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254
제254화. 예정된 결말(1)
독일 베를린.
과거의 세계 지존 라이젠은 세상이 망가지는 광경을 실시간으로 두 눈에 담고 있었다.
콰과과과!
“지존! 마지막 바리게이트가 무너졌습니다!”
“중부로 퇴각한다!”
“퇴각도 힘듭니다! 이대로라면…….”
피투성이가 된 헌터들.
악마들의 피인지, 사람의 피인지, 비처럼 쏟아지는 피에 맞는 건지 알 수 없을 지경.
지독한 피비린내에 코는 이미 마비되었고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지옥의 전주곡처럼 들린다.
독일은 나름대로 3차 멸망의 징조를 막기 위하여 노력을 기울였으나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었다.
외부에서 적들이 쳐들어 왔다면 모르겠지만 내부에서 적들이 나타났고, 방어벽은 속절없이 무너졌다.
‘이대로는 무리야.’
퇴각을 명령하였으나 대다수의 사람들은 다음 지역으로 퇴각을 할 수 없었다.
그대로 악마들에게 찢겨 나간다.
땅속에서는 여전히 적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래도 모든 지하에 폭약을 설치하여 사태가 시작되는 즉시 터뜨려 매몰시켜 이 정도였다. 그게 아니었다면 단숨에 베를린이 끝장났을 것이다.
“우리라도 살아야 한다.”
“구하지 않습니까!?”
“이 상황에?”
전방을 내려다본다.
이미 거리는 악마의 졸개들이 점령하였다.
졸개들은 검이나 방패로 무장을 하고 있었는데 스켈레톤과 좀비의 중간 모습처럼 보였다.
그렇다고 언데드 몬스터는 아니었으며 악마 속성을 가지고 있었다.
레벨은 50대에서 70대까지로, 그리 높은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숫자가 문제다.
워낙에 많은 몬스터들이 밀려들기 시작하니 도저히 막기가 벅찼던 것이다.
“살려줘! 끄아아악!”
일단 잡히면 사지가 찢겨 나간다.
그 끔찍한 모습에 사기는 더욱 떨어졌다.
베를린 중부.
이제 베를린은 남부와 중부만 남겨놓고 있었다.
물론 이곳이라고 해서 안전한 것은 아니었다.
중부와 남부 역시 몬스터들이 내부에서 치고 올라왔다.
그나마 대부분 적들이 매몰되어 안전구역이 되어가고 있는 것일 뿐.
앞에서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몬스터들이 전진하고 있었고, 내부에서도 적들이 설치고 있는 상태.
참모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했다.
“중부도 포기해야 합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사람이 많아.”
“지존. 선택과 집중의 문제입니다. 남부 일부에서 농성을 하며 지원을 기다려야 합니다.”
“소환사께는 메시지를 보냈나?”
“보내기는 했습니다만, 한국도 멸망의 징조가 시작된 것은 같기 때문에.”
참모들의 눈동자가 절망으로 물들었다.
강한성이 한국의 상황을 빨리 처리한다고 해도 과연 여기부터 도움을 줄지는 참모들도 알 수 없었다.
베를린이 이 지경이라면 독일의 다른 지역은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참모들도 그걸 알기에 굳이 입에 담지 않는 것이었다.
그들은 실시간으로 독일의 상황을 보고 받고 있었다. 도시가 완전히 끝장났다는 보고들.
괜히 그런 이야기를 라이젠에게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지존! 결정을 내려 주십시오!”
“남쪽으로 이동한다. 중부는 포기를 하는 걸로.”
“예!”
살아남은 병력이 베를린 남부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
이한진을 비롯한 관료들은 길드 본부에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지하벙커로 들어가는 방법도 있었지만, 지하에서는 수많은 적들이 생겨나고 있었다.
괜히 벙커로 들어갔다가 고립이 되면 행정부 전체가 몰살될 수도 있는 상황.
길드 본부가 가장 안전하다고 판단하여 이곳으로 왔다.
