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205

제205화. 결과

라이젠은 눈앞에 펼쳐진 상황을 믿을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그 어떤 사람도, 심지어는 어떤 보스 몬스터도 백린검법을 막지 못하였다.

모든 것을 파괴하는 백색의 섬광.

워낙에 마나가 강하게 압축되어 발생하는 현상이었으며 그 안에 수도 없이 많은 칼날이 들어 있었다.

즉, 검강을 압축하고 터지면서 무수한 파편을 쏟아내는 원리였다.

그런 백린검법이 맥없이 막혔다.

저벅. 저벅.

그런 라이젠의 앞으로 소환사가 다가온다.

“좀 맞자.”

“아니, 나는.”

퍼억!

“아아아악!”

온몸에서 통증이 전해진다.

라이젠이 언제 이렇게 맞아봤던가?

세계 지존이 되고 나서는 모든 사람들이 그녀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총리도 마찬가지.

인류의 구원자라고까지 불리고 있었으며 그 어떤 위기가 오더라도 라이젠은 막아낼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이건?

‘말도 안 돼!’

소환사는 인정사정없이 라이젠을 구타하였다.

지금의 장면은 전 세계로 방영되고 있을 것이다.

평소의 그녀였다면 평판에 매우 민감하게 신경을 썼을 것이고, 어떻게 해서든 꼴사나운 모습을 보이는 것을 막았을 테지만 지금은 그럴 수가 없었다.

압도적인 폭력!

소환사의 폭력은 막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비정상적인 수치야. 모든 스탯이 나를 압도하고 있다.’

두 배?

아니다. 그 이상의 수치였다.

소환사는 지금껏 특별한 스킬을 사용하지는 않았다.

암살기술을 펼칠 때 잠깐, 스킬의 도움을 받는 것 같았지만 그 이외에는 오직 스탯으로 모든 것을 밀어붙인 것이다.

심지어 소환사가 소환을 사용하지도 않았다.

그의 말대로 소환을 사용했다면 대결은 순식간에 끝나고도 남았을 것이다.

꽈직!

“자, 잠깐……켁!”

자신이 패배했다고 이야기를 하려는데 입이 돌아가 그럴 수가 없었다.

엄청난 힘과 스피드.

게다가 지금 보니 지친 기색 따위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말 그대로 괴물과 같은 체력을 가진 것이다.

그에 비하여 그녀는 점점 더 힘이 빠져가고 있었다. 이제는 서 있는 것도 힘들 정도.

그녀는 허공에 뜬 채로 온몸이 부서져 나갈 것 같은 통증을 느꼈다.

‘이건 격체진공도 아니고!’

허공에 떠오른 상태로 얻어맞고 있는 것은 오직 너무 빠르게 소환사가 타격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먹이 보이지 않을 지경.

“쿨럭!”

푸화아악!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뼈마디가 모조리 부러져나간 것 같았다.

‘장기도 파열되었나?’

이대로 죽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절은 하지 않고 있었으니 신기한 노릇이었다.

그만큼이나 소환사가 예술적으로 그녀를 구타했다는 뜻이 되었다.

털썩.

구타가 끝나자 그녀는 낙지처럼 축 늘어졌다.

“으으. 으으으.”

“계속하겠나?”

“져, 졌…….”

“뭐라고?”

“졌습니다.”

“와아아아!”

그녀의 목소리는 경기장 전체로 퍼져 나간다.

패배 시인.

그와 동시에 한국인 응원단 측에서 어마어마한 함성이 퍼져 나갔다.

경기장을 대부분 독일인들이 채우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말도 안 될 정도의 함성이었다.

이것으로 세계 지존의 자리가 바뀌었다.

긴장이 풀렸기 때문인지 그녀의 정신은 가물가물해졌다.

“패배했으면? 약속은 지켜야지.”

“으으. 하필이면 지금.”“회복은 해야 할 것 아니냐. 내 휘하로 들어올 것이며, 파티를 수락하겠나?”

