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236
제236화. 3차 전직(2)
인형을 상대로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다.
무려 500마리의 인형을 조종하게 되었을 때, 정신적으로 한계에 봉착하였다.
그러나 시스템은 끊임없는 발전을 요구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알 수 없었다.
일주일?
아니다. 체감상 그 이상의 시간이 흐른 것으로 짐작이 되었는데 그렇다고 여길 나갈 수도 없었다.
끊임없이 실패와 성공을 반복하였으며, 성공을 할 기미가 보였을 때에는 연습을 위하여 포기를 하기도 했다.
그리고 마침내 10단계.
도전을 앞두고 잠시 재정비를 마친다.
HP와 MP를 회복하였으며 10차 도전을 진행시켰다.
도전과 동시에 펼쳐진 대설원.
여전히 내 능력은 제한이 되어 있었다.
주어진 조건으로만 클리어가 가능하였으며, 500마리의 강철 인형을 이용하여 대설원에 존재하는 모든 몬스터를 쓸어버려야 한다.
이곳에는 아이스 골렘을 포함한 아이스 트롤, 에티 등이 깔려 있었는데 그 키가 5미터에 육박하는 놈들도 있었다.
게다가 빠르기까지 하다.
‘이거……. 깰 수 있나?’
꽈직!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에 강철 인형 몇 마리가 찌그러진다.
소환수들을 하나하나 컨트롤하고 있는지라 바로 정신에 타격이 들어온다.
강철 인형은 거대한 아이스 골렘에게 밟혀 죽었는데, 머리가 살짝 지끈거렸다.
바로 정신을 차리고 지금까지 배워온 진형진법에 혼신을 쏟는다.
1~2단계를 제외하고는 전부 내가 불리하게 설정이 되어 있었다.
적들의 인공지능(?)은 매우 뛰어났고 마치 기계가 움직이는 것처럼 칼 같았다.
2차 전직 때와는 차원이 다른 난이도.
내가 강해졌다고 해서 쉽게 깰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오직 가지고 있는 소환수만으로 상대를 해야 했으니 더욱 어려웠다.
지금까지 나는 소환을 보조적인 수단으로 사용해 왔다.
검술과 마법, 궁술, 신성마법 등을 골고루 익혀 메인 탱커와 딜러 역할을 해왔다. 소환수들로는 주변 몬스터를 쓸어버리는 용도로 사용을 해왔던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는 달랐다.
내 힘은 제한되어 아무런 능력도 없었다.
아이템 하나조차 갖추지 못한데다 힘은 일반인보다 못했다.
그 덕분에 강철 인형의 어깨에 타고 이동을 해야 했는데 이게 가장 갑갑하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꽈직!
열 마리 정도의 강철 인형들이 진형을 이루며 아이스 골렘 한 마리를 상대하였는데, 당연히 칼이 먹혀들지 않았다.
궁술을 사용하여 핵을 뚫어보려 하였으나 그마저도 무용지물.
이런 괴물들 수백 마리가 몰려들자 곧바로 쓸려 나가기 시작하였고, 마침내 나 역시 발길질에 맞아 사망했다.
[1차 시도에 실패하였습니다.] [10분 후, 2차 시도가 진행됩니다.]“하.”
어처구니가 없을 지경이었다.
칼도 들어가지 않는 놈들을 도대체 무슨 수로 상대를 한다는 말인가?
내게는 지금까지 모아 온 아이템이 있었고 그중에는 무려 신급이 존재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모든 아이템이 무용지물이다.
각종 스킬들은?
아예 사용하지 못하였으며 오직 소환수들만 움직여 통과를 해야 했기에 환장할 노릇이었다.
무한 컨트롤.
500마리를 한꺼번에 컨트롤하는 것도 어려웠는데 각각의 개체들을 수십 개의 분대로 쪼개서 유지하는 동시에 움직여야 하니 더욱 어려웠다.
[TIP: 기본에 충실하세요. 각종 지형이 힘이 되어 줍니다.]“그랬지.”
워낙에 적들이 압도적인 피지컬을 가지고 있어 지형을 이용할 생각까지는 하지 못했다.
10차에 이르는 연습기간 동안 수도 없이 진형을 연습하고 지형을 이용하며 세세하게 소환수를 컨트롤해 왔었는데 잠시 망각한 것이다.
