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33
제33화. 정산
서울 여의도에 본부가 위치한 크라운 길드.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길드장의 집무실에는 신규 던전에 대한 정보가 실시간으로 전달되고 있었다.
지금까지 몇 시간 동안 검제는 신규 던전으로 들인 드론을 통하여 전투상황을 살폈고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저 여자는 천재인가?”
“천재를 넘어서지 않았나 싶습니다.”
“천재를 넘어섰다?”
“방금 전에 들어온 보고입니다만……. 이하나라는 여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강한성과 한 조로 사체 처리부로 일하던 대학생이라고 합니다.”
“대학생? 설마 학비 때문에 사체를 처리해 왔다 이 말인가?”
“맞습니다, 형님.”
궁신의 얼굴도 꽤 심각해진다.
헌터 랭크 10위, 궁신(弓神) 한강태.
그에게 궁신이라는 칭호가 붙은 것은 최소한 활에 있어서만큼은 전 세계에서 그를 따라 올 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길드 초기부터 궁신은 부길드장으로 임명되었으며 수많은 공로를 인정받아 길드의 지분 30%를 보유하고 있기도 했다.
한국 헌터계가 흔들리면 자연스럽게 크라운 길드의 수익을 위협한다.
그들이 신생 길드 을들의 반란을 위험스럽게 보고 관찰하는 이유기도 했다.
“소환사도 그렇고 저 여자도 그렇고 어떻게 갑자기 각성을 할 수가 있나.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미묘한 구석이 있는데.”
“저도 그렇게 생각하기는 합니다. 합리적인 의심이죠.”
“도대체 소환사가 감추고 있는 것이 뭐지?”
“배후의 막대한 지원이겠지요.”
“배후의 지원이라.”
만약 소환사가 성좌의 지원을 받는 것이라면?
궁신의 말처럼 큰 세력의 지원을 받는 것일 수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보기에 이하나의 각성을 설명할 수는 없었다.
성좌의 권속이라면 그 능력에 따라 상대방을 강제 각성시키는 일도 가능할 것이다.
“물론 백 번을 양보해도 저 천재성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는 이해할 수가 없지만요.”
“공교롭기는 해. 그렇다고 갑자기 떨어진 인물은 아니라는 거지. 원래부터 소환사와 친분이 있었으니 말이야.”
“음?”
사냥이 끝났으니 그대로 화면을 끄려 하였다.
하지만 그들의 관심은 다시금 집중되었다.
던전 입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 때문이다.
궁신이 눈살을 찌푸렸다.
“저 하이에나 같은 새끼들. 또 어슬렁거리고 있군요.”
“허허. 저 상황에서 던전을 또 걸어?”
소환사의 선언.
그는 언변으로 상대방을 찍어 눌렀다.
암제가 대놓고 소환사를 노리고 있다는 것을 기정사실화 하고 무려 ‘돈전’이라고까지 불리는 오우거 부락 던전을 걸어버린 것이다.
헌터라면 오우거 부락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잘 알았다. 아니, 일반인이라도 그 사실은 알고 있을 것이다.
“미쳤군. 소환사가 아무리 강해진다고 한들 암제와의 전투에서 승리하기는 힘들 텐데. 게다가 길드의 모든 것을 걸다니. 너무 무모한 것 아닌가.”
“글쎄요. 소환사도 나름 자신이 있어 저러는 것 아니겠습니까? 미치지 않고서야 믿는 구석도 없이 저럴 수는 없는 겁니다.”
합리적인 추론이다.
검제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길드 본부 집무실.
우리들은 각자 씻고 나와 정산을 하기로 했다.
아까는 피곤한 줄도 모르고 사냥을 했지만, 정산을 할 때가 되자 이하나도, 박수철도 꽤 피로해 보인다.
하지만 그들의 눈동자는 그 어느 때보다 빛났다.
맞은편에 앉아 있는 오세춘이 얼굴에 구멍이 날 정도로 말이다.
“허험. 그럼 정산을 시작하겠습니다.”
“어서 하세요.”
“오늘 수익에서 상당한 부분이 오우거 부산물에서 나왔습니다. 무엇보다 오우거 킹의 사체가 이렇게까지 잘 보존된 경우는 손에 꼽을 지경입니다.”
