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241
제241화. 난민
길드 홍보부.
강소라는 프랑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면밀하게 살피고 있었다.
지금은 세계 각국에서 멸망에 준하는 공격이 시작되고 있었고 그건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물론 한국은 초반 4일을 잘 버텼고, 그 후 강한성이 수련을 마치고 나오는 바람에 빠르게 진압되었으나 내부에는 여전히 몬스터들이 설치고 있어 청소가 필요했다.
이런 와중에 동맹 프랑스의 수도 파리가 무너지기 직전이었다.
지존이 내린 판단은 홀로 공략.
만약 무슨 일이 벌어진다면 혼자서라도 몸을 빼겠다고 길드를 설득한 후에 나섰다.
프랑스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CCTV나 위성, 그밖에 강한성의 개인 카메라를 바탕으로 파리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생중계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받은 충격.
“지존 혼자서 모든 적들을 박살내고 있습니다!”
“정말 강해지셨네요. 시간만 충분하다면 혼자서 파리를 청소하는 것도 가능해 보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혼자서는 무리지.”
“보십시오. 수천이나 되는 군단을 말입니다!”
홍보부 직원들은 흥분하여 소리쳤다.
놀랍기는 강소라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럴수록 머리를 차갑게 식힌다.
단순히 혼자서 적들을 때려 부순 것만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서 그렇다.
서서히 닫히기 시작하는 포탈로 끊임없이 난민들이 밀려들어가고 있었으며, 그들은 이제는 비어 있는 도시 전주로 향했다.
한국인들은 광역시로 이주를 한 상태.
지금까지 정부는 광역시들에 어마어마한 투자를 감행하였고, 고층의 아파트들을 지어 지금의 상황에 대비하였다.
멸망 2차 시련이 시작되기 전에는 대규모 인구이동이 있었다.
시민들도 반발하지 않았고, 특히나 세계 지존 강한성이 강력하게 밀어 붙이니 움직이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그 덕분에 비어 있는 도시들이 꽤 되었으며 전주도 그중 하나였다.
과거에는 나름대로 번성하였으나 전주보다는 가까운 광역시인 광주나 대전으로 인구가 분산됐다.
겉으로 보기에는 문제가 없어 보였으나.
“이대로는 곤란한데.”
“뭐가요?”
“잘 봐. 전주에 프랑스 난민들이 도착하여 시민이 되면 세계 각국에서 난민들이 밀려들 거라는 말이야.”
“어? 그건.”
“세계 각지에서 난민이 밀려들면 과연 버틸 수 있을까?”
사람들은 거기까지는 생각을 하지 못한 것 같았다.
강소라의 걱정은 매우 타당했다.
아니나 다를까.
“부장님! 세계각지에서 난민을 신청하고 있답니다!”
“이대라면 한국은 난민천국이 되지 않을까요?”
“……그건.”
분명히 지금 상황은 문제가 된다.
뭔가 방법을 취하지 않는다면 많은 비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강소라는 조금 달리 생각을 해봤다.
“프랑스는 동맹이라서 받아 준 것뿐이야. 우리가 의무를 져야 할 필요는 없잖아?”“예?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도움만을 바라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야.”
“어떻게든 해결하긴 해야 해요.”
“지존을 만나보도록 하자.”
사실 강소라는 그러한 요청들을 무시해도 된다는 입장이었지만.
강한성의 생각은 어떤지 들어보기로 했다.
조선왕조의 발원지 전주.
한국 역사에서 전주를 빼놓고는 논할 수가 없을 만큼 역사가 깊다.
지금이야 이렇게 황량한 지역이 되었지만 전라도라는 지명 자체가 전주와 나주를 합쳐 불릴 정도였으니 세상이 이 지경이 되기 전에도 인구가 꽤 많은 중급 도시였다.
하지만 한국 정부에서는 전국 광역도시를 제외한 지역에 전부 퇴거를 권고했다.
