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216
제216화. 순회공연(3)
테헤란 메흐라바드 국제공항.
해가 어스름하게 비추기 시작하는 이른 아침, 인천에서 출발한 비행기가 공항에 도착하였다.
나름대로 강소라는 을들의 반란 홍보부장이기도 하였고 한국에서도 장관급의 위치를 가지고 있었다.
그 때문에 국빈으로 대우가 되었는데, 이란 외교부에서 직접 사람을 보내 그녀를 마중 나왔다.
“어서 오십시오, 강소라 님. 저는 이란 외교부 제2차장 라하드 사딘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라하드 차관님.”
“먼 길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별말씀을. 환대에 감사합니다.”
이란 외교부 입장에서는 강소라를 박하게 대접할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그녀는 한국 내에서 소환사 강한성의 측근으로 분류가 되었는데, 그러한 사실을 이란 정보부에서도 잘 알고 있었다.
강소라가 여자라고 해서 이란에서 부당한 대접을 받기라도 한다면 바로 소환사의 귀에 들어갈 것이며, 이란은 강한성에게 완전히 배제될 수 있었다.
세계 각국은 강한성에게서 관심이 멀어지는 것을 가장 경계했다.
강한성은 오래 전부터 세계가 멸망할 것이라고 예견을 하고 있었고, 일찍이 한국 정부와 협력하여 방어를 굳건하게 다지는 중이다.
드디어 멸망이 시작되었으며 수많은 국가들이 무너지고 있었다.
강한성에게 배제가 된다는 것은 국가가 멸망하는 사태에 이를 수 있다는 뜻이었으니 그의 측근이라면 결코 무시를 할 수 없는 것이다.
강소라는 라하드가 준비한 리무진을 타고 남부로 향한다.
테헤란 남부로 향하는 내내 강소라는 도시의 거리를 카메라에 담았다.
사람 하나 지나지 않았고 거리는 텅텅 비어 있었다.
자동차도 만찬가지.
경찰차나 군용차량이 다니고는 있었지만 민간차량은 단 한 대도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는 버스도 지나다니지 않았다.
“완전히 봉쇄를 한 모양이군요.”
“당연한 일입니다. 지금 남부에서 벨가누스가 북상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거대한 화염골렘 집단과 말이지요?”
“예.”
라하드는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란은 지금 최악의 사태를 맞이하고 있었다.
비록 세계랭킹 10위에 오른 중동 지존이 버티고는 있었지만, 완벽하게 적들을 막아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는 상태였다.
그러한 불안감이 얼굴에 다 드러났다.
“테헤란 주민들은 대피를 시켜야 하지 않을까요?”
“이미 늦었습니다. 대피를 시켰다가는 어마어마한 혼란을 초래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엄청난 사상자가 발생하겠지요. 이 때문에 늦기 전에 한국 정부와 협상을 시도한 것입니다. 나름대로 일이 잘 풀려서 사우디 다음으로 도움을 받게 되었고.”
“지존이 제때 도착을 한다면 피해 없이 막겠군요.”
“그렇게 예상됩니다.”
굳이 도시 전체를 봉쇄할 필요도 없었다. 시민들은 알아서 문을 걸어 담갔다.
개미새끼 하나 지나다니지 않는 것을 보면 다들 집 안에서 꼼짝하지 않고 지내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러면서도 뉴스를 보며 상황을 판단할 것이다.
남부 성벽이 무너졌다는 소식이 돌면 과연 어떤 지옥이 펼쳐질까.
테헤란을 빠져나가기 위하여 사람들이 몰리면서 끊임없이 사건사고가 발생할 것이다.
이는 이란 정부가 걱정하는 최악의 사태였다.
“제가 남부를 촬영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을까요?”
“하필이면 그 위험한 지역을 말입니까?”
“그것이 제 역할이니까요.”
“굳이 말리지는 않겠습니다만, 혹여 사고가 발생한다 해도 저희 정부에서는 책임을 질 수가 없습니다.”
“그건 당연한 일이죠.”
아무리 강소라가 강한성의 측근이라고 하지만 그녀를 위해 헌터 인력을 배치할 여력은 없었다.
