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203
제203화. 모든 것을 건 대결(1)
베를린 올림픽 경기장.
나치의 상징으로 불리는 이곳이 지존을 가르는 장소로 선정이 된 것에 별다른 의미는 없었다.
무려 10만 명 이상의 관중들이 관람을 할 수 있다는 것.
재개발이 끝나 2004년에 문을 연 이후로, 월드컵 축구 경기장으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이곳으로 경기장이 가득 차 있다.
10만 명의 관중이 아니라 꽉꽉 들어 찬 모습이 최소한 12만 명 이상으로 보인다.
실로 어마어마한 숫자.
그야말로 흥분의 도가니가 따로 없었다.
지존을 가르는 대결이었으며 일국의 운명이 걸려 있었다.
어느 쪽이든 패하는 쪽이 모든 것을 잃는다.
물론 아직까지는 양측의 협의가 끝나지 않았지만 협의가 끝나면 말도 안 되는 도박성의 전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래. 이건 전쟁이지.”
세계 대전에도 이만한 이권이 걸려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무려 헌터계 최강국을 다루는 대결이었다.
조건은 간단하였지만, 그 안에 들어가 있는 내용이 상상을 초월한다.
과연 이걸 양국에서 승인할까?
“선배! 양국 수장이 승인했다고 합니다!”
“뭐라고!?”
강소라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번 일이 승인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독일은 그렇다고 치고 한국에서 그럴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한 것이다.
길드 자체가 넘어가면 막대한 이권을 잃는다.
요즘에는 길드에서도 사업을 하며 수많은 휘하 회사들을 거느리고 있었다. 예전의 대기업 이상의 사업체들을 가졌다.
뿐만 아니라 그들이 관리하는 길드에서 나오는 수익까지 하면 천문학적이다.
그걸 전부 귀속하는 것이었는데 승인했다니?
“말도 안 돼.”
곧 그에 대한 소식이 경기장 내부에도 강타한다.
“와아아아!”
한편, 독일 국민들은 광분하고 있었다.
비교적 온건한 방법으로 세계 패권을 쥘 수 있다고 하니 흥분되는 것이다.
환호성에 귀가 먹먹할 지경.
강소라의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등줄기가 서늘하다.
“지존께서는 승리할 수 있다는 건가.”
“확신하지 않는다면 한국 정부에서 지존의 손을 들어 주었을 리가 없어요.”
“이길 수 있다는 거네?”
“지존을 믿는다면 그렇죠.”
“믿어야지.”
“확신하세요?”
“지존이잖아. 소환사님이 아무런 대책도 없이 이렇게 일을 벌이셨을 리가 없지!”
강소라는 반드시 소환사가 승리를 한다는 쪽이었다.
팬으로서 그렇게 판단을 한 것이 아니라 소환사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릇된 판단을 내린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회자는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외쳤다.
-공증이 완료되었습니다! 곧 세계 지존을 가르는 대결이 펼쳐지겠습니다!
와아아아아!
더욱 크게 울리는 환호성.
당연히 일부 사람들을 제외하면 모두 독일 국민들이었다.
한국에서 온 기자들은 꽤나 불안한 표정이었다.
이번에 패하면 모든 것을 잃고 말 테니까.
‘다들 소환사를 몰라서 그래.’
오직 강소라만이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다.
***
10만 명 이상이 질러대는 소리는 그야말로 지축을 뒤흔들 지경이었다.
저 환호성들은 대부분 라이젠에게 몰려 있었다.
그중 일부만이 나를 응원하고 있을 뿐이고, 죄다 한국이 망하기를 응원하고 있었다.
저벅 저벅.
멀리서 라이젠이 무장을 한 채로 걸어온다.
며칠 동안 공사를 하였는지 이 넓은 지형에 모두 대리석이 깔려 있다.
독일 정부에서 꽤 자금을 쓴 티가 역력하다.
입장료도 있었기에 여기에 들어간 자금은 회수를 하고도 남을 것이다.
라이젠은 무심한 얼굴로 연무장 가운데 선다.
쿵!
그리고는 검을 바닥에 꽂아 넣었다.
이번에는 내가 입장할 차례다.
-지존에게 도전하는 자는 세계 랭킹 4위 소환사입니다. 박수로 맞아 주시기 바랍니다!
