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243
제243화. 지옥의 재림(2)
남한산성 육군 교도소.
백승후는 강한성이 돌아간 후, 출소를 위한 절차를 밟고 있었다.
대통령 특사로 나가기는 하지만 출소를 하는 것이었기에 죄인의 신분은 아니다.
행정적인 절차가 완전히 마무리 되었고 독방을 정리하고 있었다.
“이건 포장을 해서 택배로 보내면 된다.”
“말이 짧다?”
“나, 이제 죄수 아니거든.”
“이 새끼가. 줄 잘 잡아서 나가는 주제에 말이야.”
“너는 그런 줄이라도 있냐? 내가 더 부자일 텐데.”
담당 교도관은 눈살을 찌푸렸다.
분위기가 험악해지고 있었으나 소장이 나서서 말린다.
“자자, 이제 그도 죄수가 아니지 않나. 이름이 백승후라고 했나?”
“이제라도 알아주니 고마운데.”
“백승후. 사회로 나가면 부디 죄를 짓지 말고 살아라. 무장 탈영병이 이렇게 빨리 나가는 경우도 드물어.”
“그건! 후우. 말을 말자.”
갑자기 그 당시 감정이 치밀어 오르려 했다.
한때에는 강한성만 생각하면 죽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지금에 이르러서는 백승후 본인이 신들의 상점을 이용할 수 있었다고 해도 저렇게 빨리 발전할 수 있었을지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인이 다시 검성이 되어 한국을 이끈다고 해도 세계 지존이 될 수 있었다는 장담도 없었으며 정점에 이를 수도 없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소환사는 수천 명의 몫을 해낸다.
거의 국가 급의 전력을 항상 뽑아낼 수 있었으니 지금 와서는 강한성이 힘을 얻은 것이 낫다고 여겼다.
“그런데 백승후.”
교도소를 나와 백승후는 사회의 공기를 맡는다.
자유의 냄새.
교도소가 박살나기 전에 출소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었다.
그런 백승후를 강 소장이 쫓아 나온다.
“뭐지?”
“도대체 지존에게는 무슨 정보를 준 거냐?”
“아, 그런 것이 있어. 기밀인데 알려줘?”
“……아니다. 어쨌든 출소 축하한다.”
백승후는 교도소를 나와 일반인 신분이 되었으나 걱정이 앞서기 시작했다.
도대체 이 세상이 얼마나 유지가 될지 알 수가 없어서다.
“그나저나 화 속성 저항이 100%라고.”
이론적으로 화 속성 저항이 100%에 달하면 어떤 대미지도 들어오지 않는다.
적이 100이라는 속성 대미지를 입힌다고 하면 그러한 대미지 자체를 무력화시키기에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겨지고 있었다.
그런데 강한성은 그러한 경지를 달성했다고 한다.
“신급 아이템의 위력이 그 정도였나.”
벌써부터 속이 쓰려오려 한다.
하지만 욕심을 잠시 내려놓기로 했다.
강한성이기에 신급 아이템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놈은 도저히 클리어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여겨졌던 ‘무제한 급 던전’을 클리어 할 수 있지 않을까?
***
대한민국 청와대.
나는 프랑스로 향하기 전에 대통령에게 몇 가지 부탁을 하기 위해 왔다.
이한진은 서류에 파묻혀 있다가 바로 로비까지 내려왔다.
“아이고, 지존! 미리 말씀을 해주셨으면 제가 찾아갔을 텐데요.”
“아닙니다. 저보다 훨씬 바쁘신 분을 오라 가라 할 수는 없죠.”
“가시죠. 차를 대접하겠습니다.”
대통령 집무실은 여전했다.
사실 지금 대통령의 임기는 끝났다.
총선을 해야 했었는데 워낙에 상황이 급박하여 계속 대통령 직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전 세계에서 대통령 직위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 사람은 몇 되지 않기도 하였다.
달칵.
비서실장이 커피를 두 잔 내려놓고 나간다.
나는 편안하게 앉아 잔을 들었다.
청와대에 하도 들락거리다 보니 이곳이 집처럼 편하게 느껴진다.
“지존. 이제 저도 대통령 직을 내려놓아야 하지 않을까요?”
