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224
제224화. 탄핵(2)
카이로 M호텔 VIP룸.
대통령궁이 박살이 나는 바람에 파얀의 집무실은 이곳 M호텔이 되었다.
복원을 시도하고는 있었지만 언제가 될지 알 수 없었고 여기서 미래를 계획하고 있는 중이었다.
“대통령님. 과연 헌터들이 협조를 할지 모르겠습니다.”
“협조하지 않으면? 우리에게는 헌법이 있고 아무리 알라시라고 해도 법을 무시할 수는 없을 거야.”
“전 세계의 사례들만 보아도 그런 식으로 돌아가지는 않습니다. 권력이 헌터들에게 이동하고 있으니까요. 공권력이라는 것이 사라지지 않았습니까?”
공권력의 근원은 무력이었다.
국가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우선 군대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세상은 어떻게 변하고 있나?
과거에는 국가의 적이 인간이었지만 지금은 불가해의 존재가 적이었다.
몬스터, 혹은 악마들은 오직 헌터만 상대를 할 수 있었으며 군대는 오래 전부터 유명무실해졌다.
그동안에는 대인전에서는 살상력을 가지기에 정부권력이 유지되고 있었으나 지금은 세상이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살상력을 가지지 못한 군대는 밀려나고 그 자리를 헌터들이 채우고 있었다.
군대가 멀쩡하다고 가정하였을 때에도 헌터들이 엄청난 권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떨까.
이집트의 군대는 해산되었고 경찰력도 무너졌다.
이런 상황에서 법을 들먹이며 헌터들에게 따르라고 한다면 부작용이 심각할 것이다.
부관은 이러한 점을 걱정하는 것이다.
“알라시 그놈은 사람이 물러. 결코 권력을 빼앗지 못할 것이야.”
“과연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벌컥!
VIP룸이 열리고 알라시를 비롯한 헌터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완전무장을 한 채였는데 한눈에 보기에도 살벌한 분위기를 풍겼다.
이 시점에서 이미 부관은 뭔가 일이 터졌다는 것을 직감하였으나 여전히 대통령은 큰소리를 쳤다.
“알라시!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인가?”
“이야기 좀 하시죠.”
“이야기를 하려거든 절차를 거쳐 요청하면 될 일이 아닌가.”
“앉으시죠.”
“지금 명령하는 건가?”
“명령하는 겁니다만.”
“이 사람이 지금. 막나가자는 거야 뭐야? 쿠데타라도 일으키려는 건가?”
“쿠데타라니요? 정부가 있어야 쿠데타를 벌이는 것이지 지금 이집트에 정부가 어디에 있습니까?”
“뭣이!?”
“앉으라고 했습니다. 머리에 구멍 나기 싫으면.”
“…….”
쿵!
한 헌터가 대검으로 바닥을 내리쳤다.
미세한 진동이 감지된다.
여기서 말을 듣지 않으면 무력을 동원하겠다는 강경한 뜻으로 보인다.
부관이 대통령의 팔을 붙들었다.
“알라시 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정부가 무너진 지가 언제인데 권력 타령입니까? 가시죠.”
“놔라! 나는 대통령이야. 합법적으로 이집트의 수장이 된 사람이란 말이다.”
“지존. 그냥 죽이시죠? 도저히 답이 없습니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는 강력한 지도자가 필요합니다. 위기 상황에서 지하벙커에만 처박혀 있는 사람이 무슨 국가수반입니까.”
“그럴까?”
“이, 이봐. 진짜 쿠데타를 일으킬 생각은 아니지?”
“끌고 와.”
“예!”
“자, 잠깐!”
퍼억!
헌터들이 우악스럽게 파얀을 끌고 와 알라시의 발치에 무릎 꿇린다.
알라시는 문서를 읽어 내려갔다.
“이집트 정부는 무능함 때문에 각국에 도움을 요청하는데 실패하였다. 이로 인하여 수천만에 이르는 국민들이 학살되었으니 이는 모두 대통령 파얀 엘라의 실책이다.”
“……!”
“사형을 해도 마땅치 않으나 현 정부는 자비로워 추방형으로 마무리한다.”
“뭣이!?”
“지장 찍어라.”
“이게 무슨 짓……!”
헌터들은 강제로 문서에 지장을 찍게 하였다.