시스템은 내게 기본에 충실할 것을 조언했다.
모든 기술은 기본에서 나오는 것이며, 복잡한 기술은 그 이후의 문제라고.
2차 시도에 들어간 이후에 고지대로 움직였다.
전쟁과 같은 전투에서는 무조건 고지대가 유리하였다.
이러한 사실은 오랜 시간 병법에서도 다루어 왔었고, 실제로 싸워보면 고대지에서 싸우는 것이 힘이 덜 들어간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이런 사실을 망각하다니.
“꾸어어!”
쿵! 쿵! 쿵!
빠르게 고지대로 이동하자 거인들도 쫓아왔다.
그 속도는 강철 인형들보다 약간 빠르다.
여기서 그들을 막기 위하여 소환수 몇 마리를 제물로 던져 주었다.
이 역시 기본에 충실한 전략.
도저히 격파할 수 없을 것 같은 적과 마주하면 제물을 던져주는 것이 매우 효과적이었다.
휘이잉!
고지대에 도착하자 칼바람이 몰아쳤다.
지금의 나는 아이템이나 스킬, 스탯 등을 온전히 사용할 수가 없는 상태다.
그나마 지혜 스탯의 일부는 사용할 수 있는 건지 소환수들을 조종하는데 어느 정도 영향을 주었지만.
고지대를 점하였으나 이 역시 상대가 되지 않았다.
고지대의 사투.
방패를 앞세워 보기도 하였고, 고대의 유력한 진형인 팔랑크스 방진을 사용해 보기도 했다.
그러나 끝내는 놈들이 달려들어 강철 인형들을 찢어버렸다.
속이 비어 있는 강철 인형들은 밟혀도 찌그러져 사용할 수 없었고, 손톱에 박혀도 쉽게 파손되었다.
그래도 분명히 아까보다는 나은 전투가 벌어졌다.
긴박한 상황이 이어질수록 컨트롤은 세밀해져갔고 조금씩 돌파구가 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이걸 현실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반드시 공략을 해야 하는 게임이라고 한 발 떨어져서 보니 좀 더 도움이 됐다.
전투에는 감정이 개입되어서는 안 된다.
오직 냉철한 계산이 있을 뿐.
꽈직!
그렇게 버티다가 아이스 트롤에게 머리가 밟혀 죽었다.
[2차 시도에 실패하였습니다.] [10분 후, 3차 시도가 진행됩니다.]두 번째 부활.
곧 3차 시도가 시작된다.
남아 있는 10분의 시간 동안 곰곰이 생각에 잠겨 본다.
도대체 적들의 약점은 어디일까.
급소를 찾아 찔러야 한다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
아직 그걸 찾지 못하고 있었기에 이렇게 실패를 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기본기들과 던전에서 얻은 모든 깨달음을 조합해야만 클리어가 가능할 것이다.
이제 연습의 기회도 몇 번 남지 않았다.
“한번 해보자.”
***
꽈직!
“커억!”
[10차 시도에 실패하였습니다.] [곧 연습용 포탈이 닫힙니다.]“허억. 허억.”
죽음에도 익숙해지는 걸까.
그동안 수도 없이 많은 죽음을 경험하였고 일부러 연습을 포기하고 다시 시작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10스테이지는 도저히 깰 수가 없었다.
아슬아슬하게 계속 실패를 하였다.
“승리가 가능한가?”
과연 3차 전직에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까지 들었다.
이대로 죽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시간이 흐르자 연습용 포탈이 사라지며 강제로 사출되었다.
철퍼덕!
나는 밖으로 내던져졌다.
처음 전직을 위하여 들어왔던 모습 그대로다.
한적한 동산에 앉아 있는 안내자.
여전히 그녀는 평온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연습은 어떠셨나요?”
“최후에는 실패했습니다.”
“역사적으로 단 한 번도 연습게임에서 성공한 사례는 없어요.”
“……!”
“이상하죠? 그런데도 3차 전직에 성공한 사람들이 나온다는 것은.”
“이상하군요.”
“정신력 때문이에요.”
“정신……력?”
“이제 본게임이 남아 있는데 기회는 단 한 번이죠. 여기서 실패를 하면 바로 소멸이 되는 것이고요.”
