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35
제35화. 길드 선포(2)
어마어마한 충격이 장내를 휩쓸었다.
도저히 믿기 힘들다는 표정들.
담담하게 내 이야기를 들으며 공감을 하고 있다가 강제 각성이라는 말에 눈이 번쩍 뜨인 것이다.
과거의 내가 이런 말을 들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어떻게 해서든 진위여부를 캐물어 각성했을 것이다.
사회 밑바닥, 청소부로 살아오면서도 내가 희망을 놓지 않았던 것은 오직 각성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그렇게 20년.
오랜 세월 연구를 해왔지만 결국 각성의 비밀은 풀지 못했다.
각성은 그저 태생으로 결정되는 건가?
운이 좋아야만 각성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평생의 족쇄가 되었다.
물론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미래에 이름을 날리는 예비 헌터들이다.
영웅이 되는 자도 있었고 상위 랭커에 이름을 올리는 자도 있었다.
그러나 누구도 자신이 이 자리에서 바로 각성을 하게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길드원이 되신다면 각성할 수 있습니다. 또한 초기 지원도 어느 정도 해 드릴 것을 약속합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조건이……. 게다가 강제 각성이라니. 그게 정말 가능한 일인가요?”
내게 정면으로 질문을 던지는 여자.
앞으로 5년 후 ‘홍염의 마녀’라는 칭호로 적들을 휩쓰는 여자다.
최후까지 인류를 위하여 헌신하였으며 생긴 것과는 다르게 끝까지 자신의 길드에서 의리를 지켰다.
그녀의 질문은 모든 길드원들에게 적용된다.
이하나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제가 산 증인이에요. 영상 보셨을 거예요.”
“그게 강제 각성이었나요?”
“네. 어제 강제 각성을 했고 3서클을 익히는 중이죠.”
“하루 만에 3서클!?”
사람들은 꽤 놀랐다.
사실 이하나의 경우는 논외이긴 하다.
천재를 뛰어넘은 천재.
지혜의 현자는 마법사 랭킹 1위에 빛나는 불세출의 천재였다.
그런 그녀의 미래를 생각하면 당연히 이해가 되는 일이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니었다.
이번에는 박수철이 보조를 한다.
“제가 봤어요! 누님께서 강제로 각성하는 과정 말입니다. 정말 강제로 각성하던데요? 게다가 형님께서 마법서도 지원을 해주셔서 바로 익혔고요.”
“그런 말도 안 되는.”
“뭘 그리 다들 말이 안 된다고 하세요? 밑져야 본전이지.”
박수철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각오를 다졌다.
그 말대로 밑져야 본전이다.
내가 이들을 상대로 사기를 칠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고 말이다.
가장 먼저 고준삼이 앞으로 나왔다.
“제가 먼저 하죠.”
“준삼 씨가요?”
“여기 길드장과는 오래 전부터 안면이 있었어요. 까짓것 죽기밖에 더하겠습니까? 길드장의 말대로 우리는 말로 매일 죽었습니다.”
갑자기 장내가 숙연해진다.
언어폭력에 익숙해져 있었기에 자세를 낮추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는 사람들이다.
각성을 하게 된다면.
앞으로 그렇게 살 필요는 없어진다.
재량껏 복수를 하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다.
꼭 두드려 패야 복수가 아니다. 그냥 레몽의 보조로 해당 하청업체를 한 번 불러주는 것만으로도 통쾌한 복수가 된다.
고준삼에게 최하급 마력단약을 지급해 주었다.
고준삼은 고민할 것도 없다는 듯이 바로 단약을 삼킨다.
스아아아.
청아한 마력이 스며든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비 마력 각성자다.
마력이 없더라도 마력을 느끼기는 한다는 뜻.
고준삼의 몸에 마력이 모여드는 것을 느끼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본인 역시 자신의 몸에 마력이 자리잡았음을 느꼈다.
“내,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가?”
“형님! 왜 그러세요? 정말 각성하셨어요?”
