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207
제207화. 후폭풍(2)
아주 진득한 긴장이 흐르고 있었다.
독일의 총리는 내가 제안하는 방법이 무엇이든 간에 지금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여겼다.
실재로도 그건 맞는 말이다.
잘못하면 독일 경제의 근간이 흔들리고 말 테니까.
모두가 궁금해 하고 있었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러한 의문은 전 세계 각국이 가지고 있을 것이다. 앞으로 내 도움이 많이 필요할 테니까.
여기저기 많이 불려 다니면서 지원을 해주어야 하는데 그때마다 돈을 받을 수는 없는 노릇.
이미 화폐가치는 바닥을 치기 시작했다.
“상응하는 금과 보석을 주신다면 주식을 매각할 생각도 있습니다.”
“금과 보석이요?”
총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최근 들어 금과 보석은 가격이 올랐다가 다시 떨어지고 있었다.
세상이 망하고 시스템이 마비되면 현물로 거래를 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금과 보석이 아닌 식량을 비롯한 헌터계의 아이템들, 화폐 자체가 칼츠로 바뀔 것이었다.
“예. 금과 보석이요. 참고로 화폐는 받지 않겠습니다.”
“왜 하필이면 금과 보석을…….”
“이유는 묻지 않으셨으면 합니다만.”
“아, 예!”
내가 왜 금과 보석을 모으는지는 총리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에게는 구명줄이 생겼다는 것이 중요할 뿐.
“선택은 총리께서 하시기 바랍니다.”
“으음. 생각을 좀 해봐야겠습니다.”
총리의 얼굴은 매우 복잡해보였다.
‘왜 하필이면 금과 보석인지 궁금하겠지.’
나 역시 독일의 국영회사들을 받아봤자 쓸모가 없었다. 제조업 분야에서는 몰라도 기반산업을 뜯어오는 건 불가능했다.
돈은 지금도 썩어 넘칠 만큼 벌고 있었다.
곧 있으면 화폐가치가 거의 제로로 떨어질 것이기에 아낌없이 써버리고 있는 중이었다.
돈으로 구매할 수 있다면 그 무엇이든 구매하고 있었다.
하다못해 대형 선박들과 원자재 등은 닥치는 대로 구매했다.
무엇이라도 지금은 사두는 것이 이익이었으니까.
회사들도 마찬가지.
한국에 있는 회사들이라면 몰라도 독일의 회사들은 국가가 망하면 오히려 짐짝이었다.
그럴 바에는 금과 보석을 받고 팔아 치우는 것이 답이었다.
나는 현질을 해야 강해질 수 있었으니까.
***
사람들이 웃는 소리가 들린다.
총리 바이언은 정계 인사들과 함께 스카이라운지를 빠져 나왔다.
그야말로 이곳은 축제 분위기.
그는 심하게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소환사 그 인간은 그렇다고 치고, 지존까지 저럴 줄이야.”
“어쩔 수 없죠. 강자에게 붙는 것이 섭리이니.”
“아니, 그래도 어떻게 조국을 헌신짝처럼 버린다는 말인가.”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독일이 위험해지면 지존의 요청으로 소환사가 올 겁니다. 그러니 손해는 아니라고 할 수 있죠.”
“자네는 대체 누구 편인가!?”
“저는 냉정하게 생각을 하는 편입니다만.”
“하! 되지도 않는 말장난을.”
비서실장은 최대한 중립적으로 생각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지금 이대로는 안 된다.
독일의 기반산업까지 한국에서 쥐고 흔들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최소한 국영기업들의 지분만큼은 한국으로의 유출을 막아야 하는 것이다.
“그보다는 금과 보석을 마련해야 합니다. 제조업 부분도 유출을 막을 수 있다면 막아야지요. 지금 각국에서는 원자재를 어떻게든 뜯어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그럴 것이고요.”
그야말로 심각한 문제.
제조업 공장들이 모조리 한국으로 이전하게 된다면 독일은 기반이 너무 약해지게 될 것이다.
가능하다면 금과 보석으로 막아야 한다.
“도대체 금과 보석은 뭐에 쓰려는 건가.”
“제조업에 쓸 수도 있지요.”
제조업 일부에 보석과 금이 들어가기도 한다.
하지만 그 양이 천문학적인 수준은 아니었다.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일.
게다가 금과 보석은 요즘 하락세였다.
