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223
제223화. 탄핵(1)
“계산……말이지요?”
“그게 계약이었습니다만.”
“암요. 하긴 해야지요.”
눈살이 찌푸려졌다.
하는 수 없이 약속을 지킨다는 뉘앙스에 내 곁에 있던 측근들의 얼굴도 구겨졌다.
박수철이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이보세요, 대통령님. 그게 말입니까, 방구입니까? 엄연히 계약에 의해 도운 것인데 그렇게 말씀을 하시면 어떻게 해요?”
“예? 제가 뭐라고 했습니까?”
“아니, 말이 그렇잖아요. 아까워 죽겠다는 표정을 팍팍 풍기면서.”
“이렇게 쉽게 카이로를 되찾을 수 있었는데 지하창고의 보물을 전부 드린다는 자체가 좀.”
“와, 이 양반 보게. 노답인데?”
“안 준다는 말이 아니지 않습니까?”
“구해줬으면 고맙다고 하지는 못할망정 사람을 무슨 강도 취급을 해? 지금 장난해요?”
“자자,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그들 가운데로 눈 알라시가 끼어들었다.
알라시는 진정으로 미안하다는 표정과 함께 한국식으로 허리를 숙여보였다.
일국의 지존이 나서니 박수철도 물러나기는 하였는데 썩 좋은 감정은 아니었다.
사실 그건 나도 마찬가지.
박수철은 여전히 툴툴거렸다.
“도둑놈 심보가 따로 없네. 지존. 이번에 계산이 끝나면 이집트를 블랙리스트에 올리시죠?”
“정말 죄송합니다!”
알라시는 연신 사과를 하였고 파얀 대통령은 눈살을 찌푸린 채로 서 있을 뿐이었다.
“계산부터 끝냅시다.”
“바로 안내하겠습니다.”
“…….”
그러나 이 순간에도 파얀은 발을 떼지 않고 있었다.
못내 아쉬운 감정이 드는 것인지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
“그럼 가시죠.”
카이로 지하수로.
이집트 자체가 문명의 발상지라고 불릴 정도로 역사가 깊었고 나일강 주변에 형성된 도시가 얼마나 오래되었는지는 아직까지도 학자들의 의견이 분분할 정도다.
그만큼이나 도시 지하는 잘 발달이 되어 있었는데, 고대수로를 몇 번이나 덮으면서 도시가 지어졌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카이로 정부에서조차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잘 모를 만큼이나 숨겨진 요소들이 많았다.
지하창고 역시 그중 하나였다.
대통령은 저 앞에서 걸어가고 있었고 나와 박수철, 이하나는 눈 알라시의 안내를 받아 지하를 걸었다.
“카이로 지하에는 수많은 무덤들이 있습니다. 흔히 왕들의 무덤은 피라미드에 한정하여 생각을 하지만 그건 아니지요. 피라미드 도굴이 빈번하게 일어나자 많은 파라오들이 오히려 지하에 묘지를 건설하는 것을 선호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렇게 수천 년이 흐르면서 얼마나 많은 유물과 유적들이 지하에 건설되어 있는 것인지 모를 지경이 되었습니다.”
“건물을 지으면서 많이 발굴했겠습니다.”
“물론입니다. 유적들이 발견되면 보강을 하여 건물을 짓기도 하였고 지하철이 발달하기 시작하면서는 더욱 복잡해졌지요.”저벅 저벅.
우리들은 역사적인 도시의 지하를 걷는다.
도대체 얼마나 오래된 벽돌인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이렇게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하의 미로들이 유지되고 있는 것을 보니 고대 이집트의 건축기술은 상상을 뛰어 넘었던 것이 분명하다.
피라미드는 여전히 세계 7대 불가사의로 지정이 되었을 지경.
지하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는 환기가 되는 것인지 눅눅한 냄새는 그리 나지 않았다.
하긴, 습도가 높았다면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유지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끄아아악!”
곳곳에 보이는 벽화를 감탄 어린 눈으로 감상하며 걷다가 비명소리가 울려 퍼지자 바로 알라시가 전방으로 달려갔다.
