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234
제234화. 지혜의 전령
“물론이에요.”
상당한 충격이다.
어렴풋이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했다.
난이도가 워낙에 높으니 모든 사람들이 죽고 끝이 날 것이라는.
전생이야 연습게임이라고 쳐도 본게임도 난이도가 워낙에 높았다.
시련이 시작되자마자 50개국이 멸망했다.
1차에 그 정도 국가들이 떨어져 나갔다면 2차에는 얼마나 많은 국가들이 멸망할지 예측조차 할 수 없을 지경이다.
어쩌면 전 세계 반 이상의 국가들이 이번에 멸망할지 모르는 일.
그렇다고 내가 나서서 다 정리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자국 우선주의로 행동을 해야 하고 여력이 있을 때나 돕는 것이지, 한국을 내팽개치고 나설 수는 없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죽을 것이다.
게임이 후반에 이르게 된다면.
나조차 살아남을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그것 참 안타까운 사실이군요.”
“그래도 예정자님은 강력한 우승후보이시니 한 가지 정보를 전해드리기 위해 왔어요. 여신께서 상당한 카르마를 지불하시고 저를 보내셨죠.”
“감사한 일이군요.”
“괜찮아요. 이 정도는 인과율에 위배되는 일은 아니니까요.”
“앉으시죠. 그리고 천천히 이야기를 나눠봅시다.”
문득 손님을 그냥 세워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혜의 전령이라고 해도 하나의 인격체였는데 잠깐 실례를 범했다.
하지만 그녀는 딱히 그리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
오히려 황송한 표정이다.
“제가 이렇게 대접을 받을 위치는 아닌데.”
“뭘요. 천계에서야 제 등급이 조정되었을지 모르겠지만 저는 여전히 인간일 뿐입니다.”
“역시 우승후보다우세요.”
그녀에게는 따듯한 커피를 대접했다.
혹시 과자도 좋아할까 싶어 커피에 어울리는 과자를 주었는데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아예 한 통 드릴까요?”
“그래주시면 감사하죠!”
“오실 때마다 슈퍼에 들러서 사 가시면 좋을 텐데.”
“그럴 수는 없어요. 돈이 없는 걸요.”
나는 그녀에게 당장 사용할 수 있는 칼츠를 쥐어 주었다.
무려 1만 칼츠였으니 여기서는 수천만 원에 해당했다. 그만하면 어마어마한 양의 과자를 구입할 수 있을 것이다.
한동안 훈훈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본론으로 들어간다.
“여신께서 당신을 보내신 이유를 들어보도록 하죠.”
“아시겠지만 2차 시련이 시작되기 직전이에요. 화산폭발이 일어날 것이지만 그건 그냥 자연현상이고, 각 폭발지에서는 수십만에 이르는 악마와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와요. 웬만한 국가들은 멸망하겠죠.”
“…….”
실로 어마어마한 이야기였다.
수만도 아니고 수십만 단위란다.
그 정도 웨이브는 전생에서도 보기가 드물었다.
각국의 헌터들은 많아야 1만, 대개는 5천을 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수십만의 몬스터가 나와서 휩쓸어 버리면 그 어떤 국가들도 멀쩡하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도 마찬가지.
그래도 비교적 대비가 잘되어 있는 서울을 직격할 것이라 예상을 하였기에 이 정도였지, 남쪽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으면 지방 도시들은 버틸 수가 없을 것이다.
“대비를 잘해야겠습니다.”
“그보다는 3차 전직을 하셔야 해요.”
“3차 전직이라.”
“네. 지금 2차 전직 상태이신데, 이번 재앙을 막으려면 3차 전직을 하셔야죠. 그래야 막을 수 있다고 여신께서 말씀하셨어요.”
“하지만 제가 자리를 비우면…….”
“앞으로 10일 남았어요.”
“좋은 정보로군요.”
“이 정보 때문에 여신께서 많은 카르마를 쓰셨죠. 예정자님을 키우기 위해서요.”
지혜의 전령은 실로 어마어마한 정보를 쾌척해 주었다.
지금 상황에서는 언제 화산이 터질지 몰라서 자리를 비울 수가 없었다.
바로 내일 재앙이 일어나면 어떻게 될까?
