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259
제259화. 레드 드래곤의 레어(1)
사실 나는 더 이상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생각했었다.
데미갓에 오른 상태에서 더 강해지기 위해서는 신위를 받아야 했는데, 그건 게임을 클리어 하는 것 외에는 도리가 없었다.
아이템도 마찬가지.
이미 유물급 아이템은 모두 발굴이 되었다.
회귀자들이 고급 아이템을 남겨뒀을 리가 만무하다.
수련에도 한계가 있었다.
나는 이미 모든 스킬이 만렙이다.
온갖 잡스러운 스킬도 지나치지 않고 만렙을 찍어버렸으니 수련도 별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펫이 강화되는 것이라면 이야기가 좀 다르다.
특히나 드래곤이 성체가 된다면?
드래곤만으로도 도시 하나를 방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나는 바로 백승후에게 입대를 하라고 말했다.
우선은 소대장 정도로 있으면서 기다리라고. 이후에 내가 드래곤을 성체로 진화시키고 나면 빠르게 진급을 시켜 소령계급장을 달아 줄 것을 약속하였다.
백승후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돌아갔다.
백승후가 소대장으로 가는 부대는 조금 고달플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인상과는 별개로 놈의 지휘력은 뛰어났다.
어쩌면 백승후의 부대가 가장 오래 살아남을지도 모르는 일.
나는 바로 이하나를 호출했다.
“던전에 들어가신다고요!?”
당연히 이하나는 버럭 했다.
언제 4차 징조가 일어날지도 모르는 판국에 지존이 자리를 비운다는 것을 납득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건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다.
“이 녀석이 진화를 할 수 있다고 하니 가야죠.”
“드래곤이 말인가요!?”
이하나는 인상을 쓰고 있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드래곤이 진화를 하게 되면 그건 완전히 다른 문제가 된다.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도대체 어느 정도로 진화를 하게 되는데요?”
“성체로 진화합니다.”
“……!”
이때가 되어서야 이하나는 내가 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드래곤을 진화시킬 수 있다면 어떤 대가를 지불한다 해도 가야 했다.
“아직 시간은 있는 것으로 보여요.”
그녀는 억지로 시간을 짜내기 시작했다.
내가 가용할 수 있는 시간.
한국에 없어도 사회가 잘 굴러갈 수 있는 한계점을 이야기했다.
“3일 드릴게요.”
“3일이라. 일주일은 안 됩니까?”
“불가능해요. 아시잖아요? 여기서 지존이 사라지면 바로 폭동이 일어나요.”
이하나는 식은땀을 흘렸다.
지금 발생할 수 있는 상황 중에서 가장 끔찍한 일은 바로 정부가 통제력을 잃는 일이었다.
공권력이 먹혀 들어가지 않게 되면 바로 폭동과 각종 범죄가 일어난다.
이건 지금까지 수많은 국가들에서 증명이 된 일이었다.
바로 내부에서 국가가 무너질 것이다.
한동안은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내가 없는 상태에서 4차 징조라도 일어나버리면 사태는 걷잡을 수가 없게 될 것이라고.
“한계가 3일이라는 뜻이군요.”
“네. 가능하시겠어요?”
3일도 꽤나 무리를 한 것이었다.
가능하면 빠르게 클리어를 하고 돌아오겠지만, 장담은 할 수가 없었다.
“안정권은 이틀이지만요. 그때까지는 미리 저장을 해 놓은 영상을 내보내며 사람들을 안심시킬 수 있어요. 하지만 그 이상은.”
나도 그녀의 고충은 충분히 이해하였다.
“반드시 3일 안에 돌아오겠습니다. 그 안에 클리어를 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포기를 하도록 하지요.”
“클리어 할 것이라고 믿을게요.”
그곳은 1인 던전이다.
물론 굳이 1인 던전이 아니라고 해도 다른 헌터들을 데리고 갈 생각은 없었지만.
***
레드 드래곤의 레어.
줄여서 드래곤 레어라고도 불리며, 백승후의 말에 의하면 자신이 죽기 직전까지 클리어 되지 못한 3대 던전 중 하나라고 한다.
이 역시 해당국이 완전히 멸망을 하고 나서야 생긴 곳이다.
