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272
제272화. 최후의 전투(2)
서걱! 서걱!
“끼에에엑!”
끝도 없이 밀려드는 공격.
서울 전역에서 전투가 벌어졌으며 놈들은 죽여도, 죽여도 끝이 없었다.
그래도 두 시간이나 미친 듯이 싸운 결과, 대다수의 졸개들을 죽여 없앨 수 있었다.
산처럼 쌓인 사체의 산.
수백만의 졸개들이 죽고 서울 시민 수십만이 사망했다.
정확한 집계는 어려웠지만 대략 30~40만 정도가 죽어 나가지 않았을까 싶었다.
시스템이 말했던 120분이 지난 후, 가만히 무적상태에 있던 보스가 고개를 쳐들었다.
[2차 공격이 시작됩니다.] [3차 공격까지 150분 남았습니다.]스아아!
동시에 서울에 널려 있던 괴물들의 사체들이 허공으로 증발하였다.
놈들이 사라지고 난 이후, 서울 전역은 매우 을씨년스러운 풍경이 되었다.
거리 곳곳에 사체들이 널려 있었고 피 비린내가 진동을 한다.
주인을 잃은 무구들이 굴러다녔고 노약자들까지 죄다 몰려나와 무구를 착용하였다.
누구도 그들을 말리지 않았다.
지금은 손 하나가 더 필요한 시점이다.
서울 전역은 광기가 지배하고 있었다.
적들에 대한 분노로 사람들의 이성은 마비되었고, 죽어가면서도 반드시 검을 쑤셔 넣는 독함을 보여주었다.
‘이것이 마지막이라면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겠지만.’
나는 살짝 눈을 감았다가 떴다.
어떤 전쟁이 노약자를 동원할까.
어린아이나 노인까지 검을 잡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하나라도 더 죽여야 한다. 그렇게 기여를 해야만 막아낼 수 있었다.
“후욱! 후욱!”
성벽 위의 사람들은 숨을 몰아쉰다.
도대체 1차 공격을 어찌 막아냈는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정신이 하나도 없을 지경이었으며 잠시 쉬는 동안 축 늘어지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적들은 우리에게 휴식을 부여하지 않았다.
퍼억!
아까와 마찬가지로 땅속에서 손이 불쑥 나왔다.
붉은 두 눈과 낡은 옷.
말라비틀어진 몸은 한눈에 봐도 언데드를 연상케 했다.
아니나 다를까.
멸망의 상급 망자 LV. 90
멸망의 망자 LV. 60
망자들이다.
언데드였으며 아까보다 레벨은 높았다.
“지존! 언데드입니다!”
“이번에는 아까보다 낫겠습니다.”
신성한 권역이 선포되어 있었고 언데드 몬스터에게 추가 대미지가 있었으니 레벨은 높아도 해볼만 하다는 판단이었다.
퍽! 퍼억!
그러나 사람들의 생각은 틀렸다.
한눈에 보아도 아까보다 많은 적들이 튀어 나온 것이다.
“꾸에엑!”
두두두두!
대지가 진동한다.
어마어마한 속도로 쇄도하는 망자들.
꽈득!
검을 틀어쥔다.
‘이번에는 막을 수 있을까?’
적들이 구멍 난 성벽을 통하여 끊임없이 밀려들어갔고 빠르게 성벽을 타 넘었다.
우리는 다시 검을 들었다.
과연 2차 전투가 끝나고 나면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 때에는 서울의 인구가 반으로 줄어들지 않을까 싶었다.
***
서걱!
“끄아아악!”
푸하학!
피와 비명이 난무하는 전쟁.
이한진은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전쟁을 경험하고 있었다.
적들의 레벨은 한차례 더 높아졌다.
물론 신성한 권역이 선포된 전방은 좀 나은 수준이었고 이곳에서도 사방에서 천사들이 돕고 있기는 했지만 한계는 명확했다.
“대통령님! 피하시죠!”
“어디로 피한다는 말입니까?”
비서들은 대통령을 습관적으로 보호하려 하였다.
하지만 이한진은 그들을 만류하였다.
“이 죽음이 끝이 아니라는 건 아실 겁니다.”
“…….”
후방 지역까지 적들이 쇄도하고 있다면 어디로 피하더라도 살아남기는 힘들 것이다.
그렇다면.
