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252
제252화. 멸망의 눈(4)
독일 베를린.
전(前) 세계 지존이자 독일의 지존 라이젠은 반파된 도시를 거닐었다.
지금 상황에서는 어느 도시든 마찬가지겠지만 황량하였으며 하늘에는 거대한 눈이 떠 있어 이곳이 지구가 아닌 이계의 어느 곳인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하였다.
실로 무시무시한 광경.
처음 1km 정도에 불과하였던 눈이었으나 어느덧 5km에 근접하고 있었고 베를린 상공을 다 덮을 듯이 확장을 거듭하고 있었다.
지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 살벌한 광경에 밖으로 나오기를 꺼려하였다.
곧 엄청난 일이 벌어진다는 것을 직감했다.
“사람들은 전부 대피를 시켰습니다, 지존.”
라이젠의 곁에는 독일 총리가 바짝 쫓아오고 있었다.
지금 세계 각국의 정부들은 해당국 대표 길드에 귀속이 된 상태였다.
국가의 기조는 생존에 맞춰져 있을 뿐이다.
경제는 파탄이었고 어떠한 정책을 실행하기에는 국가역량이 역부족이다.
곳곳에서 보이고 있는 폭동의 조짐에 라이젠은 극악처방을 사용했다.
악질 범죄자는 즉결처분하였으며, 사회에 불안감이나 분란을 조장하는 인물들은 체포하여 감옥에 처박았다.
물론 감옥은 시 외곽에 외치하고 있었고 성벽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
“잘하셨어요. 그밖에 인력의 충원은.”
“현재 새로운 각성자들은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가요.”
라이젠은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어느 순간부터 새로운 각성자들이 나타나지 않았다.
인적자원은 한정이 되어 있었는데 방어할 곳은 많았기에 2차 징조 때에 독일의 영토를 축소시켰다.
현 인류 최강국이라 인식되는 한국의 영토도 축소된 판국에 독일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었다.
이는 세계 모든 국가들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중국도, 러시아도 전부 주요 도시들만 거점 방어하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세계 모든 지도자들은 강한성의 기조에 따라 움직였다.
세계 지존은 딱히 각국에 자신의 방식을 강요하지도 않았다.
강요를 했던 것은 이 모든 사태가 벌어지기 이전, 멸망을 경고하고 성벽을 쌓으라는 것이었는데 그 이후부터는 한국을 방어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마침내.
멸망이 시작되고 성벽을 건설하지 않은 도시들부터 쓸려 나갔다.
특히나 기반이 약했던 아프리카 대륙 국가들은 죄다 무너졌다.
얼마 전에는 남아공도 멸망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이집트는 수도권을 방어하는데 성공하였으나 최근 들어서는 카이로로 영토를 축소한다는 발표를 하기도 하였다.
세상이 그렇게 미쳐 돌아가고 있었다.
‘3차는 막을 수 있을까?’
강한성은 분명 5차까지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라이젠조차 전생에서는 3차까지 막고 죽었다.
지금은 더욱 빠르게 멸망이 진행되는 시기.
난이도는 전생보다 훨씬 높았다.
“지존!”
그녀가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길드원 한 명이 달려와 태블릿 PC를 내밀었다.
“보십시오! 지존의 발표입니다!”
“지존의 발표!?”반드시 챙겨 보아야 한다.
강한성의 발표는 꽤나 충격적이었는데, 지금까지 이어 온 기조가 단숨에 뒤바뀔 정도였다.
라이젠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바로 회의를 구성한다.”
***
내가 발표를 하고 난 이후에 세상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의 기조대로 성벽에 의지한 채로 적들을 막아내려 하였는데, 땅에서부터 악마들이 쏟아진다는 말에 급박하게 움직였다.
지하는 폐쇄되고 폭파가 가능한 지점에는 폭탄이 설치되었다.
게다가 이번에는 멸망의 눈이 떠 있는 도시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 모든 도시들이 피해를 볼 것이었으므로 안전구역은 없었다.
실로 살벌한 내용.
이에 라이젠은 전 세계 각국의 지도자 회의를 구성하고자 하였다.
지도자 회의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아닌 현재의 상황을 토론하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도와달라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수는 없다.