내가 없는 한국은 그리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다.
이 때문에 고민이 많았는데 지혜의 여신이 전령을 보내 이 문제를 해결해 주었다.
어차피 지금 상태로는 막더라도 피해가 극심하다는 것.
반드시 3차 전직을 완료해야 한다.
“3차 전직 자체는 일주일이면 완료될 것으로 보이지만……. 철저하게 준비를 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목숨을 걸어야 할 수도 있다고.”
“이 상태로도 목숨을 걸어야 합니까?”
“소환사이시잖아요.”
그러고 보니 전생에서도 소환사 3차 전직은 들어 본 적도 없었다.
모두 1차 전직 상태로도 군단을 이끌었는데, 전직의 난이도가 워낙에 높았기 때문이라 짐작된다.
“그러니 오늘 밤에 준비를 완료하시고 내일 도전하기를 추천 드립니다.”
“감사할 따름입니다.”
“오늘 감사했어요. 천계로 돌아가기 전에 과자를 잔뜩 사가야겠어요. 천계로 올라오시면 보답할게요!”
“굳이 그럴 것까진.”
“여신의 가호가 함께하시길.”
“아, 예.”
그녀는 부리나케 뛰어 나갔다.
천계의 천사들이 지상으로 내려오려면 그들을 거느린 신이 카르마를 써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 때문에 천사들이 잘 내려오지 못하지만 내려온다고 해도 돈이 없어서 뭔가를 사갈 수가 없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내일이 되면 세상이 뒤집어지겠는데.”
이런 상황에 천사가 나타났다.
그것도 모자라 슈퍼에서 과자를 잔뜩 구매하여 올라간다니.
듣도 보도 못한 이슈가 될 것이다.
자정이 다 되어서 이하나를 호출했다.
역시 그녀는 아직 잠자리에 들지 않고 있었다.
전방으로 헌터들을 배치하고 마공포를 점검하였으며 서류들을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다소 피로한 표정으로 방문했다.
“안 주무셨어요?”
“하나 씨. 부탁이 있습니다.”
“제 상태 안 보이세요?”
“오늘 지혜의 전령이 방문했다가 갔습니다. 앞으로 10일 후에 화산이 폭발한다고 하더군요.”
“네!? 정말인가요!?”예상대로 그녀는 깜작 놀라고 말았다.
화산이 나타난 이상 언젠가 폭발을 하기는 할 것인데 그게 언제가 될 것이라고는 짐작을 하지 못하고 있으니 당연했다.
이런 가운데 여신이 정보를 전해 주었으니 놀랄 수밖에.
나는 그녀에게 앞으로 일어날 일을 간략하게 설명해 주었다.
흔들리기 시작하는 이하나의 눈동자.
급기야는 몸을 덜덜 떨었다.
“수십만……이요? 정확한 수치는 모르죠?”
“30만이 넘는 건 확실합니다. 화산에 따라서는 백만에 육박하는 경우도 있을 테고.”
“…….”
그녀는 할 말조차 잃어버렸다.
백만?
말이 백만이지 그 숫자의 몬스터가 남하하면 다 죽일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그 지경이 되면 아예 한강 이북 지역은 무법지대가 된다. 북한으로 몬스터가 올라가길 바라는 수밖에.
“저, 저를 호출하신 이유가.”
“그걸 막으려면 필히 제가 3차 전직을 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약 3천 마리의 소환수를 거느릴 수 있게 되죠.”
“와! 정말이요!?”
“네.”
“그렇다면 반드시 해야죠. 무슨 일이 있어도.”
“그래서 하나 씨가 그 동안 내부단속을 해주셔야 합니다. 대통령과 협업하여 10일 동안 한강 이북 지역에 존재하는 원자재를 최대한 거두어 와야 하는 거죠. 이제 시간이 없으니 말입니다.”
“물론이에요.”
거의 한 시간에 이르는 동안 그녀와 회의를 했다.
어떤 식으로 준비를 하고 병력을 배치해야 하는지 말이다.
만약이라도 내가 늦으면 최대한 버텨야 한다는 것까지 당부했다.
이하나가 돌아가고 나는 바로 3차 전직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준비라고 해 봐야 평소와 다를 바는 없었다.
