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251
제251화. 멸망의 눈(3)
길드 참모부.
참모장 박가희는 갑자기 굴러온 돌을 보며 탐탁지 않게 여겼다.
아무리 헌터사회가 낙하산 투성이라지만 각성도 하지 않은 일반인을 이곳에 꽂아 넣은 것을 이해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존의 추천으로 들어오셨다고요.”
“그래. 별로 내키지는 않지만 어쩌냐. 이대로라면 돈 쓸 곳이 사라지게 생겼는데.”
“하……! 모두가 대의를 위해 달려가고 있는데 당신은 고작 돈 쓸 곳이 없다고 불평인가요?”
“그럼? 우리가 사는 이유가 뭔데. 참모장 당신도 가면을 벗지 그래. 돈은 잔뜩 벌었는데 세상이 망하면 억울하잖아.”
“다들 당신과 같다고 생각하지 마요.”
“쓸데없이 심력 소모하지 말자. 그러다가 늙어. 시집도 못 간 것 같은데.”
쾅!
“뭐예요!?”
박가희는 바로 백승후를 죽일 것처럼 주먹을 쥐었다.
비록 마법사인 그녀였지만, 일반인 하나 어쩔 수 없는 수준은 아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백승후는 담배를 꺼내 물었다.
헌터들의 대부분은 당연히 비흡연자였다.
마법사들 중에서는 흡연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육체의 기능을 최상으로 유지하려면 술도 마시지 않아야 정상이다.
그러니 참모들의 눈살이 찌푸려지는 수밖에.
“당장 나가요! 당신 같은 사람은 필요 없으니.”
“이걸 어쩌냐? 당신들 지존이 최대한 협조를 하라고 이렇게 공문을 내렸는데.”
백승후는 의기양양이었다.
박가희는 생각했다.
‘도대체 이런 인간이 어쩌다가 여기까지 굴러온 거지? 지존은 그리고 무슨 생각이시고?’
이해를 할 수가 없는 일.
그러나 분명히 뭔가 있을 것이다.
지존과 부길드장이 아무 생각도 없이 이런 무뢰한을 참모부에 꽂지는 않았을 것이다.
“말해 봐요. 당신의 가치를 증명해요.”
“지금 떠 있는 멸망의 눈은 10km까지 확장되고 종국에는 터진다. 피가 지하로 잠식할 것이고 땅에서 악마들이 기어 올라오게 되지.”
“……!”
“서울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야. 지하 대피소에 사람들을 보낸다고? 그 순간 언데드 사태가 일어나 멸망을 앞당길 것이다.”
“그걸 어떻게 믿고?”
“이미 한 번 겪어 본 일이니까.”
“그러니까 그런 허풍을 어떻게 믿느냐는 말입니다.”
“공문에 쓰여 있잖아.”
백승후는 미래를 알고 있는 자이니 협조하라는 공문이다.
지존과 이하나의 사인이 들어가 있었다.
참모들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는 표정이다.
“사실이라는 말인데.”
“나도 바쁜 사람이야. 한 가지만 덧붙이면 너희 지존이 범죄자인 나를 찾아왔던 이유도 이런 정보 때문이었지. 단시간에 지존이 강해진 이유도 내 덕분이지.”
참모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고 보니 지존이 백승후를 만나기 위해 주기적으로 육군교도소를 방문했다는 말은 들어서 알고 있었다.
이 때문에 완전히 거짓말이라고는 확신할 수 없었던 것이다.
“모두 사실이다. 그러니 내 말 듣고 바로 시민들부터 대피소에서 빼내도록 하지.”
“그 이후에는?”
“대피소에 폭탄이라도 심어서 매몰시켜야지. 지하에서 올라올 수 있는 모든 통로들을 차단한다. 그래야 살아.”
“하……. 너무 엄청난 말들을 하시는데.”
“그럼 가서 물어보든가.”
백승후는 매우 여유로웠다.
태도는 오만하지만 만약 백승후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면 어떻게 되는 걸까?
박가희는 확인을 해볼 수밖에 없었다.