“마, 마력이 느껴져. 이게……. 마력?”
고준삼은 자연스럽게 마나를 유도하여 손 위에 올렸다.
푸른 기운이 감돌았다.
사람들의 눈이 경악으로 물든다.
본인들의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 힘들었고 그건 마력 각성을 한 고준삼도 마찬가지였다.
고준삼은 마나를 자유자재로 다루었다.
비 마력 각성자치고 마나회로에 대해 공부하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
일단 각성은 했고 마력도 느낄 수 있었으니 언젠가는 마력이 생길 거라고 믿는 것이다.
또한 이들은 미래의 고위 헌터들이었다.
마나에 대해서는 천부적인 소질이 있었기에 마력을 받아들이는 즉시 어느 정도는 사용할 수 있는 것이었다.
털썩.
고준삼은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형님? 왜 이러세요.”
“내가……. 미안하네. 자네를 의심했어.”
“아닙니다. 당연한 일이라고 봅니다. 강제로 마력을 각성시킬 수 있다고 하는데 그걸 의심 없이 믿을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요. 어디 인신매매라도 당하지 않을지 걱정하는 거야 충분히 이해합니다.”
“정말……. 고맙네.”
고준삼은 고개를 숙였다.
바로 예비 길드원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저에게도 기회를 주세요!”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부디 기회를…….”
“의심해서 죄송합니다.”
장내는 아수라장이 된다.
나는 손을 들어 그들을 제지시켰다.
“모든 인원이 각성할 수 있도록 준비는 해두었습니다. 다만 마력 각성을 하시기 전에 기밀서약은 해주셨으면 합니다. 또한 길드를 떠나는 순간 마력은 폐기될 예정이니 그 정도는 아시고 가입을 부탁드립니다.”
이하나는 사람들에게 서류를 나누어 주었다.
조건은 딱 두 가지였다.
사람들은 망설임 없이 사인을 했다.
그들의 인성은 확실하게 검증이 되었지만, 그래도 인간의 마음이라는 것은 혹시 모르는 일이다. 내가 알던 미래와는 확실히 달라질 것이기도 하고.
그 때문에 최소한의 장치가 필요했다.
협박을 해도 좋지만 우리 길드에서 각성을 하고 탈퇴하여 타 길드로 가서 정보를 유출한다면 길드에 치명적일 수 있었다.
두 번째 조항이 실로 독소조항이었다.
길드에 들어온 이상 나가지 못한다는 것.
나간다고 하면 마력을 회수한다는 어마어마한 조약이었으나 길드원들은 딱히 서약서를 읽지도 않고 사인했다.
“하나씩 드세요.”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길드원들은 하나둘 각성을 시작했다.
을에서 갑의 위치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얻었다는 것.
이것만으로도 그들은 목숨을 걸 수 있었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신파극이 한바탕 벌어졌었다.
마력 각성을 하고 눈물을 흘리는 심정은 충분히 이해를 했다.
진정이 되는데 한 시간이나 걸렸다.
다소 진정이 되고 나서 나는 첫 길드회의를 열었다.
“각성을 모두 끝내셨으니 이제 귀족의 세계에 들어오셨습니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모든 것은 길드장님 덕분이죠.”
“생전에 각성이 될 줄은 몰랐어요.”
“별말씀을. 먼저 길드의 목표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
길드원들의 눈이 반짝였다.
그들은 독기로 똘똘 뭉쳐 있었다.
독기란 앞으로 죽을 만큼 노력할 의지가 충분히 있다는 뜻이었다.
“우리 길드는 세계최강을 지향합니다. 여러분들은 노력할 수 있습니다. 아니, 지금까지 노력을 해오셨으니 앞으로 더 노력을 해주실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 때문에 제가 여러분들을 뽑았습니다. 여건만 된다면 충분히 빠른 성장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같은 처지에서 출발하였기에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
이 세상에서 노력으로 안 되는 일은 별로 없다.
게다가 여기 있는 사람들은 재능이 출중하다.