과거 미국의 수도였던 워싱턴 D.C의 국회의사당 아래에 위치하고 있다.
전생에서는 당연히 그에 대한 소문을 듣지 못했다.
소문을 듣기 전에 내가 죽었기에 알 수 없는 것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한국이 멸망해야 나오는 곳이었으니 사실상 이곳이 내가 클리어 할 수 있는 마지막 던전이라는 뜻이 되었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았을 때에는 직접적으로 가해지는 위협보다는 이런 식으로 던전을 클리어 하는데 더 많은 위협을 느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완전무장을 마친 후에 갖가지 소모품들을 아공간에 넣는다.
백승후의 정보에 의하면 레드 드래곤의 레어는 일명 용암 던전이라고도 불리며,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도 타죽을 것 같은 열기라고 표현했다.
용암 내부를 걷는 것과 같다면, 완전한 화 속성 던전이다.
만약 이곳이 화 속성 던전이 아니었다면?
당연히 도전할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펫 전용 던전이었기에 아이템의 종류도 펫으로 한정된다.
스킬도 마찬가지.
즉, 이곳을 클리어 하기만 하면 드래곤에게 갖가지 스킬과 장비들을 입혀 줄 수 있다는 뜻이었는데.
그만큼 난이도가 괴랄하여 전생에 몇 되지도 않은 소환사들이 도전했다가 나오지 못하여 ‘소환사의 무덤’으로 불리기도 하였단다.
미국이 멸망했을 정도라면 전생에서도 끝부분에 해당한다.
당연히 난이도는 미쳤을 것이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도전하려는 것은 4차 멸망이 어느 정도의 피해를 가져다줄지 가늠할 수 없어서다.
4차 멸망의 징조에서 목표는 서울을 지켜내는 것.
다른 지역은 다 멸망을 하더라도 서울을 지켜내야 최후의 전투를 벌일 수 있었다.
5차라고 불리는 최후에는 어떤 괴물들이 튀어 나올지 도저히 예상을 할 수가 없었다.
저벅 저벅.
휘이이잉!
나는 무너진 도시를 걸었다.
완전히 박살나고 피칠갑이 되어 있는 도시를 보면 이곳이 과거 미국의 수도였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지경이었다.
그래도 한때에는 인류 최강국으로 불리지 않았던가.
헌터 강국이기도 하였던 미국이 이렇게 멸망하였다는 것은 그만큼 현재 상황이 그리 녹록하지 않다는 반증이었다.
이번에도 동료들은 데려가지 않기로 했다.
한눈에 봐도 이곳은 어마어마한 화기가 밀려오는 던전이었다.
소환수를 소환하여도 화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HP가 줄어들 것으로 생각됐다. 동료들은 당연히 버티지 못한다.
해츨링은?
당연히 데려간다.
이번에 잘하면 성체가 될 수 있다.
못해도 유년기 정도에는 접어들 것이며, 그것만 해도 대단히 큰 도움이 된다.
“여긴가.”
과거 국회의사당이었던 곳.
남북으로 뻗은 길이가 200미터가 넘었던 건물은 완전히 파괴되어 흔적도 없었다.
잔해들만 가득하였으며, 죽어나간 사체들은 썩었고 그걸 파먹느라 지옥의 괴물들이 수도 없이 몰려와 있다.
주력을 한 차례 격파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지경이었으니 지옥의 괴물들이 얼마나 끈질긴지 알 수 있었다.
콰과과광!
놈들은 가볍게 쓸어낸다.
주력이 남아 있을 때에는 저놈들을 죽이는 것이 꽤나 귀찮은 일이었지만, 지금은 소환수들이 알아서 처리하고 있었다.
사실상 현실에서 단일개체 중 나를 상대할 수 있는 놈은 없는 상태였는데, 레드 드래곤 레어에서는 어떨지 모르겠다.
보스는 드래곤 성체로 예상된다.
실질적인 드래곤보다 강할 것이다.
그에 비하여 나는 약화된 데미갓에 불과하니 붙으면 승리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다고는 해도.
반드시 승리를 하고 보상을 받아야 한다.
잔해들을 모두 들춰내자 붉은 입구가 보였다.
콰과과과!
어마어마하게 쏟아지는 화기.