좀비 하나가 파얀의 팔을 물어뜯었다.
서걱!
바로 알라시에 의해 좀비의 목이 몸통에서 분리됐다.
“으아아! 살려주십시오!”
“생각 같아서는 그냥 죽게 두었으면 좋겠는데.”
“그러게 말이야.”
박수철의 말에 이하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눈 알라시를 비롯한 헌터들은 일선에서 직접 싸웠기에 우리가 아니었다면 이집트 자체가 지도에서 사라졌을 거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벙커에 숨어 있었던 대통령과 정부 관료들은 우리가 너무 쉽게 적들을 격파하면서 계약의 이행 자체를 아까워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었으니 밉상인 대통령이 죽어버렸으면 하고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는 일.
최상급 성수를 상처에 떨어뜨리자 치이익, 연기가 나며 몸에 잠식되던 기운이 사라진다.
순식간에 상처도 아물었다.
성수가 아니었다면 당연히 대통령은 언데드로 변했을 것이다.
“으으, 젠장! 알라시! 당신이 앞장서십시오!”
“뭐, 그러지요.”
30분 정도 걸었을까.
지하미로로 깊게 들어가면 갈수록 언데드 몬스터의 빈도가 높아졌다.
꼭 언데드뿐만이 아니라 하급 몬스터들의 소굴처럼 곳곳에 퍼져 있었는데 길을 잃고 말라비틀어진 몬스터 사체들도 있었다.
워낙에 지하미로가 복잡해서 길잡이가 없다면 우리들도 길을 잃을 지경이다.
물론 우리 같은 경우에는 길을 잃어도 지상으로 뚫고 올라가겠지만.
“여깁니다.”
평범해 보이는 석문이다.
이마저도 작은 홈이 석문이라는 것을 표시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문을 열자 드러나는 풍경은 바깥과는 달랐다.
길고 넓은 회랑에는 여러 조각상들이 쭉 배치되어 있었고 문화유산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곳곳에 설치된 장식품.
회랑의 끝에는 거대한 홀이 있었으며 한가운데 석관이, 그리고 주변에는 금화와 보석들이 깔려 있었다.
그야말로 금이 산처럼 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알라시가 그 광경을 보며 설명했다.
“고대의 왕들 중에서는 이처럼 지하무덤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무덤에 쌓아 둔 부는 파라오가 사후에 사용하는 자금이 되기에 막대한 양의 금화와 보석을 놓아두는 경우가 허다하였지요.”
“엄청나군요.”
금도 금이지만 보석이 발치에 굴러다녔다.
주먹만 한 보석들이 널려 있을 지경이었기에 이 무덤 하나에 수십 조 이상의 가치가 있을 것은 분명하다.
특히나 지금은 화폐가 휴지조각이 되었으니 수백 조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럼 계약에 따라서 이곳에 있는 금화와 보석들은 제가 수거하겠습니다.”
“하……. 그러시죠.”
여전히 대통령은 불퉁한 표정이었다.
눈 알라시는 그런 대통령을 제지하며 앞으로 나온다.
“이곳 지하는 피라미드와 연결이 되어 있는 곳도 있습니다. 세상이 이 지경이 되기 전에는 정부 차원에서 탐사를 지속적으로 해왔는데 10년 전부터는 조사를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보다시피 몬스터들이 갑자기 튀어나오기도 하였고 워낙에 복잡하여 길을 잃기 십상이었거든요.”
“그렇습니까?”
나는 알라시의 말에 눈을 빛낼 수밖에 없었다.
이집트처럼 오래된 국가에는 이렇게 연대를 측정할 수 없는 보물창고들이 많았다.
특히나 카이로 주변의 수도권 도시들을 모두 털어낸다면 엄청난 양의 보물들이 발굴되지 않을까 싶었다.
어차피 이제는 가치가 없어진 물건들.
하지만 내게는 진귀한 가치가 있었다.
“지존. 우리 식사 좀 하시죠.”
“예? 우선 여기 있는 보물들을 밖으로 끌어내야.”
“그건 걱정 마시고요.”
바로 아공간을 열고 소환수들을 동원한다.
