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206
제206화. 후폭풍(1)
대한민국 청와대.
현재 한국은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다.
단순히 소환사가 세계 지존으로 거듭난 것만 해도 어마어마한 경사였지만, 그 전에 독일 정부와 한 약속이 더욱 큰 수익이었다.
무려 세계 최강이라는 자리를 오랜 시간 지켜 온 소드 엠페러가 을들의 반란으로 귀속된 것이다.
소드 엠페러 길드가 어떤 곳인가.
대부분의 길드들은 단순한 사냥뿐만이 아니라 넘쳐나는 자금으로 여러 회사들을 운영했다.
본 길드에서는 회사들을 운영하지 않더라도 휘하의 보조 길드들은 말 그대로 본 길드를 보조하는 역할이었기에 마석이나 아이템 등의 판매, 유통을 책임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처음에는 몬스터 관련 사업만 하였다면 점차적으로 분야를 넓혀 나갔으며 지금은 손을 대지 않는 분야가 없을 지경이었다.
한국의 지존 길드만 봐도 마찬가지였다.
을들의 반란은 대한민국 전역 헌터들을 흡수하면서 수많은 글로벌 회사들을 거느리고 있었다.
심지어는 몇 개는 국영기업의 지분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비교적 최근 탄생한 을들의 반란도 그러한데 소드 엠페러 길드는 실로 막대한 이권을 가지고 있었다.
그걸 모조리 흡수하는 과정이었다.
소드 엠페러 길드는 정계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었으므로 정부차원에서 나서서 조약을 추진할 수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유래가 없는 도박.
조약의 이행을 위하여 대통령은 외무장관을 호출하였다.
“이야기는 들으셨을 겁니다.”
“예. 실로 어마어마한 지각변동이 일어날 조짐을 보이더군요. 독일의 소드 엠페러 길드를 흡수한다니. 아직도 믿기지 않습니다.”
“공증을 받았고 양국에서 동의하였으며 전 세계인들이 모두 알고 있습니다. 이제 이행하시면 됩니다.”
“독일에서 가만히 있을까요?”
“아직도 그 소리입니까?”
이한진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독일을 여전히 한국의 윗줄로 보고 있다는 것이 못마땅하였던 것이다.
어제라면 모르겠지만 오늘은 상황이 바뀌었다.
“라이젠은 소환사의 발치에도 못 쫓아오고 있습니다. 소환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2~3배는 강하다고 라이젠이 인정했다죠.”
“……!”
“저희 지존을 막을 수 있는 존재는 없다는 뜻입니다. 요즘 같은 시국에는 더더욱 그렇지요.”
점점 세계종말론이 대두되고 있었고 전문가들도 인정을 하고 있는 분위기였다.
요지는 얼마나 버텨낼 수 있냐는 것.
세계가 멸망하더라도 강국은 살아남는다고 보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였다.
강국이라는 기준은 예전처럼 경제 강국이나 군사 강국을 거론하는 것이 아니었다.
몬스터에게 돈이 무슨 소용이며 군대가 무슨 소용일까.
헌터 강국이 살아남는다는 것을 뜻한다.
좀 더 상황이 악화되면 정부는 그저 헌터들을 보조하는 역할로 전락할 것이다.
국가 정책을 지존이 수립하고 국가를 다스리는 날이 올 것이라고 이한진은 예상하였다.
정부가 할 일은 빠르게 오직 변화하는 시대에 발을 맞추는 것뿐이었다.
“이제 우리는 막나가도 됩니다.”
“막……나가요?”
“말이 그렇다는 것이고, 예전의 미국처럼 말 안 듣는 놈들을 짓밟아도 된다는 뜻입니다.”
“허어.”
강철수 장관은 몸을 떨었다.
‘정말로 그래도 되나?’
“가세요. 가서 독일 대사를 만나고 오세요. 이미 독일 정부에서 지시가 내려왔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반드시 조건들을 관철하세요. 거세게 압박해야 합니다.”
“예!”
이제는 정부가 나설 때였다.
한국 외교부.
이곳에는 이미 독일 대사가 도착해 있었다.
강철수 장관은 굉장히 단호하고 강하게 나갔다.
“저희는 무조건 조약 이행을 관철해야 합니다.”
“그게……. 조금만 완화를 해주실 수 있으신지요?”
“완화? 무엇을 완화해요?”
“소드 엠페러 길드의 보조 길드에서는 국영기업 지분을 다수 가지고 있습니다. 이 지분만이라도 어떻게 좀…….”