지금껏 이런 던전은 없었다.
입구에서부터 이렇게 화기를 쏟아내는 곳은 본 적이 없다.
그만큼이나 안쪽의 온도가 높다는 뜻이겠지.
입구에 선다.
이 던전의 레벨은 도대체 몇일까?
[펫 특화 던전] [레드 드래곤의 레어에 입장합니다.] [추천 레벨: 160] [공략 실패 시 사망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입장하시겠습니까?] [Y/N] [경고!] [캐릭터의 레벨이 낮습니다!] [경고!] [다시 한 번 고려를 권장합니다.] [1인 던전입니다…….]“미쳤군.”
혀가 내둘러진다.
지금까지 보았던 던전들 중에서 가장 레벨이 높았다.
분명히 전생에 이곳에 도전하였던 소환사들에게는 던전 레벨이 ‘???’로 표시됐을 것이다.
그 때문에 기대를 가지고 도전했던 것이었고, 모두 죽었다.
소환사의 무덤이라고 불릴 만하다.
다만 소환사들이 지나칠 수 없었던 것은 바로 문구 중 표기된 ‘펫 특화’라는 단어 때문이었다.
펫 특화가 무엇인가.
저 안에서 쏟아지는 스킬이나 아이템은 펫에만 착용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소환사에게 그보다 더 큰 유혹이 어디에 있을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저 던전도 클리어를 하라고 만든 곳이었으니 깨는 것이 아예 불가능하지는 않을 거라는 점이다.
“하, 참.”
잠시 이곳에서 고민했다.
내가 공략을 할 수 있을 것인지에 스스로 질문을 해봤다.
결과는 하나.
“해야만 하는 일이지.”
다른 선택지는 있을 수가 없었다.
지금 시점에 이런 던전이 나타났다는 것은 반드시 클리어를 해야 한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
그래야만 4차 징조를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데미갓이었고 어느 정도 미래를 예상할 수 있었다. 직감도 매우 발달한 편이었다.
[레드 드래곤의 레어에 입장하였습니다.] [경험치 보너스 +300%] [드롭 보너스 +300%]“……!”
던전에 들어가자마자 어마어마한 문구가 떴다.
경험치와 드롭 보너스가 300%다.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문구였고, 사냥에 성공을 하기만 한다면 스킬과 아이템이 끊임없이 떨어질 거라는 것이었다.
내게는 펫이 3마리 있다.
하나는 엘라임이었고 또 하나는 천사 펫이었으며, 마지막이 드래곤이다.
드래고니안은 해츨링을 얻은 후에는 레벨 흡수를 시켜버렸다.
드래고니안이 가지고 있던 장비들도 모두 해츨링에게 전가를 시켰는데 사실 장비 상태가 썩 훌륭한 것은 아니었다.
유물과 신급 아이템으로 무장하고 있는 나와는 상당히 비교가 되는 스펙.
만약 여기서 해츨링도 진화를 하고 스킬과 아이템을 빵빵하게 가져갈 수 있다면 그보다 남는 장사는 없다.
게다가 내게는 펫이 한 마리가 아니지 않던가.
‘반드시 필요한 일이야.’
이제는 이 던전의 클리어가 단순히 필요한 일이 아니라 필수로 보인다.
그렇게 각오를 다진다.
우선 안전구역으로 가 전방을 살핀다.
동시에.
[던전의 입구가 닫혔습니다.] [클리어 전까지 던전을 탈출할 수 없습니다.]살짝 식은땀이 흘렀다.
역시 이만한 던전은 강제성이 있었다.
일단 들어오면 나갈 수 없었기에 누구도 밖으로 탈출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제야 전생에 있었던 일이 머리에 그려진다.
콰과과과!
뜨겁게 밀려드는 바람.
화염 저항력이 100%에 이른 내게도 뜨거움이 느껴질 수준이었다.
전방에서는 용암이 물결치고 있었다.
사방으로 용암이 튀는 것을 보니 그냥 그걸 맞으면서 사냥을 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용암 속에서는 끊임없이 용암 괴물들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야말로 화 속성 특화 던전.
나는 주먹을 꽉 틀어쥐었다.
“그래. 보상이 얼마나 달달한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