“그, 그렇지요?”
“하지만 인간은 극한의 상황에 이르렀을 때, 그 능력이 온전하게 발휘가 되는 법이에요.”
“그것만으로는 부족해 보이는데.”
“데미갓에 올라가는 최후의 시험이라고 생각을 해 보세요.”
그녀의 말을 듣는 순간 의지가 샘솟는다.
안내자의 말이 맞았다.
평범했던 인간이 신위를 받기까지의 과정이 쉬울 리는 없다.
반신의 경지에 오르는 것도 그렇다.
얼마나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던가.
노력 없이 이루어지는 성취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후우.”
잠시 그 자리에 앉아 정좌를 한 후에 지금까지 깨달았던 모든 것을 복기하기 시작했다.
시스템이 내내 강조하였던 것은 기본기.
그리고 내가 깨달은 것은 보다 유기적으로 진형을 이루어 공격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좀 더 집중하고, 소환수 하나 죽는 것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침착함이 무너지는 순간 끝이다.
3차 전직은 극한의 컨트롤 싸움.
정신을 맑게 하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제 도전하시겠어요?”
“네. 도전하겠습니다.”
“그럼 행운을 빌어요! 본게임은 연습게임의 10회 차에 해당해요.”
쿨렁!
바로 검은 포탈을 통과한다.
[10분 후, 본게임이 시작됩니다.] [공략 실패 시, 사망합니다.]아주 간단해 보이는 문구.
여기서 실패를 하면 바로 사망이란다.
하지만 나는 냉정을 찾기 위해 노력하였다.
한 번의 실수로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었기에 집중력을 높일 수 있도록 눈을 감고 심호흡을 했다.
휘이잉.
설원의 바람.
차가운 공기를 느낀다.
쿵! 쿵! 쿵!
1분 정도 시간이 남았을 때, 지긋지긋하게 보았던 놈들이 나타났다.
연습 10회차와 같은 구성에 같은 환경이다.
지금까진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간발의 차이로 성공을 하지 못하였으나 이번에는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
[본게임을 시작합니다.] [행운이 그대와 함께하기를.]스타트와 동시에 방진을 구성하고 천천히 물러났다.
저놈들을 힘으로 밀어 붙이려고 해서는 안 된다.
아차, 하는 순간에 방진도 무너질 수 있었으므로 물러날 때에도 희생을 전제로 해야 한다.
내게는 500마리에 이르는 강철 인형이 있다.
그에 비하여 적들은 고작 100마리에 불과하였다.
무지막지한 공격력과 방어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숫자만큼은 내게 유리하다.
콰과과광!
“꾸어어어!”
놈들 중 몇 마리가 진형으로 들어와 난동을 부리려 하자 강철 인형을 던져 주고 더욱 빠르게 뒤로 물러난다.
그러면서도 나는 놈들을 절벽 위로 이끌었다.
까마득한 절벽 위였으며 연습게임을 할 때 봐 두었던 지형이기도 하였다.
굳이 절벽 위에 올라온 이유는 여기서 떨어지면 반드시 죽는다는 것에 있었다.
다만 적이 즉사하는 만큼이나 아군도 즉사 판정이 났기에 내가 떨어지기라도 하면 바로 게임은 끝나버리는 것이다.
그 이후에 남는 것은 소멸.
실제로 연습을 하다가 몇 번 떨어져 죽기도 했다.
만약 여기에 공략이 존재한다면 저놈들을 떨어뜨려 버리는 것이다.
또한 이 위에서 싸우는 것은 지형적으로 유리하였고, 뒤통수를 맞을 일이 없다. 그러니 내가 싸울 수 있는 장소는 이곳밖에 없었다.
“급소를 치고 가능하면 아군을 희생하여 절벽에서 뛰어내리게 한다.”
꽈직!
“꾸에에엑!”
저놈들은 강력한 외피를 가지고 있었으나 역시 눈동자가 역점이다. 아이스 골렘 같은 경우에는 관절에는 조금이라도 대미지가 들어가기도 했고.
운 좋게 아이스 트롤의 눈동자에 검을 찔러 넣게 되면 바로 강철 인형 두 마리가 달려들어 붙잡고 절벽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래. 이게 정답이다.”
클리어의 가능성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