집무실에서는 최종집행서가 사인되기 직전이었다.
전국에 내려지는 집행서로, 지하의 모든 구역을 폐쇄한다는 내용이다.
집행이 시작되면 수많은 사람들이 동원될 것이다.
그리고 바로 지하 폐쇄작업에 들어간다.
이번 작전에 한해서는 거대한 성벽도 필요 없었다.
땅 속에서 악마들이 기어 나오는 것이었으니까.
“지옥이 따로 없는데요? 악마들이 땅에서 기어 나온다니.”
“후우. 이런 일이 있을 줄은.”
그래도 이번에는 백승후가 있어 사태를 어느 정도 진정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겼다.
4차 징조가 나타나면 그때에는 상황이 악화될 테지만.
똑똑.
“들어와요.”
“지존! 저예요.”
이제부터 청와대를 방문하려 준비 중에 있었다.
지금 논의된 내용들은 헌터들만의 힘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했고 행정력을 빌려야 한다.
사람들을 움직여야 하며 그건 정부를 거쳐야 했다.
이런 와중에 박가희가 찾아왔다.
그녀의 얼굴은 꽤나 상기가 되어 있었는데 백승후가 참모부에 자문으로 들어가자마자 발생한 일이었다.
“백승후가 문제를 일으켰습니까?”
“그것도 그렇지만.”
박가희는 백승후를 불신하였다.
말투가 오만불손하고 실내에서 담배를 피우며 강압적이라는 것이 문제였는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 인간이 미래를 알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그러니 그러려니 하세요. 어차피 잠시 자문으로 있을 뿐이니.”
“그럼 놈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는 건가요?”
“안타깝지만, 그렇습니다.”
“…….”
박가희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악마들이 땅에서 기어 올라온다는 것부터 서울뿐만이 아니라 전 도시에 걸쳐 재앙이 일어난다는 사실도 믿기 힘든 일이었다.
그런데 그게 모두 사실이라니.
그녀의 반응도 충분히 이해가 됐다.
“그놈이 오만불손한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요. 하지만 오래 볼 사이는 아닙니다. 그러니 우리는 정보만 빼내면 됩니다.”
“지하를 다 매몰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던데.”
“맞습니다.”
“와, 이런 일이 다 있다니.”
“백승후가 아니었다면 어찌 됐겠습니까?”
어마어마한 재앙이 발생하였을 것이다.
외부에서 오는 적은 어떻게든 막아낼 수 있었지만, 내부에서 튀어 나오는 적들은 쉽게 막을 수가 없었다.
인명피해는 물론이고 각 도시들은 멸망을 하고 말았을 것이다.
내가 서울에 있었으니 수도권은 무사하겠지만.
‘그때에는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의 꼴을 당하는 거지.’
이미 수도권만 남아 기능하는 국가들이 많았다.
한국도 그 대열에 합류하는 것이었다.
나름대로 세계 지존이었는데 그래서야 개망신이 따로 없었다.
물론 내가 명성 때문에 움직이는 건 아니었지만.
“협조하시고 저는 청와대에 다녀오겠습니다.”
“설마 이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서요?”
“민간인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지금 공포 분위기가 조성되어 잘될지는 모르겠어요.”
“어떻게든 해 봐야죠.”
이번에 나는 거의 4천 명의 소환수를 소환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 서울을 방어하는 것은 그리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 예상되었다.
문제는 지방 도시들.
그곳을 방어하려면 적들이 땅에서 올라오는 순간 매몰시켜버리는 것이 답이었다.
폭발물들이 직접 적들에게 타격을 줄 수는 없었지만, 지하에 매몰시키면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아예 통째로 묻어 버릴 수 있을지도 몰랐다.
대한민국 청와대.
박가희에게 백승후에 대한 일을 맡기고 나는 바로 청와대로 날아왔다.
날아오는 내내 멸망의 눈이 주시를 하는 것 같아 묘하게 긴장이 됐다.
이하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저 눈이 터진다니. 그런 용도인 줄은 몰랐어요.”
“저도 그렇습니다.”