“안 됩니다.”
“이미 전 세계의 추세가 그렇기도 하고.”
“저는 군권만 가지고 있는 사령관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나머지 업무는 대통령께서 처리를 하셔야죠. 제가 행정관도 아니고.”
현 대통령은 이전의 업무에서 군권만 떼어 놓고 나머지를 처리한다고 보면 되었다.
이 때문에 정부조직 자체가 무너지지 않고 있었다.
전 세계 어느 국가를 찾아봐도 이 정도로 건전하게 체제를 유지하는 경우는 없었다.
이미 전국이 반파되고 무너졌으며 수도권만 남아 있는 국가들이 부지기수였다.
“그것이 지존의 뜻이라면 최선을 다해야지요.”
“잠깐 어디를 다녀오려고 합니다.”
“예?”
“전에 사라졌던 것처럼 뭔가 얻어 와야 할 것이 있어서 말입니다.”
“수련 비슷한 여행 말이군요.”
“맞습니다.”
이한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내 뜻에 동조하였다.
그 역시 알고 있는 것이다.
내가 사라지면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져서 돌아온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여기고 있었다.
“얼마나 걸리시는지요?”
“잘 모르겠습니다.”
“허, 허험. 만약 그 사이에 위험이 닥치면.”
“최대한 막아주세요. 반드시 돌아오겠습니다.”
“이것 참. 부모를 잃은 새끼오리의 심정이 뭔지 알겠습니다. 지존께서 계시지 않으면 전 국민이 불안해 할 텐데요.”
“어쩔 수 없죠. 가능하면 다음 징조가 시작되기 전에는 돌아올 생각입니다. 이번에는 가지 않을 수가 없어요. 제가 더 강해지지 않으면 국가가 아니라 인류 자체가 멸망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이미 멸망은 예정되어 있었지만, 그렇게까지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대통령도 내가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점점 상황은 심각해지고 있었다.
1차 징조 때에는 지각이 뒤틀리며 웨이브 수준의 공격에 불과했지만 2차에는 수십만에 달하는 몬스터가 쏟아져 나왔다.
3차에는 도대체 어떤 일이 발생할까.
나도 장담할 수는 없겠지만, 그때에는 남아나는 국가가 별로 없을 것이다.
“곧 세계 전체가 망하고 남아 있는 헌터들과 그 가족, 지인들이 넘어올 겁니다. 프랑스령처럼 말이지요.”
“그렇다면 또 도시를 준비하라는.”
“맞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준비를 해야 한다.
전주에 프랑스령이 들어왔으나 자리가 남아 있으니 한 국가 정도는 더 들어와도 된다.
그밖에 비어 있는 수많은 중소도시들을 정비하여 각국 헌터들로 채울 예정이었다.
“이제 곧 대한민국만 지도에서 남게 되겠군요.”
“머지않았습니다.”
세계가 망할 날이 머지않았다.
그래도 한국은 오랜 시간 이 사태를 준비해 왔다.
오늘을 대비하여 대량의 원자재가 쌓여 있기도 했다.
하루에 한 번은 프랑스로 포탈을 열어 그곳에서 원자재를 쓸어 오기도 하는 등 계속해서 원자재는 유입되고 있었다.
앞으로도 이런 일은 계속될 것이었으므로 마음만 먹으면 못할 것도 없었다.
“마공포도 계속 설치가 되고 있으며 3차 징조는 아직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최대한 빨리 다녀오겠습니다.”
“예, 지존. 반드시 돌아오셔야 합니다.”
“걱정 마시죠.”
청와대에서 돌아온 나는 이하나를 호출하였다.
그녀 역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방어태세를 점검하기도 하였고 내가 구매한 마공포를 설치하는 것도 그녀의 몫이었다.
뿐만 아니라 넘쳐나는 칼츠를 관리하기도 했으며 전국 도시계획을 점검하는 등 업무가 수도 없었다.
그 때문인지 이하나의 얼굴은 매우 푸석푸석했다.
“고생 많습니다.”
“으으. 제발 더 이상 일을 시키지는 말아주세요.”
“그건 아니고. 어디 좀 다녀오려 합니다.”
“뭐라고요!?”
그녀는 기겁을 했다.
