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22
제22화. 뱀파이어 로드(1)
지옥의 땅 입구.
던전 전체에 뱀파이어의 사체들이 널려 있었다.
바닥을 뒹굴고 있는 수많은 아이템들.
헌터 규약에 따라 먼저 던전을 선점한 ‘을들의 반란’에서 공략을 시도하고 있는 중이었기에 타 길드는 접근조차 못하고 있었다.
만약 을들의 반란이 공략에 실패한다면 타 길드에서 선점을 시도할 수 있었기에 길드 입구는 인산인해다.
이곳에 출입할 수 있는 자들은 유일하게 을들의 반란과 정식 계약을 맺은 보조 길드 레몽의 직원들뿐이다.
뒤늦게 도착하여 현장으로 향하던 오세춘은 바닥에 널려 있는 사체들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도대체 어떤 전투가 있었던 거지?”
지옥의 땅 전체에 걸쳐 크레이터가 파여 있었으며 바닥에는 여기저기가 부러지고 찢어진 사체들이 즐비하다.
특히나 머리통이 쪼개져 완전히 함몰되어 있는 사체들도 많았다.
오세춘은 사체를 정리하고 있는 직원과 마주한다.
“지부장님 오셨습니까.”
“한 반장. 여긴 벌써 공략이 끝났나?”
“네. 약 두 시간 만에 다 휩쓸어 버리더군요.”
“여긴 4급 A랭크 던전 아닌가?”
레벨 40대 A급 몬스터가 나오는 던전.
이보다 상위 던전도 물론 존재하였지만 상위 랭커들이 부담 없이 사냥하기에는 이보다 좋은 장소가 없어 보인다.
즉 돈이 된다는 뜻이었다.
레몽 길드는 돈이 되는 사업이라면 광범위하게 손을 대고 있었다.
지하산업과 더불어 합법적인 사업들도 마찬가지였다.
장차 이곳은 을들의 반란과 레몽이 공동으로 관리하게 될 것이다. 정확하게는 을들의 반란 하청으로.
“그게……. 말로는 설명이 힘듭니다.”
사체 수거부의 반장 한석재는 다소 경직된 표정이었다.
무언가에 압도된 것 같은 얼굴.
오세춘은 드론 영상을 들여다봤다.
8명의 사람들이 던전을 휩쓸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6명은 인간이 아닌 엘프들이다. 한눈에도 그들이 소환수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
엘프들이 대궁을 들고 발사하는 족족 뱀파이어들의 머리통에 틀어 박혔다.
그리고는 즉사한다.
“소환사가 대단하다는 말은 들었지만.”
오세춘이 짐작하기로 강한성의 레벨은 아무리 높아야 25였다.
그런 사람이 뱀파이어를 학살했다.
유령기사 박수철이 뱀파이어와 대등하게 싸우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되었지만 강한성의 모습은 아무리 봐도 이해불가다.
화면을 들여다보던 오세춘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외공을 익혔나?”“히든 보스를 공략했었죠. 거기서 외공을 하나 건졌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사령분지 말이로군.”
“예, 맞습니다.”
크라운 길드에서 관리하는 검은 대지에서 강한성은 히든 보스 던전을 발견했다.
그곳을 공략하고 외공 하나를 얻었다고 분명히 흘리듯이 말했었다.
외공의 영향인가?
치명상을 제외한 모든 공격을 무시한 채로 탱커의 역할을 자처하였는데, 대검을 휘두르는 것은 물론이고 박투술까지 사용했다.
온갖 기술로 무장하고 있는 자.
오세춘은 화면을 보며 식은땀을 흘렸다.
강한성을 납치하고자 시도하였다면 레몽 전체가 위험해졌을 것이다.
“그리고 외부에서 들어온 소식입니다만. 다이어 울프 길드에서 이 던전의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다고…….”
“오호, 다이어 울프 길드에서?”
다이어 울프는 한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길드다.
그 말은 한국 내에서는 힘깨나 쓴다는 뜻이었으며, 힘으로 던전을 강탈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이런 갈등이야 하루 이틀이 아니었지만, 다이어 울프의 길드장인 암제 독고성의 성향이 문제였다.
“암살자와 소환사가 붙을 수도 있겠군.”
“흥미로운 싸움이 될 겁니다.”