이제야 파얀은 돌아가는 상황을 알았다.
군대와 경찰은 물론이고 모든 공권력이 무너진 이상은 헌터계 지존이 정부의 수반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생존이다.
우선은 살고 보아야 했는데 위기를 외면하는 정부의 수반은 사라져야 마땅했다.
지금 추방을 당하면 어찌 될까?
바깥은 지옥이다.
“잠깐만요! 살려 주십시오!”
파얀은 그제야 다리가 후들거리고 눈동자에 힘이 풀렸다.
지금껏 눈 알라시는 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활동을 해왔기에 지금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 실책이었다.
힘이 없는 상태에서의 강압은 꼴불견일 뿐이었고, 이집트가 무너진 것은 분명 파얀의 실책이었으니 사형을 내려도 이상할 것이 전혀 없었다.
“이미 국민 대다수가 우리를 선택했거든. 네놈이 원흉이라는 것을 국민들도 알고 있어.”
“아니야! 나는 잘못한 것이 없다!”
“끌어내라!”
“예!”
오늘, 이집트 정부 수반으로 눈 알라시가 추대되었다.
***
단 하루.
카이로의 모든 몬스터들이 사라지는데 걸린 시간이다.
수백에 이르는 소환수들이 24시간 활동하였고, 한국에서 온 헌터들과 이집트 헌터들이 합심을 하여 몬스터를 박멸한 것이다.
사건은 또 있었다.
내 조언을 받아들여 눈 알라시는 파얀 대통령을 축출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투표 비슷한 것이 있기는 했다.
구두로 시민들의 의견을 불었고 만장일치로 현 대통령이 축출되어야 한다는데 동의하였다.
법원이 무너진 마당인지라 정식적인 법적인 절차를 거치지는 않았지만 이만하면 매우 민주적으로 탄핵을 한 것이었다.
파얀에게 내려진 선고는 추방형.
어찌 보면 이건 사형보다 잔인한 일이었다.
“내가 조언을 하기는 했지만 행동이 빠르군요.”
“눈 알라시도 파얀이 집권하는 이상 이집트가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거죠. 매우 거슬리기도 했고요.”
“그건 저도 그렇습니다.”
그래도 이집트와 같은 경우에는 좀 나은 편이었다.
나와 협상할 수 있는 카드가 있었으니까.
아프리카의 수많은 국가들이 이러한 기회조차 갖지 못한 채로 무너졌다.
내가 가용할 수 있는 인력에도 한계가 있었으니 그들을 모두 구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고, 어차피 목표는 게임의 클리어였으니 조금은 냉정해질 필요도 있었다.
타다다다!
도시 한복판에 헬기가 대기하고 있었고 M호텔에서 파얀 엘라가 끌려나온다.
그래도 눈 알라시는 다른 관료들까지 숙청하지는 않았다.
국가기반이 무너졌다고 해도 관료들까지 모조리 숙청을 해버리면 행정업무가 돌아가지 않는다.
눈 알라시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이거 놔라!”
“와아아아!”
파얀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지만 시민들은 환호성을 내지른다.
눈 알라시 입장에서는 모든 죄를 파얀이 가지고 가는 편이 좋았다. 그래야 새로운 이집트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아프리카 전역이 절단 난 상황에서 이러한 노력이 어느 정도의 결실을 거두게 될지는 몰랐지만.
이러한 노력 자체는 잘못된 것이 아니었다.
잠시 후 헬기가 날아오른다.
헬기는 카이로에서 몇 킬로미터 떨어지지 않은 곳에 떠 있었다.
나는 망원경으로 황량한 사막을 살폈다.
언데드가 몰려들기 시작한다.
파얀은 그곳에 던져졌다.
“끝났군.”
“와, 그렇게 잘난 척을 하더니 꼴좋네요.”
모든 절차(?)를 마치자 눈 알라시가 내 방을 찾아왔다.
똑똑.
“들어오세요.”
“감사합니다, 지존. 지존의 조언대로 처리를 하였더니 한결 낫습니다. 도시를 복원하는데 거치적거리는 사람도 없고요.”
“앞으로는 생존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이집트도 그렇지만, 나름대로 멀쩡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들도 곧 무너질 겁니다.”
“그렇게 될까요?”
“확신합니다. 지금까지가 1차 징조였다면 곧 2차 징조가 일어납니다.”
