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219
제219화. 신급 아이템(2)
“신……급?”
“오냐. 구미가 바짝 당기냐?”
백승후는 세상을 다 잃은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이제야 나는 놈이 가지고 있던 비장의 한 수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놈의 말대로 진정 신급의 아이템이 존재한다면 그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세계 랭커의 자리에 오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놈이 이렇게 말을 하였다는 것은.
“네가 포기를 할 정도라면 그만큼 얻기가 힘들다는 뜻 같은데.”
“언젠가는 얻을 수 있을 거라고 믿었지. 그러면서 수감생활을 하기도 했고. 그런데 어쩌나? 멸망이 이렇게 빨라질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그래서 포기한다?”
“정확하게 말하면 지금의 네 실력으로도 목숨을 걸어야 할 거다.”“거기가 어디냐?”
“이집트다. 뉴스를 보니 지금은 정부가 완전히 무너졌다고 하던데.”
“이집트라.”
백승후의 말대로 아프리카 대륙은 멸망을 했다고 보아도 무방했다.
이집트라면 아프리카의 대표적인 국가였고, 아주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었다.
나름대로 부유하고 헌터들의 숫자도 꽤 많았던 이집트가 멸망한 것은 전 세계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헌터 강국이라고 해도 무사할 수가 없게 되는 날이 올 거라는 예측.
이 예측 하나만으로도 사람들은 공포에 떨었으며 세계 모든 국가들이 쇄국을 펼치는 주요 원인이 되었다.
세계로의 여행은 금지되고 원자재의 유출은 제한된다.
무역은 이제 불가능하게 되었으며 자급자족을 해야 하는 시대까지 온 것이다.
급작스럽게 해양 몬스터들이나 공중 몬스터들도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해들었다. 이제는 비행기가 뜨지도, 무역선이 바다를 누비지도 못하는 시대가 왔다는 뜻이다.
지금 상황에서 정상적인 방법으로 이집트까지 가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내게는 포탈이 있었다.
“이집트 어디?”
“대피라미드라고 들어봤나 모르겠는데.”
“쿠푸왕의 무덤?”
“그렇게 불리기도 하지.”
“쿠푸왕의 무덤이라. 그곳에 던전이 존재한다는 말은 듣지 못했는데.”
“당연히 지금까지는 알려지지 않았지. 왜냐? 거긴 1차 멸망이 끝나고 생기는 던전이거든. 이제 막 생겼을 거다.”
“나는 왜 이야기를 듣지 못했지?”
“네가 죽은 후에 발견이 됐으니까.”
백승후의 말에 따르면 내가 전생에서 죽은 후, 신급 던전이 발견되어 수도 없이 많은 헌터들이 도전을 했으나 실패를 했다고 한다.
신급이라는 말이 붙었을 만큼이나 그 난이도도 상상을 뛰어 넘을 것이다.
“너도 도전을 했었나?”
“죽을 뻔했지.”
“웃기는 놈이네. 그 당시의 너도 실패를 했으면서 출소를 해서 거길 가려고 했나.”
“미쳤냐? 각성을 하고 힘을 쌓다 보면 언젠가는 도전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지.”
“그런데 이제는 포기를 했군?”
“너무 빠르다. 전생과는 달라.”
백승후가 포기를 한 정확한 이유였다.
세상이 망하는 속도가 전생 정도만 되었어도 백승후가 신급 던전을 포기하였을 이유 따위는 없었다.
그러나 지금 세상이 무너지는 속도를 보니 도저히 안 되겠다 싶은 거였다.
또한 이대로 한 달만 지나도 교도소가 멀쩡할지, 멀쩡하지 않을지 알 수가 없었는데 언제 성취하게 될지도 모르는 신급 아이템만 보고 있을 수는 없었다.
백승후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빨리 교도소를 나가는 것이 중요하였다.
“그러니까 약속을 해주어야겠다. 네놈이 신급 아이템을 얻게 된다면 내가 출소할 것이라는.”
“약속하지.”
“제길……. 내가 믿어야 할 것이 고작 네놈의 언약이라는 것이 억울하기는 한데.”
“억울하면 강해지든지.”
