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215
제215화. 순회공연(2)
M호텔 리야드 지점.
사우디의 공략을 마친 우리들은 밤이 되어서야 M호텔에 들어 올 수 있었다.
사우디 건은 처리를 하였다지만 내일이면 바로 다른 지역으로 이동을 해야 할 것이다.
기왕 중동에 왔으니 이 부근을 공략하는 것이 맞는 일이다. 그리고 중동권 국가들은 상당히 부유했고 그만큼 현물도 많이 쌓아 놓았다.
이한진 대통령이라면 틀림없이 적당한 가격에 수주를 받았을 것이다.
호텔 로비.
각자 배정된 방으로 흩어지기 전에 사람들의 시선을 모았다.
짝짝!
“오늘 수고하셨습니다. 내일 이른 아침부터 일정이 다시 시작될 것이니 모두 돌아가 편하게 쉬세요.”
“우리야 뭐, 고생이라고 할 만한 것이 있겠습니까? 전부 지존의 노고이지요.”
“맞습니다! 쉬는 건 우리가 아니라 지존이 되어야지요.”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자, 돌아가세요!”
“예, 지존!”
각자 배정된 방으로 흩어졌지만 쉴지 말지는 당연히 자유다.
사우디로의 여행제한이 풀리면서 리야드 호텔도 성황리에 운영 중이었다.
물론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이렇게 외화를 벌어들이는 것이 의미는 없었지만 여전히 호텔은 폐쇄되지 않고 있었다.
시설은 뛰어났고 레스토랑 등을 이용하기 위하여 헌터들이 삼삼오오 모였다.
호텔 밖으로 나가는 사람들도 많았다.
나와 길드 수뇌부는 스카이라운지로 향했는데, 무알콜 맥주라도 마시기 위해서였다.
“다음 공격까지는 얼마나 남았을까요?”
테이블에는 몇 가지 음식과 음료가 준비되어 있었다.
나와 이하나, 박수철이 함께하고 있었는데 이하나는 특히 미래에 대한 걱정이 심했다.
“그건 누구도 알 수 없죠. 당장 내일이 될 수도 있고 한 달 후가 될 수도 있고.”
“길드장님 생각은 어떤데요?”
“한 달까지 걸리지 않을 것이 확실합니다.”
“그 정도라면 피해가 복원되지도 않았을 때인데.”
멀리 갈 필요도 없이 리야드만 보아도 그렇다.
성벽 상당부분이 무너져 내렸는데 중장비를 이용해 밤낮으로 복구를 한다고 해도 다음 공격이 시작될 때까지 완성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때가 되면 또 다시 전투가 시작될 것이며 정말로 리야드가 멸망할 수도 있었다.
“누님. 뭘 그리 걱정하세요? 노력을 해도 안 되면 그건 할 수 없는 일이잖아요.”
박수철이 땅콩을 씹으며 말했다.
“하아. 당연히 걱정이 되지. 세계 각국이 무너지는 속도가 빨라지면 적들이 어디를 목표로 움직이겠어?”
“어? 방패막이를 말한 겁니까?”
“그럼?”
“저는 또. 인류애니 뭐니 그런 소리를 하실 줄 알았는데.”
“우리부터 살고 봐야지.”
이하나는 좀 더 대국적으로 정세를 판단하고 있었다.
세계 각국을 돕는 이유는 우리가 최후까지 생존을 하기 위해서다.
단순한 생존이 아니라 최대한 오래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주변국들을 도울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박수철이야 원래부터 별 생각이 없는 놈이었으니 속이 편한 것이었고.
지이잉.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을 때, 휴대폰이 울린다.
오늘은 웬만하면 전화를 받지 않으려고 하였는데 발신자가 대통령이라 어쩔 수가 없었다.
“이햐, 형님. 이제는 대통령과 호형호제하시겠어요? 어째 매일 전화를 하지.”
“세계 지존이신데 당연하잖아? 나는 오히려 지존이 대통령의 머리 위에 있다고 생각을 하는데.”
“강한성입니다.”
어쨌든.
대통령의 전화를 피할 수야 있나.
-사우디 건은 정말 대단하셨습니다. 포탈을 이용해서 공격할 생각을 하시다니요. 저뿐만이 아니라 세계 전체가 놀랐습니다.