“파티……?”

라이젠은 거대한 벽을 마주하고 있었다.

앞으로도 이런 괴물을 상대로 승리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내저었다.

그녀는 수련으로 계속 강해지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환사를 상대할 수는 없다고 여겼다.

라이젠이 발전을 하는 동안 소환사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테니까.

그렇다면.

휘하로 들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수락……합니다.”

라이젠이 고개를 끄덕이자 성스러운 빛이 몸에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우둑! 우두두둑!

부러진 뼈가 제자리를 찾았고 파열된 장기들이 모조리 회복하였다.

동시에 상처가 아물었으며 체력이 100% 회복된 것이다.

완전히 멀쩡해진 라이젠.

그것도 모자라 소환사는 엘라임을 소환하여 그녀를 깨끗하게 씻겨 주었다.

비록 주변은 엉망이었지만, 라이젠은 소환사와 전투를 벌였던 처음 그대로 HP를 회복하게 된 것이다.

‘도대체 이 남자는…….’

***

연무장 위로 기자들이 달려오기 시작했다.

물론 완전히 폐허가 되어 있는 통에 장애물을 피하는 것이 꽤나 힘들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자들의 눈에는 열망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지존에 오르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지존! 세계 지존이 되신 느낌이 어떤가요?”

“인류의 미래를 위하여 노력하겠습니다.”

수도 없이 쏟아지는 질문들.

슬쩍 옆을 보니 라이젠은 고개를 숙인 채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마 그녀는 이번 대결에서 한계를 느꼈을 것이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을 것이다.

만약 어설프게 두드려 항복을 받아냈다면 앞으로 계속해서 도전을 해올 가능성이 높았다.

그것이야말로 귀찮은 일이다.

그런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위해서는 완전히 밟아버리는 편이 좋았다.

그 결과 이렇게 온순한 양이 되었다.

“라이젠.”

“네!”

“약속은 지키겠지?”

“물론이에요. 당연히 지켜야죠.”

“지금까지 세계 지존으로 있었으니 조금 튕길 줄 알았는데 말이야.”

“비슷한 실력이라면 그랬을 겁니다.”

“…….”

기자들의 시선이 더욱 날카로워진다.

지금부터는 라이젠의 총평이었다.

이번에 나와 싸우면서 무엇을 느꼈는지 사람들에게 알리려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느꼈어요. 도저히 싸워서 이길 수 없는 상대라는 사실을 말이에요. 거기에 당신은 소환도 하지 않았죠.”

“그랬지?”

“소환까지 사용했다면 저는 1초도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겠죠. 게다가 그 아이템……. 대미지를 반사하는 아이템만 아니면 제가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여겼는데 그것도 아니었지요. 완전히 실력으로 패배했습니다. 아마도 당신은 저보다 2~3배는 강한 것 같군요.”

“……!”

웅성웅성!

라이젠의 폭탄발언.

최소한 자신에 비하여 내가 두 배는 강하다는 것을 완전히 인정한다는 뜻이었다.

“와아아!”

그리고 터지는 함성들.

한국인 응원단 측에서 난 함성이었다.

독일인들은 꽤나 충격을 받았으나 그러면서도 인정을 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자신들의 지존이 패배하였지만, 상대방이 두 배 이상 강하다면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충격이 쉽게 가시지는 않을 것이었다.

“아, 그리고.”

나는 라이젠의 맞은편에 섰다.

분명히 나보다는 라이젠의 나이가 많다.

몇 살 차이에 불과하기는 해도 연상은 연상.

하지만 대결 전에, 패배를 하게 되면 그녀는 나를 오라버니라고 불러야 한다.

영어가 아닌 한국어로 오라버니라고 불러야 한다고 조약에 나와 있었다.

“말씀하세요, 오라버니.”

“어? 잊지 않았구나?”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저보다 몇 배는 강하신 분인데 오라버니로 모시지 않을 이유가 없죠. 오히려 미래에는.”

그녀는 말을 줄였다.