“하아.”
백승후는 세상을 다 잃은 것 같은 표정이었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내게 복수할 생각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자신의 기연을 가로채고 눈이 부실 정도로 빠르게 발전을 하였으니까.
백승후는 자세를 고쳐 잡았다.
“가기 전에 준비해야 할 것들이 좀 있다. 네놈이 가서 죽어 버리면 나도 여기서 죽어야 할 팔자이니 받아 적어라.”
“그거 고마운데.”
***
육군 교도소 소장실.
강성진 소장은 접객실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지존과 죄수 백승후를 CCTV로 지켜보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걸까요?”
“신경 꺼라. 다친다.”
분명히 지존은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있을 것이다.
소문으로는 백승후가 강한성에게 정보를 판매하고 한다.
백승후가 편안하게 독방에서 컴퓨터나 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이유는 전부 이러한 정보의 판매 때문이라고.
그리고 이러한 사실은 딱히 기밀도 아니었다.
백승후가 공공연하게 이러한 사실들을 말하고 다녔다. 물론 다른 죄수들은 허풍이 심하다며 믿지 않았다.
이미 백승후와 강한성의 관계가 그리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기에 더더욱 놈의 말을 믿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세계 지존이 여전히 백승후를 찾아오는 것을 보면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다고 여겼다.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거래’를 하고 있는 것이다.
강한성은 원래 자신의 권력을 휘두르는 사람이 아니었지만 유일하게 백승후에게는 권력을 사용했다.
물론 세계 각국의 지존들이 어떻게 행동을 하는지와 비교한다면 이 정도의 권력남용은 남용의 축에도 끼지 못한다.
백승후와 강한성은 한참 동안이나 대화를 나누더니 급기야 종이까지 주고받았다.
일종의 계약서로 보인다.
“이번 일은 중요한 것 같네요. 지존의 표정이 저렇게 심각한 것은 처음이니 말입니다.”
“나도 그렇게는 생각해.”
“우리가 계약 내용이 무엇인지 알아야 할까요?”
“내가 말했지. 죽고 싶지 않으면 함구해야 한다고.”
만약 소문이 사실이라면?
백승후가 정보원이고 그 입에서 나온 정보를 토대로 지존이 실력을 쌓아가는 것이라면?
알면 다치는 내용임이 확실했다.
똑똑.
“들어와.”
“소장님. 지존께서 찾으십니다.”
“그래? 그럼 바로 가야지.”
소장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백승후와 계약서를 작성했다.
물론 신급 던전이라는 말은 없었지만, 카이로 던전에 존재하는 아이템을 수급한다면 바로 백승후가 사면된다는 내용이었다.
지금까지는 백승후의 편의를 봐주는 정도였지만 아예 사면을 하는 것은 말이 좀 달랐다.
권력을 휘두른다면 아무런 근거 없이 백승후를 풀어주는 것이 가능하긴 하겠지만 그랬다가는 여러 가지 구설수에 오를 수 있었다.
어차피 신들의 게임만 클리어 하면 되는 나였지만, 구설수에 올라 좋을 것은 없다.
가능하면 한국이 오래 버텨주어야 하고, 그러자면 권력을 사용하는 데에도 꽤나 신중해야 했다.
이 때문에 나는 계약서를 소장에게 보여주었다.
“이건……?”
“백승후와 계약한 내용입니다.”
“소문이 사실이었군요. 정말로 백승후가 정보를 지존과 거래를 해왔던 겁니까?”
“예. 그렇지 않는다면 제가 왜 이런 범죄자를 찾아오겠습니까?”
“그건 그렇습니다.”
나와 소장이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백승후는 여유롭게 소파에 앉아 귀를 후볐다.
“다 들린다. 애초에 나를 범죄자로 만든 것이 누군데?”
“무장 탈영한 것이 범죄가 아니면 뭐라고?”
“쳇.”
소장은 꼼꼼하게 계약서를 살폈다.
혹시나 내게 불리한 조항은 없는지 보는 것이다.
당연히 계약서는 철저하게 작성이 되어 있었다.
오히려 일방적으로 백승후에게 불리하게 작성된 계약서였다.