-우우우우!
경기장 전체에서 퍼져 나오는 야유.
저 표정은 앞으로 몇 분 후, 완전히 바뀔 것이다.
내가 라이젠을 압도한다면 사람들의 표정이 어떻게 변할지 궁금하다.
천천히 걸어 라이젠의 눈앞에 선다.
우리는 서로를 보며 섰다.
주변에 드론들이 우리들을 촬영하였고, 또 어떤 이야기가 오가는지 세상에 알렸다.
“건방진 놈. 네 오판으로 한국은 오늘부로 개도국 이하로 떨어질 것이야.”
“독일의 찬란한 문명도 오늘로 끝이군.”
“하! 두려움에 머리가 어떻게 된 것이 아니냐? 이미 공증이 끝났고 양국에서 승인했다. 도대체 한국에서 왜 승인을 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함께 나락으로 들어가겠군.”
“과연 그럴까?”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모양이지만 이번에는 오판했다. 과연 내가 그리 쉽게 무너질까? 누구보다 피나는 노력을 하였고 이 자리에 올라왔다. 단순한 스킬 이상의 깨달음을 얻어야만 올라올 수 있지. 그런데 네놈은? 어느 부분에서 일가를 이루었나?”
“모든 부분에서지.”
“한국인들은 특유의 허세가 있다는데 그런 것인가.”
라이젠은 시종일관 비웃음을 지우지 않고 있었다.
그녀가 보기에 나는 완벽한 애송이일 것이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덤벼드는 것이라고 생각을 할 것이 뻔했다.
이는 내 노림수다.
‘불과 한 달 전이라면 도전을 할 생각조차 못했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단순히 승리하는 것을 넘어 손쉽게 날려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녀에게도 비장의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비장의 수라는 것도 맞아야 유효한 것이지, 맞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아닌가.
나는 절대방어주문이 그녀의 필살기를 막아 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또한 자신의 공격에 당할 것도 확실해 보인다.
‘신화 방패 맛을 좀 보여주어야지.’
“대결 전에 한마디만 하지.”
“해라.”
“공격을 하다가 혼자 나가 떨어져 패배를 선언하기라도 하면 곤란하다.”
“허세도 적당히 부리도록.”
우리는 서로를 노려보며 눈빛을 교환했다.
그 살벌한 광경에 사람들이 숨을 죽이고 바라볼 지경.
할 말은 끝났다.
그걸 사회자도 직감을 하였는지 바로 진행을 시켰다.
-대결 전에 할 말이 끝나셨다면 양측 헌터는 뒤를 돌아 10보 물러나 주시기 바랍니다.
적절하게 거리를 벌린다.
다시 이어지는 사회자의 말.
-뒤를 돌아 주시기 바랍니다.
척!
방패를 앞세우고 대검을 든다.
한손으로 이런 거대한 방패를 들고 대검을 휘두른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스탯이 어마어마했기에 가능한 일.
-이번 대결의 결과에 따라 법적인 처분이 진행됩니다. 이 점을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대결은 어느 한쪽이 패배를 선언하거나 전투불능이 되기 전까지 진행합니다. 최대한 살해는 자제를 해주시고 경기 시간은 무제한입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쾅!
사회자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라이젠이 쇄도해 들어온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
나는 바로 버프코인을 터뜨리고 방패를 앞세웠다.
그녀는 발도를 사용하여 그대로 방패를 가격하였다.
쿠아아앙!
이건 그저 가벼운 탐색전이었으나 세계 지존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었으니 어마어마한 충격이 전해진다.
하지만 대미지는 무려 300%로 반사된다.
즉 그녀가 후려 친 공격력의 3배를 되돌려 준다는 뜻이다.
콰과과과!
번쩍!
“꺄아아악!”
그녀는 자신의 공격력 3배의 반탄력을 받고 더 멀리 나가떨어진다.
콰앙!
쭉 밀려나며 대리석을 죄다 부수었고 벽에 처박힌다.
그 결과, 그녀는 콘크리트 덩어리에 매몰되어버렸다.
“…….”
그에 비하여 나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모든 스탯에서 그녀를 앞선다.
이 정도면 최소한 수천 차이는 나지 않을까 싶었다.
오직 힘 하나만으로 밀어버렸고 나는 오연하게 서 있었다.