“우리가 왜 그래야 합니까?”
“제발 선처를 부탁드립니다.”
“선처? 그쪽에서 뭘 잘못했다고요.”
강철수는 대통령의 지시대로 이야기를 하면서도 사실 반신반의하였다.
어제까지만 해도 고압적으로 나오던 독일인들이었다.
그들은 헌터계에서만큼은 세계 최강국이었고 그 덕분에 곧 있으면 경제력도 미국을 추월한다는 말들이 파다했다.
그런 독일에서.
이렇게 저자세로 나온다는 것에 강철수 장관은 굉장한 희열을 느꼈다.
‘내가 이런 기분을 맛보게 될 줄이야.’
한국은 원래 초강대국과는 거리가 먼 곳이었다.
역사적으로도 항상 강대국에 휘둘려 오지 않았던가.
경제대국으로는 불렸지만, 강대국으로는 불리지 않았다.
이제는 한국이 강대국으로 불려도 손색이 없었다.
비록 세상이 망하고 정부 시스템이 무너지면 강대국이라는 말도 소용이 없게 될 테지만.
미래는 알 수 없는 일이 아닌가?
국가 시스템이 그렇게 빨리 무너질 리가 없다.
그 때문에 한국은 강력한 발언권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세상이 험해지면 그 발언권은 더 강력해질 것이다.
강철수는 호통을 쳤고 독일 대사관은 땀을 뻘뻘 흘렸다.
“조약 이행에 있어 우리는 반드시 관철한다는 입장입니다. 그 사실을 알아주세요.”
한국과 독일의 갈등.
아니, 갈등이라고 할 것도 없었고 한국이 일방적으로 칼자루를 쥐고 흔들고 있었다.
독일 총리 바이언은 결단을 앞두고 있었다.
“총리님. 한국에서 거세게 압박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빌어먹을……. 언제부터 한국이?”
독일과 한국의 사이는 그럭저럭 나쁜 편이 아니었다.
독일은 과거사를 청산했고 또한 한국과 역사적으로도 깊게 엮이지 않아 국민 정서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또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독일에서는 한국에 대해 별로 악감정이 없기도 하였다.
그런데 소환사가 부상하니 문제가 되었다.
순식간에 세계 랭킹 4위가 되더니 라이젠에게 도전했다.
도전한 것은 문제가 아니었으며 승리한 것이 큰 충격이었다.
바이언 역시 라이젠이 패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하고 있었다.
어차피 독일 총리라고 하여도 라이젠보다 힘이나 영향력이 강력한 것도 아니다. 독일의 경제 자체가 라이젠에게 종속되었다고 보아도 무방하였다.
요즘 같은 시국에 공권력이 세계 지존에게 먹히기나 할까.
그녀가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리면 독일은 망할 수도 있었다.
세계 지존이 가지고 있는 힘은 그만큼이나 대단했다.
“조약을 이행하라고 압박하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전 세계에 깔린 소드 엠페러 길드의 모든 회사들이 한국으로 넘어갑니다.”
“허어.”
“제조업부터 시작해서 서비스업까지. 전부 한국으로 넘어가면 독일은 버틸 수가 없지요.”
바이언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짚었다.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었으나 헌터계에서는 종종 일어나는 일이었다.
다만 독일이 이런 꼴을 당할지 몰랐다는 것이 실수일 뿐.
“지존의 답을 들어야 한다.”
“그럼 바로 가셔야 합니다. 지금쯤 지존도 파티에 참여하고 있을 겁니다.”
“일어나지.”
바이언은 입술을 앙다물었다.
도저히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독일 전체가 한국의 손에 떨어지는 것만큼은 막아야 하는 것이다.
***
M호텔 베를린 지부.
아이러니하게도 독일 정부에서 잡아 준 호텔도 M호텔이었다.
원래는 VIP룸이 아니었으나 M호텔 측에서 VIP룸으로 교체를 해주었으며 지금은 스카이라운지를 통째로 대여했다.
물론 내 경우에는 M호텔 자체가 내 소유였으므로 돈을 내는 것은 아니었지만.
독일의 유명한 오케스트라 연주팀도 섭외되었으며 호텔 요리사들이 사력을 다하여 음식들을 만들어냈다.
스카이라운지 한가운데 만들어진 샴페인 타워.
꼭대기에서 샴페인이 부어지고 그 아래로 피라미드 구조로 샴페인이 쏟아지면서 백여 개의 잔이 완성된다.
