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36
제36화. 길드 선포(3)
길드 본부 10층 창고 앞.
길드 창고는 앞으로도 유용하게 쓰일 계획이었다.
사냥을 하고 나면 레몽 길드에서 부산물들을 처리하지만 길드원들에게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아이템들은 이곳에 차곡차곡 쌓일 거다.
또한 이곳은 마석과 칼츠도 어느 정도 보관할 계획이었으므로 철저한 보안이 요구된다.
길드 창고는 거대한 은행금고를 연상케 하였으며 경비업체가 들어와 상주한다.
전원 헌터 출신이었으며 테이져 건으로 무장한 경비원들이 삼엄한 눈으로 감시하고 있었다.
창고 앞은 시장통이다.
이번에 새롭게 길드원이 된 자들이 아이템을 수령하기 위하여 대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드림 시큐리티 오수환 팀장은 길드원들을 통제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사체 처리부 출신인 그들이 모두 각성했다는 소문이야 직원들을 통하여 파다하게 퍼졌다.
마력 각성을 했다는 것은 사회 귀족층이 되었다는 뜻.
게다가 그들 입장에서 보면 길드원들은 길드를 구성하는 지배층이자 고객이었다. 함부로 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자자, 질서를 지켜주세요. 30분 내에 무장을 완료하라는 길드장님의 지시가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빨리빨리 합시다!”
“질서를 좀……. 거기, 빨리 안 가져와!?”
“예, 예! 지금 갑니다, 팀장님!”
서큐리티 직원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무구를 한 벌씩 꺼내온다.
창고 안에는 열 벌이 넘는 무구 풀세트가 구비되어 있었다.
마법사 장비들은 가벼워서 상관없었지만, 근접 딜러나 탱커 계열의 헌터 장비는 무거워서 수레를 이용해야만 했다.
먼저 탱커 계열이다.
무거운 중갑으로 무장하며 거대한 방패와 창을 든다.
1번으로 고준삼이 아이템 세트를 받아 든다.
“이, 이게 카탈로그의 아이템이라고!?”
“무슨 문제라도 있어요?”
박가희가 걱정스럽게 묻는다.
이번에 받는 아이템은 외상이었고 가격은 시중의 절반이라고 명시되어 있었지만 막상 카탈로그를 보니 시중가와 비슷해서 조금 의아해 하던 참이었다.
하지만 헌터들에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시중가로 장비를 지원해 주는 것만으로도 어딘가 싶었기 때문이다.
무이자 할부까지 지원하는 고마운 길드였다.
하지만 카탈로그와 다른 아이템이라면 다소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이미 받은 은혜가 있어 대놓고 불만을 드러내지는 않겠지만 기대감이 감소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허허허허. 이건 도대체가.”
“도대체 왜 그러세요?”
길드원들이 모여들었다.
장비에 문제가 있다면 오늘 바로 사냥에 나가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고준삼이 탄성을 내지른다.
“강화 아이템이라고는 말 안 했잖아?”
“……!”
“무려 +2강 아이템이라고!”
“세, 세트 아이템인데 강화가 되어 있다고요?”
“그렇다니까?”
“그, 그럼 아이템 가격이 두 배 이상으로 치솟지 않습니까?”
“그래! 길드장이 크게 후원을 한 모양이야. +2강 아이템이면 최소한 세 배. 그러니까 우리는 원래 장비 값의 1/3으로 구매를 하게 되는 것이로군.”
“그런…….”
나머지 장비들도 줄줄이 도착했다.
혹시 고준삼의 장비만 특별한 것이 아닌가 생각을 했었는데 나머지 헌터들의 장비도 모조리 2강으로 강화가 되어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장비의 효율이 두 배로 치솟는다.
내구도가 20% 깎인다는 단점이 있었고 전혀 강화가 되지 않은 장비에 비하여 빠르게 내구도가 깎이기도 하였지만 효율이 두 배라는 것은 단순 계산으로도 사냥이 두 배는 빠르다는 뜻이었다.
헌터계에서 ‘템빨’이라는 용어가 괜히 나온 건 아니었다.
다들 강화장비가 좋다는 건 알고 있다.
확률이 극악하기에 강화하지 않는 것뿐.
헌터들이 뛸 듯이 기뻐하고 있는 와중.
“하……. 나도 이참에 서큐리티 때려치우고 을들의 반란에 지원할까.”
드림 서큐리티 직원들은 부럽다는 눈으로 길드원들을 바라보며 한탄했다.
을들의 반란 본부 앞.
어째서 신생 길드의 본부가 강남 한복판 신축건물인지는 그리 중요한 일도 아니었다.
어제는 ‘돈전’이라 불리는 오우거 던전을, 엊그제는 4급 A랭크 던전 지옥의 땅을 손에 넣었으니까.