이한진은 상황실에서 전국의 사태가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 눈에 담고 있었다.
“이게 대체.”
연신 광휘가 몰아친다.
강한성은 서울뿐만이 아니라 전국의 도시들을 순회공연하며 적들을 쓸어냈다.
“순간이동이 가능하게 된 모양입니다.”
“포탈을 여는 것이 아니라?”
“보시죠. 포탈은 하루에 한 번 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에 비하여 순간이동은 제약이 없는 듯 보입니다.”비서들은 나름대로 분석을 했다.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상황을 주시하였다.
이한진이 보기에는 현재 상황이 나쁘지는 않았다.
애초의 계획에는 지하를 모조리 폭파하기로 하였으나 강한성의 개입으로 중지됐다.
각 도시마다 광휘가 몰아치니 적들의 행동이 둔화되었고, 수많은 천사들이 날아다니며 적들을 죽였다.
놈들이 지하에 있다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천사들은 악마들을 쫓아가 반드시 주살한다.
“천사와 악마들이라니. 성서의 한 구절도 아니고.”
“어떤 성서에도 이런 광경은 묘사되어 있지 않습니다.”
천사와 악마가 인간계에서 대규모 전투를 벌인다.
그런 기록은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다.
강한성이 아니었다면 이런 모습은 결코 볼 수 없었을 것이다.
“아무래도 기반시설들을 지켜낸 것 같습니다.”
적들이 줄어들고 있었다.
분명히, 주력이 격파되고 놈들은 힘을 잃어가고 있었다.
강한성은 각 도시들을 돌며 보스들부터 공략했고, 보스가 죽자 나머지는 힘을 쓰지 못했다.
이 덕분에 굳이 기반시설을 폭파할 필요는 없어졌다.
“기반시설이 무너졌다면 어찌 됐을까.”
“바로 전염병이 창궐했을 겁니다.”
전기와 수도가 끊기면 식수를 보급하는 것도 힘들어질 테지만 더 큰 문제는 전염병이다.
사람들이 씻지 못하고 강물은 오염되어 있다면 바로 식수난이 벌어질 것이다.
사람들이 탈수로 죽는 것은 물론이고 이런 봄 날씨에는 바로 전염병이 창궐할 것이다. 그야말로 끔찍한 상황.
“타국의 상황은?”
“한국처럼 강과 수도 등이 정화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이 많은 피가 강과 댐 등을 오염시킨다는 건데.”
“멸망이지요.”
생각할수록 소름이 돋았다.
강과 댐, 보들이 모조리 오염된다?
여기에 더하여 전기까지 끊기면 최악의 상황이 도래하는 것이다.
농작물도 사라질 것이고, 공장도 가동을 멈추면 진정한 아포칼립스 상황이 도래한다.
강한성이 어떻게든 기반시설을 무너뜨리지 않은 것은 신의 한 수였다.
“각국에서 구조요청이 쇄도하고 있습니다.”
“기다리고 해. 지존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
“다들 너무 간곡해 보입니다.”
“그렇다고 한국을 버릴 수는 없지.”
이한진은 강한성이 내린 지시를 철저하게 지키고자 하였다.
강한성의 지시는 명확했다.
자국을 우선으로 하는 것.
한국이 위험한 상황이라면 타국으로의 지원은 없다는 것이 기본적인 입장이었다.
***
콰과과과!
사방이 쓸려나간다.
나는 천사들의 활약을 눈에 담고 있었다.
특히나 소환이 된 천사들이 아닌, 생명의 샘에서 태어난 천사들은 소환수들과는 질적으로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강렬한 신성으로 도시 전체를 정화하였으며 피는 성수로 변하여 말끔하게 도시를 청소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마기로 오염된 피를 맞은 도시가 성수로 정화되는 것이다.
강과 댐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만한 오염물질이 내렸다면 수질의 오염이 심각해진다.
그걸 막았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실로 어마어마한 성과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지존! 수도권은 완전히 정리가 된 것으로 보여요.”
이하나가 보고를 해왔다.