“그래서, 얼만데요?”
다들 돈에 민감하다.
현질에 벌써부터 중독이 된 건가.
나쁜 현상은 아니다.
그들이 내 시스템을 이용하면 나도 그에 따른 수익을 따로 챙길 수 있었으니 상부상조다.
“그러니까……. 오우거 킹의 사체가 15억, 일반 오우거 사체들이 30억, 마석과 기타 부산물까지 포함을 하면. 50억은 가능할 거라고 봅니다.”
“이햐, 역시 돈전이군요!”
박수철이 탄성을 내뱉었다.
과연 오우거 던전의 명성은 헛되지 않았다.
이만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던전이 세상천지에 또 어디 있을까.
물론 좀 더 시간이 흐르면 이보다 강력한 돈줄이 탄생하지만 그건 최소한 1년 후의 이야기.
현재까지는 오우거 던전의 가성비가 가장 뛰어나다.
그 뒤를 트롤 던전이 잇고 있었는데, 오늘 다이어 울프 길드와의 마찰에서 놈들은 트롤 던전을 걸었다.
그것도 아주 관리가 잘되어 있는 곳이었기에 오우거 던전을 걸어도 결코 손해는 아니었다.
“축하드립니다. 이만한 던전을 얻으셨으니 앞으로 수익은 탄탄대로군요. 다만…….”
“다만?”
“암제와의 결투에서 패한다면 두 개의 던전 모두를 잃는다는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이보세요. 어째서 형님이 패할 거라는 가정을 하는 건데요?”
“다른 사람도 아닌 그 ‘암제’니까요. 일대일 대결에 특화되어 있죠. 그에 비하여 소환사님은.”
“형님은 안 져요. 형님. 뭐라고 말 좀 해보세요.”
“제가 바보도 아니고 패할 싸움에 그만한 판돈을 걸지는 않습니다.”
“허허허.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는 뜻이로군요?”
“물론이지요.”
잠시 오세춘의 눈동자가 빛났다.
나름대로 미래를 떠올리며 손익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내가 패한다면 레몽 길드야 그냥 발을 빼면 됐지만, 승리를 하는 순간 엄청난 이권과 동시에 상당한 수준으로 길드가 성장하게 된다.
오늘 강제 각성한 이하나 역시 내가 관여했다고 오세춘은 의심하고 있을 것이다.
여기에 신규 길드원들도 각성을 한다면?
오세춘은 자세를 바로 잡았다.
“길드장님. 조금 민감한 질문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하세요.”
“귀하의 배후에 어떤 세력이 관여되어 있는지 궁금합니다. 아무리 조사를 해도 나오지가 않더군요.”
“아니, 이 양반이. 형님 뒷조사를 했어?”
나는 손을 들어 박수철을 말렸다.
오세춘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자신들에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인물에 대한 조사를 하는 거야 그리 큰일도 아니었으며 오세춘은 보스의 자리를 노리고 있었기에 나와의 연관성을 중요하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만약 나와의 관계를 단순한 협약에서 파트너로 끌어 올릴 수 있다면.
추후 그들을 산하에 두는 것도 가능한 일이다.
“배후에 누군가가 있기는 합니다.”
“과연! 그렇군요. 어떤 세력이 있는 건지는…….”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레몽의 정보력으로는 그 세력에 닿을 수가 없다는 거지요.”
“허허허. 답변 감사합니다.”
오세춘의 눈빛이 조금 변했다.
자신의 생각 속에서 내 등급을 상향조정한 것이 틀림없었다.
오세춘이 일어나기 전.
나는 오늘도 지옥마경에서 나온 아이템들을 쏟아냈다.
상당수는 강화템이기까지 하다.
“이건.”“처분해서 보석으로 환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물론 금도 상관이 없기는 해요.”
“과연. 이만한 물건들이 계속 나오는 것을 보면 대충 어떤 세력인지는 짐작이 됩니다.”
“저도 돈 있어요. 형님. 괜찮겠죠?”
“상관없지.”
박수철은 은행에서 가져온 수표를 두 장 내밀었다.
무려 20억에 달하는 금액이다.
“투자를 하려면 제대로 해야죠.”