무시를 하려다가 독일 역시 동맹이었으므로 라이젠의 말에 따라주기로 하였다.
지금 같은 시국에 한 자리에 모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고 회의장에 태블릿 PC를 달아 화상회의를 구성한 것이다.
살아남은 국가들은 모두 각국 지존이 자리하였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
이미 정부의 기능은 길드를 보조하는 정도였기에 전 수장들은 참석을 하였지만 뒤에 서서 이야기만 들었고, 발언권은 없었다.
내가 회의의 시작을 알렸다.
“다들 이야기는 들으셨을 것으로 압니다.”
“지존의 말이 사실이라고 가정한다면 정말 큰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과연 막아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웅성웅성.
순식간에 장내는 소란스러워진다.
왜 아니 그럴까.
전혀 상황이 좋지 않았다.
성벽이 무용지물이고 지하에서 적들이 올라온다니.
웬만한 도시들은 수많은 지하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특히나 지하철이 뚫려 있는 곳이라면 더 그렇다.
각국 수도에 지하철이 없는 국가가 드물었고 그곳은 이제 악마들로 우글거리게 될 것이었다.
“3차 징조가 시작되면 지하철의 철로부터 모조리 폭파해야 합니다.”
“도시가 버틸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구조기술자들의 도움을 받아서 폭탄을 설치해야지요.”
아이러니하게도 각국에 폭약들은 남아도는 상황이었다.
인류를 위협하던 화약무기들은 이제 무용지물이 되었고 헌터들을 보조하는데 사용되거나 산업용으로 쓰였다.
그걸 이용해 적들에게 타격을 줄 수 있는 기회였다.
문제는 그렇게 하면 도시의 지반이 약해진다는 것이다.
무너지는 건물이 속출할 것이고, 도시는 예전의 모습을 찾을 수가 없어진다.
이번 위기가 끝나게 되면 멀쩡한 도시는 단 하나도 남지 않게 될 것이다.
“그래도 해야 합니다. 한 집에 몇 가정이 들어가서라도 버텨야지요. 건물이 무너지는 것도 감수해야 합니다. 죽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습니까.”
“영구적인 타격을 입겠습니다.”
“별수 없는 노릇입니다.”
여러 가지 의견들이 오갔다.
그러나 나는 사람들에게 전혀 강요하지는 않았다.
“어디까지나 제 말은 사견일 뿐이고 선택은 각국에서 하시면 되겠습니다.”
“…….”
“저는 미래를 알려드린 것뿐입니다. 어차피 멸망은 가속화 됩니다. 이제 3차입니다. 앞으로 더 버티려면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살아남아야지요.”
내 말에 분위기가 싸늘해진다.
그러나 나는 흔들리지 않았다.
내 목적은 어디까지나 이 게임을 클리어 하는 것이었지 사람들을 구하려는 것이 아니다.
라이젠이 생각을 마치고 입을 열었다.
“이번에 최대한 노력을 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지 못한다면 저희를 받아 주셨으면 합니다.”
“저희도 부탁드립니다.”
“부디 자비를 베풀어 주시기 바랍니다.”
각국 지존들은 이번에 적들을 막지 못해도 다음번에는 반드시 멸망할 것이라 내다보고 있었다.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한국으로 오는 것.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 보겠습니다.”
***
지옥과 같았던 3일.
이 시간 동안 한국을 비롯한 모든 국가들은 선택을 해야 했다.
도시에 존재하는 지하를 모두 폭파해야 하는 것인가.
그리 된다면 도시는 원형을 제대로 보존하지 못한다.
어디까지나 그건 본인들의 선택이었다.
나 역시 선택을 해야 했다.
“최대한 도시에 손상이 가지 않은 부분에서 폭탄을 매설했어요. 시작과 동시에 터뜨리나요?”
“서울 도심지역은 최대한 자제합니다. 제가 어떻게든 막아보도록 하죠. 하지만 외곽지는.”
“터뜨릴게요.”
“네.”
이는 선택과 집중의 문제다.
모든 곳을 살릴 수가 없다면 중요도 순으로 도시를 살려야 한다.
지하를 폭파시킨다는 것은 수로와 전기시설도 망가진다는 뜻과 같았다.