발전을 못한다는 건 애초에 말이 되지 않는 일이다.
“앞으로는 누구에게도 고개를 숙이지 않으셔도 됩니다. 물론 도덕적으로 필요한 예의는 갖추셔야 하겠지만 부당한 취급은 당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입니다.”
“감사합니다, 길드장님.”
“또한 필요 이상으로 저에게 감사할 필요는 없습니다. 저 역시 여러분들이 필요하기에 길드원으로 뽑았으니까요.”
“허허허. 사람의 탈을 쓰고 어찌 그러겠습니까? 저희들이 감사하는 마음까지 제제하지는 마시죠.”
고준삼이 웃으며 말했다.
사람들은 각성 이후에 한결 여유로워졌으며 또한 몸이 근질거려 미치겠다는 표정이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사냥을 가고 싶어 안달이다.
그 마음을 십분 이해하였기에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초기 지원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방금 받으신 단약은 길드지원에 속합니다. 또한 자신의 적성에 맞는 스킬 하나씩도 지원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다만 앞으로 구매하시게 될 스킬이나 아이템, 물약 등은 시중의 반값을 지불하셔야 합니다.”
“바, 반값이요?”
“네. 제가 주기적으로 카탈로그를 만들어 나누어 드리겠습니다. 필요한 물건은 제가 대리구매를 하여 여러분들에게 나눠드립니다.”
“아니, 어떻게 반값에…….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걱정 마세요. 저도 손해 보는 일은 하지 않으니까요.”
놀람의 연속이다.
하지만 이 말도 안 되는 상황들을 미리 겪은 이하나와 박수철은 이해하고 있었다.
“형님. 빨리빨리 하고 돈 벌러 가야죠?”
“또한 앞으로 여러분들께서 사냥하시는 부산물의 10%는 길드 운영비로 사용됩니다. 마지막으로 아이템에 관련된 이야기인데요.”
길드원들은 헛기침을 했다.
마력 각성을 하기는 했는데 스킬도 없었고 아이템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래서는 사냥에 나갈 수 없다.
“매직 급의 아이템 풀세트를 ‘외상’해 드리겠습니다.”
“외, 외상이요?”
“매직 급 아이템이야 며칠만 사냥해도 다 갚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 외상을 해드려야죠. 이는 제가 해드릴 수 있는 마지막 지원입니다. 이후에는 다 제 값을 받을 것이니 그리 알고 계시면 됩니다.”
“너, 너무 무리하시는 것 아닌가요?”
“전혀요. 여러분들도 우리가 사냥하는 모습 보셨잖아요?”
그들은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던전을 거의 학살하다시피 했으니 그 정도 아이템은 충분히 모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평범한 아이템을 지원할 생각은 없었다.
최소한 세트 아이템.
빠르게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템빨이 필요하다.
“자, 그럼 적성검사를 하고 스킬을 배우도록 하세요. 그 이후에 카탈로그의 아이템 중에서 선택을 하시고 길드 창고에서 수령하신 후 1층 로비에서 뵙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을들의 반란에 가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짝짝짝짝!
“와아아!”
길드원들의 사기는 하늘 끝까지 치솟는다.
드디어 길드가 구성되었다.
이들이 각성한 채로 나가서 사냥을 시작하면 분명히 찝찝해하던 예비 길드원들도 가입을 하게 될 것이 분명했다.
스킬 북을 나누어 주었고 길드원들은 카탈로그를 보며 아이템을 고르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제 내가 여기서 할 일은 끝났다.
잠시 쉬었다가 길드원들이 아이템을 선택하면 상점을 열어 쭉쭉 뽑아내기만 하면 된다.
“길드장님.”
“네, 하나 씨.”집무실로 올라가려는데 이하나가 나를 불렀다.
“정말 감사해요.”
“뭘요?”
“저희를 구제해 주셔서요.”
“제가 구제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미래를 생각하면 오히려 하나 씨를 포함한 길드원 분들이 저를 구제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