“운이 좋았을 뿐이죠. 포탈에 그만한 기능이 있는지도 처음 알았고.”
-허허허. 덕분에 사우디와 협상이 잘되었습니다. 그쪽에서 바로 금괴와 보석들을 준비한다고 합니다. 내일 리야드 왕궁에 들러 보석과 금괴들을 수급하시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보상을 빨리 받을 수 있게 되었군요.”
역시 정부에서 나서니 일이 빨리 처리된다.
이래서 내가 정부를 등에 업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머지않은 미래에는 정부도 무너질 것이고 그때가 되면 대통령의 역할도 끝나겠지만 그 전까지는 최대한 협력을 할 예정이었다.
-그리고 내일 이른 아침에 바로 이란을 도울 수 있으실지요?
“이란이요?”
-거리도 가깝고 그쪽에서 80조원을 제시하였습니다.
“전부 금괴나 보석이겠지요?”
-거기에 원자재도 플러스 됩니다.
나쁘지 않다.
우리가 사우디부터 온 이유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제시하였기 때문이다.
그만큼의 금과 보석을 내놓는다는 뜻이었으니 거절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내일도 마찬가지.
어디로 이동을 하건 가긴 해야 하니 우리의 목적지는 보상에 따라 유동적일 수밖에 없었다.
“나쁘지 않군요.”
-이란에는 일명 ‘화염군단’이 활동 중에 있으며 대악마 벨가루스가 나타나 분탕질을 치고 있습니다. 지금은 테헤란 남부 카비르 사막에서 올라오고 있다는데. 내일 오전에는 바로 테헤란 남부를 직격할 예정입니다.
“최대한 일찍 출발을 해야겠군요.”
-그래주신다면 감사할 따름입니다. 다만 문제가 좀 있습니다.
“문제요?”
-벨가루스가 직접 몬스터 군단을 이끈다고 하니 조심을 해야 할 겁니다.
“잘됐네요.”
-예?
“사실 저도 포탈이 열리는 순간의 공격력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했거든요. 내일 실험을 해보면 될 것 같습니다.”
***
새벽 3시 무렵.
라미드는 약 두 시간을 자고 잠에서 깨어났다.
잠깐 잠이 들었지만 악몽에 시달렸다.
어제는 정말 아슬아슬한 순간에 강한성이 도착했다. 그 덕분에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만약 강한성이 시간에 맞춰 오지 않았다면?
리야드는 무너졌을 것이다.
리야드가 무너지면 중동의 패권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나라 전체가 휘청거리며 정부도 통제를 잃었을 것이다.
정부가 무너지면 당연히 각종 범죄가 일어난다.
무정부 상태가 되면 그때부터는 말 그대로 멸망기로에 접어들게 된다.
‘어제 그 단편을 봤어.’
라미드는 테라스에 나와 리야드 시내를 내려다 봤다.
저 멀리 보이는 성벽에서는 축조공사가 한창이었다.
완전히 무너져 버린 성벽의 잔해를 치우고 기초부터 다져서 요새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분명 사우디 정부에서도 나름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불안감을 지울 수가 없었다.
‘곧 멸망하겠지.’
그리 확신한다.
멸망의 전조는 오래 전부터 있어왔고 지금부터는 본격화의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본 것이다.
똑똑.
“들어와요.”
“지존. 재무차관 랍손입니다.”
“네. 가죠.”
오늘은 강한성에게 보상을 지급하는 날이었다.
아침에 지급이 되기로 약속되어 있었으나 해가 뜨는 대로 이란을 공략한다고 통보를 받았다.
당연히 사우디 정부에서는 일정을 조율했다.
이것이 소위 말하는 갑질이라 할 수도 있는 일이었으나, 강한성이 갑인 것은 그 누구도 부정하지 못한다.
강한성에게 향하는 동안 랍손 차관이 불안한 눈으로 말한다.
“이번에는 어떻게든 남아 있는 금과 원자재로 위기를 넘길 수 있었지만 다음에도 가능할까요?”
“그건.”
라미드는 차관의 말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말이 100조원 규모의 금과 보석이었지, 이만하면 사우디가 보유하고 있는 거의 전량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후에 같은 일이 벌어지면?
라미드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
그녀가 생각해도 전혀 답이 없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예전에 한국에서는 경제위기를 맞아 전 국민이 금 모으기 운동을 했습니다.”
