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21
제21화. 명멸하는 빛
강한성이 한창 신규던전을 공략하고 있을 무렵.
이하나는 길드 창설을 위한 준비에 한창이었다.
건물도 마련했고 그 안에 필요한 가구들도 비치하고 있는 중이었다.
여기에 더하여 길드 창설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도 필요하다.
그건 바로 길드원이다.
서울 한복판에 건물을 마련하고 내부를 비싸게 치장했다고 해도 길드원이 들어오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그녀는 1차로 선별된 사람들과 계약을 앞두고 있었다.
길드 접객실.
5년이 채 되지 않은 건물에 새 가구를 채워 넣었더니 웬만한 대기업 사무실 부럽지가 않았다.
예비 길드원들은 화려하게 꾸며진 실내를 보며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을 못했다.
“소환사님 정도의 명성이면 충분히 높은 랭크의 길드원이 모일 거라고 생각해요. 왜 하필이면 저희들인가요?”
이들의 대표 격인 박가희가 물었다.
대부분이 사체 처리부 출신들이다.
이곳에 온 사람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전부 마나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것에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해서든 마나를 모으고자 노력하였으며, 육체적인 수련도 게을리 하지 않는 자들이 모여 있었다.
사람들의 의심은 합리적이었다.
“여러분들은 이 업계에 불만이 많으시죠. 그럼에도 그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하시고 계세요. 한마디로 독기가 있다는 말이에요. 저희 길드에서 원하는 인재상이 바로 그거거든요.”
“……이해가 잘 안 되는데요?”
“저희 길드장님은 비 마력 각성자들을 마력 각성자로 만들어 주실 수 있어요.”
“……!”
“스킬 북과 아이템도 지원을 해드릴 수 있죠.”
“가, 각성을 시켜 줄 수 있다고요?”
“네.”
박가희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그건 모두가 마찬가지.
세상에 비 마력 각성자를 마력 각성자로 만들어 줄 수 있는 사람이 세상천지에 어디 있다던가.
사실 지금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 이하나도 믿을 수 없을 지경이었다.
그저 강한성의 인성을 믿을 뿐.
“초반에 들어가는 마력 각성과 스킬, 아이템은 저리할부로 융자를 해드릴 수 있어요.”
“마, 만약 그 말이 사실이라면.”
“네. 독기를 품고 있는 여러분들은 훌륭한 인재들이죠. 저희 길드의 이름을 생각해 보세요.”
“을들의 반란!”
“다들 저와 안면이 있으시죠? 길드장님과도 안면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 바닥에 오래 있어 온 사체 처리부들끼리는 친하게 지내잖아요. 우리는 앞으로도 육체는 약해도 정신이 강한 사람들을 길드원으로 뽑을 예정이에요. 같은 을들의 입장에서 살아왔으니 누구보다 서로를 잘 이해하고 유대감도 남다르겠죠.”
“그건 확실히.”
예비 길드원들은 도저히 이하나의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
가능만 하다면 목숨 걸고 노력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노력을 하고 싶어도 태생의 한계 때문에 강해지는 것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마력 각성을 할 수 있다면?
어떤 어려운 일이 있어도 뚫고 나갈 자신이 있었다.
박가희는 바로 사인을 했다.
“길드장님의 인성이야 정평이 나 있고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가신다는 걸 알고 있어요. 그런 독기가 지금의 길드장님을 만들어 가고 있겠죠.”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한다.
예비 길드원들은 모두 사인을 마쳤다.
이하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며칠 안에 길드장님과 모임을 가질 거예요. 길드 선포 전에 말이죠. 그때 마력 각성을 하실 수 있을 거예요.”
예비 길드원들의 얼굴에 희망이 어렸다.
지금까지 업계에서 철저하게 배격되며 무시를 당했지만 이제는 그들에게 수모를 갚아줄 수 있다는 희망.
“다 함께 귀족이 되도록 해요.”
이건 이하나의 다짐이기도 했다.
첫 번째 마력 각성자는 그녀가 될 것이다.
직원 휴게실.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뷰에 고급스러운 소파들이 깔려 있었다.
예비 길드원들은 길드 건물을 나가기 전에 이곳에서 안면을 익혔다.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었기에 빠르게 친해졌다. 이미 친분을 가지고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
“도저히 믿을 수가 없네요. 그게 정말 가능한 일인지.”
길드의 막내 격인 이태성이 말했다.
길드원이 되겠다고 사인까지 마쳤지만 그런 식으로 마력 각성자를 찍어 내는 것이 정말로 가능한 일인지 의문이 든 것이다.
“설마 사기는 아닐 거라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쓸데없이 강한성 길드장님이 우리에게 거짓말을 할 이유도 없고.”