“우리도 채권들을 회수할 때가 됐지. 모두 금과 보석으로 바꾸어 회수하도록.”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소환사가 그리 질러 놓았으니 각국에서는 어떻게든 금과 보석을 끌어 모아 을들의 반란과 거래를 하려 할 것이다.
그러니 각국에서 움직이기 전에 최대한 매입을 해야 한다.
파티는 12시까지 이어졌다.
라이젠은 파티가 종료되는 시점까지 함께하다가 호텔의 룸으로 돌아왔다.
이곳에서 라이젠은 하루 묵게 될 것이다.
그녀는 침대 위에 엎어졌다.
“길드장님.”
“왜?”
사무장 리나가 그녀의 침대에 앉는다.
나름 초창기부터 함께해 왔기에 그들은 서로 허물이 없는 편이었다.
길드 내에서 유일하게 라이젠과 말을 편하게 하는 사이기도 했고.
“대체 왜 그랬어요?”
“뭐가?”
“왜 그렇게 간단하게 굴복했냐고요. 그리고 언뜻 보니까 소환사에게 관심이 있으신 것 같은데.”
“그럼? 나보다 강한 남자가 나타났는데 관심이 없을까. 너는 너보다 약한 남자가 좋겠어?”
“그건…….”
유전학적으로도 말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당연히 자신보다 약한 남자에게는 끌리지 않는 것이 여성의 본능이었다.
지금까지 라이젠이 남자를 만나지 않았던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험험. 굳이 남녀관계가 아니더라도 말이에요.”
“그는 나보다 훨씬 강하니까.”
“대체 얼마나…….”
“소환까지 사용하면 5배 이상.”
“……!”
“그리고 앞으로는 더 강해지겠지. 리나. 앞으로 세상은 망할 거야. 내가 확신할 수 있어.”
“미래를 보셨다는…….”
“그래. 미래를 봤거든. 그보다 빠르게 세상이 붕괴되고 있고. 그럼 강한 자에게 붙는 것이 진리 아니겠어? 유럽이 죄다 망하면 어쩔 거야. 그때에는 한국으로 가야지. 소환사가 지켜주겠지.”
“음…….”
“나를 믿어. 이게 최선이니까.”
또한 라이젠은 그 어느 때보다 마음이 가벼웠다.
지금까지는 자신이 마지막 인류를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제 달라졌다.
소환사는 그녀보다 훨씬 강했고 리더십도 있었다.
모든 짐을 소환사에게 전가해도 되는 것이다.
***
다음날 새벽.
독일 정부에서는 은밀하게 나를 호출했다.
사실 독일에서 나를 오라 가라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독일 금 거래소에 보관되어 있는 잉여금을 모조리 처분하기 위하여 부른 것이다.
철커덩!
거대한 금고가 열린다.
그리고 드러나는 금의 항연.
총리는 다소 떨떠름한 얼굴로 설명한다.
“한화로 전환하면 족히 100조 원가량은 될 겁니다.”
“……어마어마하군요.”
“급하게 독일 전역에 존재하는 보석들도 꽤 모았습니다.”
저벅 저벅.
천천히 걸어가는 총리.
온통 황금빛의 향연이다.
설마하니 금 거래소의 금을 통째로 넘길 생각을 하다니.
총리의 딴에는 잉여금이라고는 하지만 그건 아닐 것이다.
밤새도록 독일 전역에서 수송기가 날아다녔다고 한다. 어떻게 해서든 내가 떠나기 전에 금을 전해주려고 무리를 한 것이다.
“다만 이걸 어찌 옮겨야 할지……. 아무래도 막대한 수송비가 예상됩니다.”
그는 내가 금을 쟁여 놓는다고 여기는 모양이었다.
“걱정 마시죠. 아공간에 보관을 할 테니까요.”
“아, 아공간이요?”
“그렇습니다만.”
“…….”
이 막대한 양의 금을 어떻게 아공간에 보관한다는 말인가.
그들은 그리 생각할 수 있었다.
금만 거의 50톤에 달하는 양이었다. 나머지가 보석이었고.
내 입장에서야 100조 원 규모의 금을 종종 보았지만 독일 정부 입장에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양일 것이 분명하였다.
“허허, 이 정도의 양은 미국에서나 보관하고 있을까 싶을 정도입니다만……. 이걸 아공간에 전부.”
