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208
제208화. 지각변동(1)
본격적인 멸망의 징조가 시작되었다.
땅이 뒤집힌다는 것은 이계 ‘어딘가’로 통하는 포탈이 열린다는 뜻이었고, 이는 곧 웨이브를 뜻했다.
사상 초유의 사태였기에 다들 이게 무엇을 뜻하는지 몰랐다.
이하나의 말에 모든 길드원들이 우리 쪽을 향해 시선을 집중했다.
“지각변동…… 말이지요.”
“지존께서는 이게 무엇인지 알고 계시죠?”
“그건 말이죠.”
“말씀해 주세요. 저는 항상 느끼고 있었거든요. 지존께서 미래를 알고 대비하고 있으셨다는 것을요.”
“…….”
역시나 통찰력이 대단한 여자다.
하긴.
사체 청소부 시절부터 함께해 왔었고 지금껏 내가 해왔던 일들을 보면 내 행동이 계산적이었다는 사실을 눈치 챌 수 있었을 것이다.
내가 이렇게까지 빠르게 발전을 한 것도 그렇고.
눈치라고는 전혀 없는 박수철조차 그리 느낄 정도였나 보다.
“누님 말씀이 맞는 것 같습니다, 형님.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래요?”
웅성웅성.
순식간에 주변은 아수라장이 된다.
나는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는 손을 들었다.
“지금껏 주구장창 제가 말했던 멸망의 본격화가 시작된 겁니다.”
“……!”
“지각변동은 시작에 불과하지요. 앞으로 더 많은 재난이 일어납니다. 이 때문에 시간이 없다고 말을 했던 것이고.”
“그럼 어쩌죠?”
“어쩌기는요? 막아야죠. 지각변동이 시작되면 그 틈으로 대규모 웨이브가 발생합니다. 당장 대통령께 전화를 해서 강원도 주민들을 대피시켜야죠.”
“……말을 들을까요?”
“강력하게 경고하는 수밖에 없지요.”
그 말에 다들 이마에서 식은땀을 흘렸다.
내 말을 분석해 보면, 멸망이 가속화 되고 곧 세계 여러 국가들이 무너진다는 뜻과도 일치하기 때문이었다.
일국의 멸망.
이제 인구의 감소가 본격화 되는 것이다.
***
대한민국 청와대.
이한진 대통령은 현재 한강에 방어선을 쌓는데 여념이 없었다.
하루에도 관련 서류가 수십 장씩 날아온다.
일국의 대통령이 공사를 총괄하고 있는 초유의 사태였으나, 이제 이 정도는 별로 이상하게 치부되지도 않았다.
한국이 이 정도로 막대한 자금을 쏟아 넣는 것을 본 각국에서도 뒤늦게 공사를 시작했다.
특히나 소환사가 세계 랭커가 아닌 세계 지존으로 올라서자 그 말에 신빙성이 더해졌고, 부랴부랴 공사를 시작하는 국가들이 많았다.
모두 국가 원수의 주도로 이루어지는 공사들이었다.
원자재 수입을 비롯하여 국력을 총동원하여 공사가 이루어지고 있었고, 각 주요 도시들은 요새화에 들어갔다.
뿐만 아니라 인구의 남하도 시작되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향을 떠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 골치를 앓고 있었다.
“허허, 참. 철거를 해야 한다니 좀 그러네요.”
“그게……. 고향을 떠나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서 말입니다.”
“어째서요? 정부에서 이렇게까지 강력하게 권고를 하고 있는데.”
“시골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기반이 다들 고향에 있는 경우가 허다하지요. 도시로 옮기다 해서 땅을 가져갈 수도 없고 농기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걸 모두 버리고 오라고 하는 건데 쉽게 올 수 있을 리가 없지요.”
국토교통부 장관 이수병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수병 역시 인구의 철거가 가장 큰 문제라고 여겼다.
영토를 한강 이남으로 축소한다는 것도 실로 엄청난 문제로 인식되고 있었다.
인구만 철거할 뿐이지, 공식적으로 한강 이북지역도 대한민국 영토이기는 했다.
한강 이북에 부동산을 가지고 있는 국민들을 설득시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으득!
이한진은 이를 악물었다.
