령님. 지존과 대체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나누신 건가요?”
비서실장이 묻는다.
당연히 실장도 알아야 하는 일이다.
그래야 각 부처와 조율을 할 테니까.
“마공포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
비서들이 깜짝 놀란다.
마공포?
당연히 성벽에 달리는 마공포를 말하는 것이었다.
지금도 마도구라는 것이 존재하기는 하였으나 어마어마한 값을 자랑한다.
일반인이 마력을 사용하는 도구를 다룰 수 있게 만드는 것.
마공포가 존재한다고 해도 가격이 천문학적일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마공포를 설마.”
“제작한다고 합니다.”
“와, 그런 일이 가능합니까?”
“가능하죠. 다만 거기에는 보석과 금이 꽤 필요할 것 같군요.”
우선 국내에 존재하는 모든 금과 보석이라도 긁어모아야 할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