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27
제27화. 초특가
“네? 이길 수 있다니요? 누님, 형님께서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고 계신 거죠?”
“음……. 그러니까.”
이하나는 내게 도움의 눈빛을 보냈다.
캐쉬상점에 대한 이야기는 이하나와 나만의 비밀이다.
그녀와는 제법 오랜 시간 함께 밑바닥 생활을 하며 친분을 다졌지만, 유령기사 박수철은 아니었다.
박수철의 본성이 선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런 중대한 비밀을 공유해도 되는 건지 묻는 거다.
내 선택은 반 오픈이다.
완벽하게 오픈하는 것은 무리였지만, 어느 정도는 오픈을 해도 된다고 보는 거다.
“내게는 특별한 시스템이 있거든.”
“특별한 시스템이요?”
“스킬과 장비를 다른 루트로 구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해야 하나.”
“……!”
이 정도만 오픈했음에도 불구하고 박수철은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스킬과 장비를 헌터들 간의 거래로 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루트를 사용하여 구매를 한다는 것.
물론 여기까지만 이야기를 풀어서야 어떤 메리트도 느끼지 못할 것이다.
“돈만 있다면 무엇이든 구할 수가 있어. 이론적으로는 신화 급 스킬을 사는 것도 가능하다.”
“그게 정말이십니까!?”
박수철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를 질렀다.
신화 급 스킬.
오직 허락된 자들만 극소수 보유할 수 있으며 한 사람이 두 개의 신화 스킬을 보유한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신화 스킬 하나만 있어도 일국의 지존이 되는 것이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이걸 구매할 수 있다고 하니 손발이 떨리는 것은 당연한 일.
“시세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금액의 반값이 좀 안 돼. 길드원들에게는 시세의 반값으로 팔 거고 나머지는 수수료지. 즉, 돈만 많으면 뭐든 할 수 있다.”
“와, 거기에 반값이라니.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제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 아니죠? 아무리 물질만능주의가 만연하다지만.”
극(極) 물질주의.
돈으로 뭐든 가능하다.
심지어는 부활의 주문도 살 수 있다.
부활의 주문은 가격이 한국의 일 년 예산과 맞먹지만 어쨌든 가능은 하다.
내게 있어서도 캐쉬상점은 신세계다.
어디까지나 부자들에 한하지만.
박수철의 목소리가 떨렸다.
“신화 스킬은 얼마 정도 합니까?”
“10조 원 이상.”
“…….”
털썩
박수철은 다시 주저앉았다.
아무리 헌터가 귀족에 속하고 상상을 초월할 만큼 돈을 벌고 있다지만 조(兆) 단위의 금액이라니 힘이 빠지는 것이다.
이하나는 그런 박수철을 보며 혀를 찼다.
“못할 게 뭐 있는데요? 크라운 길드의 연 수입이 얼마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50조 원 이상?”
“네. 아마 그 이상 될 거예요. 길드의 간부가 된다면, 그리고 길드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다면 못하겠어요? 한성 씨. 안 그래요?”
“충성심이 검증되기는 해야겠지만, 이론적으로 불가능한 일은 아니죠.”
“형님! 충성을 다 바치겠습니다!”
“쯧. 말로만 누가 못할까. 너는 너무 사람이 가벼워서 탈이다.”
“헤헤, 그게 제 최대 장점 아니겠습니까?”“어쨌든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서. 처음부터 신화 스킬이나 아이템을 노리기보다는 빠르게 최대의 가성비를 노리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길드는 누구나 아이템과 스킬을 반값에 구매할 수 있게 될 거야. 그걸 외부로 유출시킬 수 없다는 전제가 붙지만.”
“아마 아무도 유출시키지 않을 겁니다. 조건을 듣는 순간 길드에서 나가지 못하게 되거든요. 나가면 손해죠.”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중개를 통하여 나 역시 이익을 취한다.
스킬과 아이템 등을 시세의 반값에 판매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허용 최대치다.
그 이상 싸게 판매한다면 길드원들이 의심하기 시작할 것이고, 나 역시 중개를 통하여 남는 자금으로 더 강해질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윈-윈 전략.