“금 모으기 운동이라.”
“그렇게라도 해서 미리 대비를 해야 할 겁니다.”
“허허. 그것 참.”
지금 이 순간.
모두가 느끼고 있었다.
강한성의 도움을 받아 위기를 넘기기 위해서는 그만한 대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그 대가가 준비되지 않은 나라에 남은 결과는 멸망밖에 없었다.
새벽 5시.
일찍부터 일어나 금괴를 수거(?)했다.
사우디 왕실에서는 거대한 지하창고를 열었다.
그 안에는 연대를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래 된 보석들과 금괴들이 잔뜩 쌓여 있었다.
특히나 고가의 보석들이 많았는데, 나는 오히려 금괴보다는 보석을 선호하는 편이었다.
신들의 상점은 금괴보다 보석을 좀 더 가치 있게 측정을 하였으니까.
사람 머리통만 한 보석도 있었으니 사우디 왕실이 대단한 부자이기는 했다.
지하창고의 현물들을 모조리 쓸어 담고 코인으로 전환하였다.
그리고 오늘은 바로 이란으로 넘어간다.
아직 해가 뜨기도 전이었으나 속속 헌터들이 일어나 호텔 회의장으로 모여들었다.
“다들 잘 주무셨습니까?”
“예, 지존!”
“좋은 아침입니다!”
오늘 새벽에 헌터들에게는 보수와 보너스를 지급했다.
현금은 물론이고 내가 보유하고 있는 막대한 칼츠 중 극히 일부분을 떼어 나누어 주었다.
헌터들은 굉장히 만족해하고 있었다.
나야 칼츠를 쓸 곳이 없어 썩어가고 있었지만 일반 헌터들에게는 그 일부분이라도 대단히 크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다들 화염의 악마 벨가누스를 아실 겁니다.”
“……!”
웅성웅성.
사람들의 얼굴이 구겨진다.
화염의 악마 벨가누스.
레벨 90대에 이르는 대악마였으며, 지금 시점에서는 굉장히 위험한 놈으로 분류가 되고 있었다.
또한 놈이 끌고 다니는 화염골렘들도 굉장히 위험한 몬스터다.
사방으로 용암을 튀기며 공격을 하는 통에 화상을 입기 일쑤였으며 잘못하면 중상을 입는다.
레벨 자체도 높았으니 상당히 부담이 되는 것이다.
다행이도 나와는 상생이 좋았다.
“다행히도 저는 주변 기온을 낮추고 놈들의 움직임을 더욱 둔화시키는 스킬을 보유하고 있으니 걱정 없습니다. 또한 공략을 시작하기 전에 벨가누스부터 먼저 죽일 예정이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렇다면 다행입니다만.”
“그리고 혹시 모르겠습니다. 벨가누스가 한 방에 처리가 될지도요.”
“설마……?”
“예. 그 설마가 맞습니다. 포탈의 공격력을 한 번 이용해 볼 생각입니다.”
***
테헤란 남부.
저 멀리 카르비 사막이 보이고 있었는데, 사막 전체가 끓어오르고 있었다.
어마어마한 연기가 피어올랐으며 대지는 붉게 물들어 있다.
이것은 사막 전체가 용암지대로 변하면서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해가 뜨기 시작하면서 시야가 크게 확보되었으며 그 때문인지 더욱 위압감이 넘쳐흐르는 중이었다.
그 가운데 존재하는 대악마 벨가누스.
10미터는 되어 보이는 키에 거대한 지팡이를 들고 있었으며 긴 팔로 화기를 사방으로 발산하고 있었다.
꿀꺽!
테헤란 남부 성벽에 올라와 그 광경을 바라본 무라드는 침을 삼켰다.
무라드 알란.
중동의 지존인 무라드는 최근 세계랭킹 10위까지 치고 올라오기도 하였다.
아직 해가 뜬 지 얼마 되지 않아 기온이 그리 높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열기가 여기까지 전해지고 있었다.
“지, 지존. 저놈들이 상륙하면 어떻게 되는 걸까요?”
“테헤란 시민들은 다 죽는다고 봐야지.”
“이곳의 시민들이 죽으면.”
“이란은 망하는 거야.”
테헤란에 거주하는 시민들만도 800만에 달하였다.
그들이 모조리 죽는다면?
당연히 이란은 몰락을 할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