마법을 사용하는 소환수들은 순식간에 아공간으로 보석들을 밀어 넣었다.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보물들은 모조리 쓸어 담는 것이다.
작업은 10분도 되지 않아 완료하였다.
“이제 됐습니까?”
“그렇……군요. 가시죠. 아직 카이로 동부는 무너지지 않았으니 식사를 대접하겠습니다.”
M호텔 카이로지점.
이 난리 통에도 M호텔은 건재하였다.
워낙에 좋은 자리에 지어지기도 하였고 M호텔 내에는 일부 헌터들도 경호원들로 상주를 하고 있었기에 비교적 멀쩡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스카이라운지.
한때에는 상당히 운치 있는 조망이었을 것으로 예상이 되었지만, 도심 내부는 파괴되고 피칠갑이 되어 있었다.
여전히 구조는 진행되고 있었으며 곳곳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기도 했다.
도시가 발달해 있다는 것은 지하와 지하철 등의 어두운 곳이 많다는 뜻이었으며, 겉으로 보이는 이외에도 헌터들이 들어가 전투를 하고 있을 것이었다.
“카이로처럼 역사적인 도시가 이렇게 망가지다니. 굉장히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래도 지금은 카이로 전역이 회복에 들어가고 있었다.
속속 사람들도 구조가 되고 있었는데, 성벽만 완성이 된다면 이곳에서 다시 문명을 이어나갈 수 있을 정도는 될 것이다.
나는 이곳에서 밥을 먹으며 눈 알라시와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그럭저럭 눈 알라시는 깨어 있는 사람이었다.
식사가 끝나고 차를 마신다.
여기서 나는 본론을 꺼냈다.
“아마 카이로 근처의 도시들에도 많은 사람들이 살아남았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럴 겁니다.”
“제가 수도권을 청소해 드리겠습니다.”
“……!”
알라시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사실 카이로 정도만 청소가 되어도 충분하다고 여기고 있었는데 수도권까지 청소해 준다고 하니 놀란 것이다.
물론 공짜는 아니었다.
“조건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각 도시 지하에 잠들어 있는 보물들에 대한 소유권을 주시죠.”
“보물이요?”
“정확하게는 금과 보석만 가져가겠습니다.”
“금과 보석들은 이제 무용지물이 아닙니까? 하필이면 왜 그런 것들을 모으는지 여쭈어 봐도 될까요?”
“쓸모가 있어서 그럽니다.”
“아, 예.”
이 이상은 기밀이라 밝힐 수가 없었다.
알라시의 표정은 매우 심각했다.
“제 제안이 마음에 들지 않으십니까?”
“아니요!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만약 그리 해주실 수만 있다면 이보다 좋은 일은 없지요. 다만.”
“다만?”
“고대문명의 보물들이라면 정부에서 승인이 나야 합니다.”
“이미 이집트 정부는 무너진 것으로 아는데요.”
“그렇다고 해도 법적으로는 대통령이 살아 있는지라.”
“정부가 무너지고 멸망지경이라면 당연히 헌터들에게 권력이 이양되지 않겠습니까? 사람들이 목숨 걸고 싸우고 있는 동안 지하벙커에 숨어있던 자에게 무슨 자격이 되겠는지요? 게다가 파얀 대통령은 나름 헌터 출신이라고 들었는데.”
“그렇기는 합니다만.”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마시죠. 알라시 님도 주저가 되신다면 그냥 없었던 일로 하겠습니다.”
알라시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장고를 하는 것으로 보였는데, 과연 정부권력을 자신이 이어 받아도 문제가 없는지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나는 그에게 조언을 해주었다.
“정부는 무너졌습니다. 이집트라는 국가는 사라졌다고 봐도 무방하지요. 정 불편하시면 대통령을 바꾸시죠?”
“쿠데타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아니요. 투표라도 해서 바꾸라는 것입니다. 제가 보기에 이집트의 법은 무너지고 공권력 자체가 사라진 상황인데 여전히 정부를 따르고 있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공권력이 있어야 정부가 유지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지금은 당신이 공권력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