박수철은 이제 내가 빠르게 강해지는 알고리즘에 대해 이해하게 되었다.
이하나도 마찬가지다.
그녀 역시 내 능력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이켜 보고 충분히 가능한 전략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금강불괴 스킬에 대해서는 아직 공개를 하면 안 되겠네.’
지금만 해도 충분히 의심스러울 수 있는 상황이었다.
신화 급 스킬을 보유한 것으로도 모자라 특별한 상점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알게 되었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내게 어떤 특별한 능력이 더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내가 회귀자라는 사실은 아직 누구에게도 알리면 안 된다.
박수철이 물 잔에 물을 가득 붓고 건배를 제의했다.
“이 세상에 있는 돈을 다 긁어 보죠!”
저녁 7시 무렵.
편하게 씻고 레몽의 오세춘을 기다렸다.
8시에는 별의 전령이 방문하기로 약속되어 있었고 한 시간 전에는 오세춘이 금괴를 가지고 방문할 것이다.
물론 그 둘이 마주친다고 해도 상관은 없었다.
별의 전령은 인간의 모습으로 방문할 테니까.
오세춘은 칼같이 7시에 거대한 캐리어를 끌고 찾아왔다.
“허허, 제가 늦은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별말씀을. 아직 초저녁인데요.”“오늘 요청을 하신대로 던전에서 뽑아낸 마석은 모조리 현금화 하여 금괴로 바꾸었습니다. 거기에 더하여 아이템 일부의 대금을 본사에서 계좌로 송금 받아 역시 금괴로 바꾸었죠.”
“꽤 많아 보이는데.”
“금괴 100kg입니다.”
“그렇군요.”
나는 담담하게 말을 했지만, 내심은 놀랐다.
매직 아이템 중에서도 그럭저럭 가성비가 좋은 것 같은 것들만 골라서 강화를 시켰는데 그게 주효했던 모양이다.
강화야말로 내 수입원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물론 강화 아이템이 너무 많이 풀리면 시세가 급격하게 떨어질 수 있었기에 물량을 적당히 조절하는 것이 중요했다.
돈이 필요할 때에는 차라리 레어 아이템을 구매하여 강화하는 편이 나아 보인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허허, 아직 30억 정도는 대금이 남아 있습니다. 이건 어찌 할까요?”
“모조리 금괴로 바꾸어 내일 저녁에 주셨으면 합니다.”
“어마어마하게 금괴를 모으시는군요.”
“금괴가 재테크에는 최고지요.”
“이해합니다.”
아직까지는 오세춘도 내가 재테크를 하는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금값은 웬만해서는 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각종 화폐의 가치가 요동치는 경우는 있어도 금값은 요지부동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금을 보유하고 있다가 헌터간의 거래를 하는 것도 가능하였으므로 이 편이 좋을 수 있다고 여길 것이다.
여기서 시간이 더 흐른다면 의심을 하겠지만 그쯤 되면 레몽이 을들의 반란에 예속될 가능성이 높았다.
오세춘은 매우 피로한지 바로 돌아가려 했다.
“죄송합니다. 저도 이제 60줄을 바라보다보니 쉽게 피로해지는군요.”
“오늘 고생 많으셨습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오세춘은 너털너털 발걸음을 옮겼다.
그 역시 헌터 출신이었지만 나이에는 장사가 없는 걸까.
오늘따라 유난히 피곤해 보였다.
“그럼 현질을 시작해 볼까?”
하루 중 가장 즐거운 시간이 돌아왔다.
오세춘이 탄 차량이 강북으로 나아간다.
저녁 7시가 조금 넘은 시간.
당연하게도 차가 막혀 오랜 시간 차 안에 갇혀 있어야 했다.
“너무 무리를 하셨어요.”
“별수 있나. 소환사의 요구에 맞추려면 동분서주해야지.”
“굳이 이렇게까지 숙일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황금 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째지 않는다는 건 동의를 하지만, 간부님께서 이렇게 고개를 숙이시다니.”
임서희 비서는 오세춘이 영 탐탁지 않은 모양이었다.