1차 멸망의 징조를 겪은 이후에는 사람들이 알아서 광역시로 이주를 해갔다.
이 때문에 한국에는 이렇게 비어 있는 도시들이 꽤 되었다.
비록 전주 중심지를 제외하고는 원자재를 거의 뜯어가버린 바람에 황량한 모습이었지만, 성벽도 갖추고 있었고 수십만 명 정도가 충분히 생활할 수 있는 수준은 되었다.
내가 프랑스 시민들 일부를 받아들이겠다는 판단을 내리자 정부에서 지원을 왔다.
“통제에 따라주시기 바랍니다! 통제에 따르지 않으시는 분들은 지켜드릴 수 없습니다!”
임시 시청이 설치되었고, 이곳에서는 인구조사부터 실시했다.
프랑스인들은 대개 망연자실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는데 조국이 그런 식으로 멸망을 해버릴 것이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한 것 때문이다.
“지존! 정말 감사드립니다!”
프랑스 지존 마리아가 인사를 왔다.
나는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동맹이지 않습니까.”
“동맹이라고 해도 그리 쓸모가 있는 우방은 아니었을 텐데…….”
“현재 남아 있는 프랑스 헌터가 3,500명이라고요?”
“네. 상당 숫자가 사망하고 그 정도 남았네요.”
“그만하면 되었습니다. 사람들에게 할 말도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쏟아지는 비난을 면치 못할 거예요.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으니까요.”
마리아는 전 세계 사람들이 나를 비난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국에 그만한 땅이 남아 있다면 난민을 받아 들여도 될 텐데 문을 꽉 막고 있다고 말이다.
게다가 이번에는 프랑스인들을 받아들였다.
프랑스인도 받아들였는데 자신들은 받아들이지 못하느냐고 말들이 많을 것이다.
아니, 지금도 그러한 질타가 쏟아지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나는 걱정하지 않았다.
“그들이 무슨 권리로 그런답니까.”
“예?”
“세계 지존이 되었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요. 저는 그저 챔피언 같은 존재입니다. 자국을 책임지는 것만 해도 벅찬데 제가 왜 그래야 할까요.”
“원론적으로는 맞는 말입니다만.”
“그렇게 비난을 하면 앞으로 도움도 없겠죠.”
“거듭 감사해요.”
“가서 통제를 해주세요. 한국에 왔으니 한국의 법을 따라야죠.”
“네!”
전주는 프랑스 자치령이 될 것이지만 생각보다 적은 사람들이 넘어왔기에 몇 개의 구역으로 나누어 각국 사람들을 수용하게 될 것이다.
“지존!”
가만히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고 있는데 강소라가 달려왔다.
서울에서부터 여기까지 헬기를 타고 온 것이 분명했다.
“강 부장님. 바쁘실 텐데 여긴 어쩐 일인가요?”
“각국에서 질타가 쏟아지고 있어요. 예상하셨나요?”
“예.”
“도대체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대로라면 지존께서 욕을 먹으실 텐데.”
“동맹국 시민들을 구해낸 것을 두고 해명까지 해야 한다니.”
“다들 그리 생각하지는 않고 있어요.”
“헌터와 그 가족들, 그리고 친구들이라고 발표하죠.”
“네?”“헌터와 관련이 있는 자들만 받아들인다고 말입니다. 타국의 난민들은 필수인력만 넘어올 수 있을 겁니다. 동맹국에서는 한 명의 헌터 당 20명까지만 데리고 넘어올 수 있고, 동맹국이 아닌 국가들에게는 직계가족으로 제한합니다.”
“반발이 심하지 않을까요?”
“원하지 않으면 넘어오지 않아도 됩니다.”
“음…….”
“강 부장님.”
“네, 지존.”
“잘 들으세요. 우리는 자선단체가 아닙니다.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면 필수인력만 받아들이는 것이 맞습니다. 생존은 감정적인 문제가 아니에요. 우리 한국이 자급자족 시스템을 갖추었지만 무한도 아니고 말입니다.”