그렇다 해도 이건 이미 선택의 사안이 아니었다.
“강제력을 동원하는 수밖에 없겠군요.”
“아마도 그리 되면 심각한 반발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모두 죽는 것보다는 낫잖아요?”
“……고려해 보겠습니다.”
“아니요. 군을 동원해서라도 해야겠습니다. 서류 주시죠.”
이수병 장관은 식은땀을 흘렸다.
강제로 철거를 시킨다?
그리 되면 소위 민란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21세기 한국에서 민란이 일어난다고 하면 굉장히 시대착오적인 말이겠지만, 재산을 모두 내려놓고 당장 남쪽으로 내려오라고 하면 극심한 반발이 일어날 것은 빤한 일.
이수병은 마지막으로 대통령을 말렸다.
“지존과 상의라도 해보시는 것이.”
“으음. 그건.”
“상의 정도는 해볼 수 있잖아요?”
지이잉.
이수병이 그런 말을 꺼내기 무섭게 대통령의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자를 보니 강한성이다.
지금까지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던 이한진의 입가에 미소가 어린다.
‘실로 정치력이 대단하신 분이야.’
강한성은 세계 지존이 되었다.
그 말은 앞으로 한국의 미래가 강한성 한 사람의 어깨에 달려 있다는 뜻.
대통령이 이렇게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예, 지존! 안 그래도 전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지각변동이 일어났다고요?
“아! 안 그래도 연락을 드리려 했습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지각이 뒤틀리다니요. 안 그래도 학자들에게 자문을 구하는 중이었습니다.”
-멸망의 증상입니다.
“……!”
-바로 경보를 발령하고 강원도 주민들부터 남쪽으로 대피시키세요. 이건 선택의 문제가 아니고 그곳에 남아 있으면 전부 사망합니다.
“허어.”
이한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멸망의 증상?
전조도 아니고 증상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 말은 이제 멸망이 본격화 된다는 의미였다.
“진정…… 멸망이 시작된 겁니까?”
-여기서 대처를 잘못하면 가속화가 되겠죠.
국가 단위의 멸망이 시작된다는 의미였다.
“그렇다면 한강 이북 지역의 인구를 모두 내려 보내야겠군요.”
-1차로 제가 경고를 하고 정부에서는 2차로 강제력을 동원하셔야죠.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답이 없어요. 반발이 극심할 것이지만 결국엔 다들 알게 될 겁니다.
“끝까지 가지 않겠다고 한다면.”
-강제력을 동원해도 말이지요?
“예.”
-그때에는 별수 없습니다. 국가도 더는 안전을 지켜주지 못한다고 발표를 하는 수밖에.
강한성의 말은 단호했다.
정부와 헌터계도 노력을 할 것이지만 발악을 하며 퇴거를 하지 않겠다는 국민이 있다면 그냥 둘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알겠습니다. 강원도 지역은 바로 퇴거명령을 내리겠습니다. 나머지 지역에 대해서도 최대한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저는 바로 현장으로 갑니다. 그동안 내부를 잘 추슬러 주세요.
전화가 끊어졌다.
이한진과 이수병은 눈빛을 교환했다.
그들도 이제 알게 되었다.
이건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움직입시다.”
“예, 대통령님!”
***
대한민국 영공 강원도 지역.
비행기는 양양 국제공항으로 착륙을 하기 전에 사건이 발생한 지역을 스쳐가기로 했다.
도대체 지각변동이 어느 정도로 진행이 되었는지 두 눈으로 확인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나를 비롯해서 모든 헌터들이 창문에 달라붙었다.
쿠구구구!
지각변동은 여전히 진행이 되고 있었다.
대지가 꿈틀거렸으며 일부에서는 용암이 유출되고 거대한 산이 생겨나기도 했다.
지반이 꺼진 곳도 있어 강원도 양구 시내는 완전히 박살이 나서 흔적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이 어마어마한 광경에 사람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혀, 형님? 저거 던전에서나 일어나는 일 아닙니까?”
“그렇지. 이런 비현실적인 광경이라면.”
사람들이 느끼는 괴리감은 상당한 편이었다.