레몽의 간부 정도 되면 웬만한 마피아들은 모조리 찍어 누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뒷세계의 제왕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오세춘은 임서희의 말에 피식 웃었다.
“임 비서는 오늘의 일을 어떻게 보나?”
“예?”
“던전 입구에서 있었던 일 말이야.”
“암제와 소환사의 싸움 말이군요?”
“그래.”
“소환사가 너무 무리를 했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소환사가 신화 급 스킬을 소유했다고 해도 감히 암제에게 비비려 하다니. 10년은 이르지 않을까요?”
“내가 볼 때는 아니야.”
“그, 그게 무슨.”
임서희는 크게 당황했다.
뒷세계를 지배하는 레몽의 간부이자 얼마 지나지 않아 보스의 자리까지 올라갈 사람이 바로 오세춘이었다.
그런 사람이 소환사를 지나치게 높게 평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임 비서는 내가 오버를 한다고 생각하겠지.”
“아닙니다. 제가 어찌 감히…….”
“내가 보기에는 소환사가 암제를 이긴다.”
“……!”
“오늘 보니 또 다시 발전했더군. 4급 A랭크 던전을 단 둘이 공략한다고? 게다가 유령기사는 보조일 뿐이었지. 앞으로 일주일이라면 뭔 일이 발생할지 모르지. 내 생각이 틀렸다고 해도 최소한 소환사가 지지는 않을 거야.”
“그렇다면 소환사가 바로 랭커에 진입할 것이라는…….”
“충분히 가능하지.”
오세춘은 차량의 문을 살짝 열었다.
훅 치고 들어오는 매연.
바람을 쐬려다가 괜스레 매연만 들이키게 되었다.
‘머지않은 미래, 소환사가 한국을 먹을지도 모른다.’
오세춘은 서울 시내를 점령하고 있는 스모그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금 100kg을 코인으로 환산하면 무려 천 개다.
어제 현질을 해본 결과, 하루에 꾸준히 코인을 천 개씩 소모하여 현질을 할 수 있다면 미친 듯이 강해지는 것이 가능해진다.
어느 수준에 이르고 나면 성장이 더뎌지겠지만, 그 순간이 오기 전까지는 빠르게 강해질 수 있었다.
내가 보기에 그 정체기는 일국의 지존이 되는 순간이 아닐까 싶었다.
오늘 암제와 싸웠다면 목숨을 걸었어야 했다.
요행을 노려야 했을 것이며 어찌어찌 승리를 한다고 해도 중상은 피하지 못했을 거다.
하지만 일주일 동안 매일 이런 식으로 현질을 해나간다면?
암제 따위가 나를 찌를 수 있을까?
금을 코인으로 전환한다.
스스스슷.
금이 분해되며 시스템으로 빨려 들어간다.
금가루를 시스템이 먹어 치우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그 이후에 캐쉬상점을 열었다.
수많은 아이템들과 스킬들이 눈에 들어온다.
사람들은 잘 몰랐지만 신화를 넘어서는 아이템과 스킬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데미갓 급.
거창하게 반신들이 사용하는 스킬과 아이템이라는 명칭이 붙었지만 캐쉬상점에 있기는 했다.
문제라면 그 금액이 말도 안 된다는 점이었지만.
원화로 환산하여 천조 원이 넘어가는 금액.
그 정도의 금을 빨아들이면 세계 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어쩌면 금 파동이 일어날지도 모르겠다.
“저건 극후반에나 눈을 돌릴 만하고.”
지금은 입맛만 다실뿐이다.
쭉 바를 내려 레어 아이템으로 돌아온다.
“음?”
쭉쭉 바를 내리다가 금액에 x 표시가 되고 새롭게 가격이 조정된 아이템들을 보았다.
[초특가 할인. 최고의 가성비!]“초특가?”
신이 운영하는 것이 분명해 보이는 상점에도 특가할인이 들어가나?
황금색으로 빛나고 있는 아이템 5점.
세트로 묶여 있는 방어구들이 찬란해 보였다.
나도 모르게 손가락이 그쪽으로 이동한다.
“와, 이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