“허허허. 그럼 저녁에 정산을 하여 사람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보석이라면 부피가 작아 제가 직접 올 필요는 없을 것 같군요.”
“그러시죠.”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오세춘은 공손하게 허리를 굽혔다.
오늘 방문에서 멋대로 오해를 한 모양이지만, 내가 딱히 거짓말을 한 건 아니다.
내게는 성좌들이 후원자들이었고 일개 인간이 그들을 조사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오세춘의 집무실.
오늘 을들의 반란에서 처리를 의뢰한 금액은 무려 100억이나 된다.
그 돈을 모조리 보석으로 전환하였고 책상 위에는 묵직한 다이아몬드 꾸러미가 놓여 있었다.
“오히려 상부에서는 좋아하더군요. 보석이라면 장물들을 처리할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좀 더 챙겨 넣었나?”
“물론입니다. 보석으로 거래를 하는 만큼이나 시세보다는 5% 정도 더 넣었어요.”
“전달하도록.”
“예, 간부님.”
“도대체 왜 하필이면 귀금속일까?”
“…….”
임서희는 나가려다가 멈춰 섰다.
사실 그건 임서희도 궁금해 하는 내용이었다.
차라리 깨끗하게 세탁된 달러화 지폐가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
그들의 생각은 좀 더 확장된다.
“블랙 길드는 물론이고 좀 더 광범위한 세력을 아우르는 거물집단과 손을 잡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그럴지도 모르지.”
“만약 그런 가정이 사실이라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우리 레몽의 후계구도까지 논하기에는 이르지. 어차피 암제와의 결투에서 패하면 모든 것은 끝일 테니.”
암제와 결투에서 멀쩡한 헌터는 한 명도 없었다.
그와 마찰을 빚었던 대부분의 헌터들이 은퇴한 것을 보면 마나 홀을 파괴하는 악독한 수를 사용하는 것이 틀림없었다.
임서희는 문을 열기 전에 한마디를 남겼다.
“차라리 암제의 마나 홀이 파괴됐으면 좋겠네요.”
질서를 파괴하는 무법자의 몰락.
레몽의 입장에서도 다이어 울프 길드는 상당히 거슬리는 존재들이었다.
저녁 무렵.
사냥을 마치고 돌아와서는 시스템을 이해하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지금까지 알아낸 정보로는 지옥마경과 스테이지 클리어 이외에도 강해질 수 있는 다른 수단이 존재함을 알 수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정령탐색.
운디네를 시스템 속에 존재하는 정령계로 보내 정령과 관련된 아이템들을 수급하는 방법이다.
정령 아이템을 획득하는 방법은 정령탐색 이외에는 현질밖에는 답이 없었다.
그 값도 가성비가 상당히 떨어지는지라 아직까지는 손을 댈 수가 없는 상태.
쉬는 시간 동안은 정령탐색을 풀로 돌려 여러 가지 아이템을 수급하게 했다.
[운디네의 경험치가 200 올랐습니다.] [운디네의 경험치가 200 올랐습니다.]……
[운이 솟구칩니다!] [운디네가 정령탐색 도중 물의 작은 갑옷(D)를 발견했습니다.]……
“뭔가 극적인 변화는 없지만…….”
정령 아이템과 관련된 부분은 당분간 조금씩 발전하는 수밖에는 없는 것 같다.
코인으로는 정령의 등급과 레벨 업, 그리고 스킬에 대한 부분만 신경을 쓰면 충분하다.
정령탐색을 돌리는 동시에 스테이지에 아바타를 입장시켜 클리어 하도록 했다.
단순히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만으로도 바쁘다.
하지만 더 미룰 수 없는 일이 있다.
그건 바로 ‘현질’이다.
레몽 길드에서 배송된 다이아몬드 꾸러미 하나.
무려 105억 원에 달하는 가치를 지녔다고 한다.
깨끗하게 세탁은 했겠지만 그래도 장물일 것이 분명한 물건.
그 때문인지 레몽에서는 무려 5%나 더 물건을 보내줬다.
지금까지는 금괴로만 코인을 환전하였는데 과연 다이아몬드를 넣으면 어느 정도의 비율로 환전이 될까?
바로 진행해 보기로 한다.
[오늘 시세가 좋네요.] [평균 시세의 5%를 가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