***
보스의 방이 열리자 보이는 것은 어마어마한 마기와 온통 핏빛으로 둘러싸여 있는 공간이었다.
천장에는 인간으로 보이는 사체들이 갈고리에 걸려 있었고 거대한 관 하나와 그보다는 작은 관 두 개가 홀 중앙에 놓여 있다.
홀 전체를 뒤덮고 있는 육망성의 골을 따라 피가 흘렀으며 사방을 다이아몬드 모양의 핏빛 수정들이 둘러싸고 있다.
박수철은 그 광경을 보며 마른 침을 삼켰다.
“형님. 분위기가 장난 아니네요. 여태 많은 던전을 다녔는데 이 정도로 살벌한 곳은 없었습니다.”
“분위기만 그런 거야. 너 인마, 내가 쫄지 말라고 했지?”
“누가 쫄았답니까! 그냥 분위기가 그렇다는 거지.”
아직 어그로가 끌리지 않아 보스는 등장하지 않고 있었다.
붉게 일렁거리는 공간.
몇 발자국만 내딛으면 바로 보스가 몸을 일으킬 것이다.
“어쩔 수 없지. 내가 메인 탱커로 막고 보조를 해.”
“예, 형님.”
엘프들도 알아들었다는 듯이 군례를 취한다.
소환 잔여 시간은 60분.
이 정도면 충분히 잡을 수 있을 거라고 봤다.
시작 전에 버프 코인을 사용했다.
파아앙!
“오오!”
박수철은 신기하다는 듯이 자신의 몸을 내려다본다.
온몸에 빛이 스며들더니 각종 버프가 들어오니 이게 꿈인가 싶은 거다.
한 발을 내딛는다.
쿠구구구구!
육망성에 흐르던 피가 관으로 쭉 빨려 들어간다.
핏빛 수정들이 붉은 기운을 토했고 관들이 들썩거리며 뱀파이어 로드와 그 권속들이 깨어났다.
온몸을 검은 망토로 휘감고 있는 뱀파이어.
창백한 피부에는 혈관이 꿈틀거렸고 붉은 안광에서는 진득한 마기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두 마리의 권속.
권속들은 아름다운 여인의 형상으로 붉은 드레스를 걸치고 있었다.
뱀파이어 로드가 우리들을 보더니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먹이들이 알아서 기어 들어왔구나. 피를 빨아 마신 후에는 친히 권속으로 삼아주도록 하겠노라. 나의 반려들아. 가서 놈들을 산 채로 데려와라.”
“주인님의 명에 따르나이다.”
쐐애액!
드레스를 입은 여인들이 장검을 한 자루씩 쥔 채로 날아왔다.
대검에 신성력으로 버프를 두르고 전방에 성수를 뿌린다.
촤악!
치이이익!
권속들은 피부가 타들어 가는데도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빠르게 쇄도하였고 엘프들이 그에 발맞춰 화살을 날렸다.
화살은 권속들의 가슴에 틀어박힌다.
“끼아아악! 죽여 버릴 거야!”
콰앙!
본격적으로 전투가 시작된다.
한 마리는 대검으로, 한 마리는 건틀렛으로 검을 막아내며 전투를 시작했다.
박수철은 빠른 속도로 주변을 빙빙 돌며 근거리 공격을 먹였고, 엘프들의 화살도 지속적으로 날아오는 상황.
권속들의 드레스가 피로 물들어 간다.
‘아직은 할 만한데?’
위이이잉.
그 와중에 허공에 드론이 떠올랐다.
던전 내부에 사람이 들어오는 것은 허락되지 않았지만 드론은 예외다.
괜히 보스 공략 영상들이 올라오는 것이 아니었다.
꽈직!
건틀렛이 권속 한 마리의 얼굴에 틀어박힌다.
뼈가 부서지고 살점이 날아간다.
시간이 갈수록 권속들의 상태는 엉망이 되어갔는데, 그중 하나는 목이 덜렁거리고 척추가 반 토막이 나 버린 것 같았다.
권속의 공략은 어렵지 않다.
대검이 유려하게 휘어 덜렁거리던 목을 그대로 잘라버렸다.
서걱.
“아, 나의 주인이시여…….”
털썩
“감히!”
뱀파이어 로드의 혈기가 더욱 거세진다.
나머지 권속도 곧 그 뒤를 따랐다.
퍽! 퍽! 퍽!