강한성 같이 평판 좋은 사람이 굳이 이익도 없는 사기를 칠까?
사기도 본인에게 이익이 될 때 시도하는 것이지. 지금과 같은 경우에는 전혀 해당사항이 없었다.
휴게실에 설치되어 있는 스크린은 헌터채널에 맞춰져 있었다.
그곳은 소환사에 대한 이야기로 시끌시끌했는데, 겨우 두 명이 4급 A랭크 던전에 입성하여 공략해 나가고 있다고 난리를 쳤다.
“저길 보세요.”
박가희가 스크린을 가리켰다.
검게 물들어 있는 대지에서는 학살이 벌어지고 있었다.
랭커들의 레벨이 최근 빠르게 상승하고 있었고 검제의 레벨이 45까지 올라간 지금이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40레벨 던전 A랭크는 랭커에 근접한 자들의 전유물이었다.
사체 처리부들은 감히 쳐다볼 수 없을 정도의 장소였으며 접근조차 할 수 없는 곳이다.
사람들은 멍한 표정으로 강한성을 바라본다.
“길드장님이 정말……. 소환사가 맞긴 한가요?”
근접 전투로 탱커의 역할을 하며 신성력과 마법까지 사용하는 화면의 남자.
검술에 이어 박투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후방에서는 원거리 소환수들이 든든하게 지원하고 있었다.
안정적인 사냥.
그들의 머릿속에 ‘일인군단’이라는 명칭이 각인됐다.
“어쩌면 근시일 내에 길드장님이 한국랭킹 1위를 찍을지도 모르겠네요.”
박가희는 자신이 이미 강한성을 ‘길드장’이라고 부르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조차 못했다.
***
콰광!
지옥의 땅 중간지점.
한번 몰려들기 시작한 뱀파이어들은 끊임없이 몰려왔고 우리들은 적절하게 진영을 유지하며 전진했다.
사방에 뱀파이어 사체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도저히 사체들을 처리할 생각은 못했다. 전투를 하기에도 바빴기 때문이다.
푸른 검기가 사방으로 넘실거린다.
대검에 실린 파괴력은 막대하였으나 사방에서 놈들이 덤벼드는 바람에 남아 있는 왼손으로 주먹을 날리고 박치기를 하여 적들을 날려 버리는 경우가 허다했다.
다만 뱀파이어에게 물리면 독에 중독되는 것이 문제였다.
[뱀파이어의 시독에 중독되었습니다.] [10초당 HP가 1%씩 감소합니다.] [신속하게 해독 포션을 복용하세요!]바로 해독 포션의 병뚜껑을 따서 마신다.
대검을 휘두르고 있는 와중이라 옆으로 포션이 줄줄 샜지만, 연거푸 마시자 중독이 해소된다.
여기에 더하여 마나 포션과 힐링 포션을 물처럼 마셨다.
유령기사 박수철은 근접 딜러이지만 탱커의 역할은 아니었기에 이만큼 피해를 입지는 않았지만, 나는 아니다.
이 파티에서 나는 명확하게 탱커다.
‘이게 대체 뭔 팔자인지.’
박투에 검술에 신성마법과 백마법까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분명히 진전은 있다.
[마법의 숙련도가 +1 올랐습니다!] [마법의 숙련도가 +1 올랐습니다!]……
[신성마법의 숙련도가 +1 올랐습니다!] [신성마법의 숙련도가 +1 올랐습니다!]……
[검술의 숙련도가 +1 올랐습니다!] [검술의 숙련도가 +1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숙련도가 올라갈수록 각종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 쉬워졌다.
마법과 신성력, 검술을 한꺼번에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욱 복잡한 조합들이 가능해진 것이다.
정신없이 전투를 하다 보니 보너스 스탯을 찍을 시간도 없었다.
현재 레벨은 35.
지옥마경의 경험치와 이곳에 들어와 사냥한 경험치를 합산하니 오늘만 5업을 달성한 것이다.
경험치가 오르는 속도가 현저하게 느려졌지만 아직까지는 초반이라 그런지 경험치 바가 올라가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다.
전투를 하는 와중에 잠시 시간을 내서 스탯과 스킬을 찍는다.
스탯은 힘과 체력에 각각 분배를 했고 스킬은 모조리 금강불괴에 투자한다.
금강불괴 LV. 25
물리 방어력이 25% 증가한다.
마법 방어력이 12.5% 증가한다.
좀 더 피부가 질겨지고 근골이 단단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자 독에 중독되는 횟수가 줄어들었다.
종종 뱀파이어의 이가 박히지 않았다.
부위에 따라 좀 달랐지만 이가 박히는 면적이 줄었다는 것만 해도 큰 진전이다.