최소한 일주일, 늦으면 2주까지 걸릴 수 있는 여정이다.
3차 전직이라는 것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었으며, 전생과 현생을 통틀어 소환사 3차 전직에 성공한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그만큼 난이도가 높다는 뜻이었는데, 만약이라도 내가 늦으면 그동안은 헌터들이 알아서 막고 있어야 한다.
악마류와 몬스터가 수십만이나 움직일 것이며 그중 반만 남하를 해도 엄청난 사태가 일어난다.
그래도 일산과는 거리가 꽤 있었고 몬스터들이 사방으로 흩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잘하면 2주일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것이지만 그래도 최대한 빠르게 공략을 마치고 돌아오는 것이 좋았다.
지혜의 전령이 경고까지 하고 간 것으로 봐서는 이번에 수도 없이 많은 국가들이 멸망할 것으로 보였다.
진정한 멸망의 때가 이번 기회를 통하여 도래하는 것이다.
든든하게 식량을 챙기고 소모품도 가득 아공간에 저장했다.
모든 준비를 끝내고 숨을 몰아쉬었다.
상태 창을 열자 눈앞에 버튼 하나가 활성화 되어 있었다.
[3차 전직퀘스트를 진행하시겠습니까?] [Y/N]Y버튼을 누르자 포탈이 하나 형성된다.
아무런 위화감도 없어 보이는 포탈이었는데,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살벌한 문구들이 튀어 나왔다.
[전직의 방으로 입장합니다.] [한 번 들어가면 전직에 성공하기 전까지 나올 수 없습니다.] [포탈이 열린 상태에서 전직을 포기하면 영원히 기회를 잃습니다.] [난이도가 대단히 높습니다.] [사망의 위험이 높습니다.] [그래도 입장하시겠습니까?]“…….”
전직을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여기서 포기를 하면 다시는 전직을 위한 포탈이 열리지 않는다.
게다가 지금의 상태에서도 사망의 위험이 높다는 것을 보면 난이도가 상상을 초월한다는 뜻과도 일치하였다.
어째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들보다 던전 등의 포탈을 이용하는 공략이 더 어려운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쨌거나 여기서 전직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
바로 포탈을 넘는다.
[전직의 방에 입장하셨습니다.] [전직에 성공하기 전까지 현실로 나갈 수 없습니다.]주사위는 던져졌다.
죽이 되던 밥이 되던 여기서 전직을 하고 나가야 한다.
전직하는 것이 너무 늦어지면 현실이 초토화 될 수도 있었으므로 가능하면 빠르게 전직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직의 방은 한가로운 동산이었다.
동산에는 거대한 나무가 하나 있었고, 그 아래 그늘에는 편안해 보이는 의자가 몇 개 있었다.
그중 한 의자에 한 여자가 앉아서 쉬고 있었는데, 그녀의 좌우측으로 포탈이 두 개 형성되어 있었다.
왼쪽의 포탈은 붉은색이었고 오른쪽의 포탈은 검은색이다.
도대체 뭘 어떻게 전직을 하라는 것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눈을 감고 바람을 만끽하고 있는 여자.
다만 복장을 보면 도저히 이 시대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나풀거리는 흰 천을 두르고 있었으며 신발도 신지 않았다.
매우 아름다운 얼굴을 가지고 있었으며 머리에는 왕관 비슷한 티아라를 쓰고 있었다.
한눈에 보아도 고가로 보이는 지팡이가 의자에 비스듬하게 기대어져 있다.
그녀는 이제야 나를 발견했는지 눈을 떴다.
신비롭게 빛나고 있는 눈동자.
“오셨군요. 기다리고 있었어요.”
“저를 말입니까?”
“천계에서 소문이 자자하신 분이잖아요. 그러니 모를 리가 없죠.”
그녀는 의자에서 일어나 내게 다가왔다.
대충 짐작은 된다.
그녀는 3차 전직을 위한 안내자였다.
“궁금하신가요? 3차 전직의 내용이 무엇인지.”
“네. 궁금합니다. 개요부터 설명을 좀 부탁드립니다.”
“개요 자체는 간단해요. 고대 신 프레아와 직접 계약을 맺는 것. 이것이 3차 전직의 요지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