“가능하겠습니까?”
“어차피 백승후 재소자 같은 경우에는 몇 개월 형기가 남지 않았고 이만한 일이라면 국익에도 충분히 기여를 할 수 있다고 보니 사면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 처리 좀 부탁드립니다.”
“다만 사안이 사안이라 대통령께는 지존께서 직접 말씀을 해주시면.”
“그러지요.”
나는 바로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다.
권력의 추가 정부에서 헌터들에게 넘어오고 있는 이상, 대통령은 내 부탁을 거절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내가 국가에 기여하고 있는 부분을 생각하면 출소 몇 개월을 남긴 재소자를 사면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오, 지존. 먼저 전화를 다 주시고. 영광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부탁이 있어서 말입니다.”
-부탁이요?
“제가 남한산성 육군교도소에 수감된 죄수와 정보를 거래했는데 말입니다. 던전 관련 거래이고 제가 해당 던전을 클리어 하고 필요한 아이템을 수급한다는 것을 전제로 사면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혹시 백승후 재소자 말씀입니까?
“아시는군요.”
-허허허.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지존과 정보를 거래한다고 놈이 공공연하게 떠들고 다녀 신경을 쓰고 있었지요. 놈의 말이 사실이었던 모양입니다.
“예. 안 그러면 제가 이런 호의를 베풀 이유는 없지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가능합니다. 지존께서 말씀만 하시면 바로 풀어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별말씀을. 언제 제가 한 번 찾아뵙겠습니다.
전화가 끊어진다.
백승후는 나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
“대단한 밀월관계인데.”
“무얼. 당연한 거지.”
“그래도 의외다. 나 같으면 정부 따위는 버릴 것 같은데 말이야.”
“너 같은 놈은 그러겠지.”
“하. 깨끗한 척은.”
백승후도 알고 있는 것이다.
이건 신들의 게임이었으며, 클리어를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일부분은 놈의 말이 맞았다.
어차피 승리만 하면 시간을 되돌릴 수도 있을 텐데 뭐 하러 정부를 버리지 않고 있느냐고 말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정부가 남아 있음으로 인하여 나 역시 이익을 취할 수 있었기에 버릴 수가 없는 것이었다.
대한민국 청와대.
대통령은 강한성과 전화를 끊고 바로 비서실장을 호출했다.
“찾으셨습니까?”
“박 실장. 한 가지 일 좀 해주어야겠습니다.”
“일이요?”
“이 재소자를 사면할 준비를 하세요.”
“아, 이 사람은.”
백승후는 청와대 내에서도 유명했다.
강한성이 재소자와 거래를 한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었고 실재로 놈과 거래를 할 때마다 강해져서 돌아왔다.
정부에서도 백승후에 대해서는 조사를 끝냈고 지금은 여러 가지 의문만 가지고 있는 채였다.
“도대체 백승후 재소자가 어떻게 기밀들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전까지는 그냥 평범한 사람이었는데 말이지요.”
“그걸 우리가 알 필요가 있습니까?”“그거야……. 알 필요는 없지요.”
“우리 정부는 전력으로 지존을 보필할 뿐입니다. 더 이상은 알 필요가 없지요.”
“예. 대통령님.”비서실장도 머릿속에서 떠도는 의문들을 삭제하기로 하였다.
대통령의 말대로 그는 시키는 일만 잘하면 되는 것이지 괜한 의문을 가질 이유는 없었다.
“저는 장관에게 전화를 할 테니 서류 꾸며 주시기 바랍니다. 지존의 명령이 떨어지면 바로 풀어줄 수 있게끔.”
“예.”
“금 모으기는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이미 인프라가 구축되고 있고 성황리에 거래소가 운영 중에 있습니다. 예상보다 많은 금이 모이고 있어 놀랐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제 화폐는 휴지가 되었고 칼츠가 새로운 화폐로 떠올랐는데, 그걸 헌터들만 수급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금 모으기 운동.
이는 지존의 지시에 의해 시작한 일이었다.
도대체 금이 왜 필요한지는 모르겠지만 지존이 어디선가 금으로 아이템이나 스킬 등을 구매한다고 여길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