지금 동원할 수 있는 헌터 인력은 다 동원이 된 상태였으며 모든 헌터들이 적을 맞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곧 있으면 성벽에 도착한다.
나름대로 이란은 강한성의 충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다른 국가들보다 빠르게 움직였다.
그 때문에 성벽도 높은 편이었는데 여전히 부실하기는 했다.
“성벽이 얇군요.”
“시간이 없어 높이만 높여 쌓았습니다. 보강을 할 예정이었는데 이렇게 일이 터지고 말았으니.”
“너무 걱정 마세요. 우리 지존께서 오실 테니 천천히 보강을 하시면 돼요.”
“이번에 버텨낸다면 말이죠. 빨리 오셔야 할 텐데.”
성벽 아래에 내려 강소라는 장비들을 챙겼다.
강소라의 부하직원들도 바쁘게 움직였다.
그렇게 성벽으로 뛰어 올라가는 광경을 바라보던 라하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부하직원들이 용감하시군요. 어찌하여 저렇게 겁이 없을 수 있는 건지요? 저는 오금이 저려 성벽에 못 올라가겠던데.”
“이것이 일이니까요.”
“……아주 위험한 직업이군요.”
“그래도 보상은 확실하죠. 제가 홍보부장까지 된 것을 보면.”
겁이 없기는 강소라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이 할 일을 부하들에게 맡겨 놓고 가만히 있는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았고.
그들은 나란히 성벽 위로 올라섰다.
쿠구구구!
성벽 위에는 벌써부터 진동이 일어난다.
저 멀리 보이는 사막에서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몬스터 군단이 진격하고 있었는데 붉게 물들어 있는 대지가 눈에 들어왔다.
사막화가 된 땅들은 녹아서 용암으로 변하였는데 저런 괴물들이 상륙하게 되면 심각한 타격을 받고 말 것이다.
사람이 죽는 것도 문제였지만, 도시의 인프라가 모조리 망가질 수도 있었다.
지금 같은 상황에 도시 인프라가 망가지면?
복원이 힘들어질 것은 불 보듯 뻔했다.
쿠궁!
성벽이 흔들릴 때마다 라하드 차관은 몸을 떨었는데, 지금이라도 당장 이곳을 떠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부장님께서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움직이십니까? 아무리 돈이 좋아도 목숨보다는 중요하지 않을 텐데요.”
“일이니까요.”
“일이라…….”
“그것이 사명이라고 생각하면 돈이 중요하지는 않죠.”
“허허. 그런 것이었습니까.”
라하드는 입을 다물었다.
가뜩이나 입술이 바짝 마르고 있는 중이었다.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하여 후들거리는 다리를 붙잡고 있었지만, 마음은 이미 저 멀리 떠나고 없었다.
강소라는 슬쩍 혀를 찬 후에 전방을 주시한다.
점점 적들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었다.
지존 무라드가 휘하 헌터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전투 준비!”
“어서 움직여라!”
헌터들이 성벽 위에 자리를 잡는다.
대지가 녹으며 용암이 되었고 그 지역은 점점 넓어지고 있었다.
이제 코앞까지 적들이 진격해 왔다.
쿵!
벨가누스는 지팡이를 내려찍으며 외쳤다.
-인간들이여, 멸망의 때가 다가왔노라!
“…….”
-살아남은 자들은 절망에 허우적거릴 것이며 지구는 생명체가 살아갈 수 없는 불모지로 변해갈 것이니. 절망하라, 인간들이여. 울부짖어라. 멸망의 찬가를 노래하라!
콰과과과!
거대한 용암이 솟구친다.
실로 어마어마한 광경.
이쯤 되자 강소라도 도망을 쳐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도저히 감당이 되지 않는 놈이 나타났다고 여기는 것이었다.
-전진하라, 악마의 군단이여!
번쩍!
그때였다.
벨가누스가 있던 자리에 오색의 찬연한 빛 무리가 형성되며 막대한 파동을 만들어 냈다.
그 파동은 사방 수백 미터로 뻗어 나갔는데, 지금까지 보던 마나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힘이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콰과과과과!