엘프들의 화살이 온몸에 틀어박혀 그대로 절명한다.
쿠구구구구!
권속들은 뱀파이어 로드의 화를 돋우기 위한 도구인가?
하늘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며 어마어마한 피가 육망성을 따라 흐른다.
방금 죽어 버린 로드의 권속들에게서도 피가 뿜어져 육망성으로 빨려 들어갔고, 그렇게 모인 피는 붉은 혈기가 되어 뱀파이어 로드의 몸속으로 흡수되고 있었다.
땅이 흔들리고 천지가 개벽하는 느낌.
우리들은 한 발 물러나 상태를 살폈다.
[보스가 무적 상태에 접어들었습니다!] [남은 시간: 3분] [보스를 공략할 준비를 하세요!]“어우, 저놈 저거 꽤 살벌한데요? 권속은 일반 뱀파이어 정도던데 일종의 도구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도구, 맞다.”
하나씩 떠오르는 기억.
지옥의 땅은 아직 이 세상에 알려질 때가 아니었다.
지금으로부터 2년이 지난 시점에야 발견된다.
크라운 길드에서 발견하였으며, 검제는 인터뷰에서 지옥의 땅에 관련된 공략을 공유했었다.
[지옥의 땅은 뱀파이어 소굴입니다. 당연히 성수는 구비하셔야 하고 사제가 한 명은 꼭 끼어 있어야 합니다. 필드는 문제가 아니에요. 어떻게든 전진을 하다 보면 공략이 가능하기 마련이죠. 문제는 보스입니다.] [보스전에서 따로 준비를 해야 할 것이 있을까요?] [가능하면 운명의 단검을 사용하길 추천 드립니다. 그곳에서 나오는 권속들은 일반 뱀파이어 수준으로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권속이 죽고 나면 뱀파이어 로드가 무적에 접어드는데 그 3분 동안 준비를 해야죠. 로드의 피가 무지막지하기 때문에 근접 딜러들이 접근을 해서 운명의 단검을 터뜨리면 좀 더 수월한 공략이 가능하겠습니다.] [그러다 진영이 무너지지 않을까요?] [뱀파이어 로드는 공격보다는 방어에 특화되어 있는 놈이거든요. 운명의 단검이 터지지 않으면 한세월 걸릴 겁니다.]매우 정중한 자세로 꼿꼿하게 공략법을 이야기했었던 검제의 모습이 아직도 뇌리에 남아 있었다.
‘그래. 운명의 단검.’
일정 확률로 상대방의 피를 30%나 깎아버리는 운명의 단검은 거대 보스를 레이드 할 때에는 필수적으로 가지고 가야 하는 아이템이었다.
문제라면 운명의 단검이 터질 확률이 1%에 불과하다는 것.
그 때문에 많은 길드에서는 자금을 십시일반으로 모아 강화에 나섰다.
3분이라면 강화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운명의 단검을 준비하자.”
“운명의 단검이요? 그건 더럽게 안 터지기로 유명하잖아요?”
“안 터지지. 그런데 강화를 하면 어떨까?”
운명의 단검은 딱 두 번 데미지를 입힐 수 있었다.
처음 대미지를 입히면 HP가 70%까지 떨어진다. 그 상태에서 한 번 더 터지면 다시 30%가 감소하므로 정확하게 49%가 남는다.
피를 반이나 깎고 출발할 수 있었기에 어느 순간부터는 필수적으로 들고 다녀야 하는 아이템이 된다.
문제는 강화 수치다.
유령기사 박수철은 오랜 시간 사냥을 해왔으므로 그 확률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1%로 시작해서 +1강이 2%, +2강이 4%, +3강이 8%, 이런 식으로 올라가요. 유의미한 타격을 주려면 +4강은 되어야 하는데……. 그건 거의 불가능한 영역입니다.”
일반 유저들은 +1강부터 실패할 확률이 존재한다.
하지만 나는 아니다.
일반 상점에서 판매하는 운명의 단검은 2만 칼츠에 달하며 현금으로는 2천만 원이 넘는다.
내게 쌓여 있는 칼츠는 무려 100만에 달하니 +4가 뜰 때까지 빠르게 강화를 추진해 보기로 했다.
“불가능? 그건 해 봐야 아는 거지.”
3분이면 +4강 운명의 단검을 만들기에는 아주 적절한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