장렬하게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이한진은 마도구로 무장했다.
비록 정치계에 오래 몸을 담고 있으면서 움직임은 둔해졌지만 적을 하나라도 죽이고 갈 수 있다면 인류에 기여를 하는 것이다.
다들 그런 생각이었다.
그런데 피한다?
“다 함께 산화하도록 합시다.”
“각하…….”
“허허허. 그렇게 부르지 말라니까요?”
“모시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꾸엑!”
“꾸에에엑!”
언데드가 밀려온다.
전투가 시작되었고 바로 눈앞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있었다.
피가 흩뿌려 진다.
끔찍한 참상들.
이한진은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았다.
오랜만에 해가 뜨고 있었다.
푸확!
눈앞에서 비서들이 죽어 나간다.
그래도 그들은 죽어가는 와중에도 검으로 적을 찔렀다.
이한진도 마찬가지.
놈들이 너무 빨라서 목숨을 걸지 않고는 도저히 타격을 입힐 수가 없을 것 같았다.
검은 피를 질질 흘리는 망자가 이한진의 가슴을 뚫었다.
퍼억!
“커억!”
어마어마한 고통과 함께 비명이 절로 새어 나온다.
으득!
그러나 그는 이를 악물었다.
이대로 죽으면 개죽음이다.
후방에는 비교적 약한 사람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이제 갓 중학생이 된 소년들도 목숨을 내어주고 어떻게든 타격을 입히려는 판국에, 일국의 대통령이야.
퍽! 퍽!
“죽어!”
이한진은 단검을 잡고 언데드의 머리를 마구잡이로 찔렀다.
그러다가 정확하게 관자놀이를 단검이 뚫었다.
“크륵.”
쿵!
전투에 들어가기 전에 잠깐이라도 군사교육을 받았던 것이 효과가 있었다.
비록 오른쪽 가슴이 뚫려 더 이상 가망은 없어 보였지만.
“쿨럭! 쿨럭!”
“각하!”
주변에서 싸우던 경호원들이 달려온다.
그는 세상이 망해가는 광경을 눈에 담는다.
전혀 현실적이지 않은 광기와 전투.
점점 몸에서 힘이 빠지고 있었다.
사방에서 신성력이 쏟아지고 있었으나 심장을 찔렸고 도저히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곧…… 봅시다.”
이한진의 고개가 꺾였다.
그의 임종을 확인한 경호원들이 비장한 각오로 검을 들었다.
“한 놈이라도 더 죽이자!”
“와아아아!”
이한진이라는 거성이 떨어졌다.
지금까지 이한진이 아니었다면 한국이 이만큼 버틸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는 자신의 의무를 끝까지 마친 후에 눈을 감았다.
퍼버벅!
박수철은 빠른 속도로 적들을 썰어 나갔다.
일대일 대결을 한다면 밀리지 않을 테지만 적들의 숫자가 워낙에 많았다.
그나마 성벽 위에는 광역 마법을 사용하는 마법사들이 어마어마하게 몰려 있어 밀려드는 적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드래곤은 끊임없이 브레스를 쏘았고 간간히 헬 파이어나 미티어 스트라이크를 사용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치열했다.
성벽을 넘어 서울 내부로 치달아 간 적들이 수도 없이 많았다.
그들을 추격할 수는 없었다.
후방은 후방의 사람들에게 맡긴다.
박수철은 자신의 장기인 빠른 속도를 이용하여 빠르게 적들을 죽여 나갔으나.
퍼억!
“큭!”
벌써 몇 번째 공격을 받았는지 셀 수조차 없었다.
바로 적의 팔을 잘라내고 몸에서 빼냈지만, 피를 워낙에 많이 흘렸다.
점점 시야가 흐려지고 있었다.
‘좀 더 버텨야 한다!’
또 한 마리가 성벽을 타고 올라왔다.
박수철은 그대로 놈의 머리를 갈라버렸다.
이번에는 수십 마리가 한꺼번에 뛰어 올라 박수철을 덮쳤다.
“수철아!”
퍼버버벅!
수십 개의 손이 박수철의 몸에 박혔다.
두근! 두근!
심장이 갈가리 찢겨나가는 느낌이다.
얼마 후에 놈들의 머리가 모조리 잘려나갔다.
그러나 박수철은 회복하지 못했다.
“형님…….”
“말하지 마라! 회복할 수 있어!”