“알아서 합니다.”
“아, 예.”
독일에서 이 정도의 양을 보관하고 있을 줄이야.
미국의 금 보관량이 약 100톤 정도 된다는 말은 들었다.
그렇다면 거의 미국에 준하는 양을 금 거래소에 보관하고 있다는 소리가 아닌가. 물론 공식적으로는 그렇고 비공식적으로는 더 많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미국도 털 것이 꽤 많은데.’
시스템이 살아 있을 때, 전 세계의 금과 보석을 털어내야 한다.
나는 이 자리에서 소환을 시작하였다.
[천계 짐꾼 x100을 소환했습니다!]“허어. 이것이 바로.”
“좁아서 더 많은 짐꾼은 소환을 못하겠군요.”
그들이 금을 한곳에 모은다.
그 이후에는 바로 시스템을 사용하여 금을 적립한다.
수도 없이 올라가기 시작하는 코인.
총리와 정부 인사들은 그 광경을 망연자실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이른 아침. 호텔 앞.
새벽부터 금 거래소에 다녀왔지만 피로 따위는 느껴지지 않는다.
버프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내 체력은 세계 최강을 자랑하고 있었으니까.
아침부터 언론이 술렁거렸다.
그건 내 어깨에 올라가 있는 해츨링 때문이었다.
지금까지는 굳이 어깨에 올릴 필요가 없었지만, 조금씩 성장을 하고 있음에 따라서 아공간에 보관하기에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해츨링이지만 틀림없는 용이다.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수도 없이 질문을 쏟아냈다.
“지존! 그건 설마 드래곤인가요?”
“그렇습니다.”
“그, 그렇다면 성장을 한다는……?”
“성장합니다. 지금은 해츨링입니다만.”
“……!”
웅성웅성!
놀란 것은 기자들뿐만이 아니었다.
헌터들도 놀랐고 정부 인사들도 놀랐다.
해츨링이 성장을 한다?
지금이야 귀여운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성장을 하여 성체가 된다면 거대한 용을 지배하는 광경을 보게 되는 것이다.
그제야 사람들은 내가 어느 정도까지 성장을 하게 될지 짐작을 하는 모양이었다.
엘라임은 정령왕으로, 해츨링은 성체 드래곤으로.
거기까지 가면 내 전투력이 지금보다 몇 배는 증강할 것이었다.
라이젠은 해츨링을 보더니 가슴을 쓸어내린다.
“해츨링이라고 해도 브레스를 사용할 수 있을 텐데. 맞아요, 오라버니?”
“그렇지. 브레스가 드래곤의 상징인데.”
“마, 마법도 사용하나요?”
“거의 모든 마법을 사용하지. 아직은 스킬 레벨이 낮지만 성장을 하면 장관일 거야.”
“와아! 그럼 거의 무적 아닌가요?”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무적?
지금이야 무적으로 불릴 수 있겠지만 시간이 흐르면 드래곤조차 가볍게 찍어 누를 괴물들이 즐비하게 튀어나온다.
그러니 드래곤도 성체를 넘어 무한하게 성장을 시켜야 하는 것이었고.
해츨링을 보여 주었으니 곧 있으면 그에 대한 소식으로 도배가 될 것이다.
“독일 시민 여러분. 그럼 또 뵙겠습니다. 저는 일 때문에 한국에 들어가 보아야 합니다.”
사람들의 술렁거림을 뒤로 하고 나는 바로 리무진에 승차하였다.
독일 정부에서 지원한 의전차량으로, 이제 나는 국빈 대우를 받고 있었다.
경찰들까지 동원하여 신호기를 제어한다.
차량은 역시 독일 아닌가.
편하게 공항까지 갈 수 있을 것 같다.
눈을 감고 앞으로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이하나가 누군가로부터 전화를 받았고, 그녀의 눈동자가 가늘게 떨렸다.
“그, 그게 정말인가요?”“왜요? 무슨 일인데요?”
“지, 지존.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모르겠어요.”
“한국에 무슨 일이 났답니까?”
내 시선이 자연스럽게 날카로워진다.
앞으로는 어떠한 징조라도 그냥 무시를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강원도의 지형이……. 변했다고 해요. 지각변동이 일어난 것처럼.”
“허어. 이거 너무 이른데.”
지각변동.
다음 징조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