“그래도 이번만 막아내면 앞으로 두 번 남은 건가요.”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이후에는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게 되는 것이고요.”
“…….”
거기에 대해서는 이야기할 수 없었다.
게임을 클리어 하게 되면 지구의 시간은 과거로 돌아간다.
그때부터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흘러갈 것이고, 이하나의 머릿속에도 현재의 기억은 사라진다.
아마 평범하게 일을 하다 결혼을 하고 늙어가지 않을까 싶었다.
즉 나에 대한 기억도 사라지는 것이다.
그것을 생각하면 약간 가슴이 뭉클거리는 느낌이 있었다.
내가 알고 있던 모든 사람들이 나를 기억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
참으로 서글픈 현실이었다.
청와대 헬기장으로 대통령이 달려왔다.
“지존! 어서 오십시오. 연락 주셨으면 제가 갔을 텐데요.”
“아닙니다. 급하게 대통령님께서 처리를 해주실 일이 있어서요.”
“가시죠.”
경호원들이 둘러싸서 경호를 했다.
물론 이건 나를 정말로 경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저 그만한 대우를 해주는 사실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야외 정원.
매일 실내에서만 대화를 하려니 답답하여 잔디 위에 테이블을 펼치고 차를 마셨다.
“급한 일이 있으시다고요?”
“정책의 방향을 당장 전환해야 합니다.”
“예?”
나는 백승후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그대로 대통령에게 전달하였다.
이한진의 눈동자가 흔들리더니 놀라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게 정말입니까!?”
“예. 바로 움직여야 합니다.”
“하온데 그 자의 말은 정말로 신뢰할 수 있는 것인지요?”
“회귀자입니다. 저보다 전생에서 오래 살았고요.”
“허어.”
미래의 검성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야 했다.
이하나에게 이야기를 할 때처럼 대통령도 상당히 놀라는 모습이었는데, 도저히 말이 되지 않는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애초에 내가 회귀자가 아니었다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다는 것쯤은 오래 전부터 짐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존께서 미래를 아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했었습니다. 하온데 회귀자라니.”
“저 이외에도 꽤 많은 회귀자들이 있습니다. 다만 상당수의 회귀자가 죽었고 곧 죽을 예정이지요.”
이한진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흐른다.
내 말이 사실이라면 지금 바로 움직여도 시간이 부족하였기 때문이다.
며칠 안에 지하를 모조리 막아야 했는데 그게 가능할지도 의문이었다.
“일단 국내 문제는 그렇게 마무리를 하겠습니다. 하온데 이는 한국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군요.”
“전 세계에 걸쳐 일어나는 일이지요.”
“그럼 경고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나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경고를 해야 할지도 잠시 고민을 하기는 했다.
그렇게 경고를 했다가 적이 외부에서 밀려오면?
그때에는 모든 책임이 내게 쏠릴 수도 있었다.
그래도 해야만 하는 일.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고 외부에서 적이 쳐들어온다면 그것으로 된 것이다.
망신이야 당하겠지만 어마어마한 문제가 일어나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경고를 하지 않고 있다가 다들 횡액을 당하면?
세계가 무너지는 속도는 더 빨라진다.
나는 최소한 3차 징조까지는 헌터 강국들이 막아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바로 움직여주세요.”
“예, 지존!”
“저는 잠시 회견을 해야겠습니다.”
앞으로 남은 시간은 며칠.
상황이 이 지경이었기에 빠르게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청와대 기자회견장.
나는 ‘중대발표’를 앞두고 있었다.
기자들도 마른 침을 삼킨 채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까지 내가 중대발표라는 단어를 사용한 적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큰일이라는 뜻.
강소라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중대발표가 뭔가요?”
“전 세계에 알립니다. 3차 징조인 멸망의 눈은 3일 이내에 10km까지 팽창을 하였다가 터질 것이고 그 파편이 전 세계 도시들로 떨어집니다. 그리고는 땅에서 악마들이 기어 나오게 되지요. 모든 지하를 틀어막고 멸망에 대비하도록 합시다. 이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