아직 잔당 처리가 남아 있었지만,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도시들은 정리가 끝나가고 있었다.
이 정도라면 헌터들이 처리를 해도 될 정도였다.
“다른 지역들은 어찌 됐나요?”
“우선 주력은 격파가 된 상황인데……. 천사들이 잔당을 처리하고 있어요.”
“거의 끝났다는 뜻이군요.”
“한 시간 이내에 거의 정리가 될 것이고, 나머지는 헌터들에게 맡겨도 될 것 같습니다.”
실로 기적과 같은 일이었다.
이만한 재앙을 반나절 만에 처리할 수 있다니.
내가 데미갓에 오르지 않았다면 결코 불가능한 일이었다.
‘천사들의 활약이 대단했지.’
나조차도 내 힘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이 정도였으니 다른 사람들은 오죽할까.
“빨리 정리를 하도록 합시다. 타국으로 지원을 가야 할 수도 있으니.”
“외람된 말씀이지만……. 이미 타국들은 끝장이 나지 않았을까 싶어요.”
“헌터들을 데려와야지요.”
“그건…… 그렇겠죠?”
“잔심부름이라도 시키려면.”
내가 주력을 격파하면 헌터들은 잔당 처리를 도맡는다.
한국에는 여전히 헌터들의 숫자가 부족했다.
이번에 프랑스가 합류하면서 꽤 숫자가 늘기는 했지만, 전국을 방어하는 데에는 턱도 없었다.
앞으로 인력난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그러니 최대한 타국의 헌터들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제는 그럴 때였다.
콰과과과!
하늘에 떠오른 광휘.
강소라는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적을 목도했다.
“신이 정말로 존재하기는 하는 모양이야.”
“그러게 말이에요.”
이 정도로 많은 천사들을 볼 수 있다니.
천사들이 악마들에게 대항하여 싸웠다. 어떤 영화라고 해도 이렇게까지 실감이 나지는 않을 것이다.
진정한 지옥의 강림.
하늘에서 피가 쏟아질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하였을까.
땅을 뚫고 올라오는 악마들까지.
실로 끔찍함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소라는 끝까지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하여 노력하였다.
그리고 강한성이 어떤 식으로 적들을 처리하는지 보게 되었다.
“지존께서는 혼자서 저 많은 적들을 처리하신 거야.”
“천사들은 모두 지존이 소환을 했다는 거군요.”
“수천 명. 족히 4천 명은 되어 보이는데. 어쩌면 그 이상 될지도 모르겠고.”
몸이 다 떨릴 정도의 천사군단이었다.
강한성이 그 많은 천사들을 이끌고 전방을 휘젓는 광경들은 그녀에게 굉장한 경외심을 갖게 하였다.
물론 그런 그러한 경외감은 강소라만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다.
“끼에에엑!”
비명소리가 여전히 메아리친다.
도시 전체가 정화되며 이제 더 이상 적들은 땅에서 기어 올라오지 않았지만 아직 잔당이 소탕되고 있는 중이었다.
잔당은 아군 헌터들이 처리하고 있었다.
이만하면 대성공이다.
한국 상황은 마무리가 된 것이라고 보아도 되었다.
“타국은 어때?”
“멸망이 이어지고 있어요.”
“멸망이…… 이어지고 있어?”
“독일이 멸망을 했다면 말 다한 거죠.”
“……!”
강소라와 홍보부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앞으로 이런 일이 몇 번이나 이어질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독일이 벌써 멸망을 해버린 것이다.
독일은 강한성이 지존으로 부상하기 전에는 세계 지존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런 국가가 망했다는 것은.
“유럽은 다 무너졌겠네.”
“미국도 무너졌고 러시아, 중국, 일본 다 무너졌어요.”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그것은 보고를 하고 있는 홍보부 직원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의 상황만 보고 타국도 어느 정도는 잘 막아내고 있지 않을까 막연히 여기고 있었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이만하면 한국을 제외한 세계 전역이 멸망을 했다고 보아도 무방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