충격과 경악.
경기장에 싸늘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캄캄한 어둠.
라이젠은 지금의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가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후, 지금까지 그 누구도 자신의 일검을 받아낼 수 없으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간단한 논리였다.
헌터들에게는 각각 고유 스킬과 능력이 있었고 별다른 수련 없이도 일정한 경지에 오르는 것이 가능하였다.
스킬 역시 노말, 매직, 레어, 유니크, 신화로 급이 올라갔으나 결국에는 스킬의 한계를 뛰어 넘어야만 한다.
이 과정에서 깨달음이 전제되어야 하나, 지금의 헌터들은 깨달음이 아닌 피지컬에 집중하고 있었다.
몇몇 아닌 자들도 있겠지만, 소환사의 경우에는 무슨 깨달음이 필요하다는 말인가.
게다가 여러 가지 스킬을 잡스럽게 익히고 있었다.
라이젠이 알기로 모든 기술을 마스터 하기는 힘들었으며 스킬 포인트에도 한계가 있었기에 대성은 더더욱 힘들었다.
수련을 쌓는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마법, 검술, 소환술, 정령술, 신성 마법, 암살기술 등을 하나하나 파헤쳐 수련한다는 것은 시간적으로도 불가능한 일이다.
그 때문에 그녀는 자신의 승리를 확신했다.
그 어떤 기술도 마스터의 경지에 오르지는 못하였을 것이므로 일검에 박살을 낼 수 있다고 믿은 것이다.
그녀가 주로 사용하는 ‘발도’를 사용한다면 충분히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여긴 것이다.
분명히 대미지는 들어갔다.
그러나 방패에 닿는 즉시 어마어마한 반탄력을 만들어 냈다.
단순한 반탄력이라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그 몇 배에 달하는 대미지가 반사됐다.
‘그래. 반사야.’
그녀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대미지를 반사한다?
이게 과연 가능한 일인가.
대체 어떤 아이템으로 무장을 하고 있어야 대미지를 반사한다는 말인가.
쿠르르르.
그녀는 콘크리트 덩어리 속에서 일어난다.
“쿨럭!”
‘피……?’
도대체 얼마나 큰 타격을 입어야 내장이 상한다는 말일까.
“퉤!”
“…….”
주변의 분위기는 매우 싸늘했다.
충격과 공포가 이러할까.
독일 국민들은 전부 그녀가 승리한다고 여겼을 것이다.
독일 정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모든 것을 건 승부를 지지해달라는 그 말이군요?
-국가 차원에서 약속을 하라는 말입니다.
-그걸 한국에서 승인하겠습니까?-말이 많군요. 정부가 언제부터 제 말에 그리 토를 달았다고.
-아, 죄송합니다. 저는 그저…….
-잔말 말고 승인하세요.
-바로 그리 전하겠습니다.
독일의 총리조차 그녀가 패한다고 여기지는 않았다.
어디 그랜드 마스터가 패할 위인인가.
지금 을들의 반란은 어마어마한 숫자의 휘하 길드를 거느리고 있었다.
심지어 해외 지부를 두었으며 레몽 길드를 기반으로 하여 M그룹을 설립, 엄청난 속도로 사업도 확장했다.
그 모든 것을 가져올 수 있다면 독일이 지금보다 훨씬 발전할 것이었다.
다가오는 미래를 대비하기도 수월하였고.
이 때문에 총리는 군말 없이 동의하였다.
국민들도 마찬가지.
그녀가 패할 것이라는 가정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런데 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무슨 사술을!”
그녀는 바로 어검술을 날렸다.
검이 일직선으로 뻗어 나가 강력하게 소환사를 타격하였다.
쿠아아아앙!
“꺄아아아악!”
원격이라서 충격이 전해지지 않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그녀는 피를 뿜으며 나가 떨어졌고, 이어 대폭발이 전신을 덮쳤다.
쿠르르릉!
“우웨웨웩!”
바닥에 쓰러진 라이젠은 식은땀을 흘렸다.
‘작전을 바꾸어야 한다.’
저벅 저벅.
천천히 다가오는 소환사.
라이젠은 피를 한 사발 토해내고 인상을 썼다.
“도대체……. 무슨 수로 강해진 거냐.”
“나?”
그는 슬며시 미소를 드러냈다.
“현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