“쿨럭!”
박수철은 죽음이 임박했음을 알았다.
나름대로 길드의 감초 역할을 하며 지금까지 버텨왔지만 더 이상은 그럴 수가 없을 것 같았다.
“형님……. 부디 서울을 부탁드립니다.”
“인마!”
“과거로 돌아가게 된다면……. 찾아주세요.”
박수철의 시야가 흐려졌다.
“빌어먹을!”
강한성은 사방으로 검강을 쏟아냈다.
***
하나둘, 친했던 사람들이 죽음을 맞이하고 있었다.
사실 전투보다는 사람을 잃는 것이 더 힘들었다.
이한진 대통령과 각국의 여러 지존들이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었다.
실력이 모자라서 죽은 것이 아니라 한순간에 망자들이 몰리는 바람에 그 숫자에 압살을 당해 죽는 것이다.
박수철도 마찬가지였다.
수십 명의 망자들이 손톱을 몸에 박아 넣었고, 박수철은 버티지 못하였다.
그래도 세계 랭커들은 아직까지 버티고 있었다.
나는 박수철의 눈을 감겨주었다.
순간적으로 감정이 치솟아 올랐지만, 간신히 찍어 눌렀다.
길드 창립멤버였고 가장 친했던 사람 중 하나가 죽었지만, 과거로 돌아가게 된다면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때에 박수철은 나를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멀리서라도 잘 살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사방에 피가 뿌려진다.
“커억!”
바로 근처에서 적들을 상대하던 마리아의 심장에 녹슨 검이 박혀 있었다.
프랑스 지존이었던 마리아.
그녀 역시 내 곁을 떠났다.
“부디…….”
이것이 최후의 전투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역시 만만치가 않았다.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대충 보아도 100만 명 이상이 죽어 나갔음을 알 수 있었다.
1차에 30~40만이 죽고 2차에 100만 명이 죽었다면 서울시민의 반은 죽어 나간 것이라고 보아야 했다.
바람을 타고 전해지는 진한 피비린내.
그래도 아직까지 사람들의 광기를 사라지지 않았다.
보통의 전쟁이었다면 지금쯤 사기가 떨어져야 정상이겠지만, 지금은 인류의 미래가 걸려 있는 전쟁이었다.
죽어도 살아날 수 있다는 희망.
이 때문에 사람들은 기꺼이 목숨을 던졌다.
얼마나 적들을 죽였을까.
사방에 널려 있는 것이 사체들이었다.
지금은 망자들과 아군의 사체가 뒤섞여 누가 누군지도 알아볼 수가 없었다.
잠시간의 시간.
“후욱! 후욱!”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거친 숨을 토해낸다.
어찌어찌 2차 공격까지 막아낸 것이다.
3차가 끝일까?
피가 마른다.
차라리 보스의 무적이 풀려 전투를 하면 좋겠지만 놈은 여전히 무적상태였다.
“지존! 괜찮으세요?”
이하나가 달려왔다.
다행히 그녀는 아직 죽지 않았다.
박수철까지 죽은 마당이었으니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다행이었다.
시계를 보니 약 5분의 시간 정도는 남아 있었다.
잠시 물을 마시며 수분을 보충한다.
그대로 성벽에 쓰러지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는 이하나의 손을 잡았다.
그녀의 몸도 피투성이다.
도대체 얼마나 피를 쏟아냈는지 얼굴은 창백했다.
잠시 간의 시간 동안 후방에서 사람들이 수혈 팩을 날랐고, 그녀 역시 잠시 동안 약간의 피라도 보충한다.
모두 사체가 널려 있는 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일이었다.
“하나 씨는 괜찮으세요?”
“저는 멀쩡해요.”
마주잡은 손이 끈적끈적하다.
누구의 피인지도 불분명한 그런 상황.
이하나는 희미하게 웃었다.
쿠구구구!
대지가 흔들리고 있는 지금 이 순간.
곧 있으면 3차 공격이 시작될 것이다.
느낌상, 3차 공격 후에 보스의 무적이 풀릴 것 같았는데.
이하나와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제 한 약속 기억하시죠?”
“기억하죠.”
“잊지 마세요.”
콰광!
대지가 갈라지기 시작한다.
[3차 공격이 시작됩니다.] [곧 보스가 눈을 뜹니다.]이제 마지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