라이젠 역시 회귀를 하였기에 미래를 알고 있는 것이다.

세상이 무너지면 국가 구분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렇게 된다면 서로 힘을 합하는 것이 좋았다.

국가가 무너지면 강한 자가 사회를 이끌어 가는 것은 당연시 된다.

미래를 알고 있는 라이젠이라면 어디에 붙는 것이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은지 알고 있을 것이다.

인터뷰는 끝났고 라이젠과는 독일 M호텔에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그녀 역시도 나름대로 할 일이 많을 것이다.

이번 대결로 인하여 조약이 강제로 효력을 발생하게 되었으니 길드 내부를 정리해야 한다.

정치적으로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었기에 지금 당장은 파티에 참여할 수 없다고 했다.

어차피 대낮이었기에 나는 가볍게 수락했다.

이제 라이젠은 내 휘하가 되었다.

본인도 그걸 인정했고.

M호텔로 돌아가는 길.

독일 정부에서는 아직 접근하지 않고 있었다. 충격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하였던 것이다.

이하나는 조금 의구심이 든다는 표정이었다.

“과연 라이젠이 약속을 정확하게 지킬까요?”

“지킬 수밖에 없을 겁니다.”

“뒤통수를 친다면.”

“그러지는 않을 거예요. 그녀 역시 미래를 알고 있으니까요.”

“아, 그렇다면.”

“각국 정부가 무너질 것이 예견되어 있으니 차라리 한국으로 넘어와 함께 싸우는 편이 오래 살아남는 길이라는 것을 알 테니.”

그녀도 독일인인 이상, 조국을 지키기는 할 것이다.

그러다가 도저히 안 되면 한국으로 넘어올 것이었고.

굳이 독촉을 할 필요는 없었다.

“그나저나 신기하네요. 그렇게 차가운 여자가 갑자기 돌변을 하다니.”

“지금까지 자신을 눌러 줄 사람을 찾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죠. 세계 지존이라는 자리가 은근히 어깨가 무거운 자리이니.”

지이잉.

전화기가 정신없이 울린다.

대통령을 시작으로 하여 수도 없이 밀려드는 축전.

다른 전화는 몰라도 대통령의 전화는 받아야 한다.

“접니다.”

-축하드립니다, 지존! 정말로 세계 지존에 오르셨군요!

“그럴 거라고 말씀을 드렸잖습니까.”

-허허허! 저는 믿고 있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이한진도 굉장한 사람이었다.

모두가 반대를 할 때 나를 믿어 보겠다고 배팅을 하였으니까.

결국 이한진도 승리자가 되었다.

독일 정부에서만 승인을 하고 한국 정부에서 승인을 하지 않았다면 이번 대결에서 승리하고 나서도 제대로 된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였을 것이다.

이한진의 결단이 있었기에 한국은 어마어마한 혜택을 보게 될 것이었다.

한국은 발전할 것이며 독일은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된다.

“대통령님. 지금부터가 중요합니다. 아시죠?”

-물론입니다! 이미 처분 절차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벌써요?”

-지존께서 승리하실 것이라고 생각을 하여 미리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무려 독일의 지존 길드를 흡수하는 과정이었다.

소드 엠페러 길드는 무려 독일의 국영기업들도 몇 개 가지고 있었다.

도대체 어쩌다가 국영기업들이 소드 엠페러의 손에 들어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에 잘못하면 독일의 기반산업까지 날아갈 수도 있었다.

조약서에 독일 총리가 사인을 했다지만, 이제부터는 독일의 기반산업이 흔들릴 것이며 그밖에 GDP의 반 이상이 날아갈 것으로 보인다.

그 만큼 독일에서 소드 엠페러 길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

그걸 흡수하는 과정이 쉬울까.

당연히 힘들고 지난할 것이다.

하지만.

“무력이 필요하다면 말씀하시고요.”

-허허허! 생각만 해도 든든합니다!

“배팅을 하였으니 이제 거두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