지금 전 세계가 나만 보며 살아가고 있었다.
내가 사라지면 다음 징조 때에는 반드시 인류가 멸망할 것이라고 다들 이야기를 했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에서 로비가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어떻게 해서든 한국으로 들어오기 위하여 외교력을 발휘하고 있었으며, 자국의 모든 것을 뜯어 오려 했다.
“지존이 사라지면 난리가 나요.”
“이번이 거의 마지막이 될 겁니다. 여기서 더 강해져야 다음 징조를 막아내죠.”
“하지만.”
“제가 강해지는 수밖에 없어요.”
이하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2차 징조 때에는 단순한 몬스터 공격이었고 북쪽에서 내려왔기에 한강 방어선에서 막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3차 징조도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3차 때에는 어떤 일이 발생할지 짐작도 할 수 없었고.
“그러다 한국이 망하면 어떻게 하나요.”
“헌터들만 데리고 우도로 가세요.”
“그 가족들은 어떻게 하고요?”
“최대한 실어가지만 헌터 우선으로 가야 합니다.”
나는 최악의 경우도 상정하고 있었다.
서울이 무너지면 제주도로 갈 수도 있겠지만, 그 지경이 되면 차라리 우도에서 최후의 일전을 준비하는 것이 나았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최악의 경우를 이야기 하는 것이고 그 전에 돌아옵니다.”
“믿을게요.”
이하나와도 협상(?)을 마쳤으니 이제 프랑스로 가 보아야 할 때였다.
***
프랑스 파리 외곽.
지금 프랑스는 완전히 멸망하여 몬스터들로 우글거리고 있었다.
프랑스 근처의 국가들도 국경을 봉쇄하였으며 내부의 모든 도시들은 몬스터로 가득 차게 되었다.
사실상 나 역시도 프랑스를 포기했다.
이렇게 포기한 지역이 수두룩했다.
아프리카 지역은 말할 것도 없었고.
유럽의 여러 국가들이 멸망을 하면서 이제 내가 알고 있던 과거는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여행자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해외여행?
다른 말로는 자살여행이라고 불리게 됐다.
저벅 저벅.
누구도 들어오지 않는 금역에 발을 들였다.
한때, 유럽의 중심지라고까지 불렸던 프랑스 파리.
지금은 도시 전체가 흉물스럽게 파괴되고 몬스터들이 우글거리며 사람의 흔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점은 사람이 없으면 몬스터들도 다른 곳으로 대거 이동을 한다는 것이다.
소환술을 사용하여 100명 정도의 천사들만 뽑았다.
그들만으로도 내가 지나가는 길을 뚫는 정도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지금 가려는 곳이 ‘지옥의 재림’이라 불리는 던전이라는 말이지. 그런데 프랑스에 와 보니 이곳이야말로 지옥의 재림이란 말이야.”
마치 던전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었다.
미래의 지옥을 연상케 하는 던전들이 몇 있었는데, 지금이 딱 그런 모습이었다.
세상에 프랑스가 이렇게 멸망을 해버릴 것이라고 누가 알았을까.
물론 다른 유럽의 국가들도 망해서 사라졌지만.
독일이 현재 꽤 고생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도 독일은 라이젠을 중심으로 적들을 막아내고 있었고, 주변국 헌터들도 흡수하여 버티고 있는 중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언제 무너질지 알 수 없긴 했지만.
거리에 방치되어 망가진 자동차들과 백골이 된 시신들, 그리고 황량하게 부는 바람까지.
종종 몬스터들이 발견되었으며 언데드까지 걸어 다니는 꼴이 이런 지옥이 또 없었다.
15분 정도를 걸어 카타콤 입구에 도착했다.
한때에는 관광지로 유명했던 카타콤 주변은 언데드 몬스터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카타콤은 역사가 아주 오래 된 무덤이다.
백골 수백만 구가 묻혀 있었고 그러한 음기가 지옥과 연결되어 있는 던전의 통로를 열어버렸을 것이다.
그곳이 바로 지옥의 재림 던전.
카타콤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는 시커먼 마기를 토해낸다.
아마 카타콤 자체가 이미 던전화 되어 있을 것이다.
“내게는 큰 문제가 아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