“바로 방송할게요.”
“아니, 제가 직접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네. 준비할게요.”
***
대한민국 청와대.
지금 전 세계에서 아주 난리를 치르고 있는 중이었다.
강한성이 프랑스를 구원하고 생존자 중 일부를 받아들임에 따라서 난민요청이 쇄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청와대에서도 골치였다.
“각국에서 한국을 비난하고 있습니다.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그냥 두세요.”
“네?”
“지금은 각자도생을 할 때이지 누가 누구를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비난하는 국가들의 목록도 만들도록 하세요. 단, 공식적인 비난이여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이한진은 세상이 아주 웃기게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과 같은 시국에 어째서 한국이 책임을 져야 하는가?
물자는 한정되어 있는 이때에 난민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매우 큰 결심이었다.
프랑스야 동맹이라서 그렇다고 치고, 다른 나라에서 한국을 비난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지존께서 나설 때가 됐는데.”
분명히 이번 일에 대해 발표를 하겠다고 강소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강한성이 직접 발표를 하겠다고 말이다.
전 세계에서 난민들이 쏟아지고 있는 지금, 비난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었고 이를 듣다 못한 강한성이 나서기로 한 것이다.
삐-.
방송이 중지되고 긴급방송이 편성된다.
잠시 후, 강한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여러분 반갑습니다. 강한성입니다. 지금 세계 각지에서 저를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번 일에 대해 말들이 많은데, 저희 정부는 기준을 정확하게 하여 난민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난민에 대한 이야기였다.
벌써 멸망한 국가들이 80개국이 넘었다.
1차 시련에 50개국이 멸망했고 2차에 30개국이 멸망하였는데, 앞으로 더 많은 국가들이 멸망할 예정이었다.
며칠 안에 100개국이 멸망한다는 말도 있었다.
그건 전 세계의 반이 날아갔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전 세계 인구의 50%의 절멸.
아프리카 지역은 이미 지옥이었고 유럽도 멸망하는 국가들이 수두룩했다.
이제 세계는 생존의 시대로 접어 들어가고 있었다.
[저희 정부에서 프랑스 난민 일부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첫째, 프랑스의 헌터들이 모두 넘어오는 조건이며.
둘째, 헌터 1인당 각각 20명까지의 사람들을 데리고 올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이 난민을 받아들이는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동맹국에 한해 각 헌터마다 20명을 선발하여 데려올 수 있으며, 동맹국이 아닌 국가의 헌터들은 직계가족만 난민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세계 지존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으나 이는 일종의 챔피언과 같은 칭호라고 생각합니다.
비난은 자유이지만 해당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비난을 제기한다면 난민신청을 일체 받지 않겠습니다. 이상입니다.]
“그래. 이거지.”
이한진은 속이 시원하다는 표정이었다.
지금까지 한국을 비난하였던 모든 국가들이 입을 다물 것이다.
세계 지존 보유국이라고 해서 난민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법적인 규정은 없었다.
강한성의 말처럼 세계 지존이라는 타이틀은 일종의 챔피언 벨트라고 생각을 해도 좋았다.
누구도 강한성에게 호의를 강요할 수 없는 것이다.
그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최근, 인간의 본성을 본 것 같습니다.”
비서실장도 이한진과 같은 생각이었다.
“그렇지?”
“세계 지존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난민을 받아들여야 한다니. 한국이 이토록 잘 막아낸 것은 그만한 준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저희 정부는 물론이고 소환사께서도 멸망의 때가 왔으니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각국에 권고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도움을 달라니. 그것도 국내의 위협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말입니다.”
“원래 물에 빠진 사람 구해 놓으면 보따리 내놓으라고 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 아니겠나. 우리는 그저 우리의 길을 가면 되는 거야. 주변에서 뭐라고 하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