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237
제237화. 3차 전직(3)
콰과과광!
“큭!”
아이스 골렘의 발길질을 피해낸다.
내 쪽도 필사적이었지만, 적들도 그만큼 필사적이었다.
마치 내가 클리어를 하면 큰일이 날 것처럼 굴었다.
내가 피해낸 쪽의 지형이 일부 무너져 떨어져 나간다.
그래도 괜찮다.
강철 인형은 5마리를 잃었지만, 놈들은 2마리가 떨어져 죽었으니까.
이쯤 되자 교환비를 생각하게 되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닥쳤을 때에는 동귀어진을 할 각오로 싸워야 했는데, 우리 측이 5배는 많았으니 5:2의 교환비면 내게 훨씬 유리하였다.
전투는 몇 시간이나 이어지고 있었다.
그 시간 동안 집중력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그 결과 우리 측은 300마리를 잃은 반면에 적들은 65마리를 잃었다.
이만하면 내가 살짝 유리한 수준이다.
앞으로도 마찬가지.
소환수를 희생시키더라도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전투를 이끌어 나가야 하는 것이다.
남아 있는 200마리는 더욱 유기적으로 움직였다.
500마리 하나하나를 컨트롤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지만, 200마리를 컨트롤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후욱! 후욱!”
각성 후 처음으로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팔도 떨린다.
가능하면 강철 인형에 타서 이동을 하려 하였지만, 이제는 한 마리 한마리가 소중했고 나를 보호하겠다고 몇 마리씩 희생을 시킬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후방에 위치를 한 채로 이리저리 움직인다.
그러다보니 움직임이 격해졌다.
점점 양쪽의 숫자가 줄어간다.
그러다가 문득 2차 전직 당시의 깨달음을 떠올렸다.
[TIP: 카운터를 치세요.]카운터.
이렇게 무식한 놈에게 카운터를 치기 위해서는 강철 인형 한 마리를 잃을 각오를 해야 한다.
그렇다고는 해도.
1:1 교환이라면 압도적으로 내게 유리하다.
1:2, 혹은 1:3도 나쁘지 않은 교환 비율이다.
그렇기에 각 몬스터들의 움직임과 힘을 분석한다.
후우웅!
역시나 강력한 힘을 자랑하였고 저기에 직격을 당했다가는 바로 사망이다.
지금은 강철 인형 3~4마리가 방패를 들어 막고 있었다.
아이스 골렘이 발길질을 하는 순간을 노려 강철 인형 한 마리를 던졌다.
놈의 힘을 이용하여 무릎 관절에 검을 찔러 넣는 것이다.
콰과광!
퍼어억!
강철보다 단단한 얼음으로 만들어진 무릎 관절이 살짝 부서진다.
당연히 이 과정에서 강철 인형 한 마리는 더 이상 쓸 수 없을 정도의 고철이 되었다.
그렇게 고철이 되어 버둥거리는 인형은 바로 전방으로 던져버린다.
그 즉시 찢겨 나가지만 찰나의 순간이라도 시간을 벌어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리가 부서지자 쓰러지는 힘에 강철 인형의 힘을 더하여 절벽 밖으로 날려버렸다.
그 과정에서 인형들이 함께 날아가기도 했지만, 그래도 성공적인 교환비였으며 둘 중 하나라도 살아남으면 어마어마한 이익이었다.
무게추가 슬슬 이쪽으로 기울어지는 것이 보였다.
내게 100마리가 남았을 때, 저쪽에는 15마리 남짓이 남아 있었다.
오히려 나는 여기서 초집중에 들어갔다.
지금까지 닫고 있었던 육감을 열었고, 모든 상황을 예측하기 시작했다.
200마리를 한꺼번에 움직일 때에는 이렇게까지 집중을 하지 못했다.
모든 유닛을 컨트롤 하는 것만으로도 힘들었으니까.
하지만 아군이 줄어들자 오히려 더 여유가 생겼다.
압도적으로 유리한 상황이었지만, 방심은 화를 부른다.
무슨 일이 있어도 3차 전직은 성공을 해야 했으므로 끝까지 정신력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였다.