“……!”
알라시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이번 공격만 해도 멸망에 이르는 타격을 받게 되었는데 2차 공격이 시작되면 버틸 수 없을 것이 분명하였기 때문이다.
“지, 지금도 막지 못했습니다. 만약 2차 공격이 일어난다면.”
“어떻게든 금과 보석을 모아주세요. 2차 공격이 시작되면 한국의 공격을 1차로 막고 이집트로 달려오겠습니다.”
“정말입니까!?”
“예.”
그에게 있어서는 내가 유일한 동아줄일 것이다.
2차 공격이 들어가면 이집트는 진정한 멸망이었다.
“발굴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각 가정을 뒤지고 금 거래소를 털어 마련을 해두겠습니다. 그러니 반드시 저희를 지켜주십시오!”
“제 힘이 닿는다면.”
나 역시도 확신할 수는 없었다.
만약 한국에 그러한 공격이 들어온다면 먼저 막아야 한다.
한국을 막는 동안에 이집트가 멸망을 한다면 그것도 별수 없는 일이다.
어디까지나 자국민을 우선적으로 지켜야 했으니까.
“그러니 강해지시기 바랍니다. 앞으로 살아남기가 더 힘들어 질 테니까요. 그리고 최악의 경우에는.”
“최악의 경우……에는?”
“헌터들과 그 가족들은 한국으로 들어오실 수 있도록 힘을 써보겠습니다.”
“그건 정말 최악의 상황이 와야 가능한 일이겠군요.”
“맞습니다.”
지금 한국은 인구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었다.
한강 이북지역을 완전히 포기하면서 엄청난 인구가 남하하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제 사람들은 서울과 수도권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날 밤.
여전히 카이로의 여러 구역들이 청소되고 있었고 사람들도 속속 구조되는 중이다.
한국의 헌터들은 카이로를 넘어 수도권을 청소하고 있었으며 내 소환수들도 동참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래도 적 주력이 격파되었기에 손쉽게 적들을 쓸어 나가고 있었다.
몬스터들이 한곳에 집중되지 않고 전역으로 흩어지게 되었고 각개격파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수도권 청소가 한참 걸릴 것 같았지만, 일주일 정도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다.
나는 여러 가지 일들을 지시하기 위하여 이하나를 호출했다.
호텔 테라스에서 이하나와 마주한다.
“야경이 정말 훌륭하네요.”
“좋지 않은 모습이 다 가려져 있기 때문이죠.”
“이 야밤에 어디 떠나시나요? 뭘 그렇게 무장을 다 하고 계세요.”
“한 2~3일 정도 다녀와야 할 것 같습니다.”
“예? 어디를 말인가요?”
내가 이집트에 온 이유.
물론 이곳에 엄청난 양의 금과 보석들이 잠재되어 있기도 하였지만, 그보다는 신급의 던전을 클리어 하기 위해서였다.
신급 던전.
백승후의 말에 의하면 신급 던전은 이 세상에 단 하나만 존재한다고 한다.
앞으로도 파밍은 계속되겠지만 나의 헌터 생활은 신급 아이템을 가지고 있던 시기와 그렇지 않은 시기로 구분이 된다고 보아도 무방하였다.
“던전에 다녀오려고요.”
“네? 혼자서요?”
“1인 던전이기도 하고 레벨이 워낙에 높아서 다른 분들은 데려갈 수가 없습니다.”
“권장레벨이 어떻게 되기에요?”
“120이라고 하더군요.”
“……!”
이하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권장레벨 120.
그 말은 현존하는 최고레벨 던전이라는 뜻이었다.
“괜찮으시겠어요!? 우리는 지존을 잃으면 끝장이에요.”
그녀는 식은땀까지 흘렸다.
던전의 레벨만 들어도 걱정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나는 어깨를 한 번 으쓱여 주었다.
“클리어를 할 수 있기에 가는 겁니다. 그리고 제가 소환사가 아니었다면 절대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았겠죠.”
“지존의 뜻이 정 그러시다면.”
“제가 없는 동안 지휘를 부탁드립니다. 한 3일 걸릴 겁니다.”
“그동안 최대한 카이로 수도권을 회복하고 있을게요.”
“부탁드리겠습니다.”
나는 짐을 꾸려 신급 던전에 도전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