대폭발이 일어나며 벨가누스가 존재하던 자리에 대형 포탈이 생겨났다.
용암 한가운데 형성된 포탈이었으며, 순식간에 주변에 있던 모든 것이 ‘삭제’되었다.
심지어는 용암도 사라지고 없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강소라는 그 광경을 카메라에 담고 있었는데, 실로 경악스럽기가 짝이 없었다.
“서, 선배. 벨가누스가 사라졌습니다.”
“사라져?”
“네! 아무래도 방금 생겨난 포탈 때문인 것 같습니다.”
“와. 대체 이건 무슨 공격이래?”
절로 혀가 내둘러진다.
“와아!”
포탈에서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강한성을 비롯한 휘하의 헌터들이었는데 위기의 순간 적절하게 세계 지존이 등장하여 벨가누스를 한 방에 박살을 내버린 것이다.
사실 이건 전투라고 볼 수도 없었다.
포탈이 생겨난 것만으로 적들을 죽였으니까.
-절망하라!
“음?”
“저건 대체?”
그리고 잠시 후.
저 멀리 벨가누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분명히 죽지 않았어?”
“벨가누스가 두 마리였던 모양입니다.”
“……!”
가뜩이나 벨가누스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그런 괴물이 두 마리라니?
황당하기는 강한성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 상황에서도 강한성은 침착하게 벨가누스에게 쇄도하고 있었다.
콰광!
번뜩이는 섬광.
강소라는 벨가누스의 머리에 강한성의 대검이 내리꽂히는 것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지존께서 처리하시겠지.”
***
콰광!
-이런 괴물 같은!
“칭찬 고마운데? 대악마가 나를 괴물이라고 해주다니.”
포탈로 공격을 한다는 계획은 대성공이었다.
분명히 벨가누스가 있는 지역으로 포탈을 열었고, 그곳에 있던 대악마가 죽어버렸으니까.
예상 못한 것은 벨가누스가 한 마리가 아니었다는 것뿐.
어쩐지 사막 전체에 용암이 들끓는다고는 생각을 했었는데 보스가 한 마리가 아닌 두 마리였을 줄이야.
하지만 나는 걱정하지 않았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지각변동 현상은 멸망의 ‘튜토리얼’이었다.
이후로는 더한 괴물들이 쏟아질 것이지만 아직까지는 그리 강력한 놈들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현재 나타난 벨가누스는 지금껏 던전에서 본 놈보다는 강했지만 그래봤자.
레벨이 90대에 이르렀으나 내게는 그리 강력한 보스가 아니라는 뜻이다.
콰과과광!
-끄아아악!
나는 사정없이 놈의 몸을 두드렸다.
벨가누스는 내가 신검 이디스를 얻기 전에도 패고 다녔다.
놈의 몸뚱어리 여기저기가 잘려 나간다.
발록조차 찍소리 내지 못하고 죽었는데 벨가누스라고 별수 있을까.
결국 놈은 최후의 공격을 시도하였다.
[벨가누스가 화염 브레스를 충전합니다.]잠시 벨가누스가 무적 상태에 접어들었다.
이는 던전에서도 보았던 패턴.
절대방어주문을 사용할지, 광역 베리어인 앱솔루트를 사용할지 고민이 됐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벨가누스의 브레스 따위는 베리어 한 방이면 해결이다.
화끈하게 모여드는 열기.
붉은 기운이 요동치는 것을 보면 이대로 테헤란을 쓸어버릴 기세였다.
콰과과과!
맞으면 꽤나 뜨거울 것 같은 열기가 쏟아졌다.
물론 나는 화염저항력이 높아 저기에 직격이 되더라도 타격은 입겠지만 죽지는 않을 것이다.
그만큼 내 화염저항력은 엄청났으니까.
불길이 닿기 직전에 베리어를 쳤다.
[광역 앱솔루트 베리어가 시전 되었습니다.]“와아!”
성벽 위에서는 환호성이 들렸고 벨가누스는 나를 보며 할 말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
-이, 이럴 수는 없는데?
“다 끝났냐?”
-자, 잠깐!
“발악이 끝났으면 죽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