오감과 더불어 마력의 흐름까지 보았으며 눈동자에 정신력을 더욱 집중하자 주변의 움직임이 조금씩 느려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좀 더 소환수의 컨트롤에 신경 쓴다.
먼저 소환수의 그물을 만들고 둘러 싼 후에 절벽 끝으로 밀어 붙였다.
100마리 중에서 60마리가 15마리를 잡고 이동하였으며 나머지 40마리가 보조를 했다.
그리고 마침내.
강철 인형 60마리와 남아 있던 몬스터들이 죄다 절벽 아래로 떨어진다.
콰과광!
한참이 지나서야 뭔가 박살나는 소리가 들렸다.
드디어 3차 전직을 클리어 한 것이다.
“하!”
털썩.
그대로 주저앉아 숨을 몰아쉬었다.
눈알은 빠질 것 같았고 머리가 지끈거린다.
태어나서 이렇게까지 집중을 했던 적이 있었을까.
[퀘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 [궁극의 소환술 습득.] [3차 전직 퀘스트를 모두 클리어 하였습니다!] [보상이 지급됩니다.]드드드드!
온몸이 떨린다.
뭔가 몸에서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근본적으로 영혼이 각성을 한 느낌이었고, 데미갓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아챘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어디론가 이동되었다.
깊숙한 심연.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무(無)의 공간이다.
그 가운데 작은 빛이 생겼으며 나는 눈앞에 거인이 웅크리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알았다.
이 자가 바로 고대 신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계약을 원하는가?
“…….”
-그대는 자격을 증명하였다. 나와 계약을 하기에 충분하다. 계약을 원하나?
고대 신.
이게 무엇을 뜻하는지는 나도 잘 몰랐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고대 신이 현재는 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여기서 모습을 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로 인하여 고대 신도 개입을 하게 되는 것일까.
그건 알 수가 없는 일.
“계약을 원합니다.”
-태초의 약속에 따라 그대와 계약하니 항상 내가 함께하리라.
번쩍!
그리고 터진 강렬한 빛무리.
나는 순식간에 안내자 앞에 떨어졌다.
그야말로 얼떨떨한 느낌.
고대 신과의 대면은 지혜의 여신을 대면하였을 때와는 또 달랐다.
뭔가 거대한 존재와 계약을 하였고, 그 자체만으로도 내 격이 변화하여 시야가 확장된 느낌이었다.
안내자는 내게 한쪽 무릎을 꿇었다.
“축하드립니다, 예비 데미갓이여.”
“예비 데미갓이라니요?”
“격이 변화하셨다는 걸 느끼지 못하셨는지요?”
“느꼈습니다.”
“조금만 더 정진하신다면.”
그녀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었다.
3차 전직과 동시에 거대한 존재와 마주함으로 인하여 막대한 카르마의 일부에 노출된 것이다.
그 결과 영혼에 카르마가 더 쌓이게 되었고, 영혼의 격이 신격에 달하기 직전까지 올라섰다.
실로 놀라운 일.
신을 만들어 내는 게임이라고 하더니 이런 식으로 영혼의 격이 변화할 줄이야.
바로 스탯 창에서 궁극의 소환술 탭을 열었다.
궁극의 소환술
총 스탯/10 만큼의 소환수를 소환.
소환수의 스탯 30% 강화.
소환수의 스킬 공격력 30% 강화.
소환수의 방어력 30% 강화.
소환술 강화 불가.
패시브 스킬.
“와!”
감탄이 나온다.
처음 궁극의 소환술에 대한 내용을 들었을 때에도 상상을 초월하는 스킬이라고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무한한 가능성을 엿보게 됐다.
총 스탯 1할의 소환수.
즉 3천 마리의 소환수를 다룰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었고, 데미갓에 이르게 되면 봉인해제가 되며 진정한 군단을 이끌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그러한 데미갓의 경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었다.
뭔가 계기만 있으면 바로 영혼이 승격할 것이다.
많은 신들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지혜의 여신도 감탄을 하였으며, 지구에서 정말로 신격이 탄생할 수도 있겠다고 난리들을 쳤다.
내가 신격이 되면 당연히 지혜의 여신도 승격한다.
단순한 신격이 아니라 고위 신이 되는 것이었다.
물론 이 때문에 수많은 신들이 자신이 내세운 권속이 게임에서 승리를 하기를 기원하는 것이다.