을들의 반란 간부들과 소드 엠페러 길드의 간부들이 함께하고 있었으며 이 가운데에는 여러 언론인들과 독일 정치인들도 떨떠름한 표정으로 참석했다.
오늘 전투에서 승리하였다는 말을 듣고 안데라오와 영국의 레일라, 미국의 레베카도 부랴부랴 날아왔다.
안데라오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외쳤다.
“세계 지존이신 형님을 위하여!”
“위하여!”
짝짝짝짝!
모두가 원샷을 하고 나서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안데라오는 언제나처럼 깝죽거렸다.
“이햐, 형님. 이 안데라오, 형님의 왼팔로서 참으로 감격스럽습니다. 일전에 형님과 대련을 할 때에도 느꼈습니다. 형님께서 지존에 오르실 줄 그때부터 알고 있었습죠. 하하하!”
누가 보면 아부라고 여기겠지만, 놈에게는 절대 아부가 아니다.
정말로 안데라오는 내가 그때부터 지존이 될 것이라고 예견했었다.
“고맙다.”
“소와 말처럼 부려 주십시오! 형님께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오냐, 오냐.”
그 다음은 레일라.
“오라버니께서 지존이 되실 거라고 저도 생각했어요!”
레일라가 찰싹 달라붙는다.
그 사이를 이하나가 파고들었다.
“사람도 많은데 오해하겠어요. 좀 떨어지세요.”
“오해요? 오해는 무슨 오해. 저는 진심인데.”
“지존은 제가 옛날 옛적부터 찜했어요! 어딜!”
“아하하. 그만하세요.”
레베카가 그녀들을 말리니 난장판이 따로 없다.
그러는 사이에 전(前) 세계 지존이자 이제 세계 2위 랭커 라이젠이 다가온다.
“지존께서는 인기가 많으시군요.”
언뜻 차갑게 보이는 여자다.
그러나 그건 예전의 레일라와 비슷한 관점이라고 보면 되었다.
자신보다 강한 남자가 없으니 당연히 모든 남자가 발 아래로 보이는 것이다.
유전학적으로 여자들은 약한 남자를 지배하기보다는 강한 남자의 지배를 받는 것을 선호한다고 하던가.
라이젠의 눈빛도 심상치는 않았다.
‘설마, 이제 와서 여난은 아니겠지.’
앞으로 할 일이 많다.
쭉 앞으로 달려 나가도 부족할 판국에 한가롭게 연애를 할 시간이 있을까 싶었다.
그래도 여러 미인들에게 둘러싸여 있으니 썩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그런 가운데 독일 총리가 다가오더니 허리를 굽혔다.
“지존! 부디 살려 주십시오!”
“살려달라니요?”
촤륵! 촤르르륵!
사방에서 쏟아지는 플래시.
‘이거 좋지 않은데.’
아직 정부 시스템이 무너지지 않은 가운데.
독일 총리가 이런 식으로 나오면 앞으로 좋을 것이 하나도 없었다.
독일 국민들을 모두 적으로 돌릴 것이 아닌 이상은.
“조약을 축소해 주시기를 간청 드립니다.”
“그러니까, 약속을 어겼으면 한다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약속을 어긴다기보다는.”
“그럼 왜 그러시는지……. 누가 보면 제가 겁박이라도 하는 듯 오해를 하겠습니다. 정당한 절차에 따라서 맺은 조약이니 이행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요. 부탁을 하려거든 그쪽에서 독일 지존에게 부탁을 해야 하는 것 아닌지요?”
나는 시선을 라이젠에게 돌려버렸다.
총리는 간절한 얼굴로 라이젠을 바라봤다.
이번에 라이젠마저 외면을 해버리면 독일의 경제를 악화일로를 걷게 될 것이다.
“왜 저를 보세요? 총리께서 승인하셨는데 이제 와서 그러시면 어떻게 하나요. 패했으면 인정을 해야 하는 거지.”
“아니, 지존!”
“어쩌겠어요? 지금의 지존은 저보다 2~3배는 강해요.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모르고, 여기에 소환을 하게 된다면.”
상대가 되지 않는 것이 당연했다.
라이젠이 철저하게 외면하자 독일 총리의 얼굴은 사색이 된다.
여기서 슬쩍 나서 주면.
“물론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닙니다. 다른 방법으로도 납부가 가능하기는 하죠.”
“그, 그게 무엇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