이걸 최대한 살리는 것이 목표다.
다른 도시들도 마찬가지.
멸망의 눈이 터지기 직전에는 소환수들을 주요 도시들에 배치할 생각이었다.
최소한의 시설은 남겨야 한다.
도시의 기반시설이 완전히 무너지면 추후 생존에 치명적인 문제들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수로가 망가지면 오물을 처리할 수 없고 물 공급이 끊어진다.
진정한 원시시대로의 회귀.
전기조차 사라진 시대가 온다면 사람들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폭동을 일으킬 것이 분명했다.
이 때문에 내가 최대한 발로 뛰어야 하는 것이다.
이하나는 도시 계획서를 보며 설명을 해나갔다.
“서울 지역은 폭발을 최소화하고, 막지 못할 것 같은 곳만 터뜨리기로 하였습니다. 헌터들이 많이 동원되었으니 잘하면 서울은 지켜낼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렇게 될 겁니다.”
어디까지나 나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것이었다.
도저히 적을 막지 못하는 상황이 왔을 때.
그때 터뜨린다.
지하를 박살내는 것은 최후의 수단으로 남아야 한다는 뜻이다.
다른 국가들은?
어쩔 수 없이 모든 기반시설을 망가뜨려야 할 것이다.
3차가 마무리되면 한국을 제외한 모든 도시들은 박살이 날 것이 분명했다.
“엄청난 시련이네요.”
이하나는 도시 계획서를 접었다.
“끝이 다가온다는 증거이기도 하죠.”
“과연 끝이 존재하기는 할까요?”
“물론이죠.”
무슨 일이든 끝은 있다.
이번 경우에는 내가 성공하거나 실패하거나 단 두 가지만 존재하겠지만.
쿠구구구!
오후 3시 무렵.
나는 오늘 안에 멸망의 눈이 폭발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 때문에 계속해서 멸망의 눈을 주시하고 있었다.
정말로 멸망의 눈은 10km까지 확장됐다.
말이 10km였지 실로 어마어마한 크기였으며 두께도 하늘을 뚫어버릴 듯이 두꺼웠다.
괴물이 떠 있는 것 같은 느낌.
콰르르릉!
그러더니 뇌전을 쏟아낸다.
검은 기운이 사방으로 퍼져 태양을 완전히 가려버렸다.
번쩍!
세상은 어둠에 잠긴다.
지금을 밤으로 인식하였는지 가로등이 켜졌다.
하지만 불을 함부로 켜는 집은 없었다.
땅에서 악마들이 쏟아져 나왔을 때, 가장 먼저 공격을 받을 곳은 바로 빛이 있는 집이다.
악마들은 빛에 민감하다.
이 때문에 다들 숨을 죽인 채로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쾅! 콰르르릉!
쩌저정!
하늘에 거미줄과 같은 빛이 흘렀다.
그 광경을 본 이하나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번에……. 정말 막을 수 있나요?”
“이번까지는 가능할 겁니다.”
“지금도 세상이 망할 것 같은 느낌인데.”
이제 곧이다.
멸망의 눈은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른 상태였다.
눈알의 상태는 완전히 붉어져 있었다.
혈관이 터질 듯이 팽창되었으며 피를 뚝뚝 흘렸다.
“지옥도 이런 광경은 아니겠어요.”
“동감입니다.”
내가 클리어 한 지옥만 해도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는 된다.
수많은 지옥들을 경험했다고 자부하지만 이런 그로테스크한 모습은 또 처음이었다.
눈알에 피가 가득 찬 느낌.
번쩍!
멸망의 눈의 동공이 확장된다.
부유하는 눈동자.
고오오오!
눈동자가 울부짖고 있었다.
더욱 팽창이 되더니 피를 사방으로 뿜어내기 시작한다.
콰과과과광!
그리고 어느 순간.
눈동자가 터지더니 피를 사방으로 뿌렸다.
솨아아아!
마기를 잔뜩 머금은 피는 비가 되어 쏟아졌다.
거리가 피에 잠기기 시작한다.
잠시 후.
퍼억!
땅속에서 수많은 팔들이 튀어 나왔다.
내부에서의 침공이 시작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