카르마를 써가며 지원을 하기도 하였으니 경쟁이 굉장히 치열했다.
지혜의 여신이 얼마나 기뻐하고 있는지는 굳이 확인을 하지 않아도 뻔했다.
“그보다.”
“말씀하시죠.”
그녀는 더없이 공손했다.
이곳에서 안내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건 그녀가 신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뜻은 아니었다.
어떠한 신의 전령이거나 권속 정도일 것이다.
내게서 어떠한 징조가 보이고 있었으니 더없이 공손해진 것이었고.
“시간이 얼마나 지났습니까?”
“현실의 시간을 묻는 것이라면 14일이 지났어요.”
“14일이라.”
애매하다.
그 정도의 시간이라면 이미 화산이 폭발하였을 것이며, 막대한 양의 몬스터를 쏟아냈을 것이었다.
몬스터가 북으로 이동하면 다행이었지만, 만약 남쪽으로 이동을 하였다면 서울이 위험한 상황일지도 몰랐다.
분명히 급한 상황이었는데, 이상하게도 침착했다.
“영격이 상승하여 나타나는 현상이에요.”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쯤 되니 모든 일에 초연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어렴풋이 느끼셨겠지만, 총 5차에 이르는 시련이 존재해요. 지금은 2차에 해당이 되고요.”
“네. 느꼈습니다.”
영격이 상승하자 전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였는데, 신들의 정확한 계획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일단 지구는 하나의 무대이며 게임이 끝나면 어떻게 해서든 과거로 시간을 되돌린다.
지금 보니 세계가 멸망을 한다는 전제도 영웅들에게 시련을 주기 위해서였지, 마구잡이로 몰살을 시키려는 것이 아니었다.
또한 지구의 시간이 과거로 돌아가면 사람들의 기억도 삭제될 것이다.
물론 이것이 바람직한 일이라고는 볼 수가 없었지만, 최소한 신들도 양심은 있어 보인다.
‘신들의 생각은 인간과 격이 다르기도 하고.’
인간 역시 신이 창조한 존재.
창조주가 피조물을 쓸어버리고 새롭게 세상을 구축해 나가는 것은 그리 드문 일도 아니었다.
아니,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보면 자신들이 창조한 세계에서 이런 일을 벌이는 것도 이해는 되었다.
“부디 건승하시기를 바랄게요.”
눈앞에 포탈이 열렸다.
3차 전직을 완료하였으므로 이제 여기 남아 있을 필요는 없었다.
“다음에 또 만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군요.”
“반드시 그렇게 될 거예요.”
나는 그녀와 인사한 후에 포탈을 넘었다.
***
서울 한강 성벽.
현재 성벽에서는 격렬한 전투가 이어지고 있었다.
며칠 전 화산이 폭발하였고, 화산재가 쏟아지는 동시에 막대한 양의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미 이럴 것이라고 예상을 하고 있었던 이하나는 전국의 헌터들 대부분을 서울에 배치하였으며 적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였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적들이 남쪽으로만 내려온 것이 아니라 사방으로 퍼졌다는 것이었으며, 또한 육지의 몬스터들은 한강을 건너지 못하고 있었다.
놈들에게 지능이 없다는 것이 천만 다행이었다.
다만 공중형 몬스터들이 날아오면서 성벽 위로 안착하였기에 전투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었다.
“마공포 충전!”
“충전 중입니다!”
“발사!”
콰과과광!
“꾸에에엑!”
공중 몬스터들이 찢겨 나가며 떨어진다.
전투는 격렬했지만 밀리지는 않는다.
다만 하나둘 헌터들이 부상을 입거나 죽기도 하였는데, 언제까지 이렇게 막고 있어야 하는지 기약이 없어 답답할 뿐이었다.
이하나는 마법을 난사하여 지상 몬스터들이 더 이상 한강 주변에 어슬렁거리지 못하게 하는 한편으로 허공으로도 마법을 썼다.
‘이럴 때 지존께서 계셨다면!’
그녀가 간절하게 기도를 하는 그 순간이었다.
번쩍!
하늘에서 포탈이 열렸다.
그리고 그곳에서 어마어마한 숫자의 천사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