던전 안에서야 용암이 헌터들을 덮치고 지각이 뒤틀리는 장면이야 흔하게 일어났지만, 현실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지존의 말씀대로라면 이런 일이 한국에서만 벌어지는 건 아니라는 건데.”
“뉴스를 틀어보죠?”
한국에 들어왔으니 인터넷도 잘 터졌고 바로 뉴스를 확인해 본다.
[강원도 양구군에 지각변동 관측! 전문가들도 해석 난해.] [진정한 멸망의 전조인가?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에 지각변동 관측!] [세계 대재앙 예고. 증시, 일제히 하락. 화폐가치 역시 나락으로.] [일시적인 현상인가? 지속되는 현상인가?]“와, 난리 났네요.”
뉴스에서도 이번 사건을 매우 심각하게 다루고 있었다.
우리가 탄 비행기는 양구를 스치듯이 지나갔는데, 벌써부터 몬스터들이 무리를 지어 나타나는 것이 보였다.
곧 대규모 웨이브가 시작되는 것이다.
비행기는 양양 국제공항에 착륙하였고, 우리들이 내리자마자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기자들을 비롯하여 정부인사들, 헌터협회 사람들, 그리고 이번에 내 명령으로 강원도로 모여든 헌터들까지.
그야말로 인산인해가 따로 없었다.
“지존! 어서 오십시오!”
“지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축하의 인사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가 더 중요했다.
나 역시 지금부터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어차피 앞으로는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갈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무책임하게 죽게 둘 생각은 아니었다.
“곧 강원도에 대규모 웨이브가 일어날 겁니다. 강원도 시민들께서는 신속하게 한강 이남 지역으로 대피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건 마지막 경고이며, 경고에 따르지 않는 분들의 생명은 보장할 수가 없습니다.”
“……!”
초강력 경고.
생명을 보장하지 않을 것이니 지금 당장 내려가라는 뜻이었다.
기자들이 질문을 쏟아낸다.
“전 세계적으로 이런 현상이 일어났는데, 전부 대규모 웨이브가 오리라고 보시나요?”
“예. 확신합니다.”
“그, 그렇다면 앞으로도 이런 일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는?”
“더 심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정부에서도 괜히 한강 이남에 장벽을 쌓는 것이 아니에요. 여러분, 정부에서는 권고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한강 이북에 계시면 다 죽습니다. 가능한 빨리 남쪽으로 내려오도록 하십시오. 재산이 생명보다 중요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일단 살고 봐야지요.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재난상황이 끝나면 다시 돌아가면 되는 것이고요.”
내 말은 매우 완곡하였고, 모든 사람들이 심각하게 들었다.
지금의 나는 세계 지존이다.
라이젠을 꺾고 공식적인 세계 지존의 자리에 등극하였으니 이 인터뷰는 전 세계로 흘러 나갈 것이다.
양양에 도착한 후, 군용 헬기를 타고 양구로 이동했다.
양구군 초입부에 베이스캠프를 구축하였는데, 여기서 조금만 더 올라가면 지형이 완전히 박살이 나 있었다.
용암은 가라앉았고 뒤틀린 지형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으나 마기는 계속 증폭되고 있는 중이었고, 드론을 통하여 확인을 해 보니 벌써부터 몬스터들이 활보하고 있었다.
그래도 양구군을 벗어나려면 한참 걸릴 것이니 몇 시간 후부터 토벌을 시작할 것이다.
캠프를 구축하고 우선 조용히 점심을 먹었다.
이 순간에도 전국에서 속속 헌터들이 도착하고 있었다.
벌써 2천 명은 되었으며 머지않아 5천 명 정도는 채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만하면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헌터들이 모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역시 적어. 수만 명은 되어야 최후의 재앙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 텐데.’
헌터들이 모이고 있는 가운데.
스피커를 통해 전 세계의 상황이 송출되고 있었다.
[전 세계 곳곳에서 웨이브 징조가 보이고 있습니다! 마기가 증폭되고 몬스터들이 어디선가 쏟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웨이브로 인하여 수십 개 국가가 멸망에 가까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각국의 헌터들도 자국을 방어하느라 바쁜 상황으로…….]“지존?”
“놀라지들 마세요. 이건 시작에 불과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