이따금씩 들어오던 치명상도 줄어들었으며 머리나 주먹도 단단해지니 들어가는 대미지도 달랐다.
가끔은 박치기 한 방에 뱀파이어의 두개골이 박살나기도 했다.
꽈직!
[크리티컬!]-끼아아악!
찢어지는 듯한 비명.
바닥에 널브러진 뱀파이어의 상태는 심각하다.
거대한 망치로 머리통을 뭉개버린 것 같은 모습이다.
“이햐, 형님! 머리를 돌로 만들었나 봅니다. 어째 뱀파이어의 두개골이 그렇게 박살이 나요?”
“우리는 온몸이 무기 아니겠냐?”
“하핫. 온몸이 무기라니. 차라리 탱커로 전직하시죠?”
“나는 소환사다. 탱커는 개뿔.”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나는 착실하게 탱커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이쯤 되니 내가 소환사인지 메인 탱커인지 분간이 되지 않을 지경이다.
신화 스킬을 얻은 순간 짐작은 했었지만.
“내 팔자가 그렇지.”
지옥의 땅 안전구역.
여기까지 오는데 두 시간이 걸렸다.
우리는 보스의 성채를 앞두고 잠시 휴식시간을 가졌다.
얼마나 대검을 휘둘렀는지 80에 이르렀던 내구도는 50까지 깎였고 갑옷도 너덜너덜하다. 아무래도 오늘 전투가 끝나면 대대적으로 갈아치워야 할 것 같다.
오늘 사냥을 해서 번 돈과 지옥마경을 돌려 얻은 전리품들을 모조리 금괴로 바꾸어 방어구를 구입하는데 사용해야 할 지경.
꼬르르륵!
몇 시간 동안 먹은 것이라고는 포션뿐이다.
뱃속이 미친 듯이 아우성을 치자 우리는 간단하게 칼로리바를 먹었다.
부피가 큰 음식은 소화도 더디고 흡수도 느리다. 그러니 헌터용 에너지 보충제라 할 수 있는 식품을 섭취했다.
전투를 멈추자 추위가 몰려온다.
지구는 4월이었지만 지옥의 땅은 빛도 잘 들지 않았고 기온은 영하에 가깝다.
간단하게 주변의 나무를 꺾어 모닥불을 피우고 휴식을 취했다.
툭.
박수철이 굵은 나무를 하나 던져 넣는다.
“오늘 정말 화끈했습니다, 형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너도 고생 많았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지. 보스가 남았지 않냐.”
“이 정도 전력이면 충분히 가능할 거라고 봅니다.”
“보스는 뱀파이어 로드지. 레벨이 45에 달하고 온갖 스킬로 무장을 하고 있을 거야.”
“형님께서 계시니 안심입니다.”
“너무 나만 믿지 말고 너도 조심하라고.”
“하하, 물론입니다. 그리고 말입니다.”
툭.
박수철은 괜히 나무를 하나 더 집어넣는다.
곧 일어나야 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감사합니다.”
“뭐를?”
“저에게 미래를 보여주셔서 말이죠.”
“나는 딱히 한 일이 없는데?”
“에이. 그냥 일어나시죠. 이런 이야기는 술이라도 마시면서 해야지.”
남자들의 우정이라도 강조하려는 건가.
나는 피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거대한 성채 앞.
검게 일렁거리는 포탈을 통과하면 바로 보스의 방에 입장한다.
‘분명히 여기서 유니크가 뜬다. 딱 두 점이지. 혼자 공략하면 한 점, 둘이 들어가면 두 점. 반드시 공략해야 해.’
유니크 급의 아이템.
아직 신들의 게임이 시작도 되지 않은 시점이라 유니크는 전 세계에 몇 개 존재하지도 않았다.
아무리 아이템이 소모성이라고 해도 유니크 정도라면 코인을 사용해서라도 오랫동안 사용할 가치가 있다.
입장을 하려 시도하자,
[주의! 뱀파이어 로드의 성에 입성합니다.] [최소 5인 파티를 권장합니다.] [주의! 뱀파이어 로드와 레벨 차이가 현격합니다.] [공략 실패 시 사망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입장하시겠습니까?]“허, 살벌하네.”
박수철의 얼굴이 굳어진다.
“이 정도는 예상했었어야지. 설마, 쫄았냐?”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남자 박수철. 이 정도에 쫄지 않습니다. 이래봬도 특공대 출신이라고요.”
“그렇다면 다행이고.”
간만에 한국에 등장한 4급 A랭크 던전.
수많은 별들의 시선이 느껴진다.
그렇지 않아도 별들은 내가 전투하는 광경을 지켜보며 관심을 드러냈다.
그런 시선들이 느껴져 일부러 치열하게 전투를 한 것도 있었다.
낚시가 통한 걸까.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성공이로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