소환사는 암제와 일대일 결투를 거절하지 않을 정도로 강했고 지금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덕분인지 을들의 반란이 정식으로 결성된다는 소식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중 강소라는 강한성이 등장을 하자마자부터 관심을 기울여 온 소환사의 극성팬 중 하나였다.
벌써부터 소환사의 캐릭터가 그려진 피켓이나 옷들이 판매되기 시작했고 강소라는 풀세트로 구매를 하여 입고 나왔다.
“아니, 선배. 옷 꼴이 왜 그래요?”
“응? 요즘 핫한 소환사 팬클럽에 가입하고 구매했지.”
“선배는 기자잖아요? 그런데 그런 옷을 입고 와요?”
“소환사를 취재하는데 무슨 문제라도 돼?”
“아니……. 그 피켓은 빼도록 해요. 머리띠도 좀! 재킷도 입으시고요.”
후배 기자는 한숨을 내쉬며 직접 그녀를 챙겼다.
강소라는 씩 웃으며 하나씩 소환사 관련 장비(?)를 내려놓았다.
“설마 이렇게 방송하겠어? 좀 놀려 봤어.”
“진심 팬이 되신 것 같은데요.”
“팬은 팬이지. 내가 보기에 을들의 반란이 정말로 반란을 일으킬 것 같거든. 썩어가기 시작한 헌터계도 수술할 때가 됐잖아?”
이미 헌터계가 기득권이라는 관념이 형성되고 있었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었는데 벌써부터 그런 조짐이 보이고 있다.
소환사라면 그런 고인 물에 파문을 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선배는 그 말 들으셨나요? 이번에 구성되는 길드원 대부분이 사체 처리부래요.”
“설마.”
“정말이에요. 이미 저 안으로 들어간 사람들 신상이 털리기 시작했는데 어제까지 최하급 던전에서 사체를 처리하고 있었다고.”
“…….”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소환사 정도의 능력이라면 괜찮은 길드원들을 모아 중견 길드로 빠르게 성장해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사체 처리부들만 모아 길드를 선언했다니?
일부 마력 각성자들도 있었지만 간신히 D급을 넘어서는 최하급 헌터들이라고 한다.
미래를 보면 희망도 없는 자들.
“소환사가 몰락해도 팬심을 유지할 건가요?”
“흥! 우리 소환사님이 잘못된 선택을 내렸을 리가 없지. 두고 보라고.”
“소환사다!”
정문이 열리고 소환사를 비롯한 인사들이 줄줄이 나오기 시작했다.
유령기사 박수철이나 천재 마법사 이하나는 이미 유명세를 탔다.
그 뒤로 나오는 자들은 길드원으로 보였는데 하나같이 그럴싸한 장비로 무장하고 있었다.
누군가가 외쳤다.
“세, 세트 아이템? 전원 세트 아이템으로 무장했잖아!?”
“비 미력 각성자들은 아이템 옵션이 먹히지 않을 건데?”
웅성웅성.
소란이 일어난다.
이곳에 모든 사람들이 경악한 것은 물론이다.
길드원들이 세트 아이템으로 무장했다는 것은 최소한 마력 각성을 했다는 뜻이었으니까.
강한성은 장내를 파문에 빠뜨렸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담담하게 말했다.
“지금 이 시간부로 을들의 반란이 창설되었음을 선포합니다.”
우리는 리무진 버스를 타고 대전으로 내려가고 있는 중이었다.
교통의 중심지 대전.
희한하게도 같은 등급의 던전이라도 대전에 위치하고 있으면 좀 더 값이 더 나갔다.
대형 길드들은 던전을 구매했지만 중소형 길드들은 던전을 개척하여 비싼 값에 매각하고는 했다.
그렇게 던전의 시세가 형성된다.
지금에 이르러 대전의 던전이 좀 더 비싸게 거래되고 있었고 그건 정설로 받아들여졌다.
수도권 던전이 더 비싸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지만, 내게는 나쁘지 않은 일이다.
대전에서 새로운 하급 던전을 얻게 될 테니까.
“주목.”
“…….”
길드원들에게 미리 던전에 대한 정보를 브리핑하기로 했다.
“대전 유성구에서 신규 던전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2급 C랭크 던전이고 홉고블린이 주를 이루고 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오늘은 가볍게 던전을 경험하고 레벨을 올린다고 생각을 하세요. 절대 무리를 해서는 안 됩니다.”
“예!”
길드원들의 눈이 이글이글 타올랐다.
무리를 하지 말라고 말했지만, 전혀 그럴 것 같지가 않았다.
분명히 길드원들은 탈진해 쓰러질 때까지 사냥할 것이다.
뒤늦게 마력 각성을 한 만큼 어떻게든 기존 헌터들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하여 노력할 테니까.
“제 말은 열심히는 하되 목숨은 아끼라는 뜻입니다. 아시죠?”
“허허허. 걱정 마십시오. 우리들은 다들 짊어지고 있는 삶의 무게가 있습니다. 쉽게 죽을 수도 없어요.”
“하하하! 맞는 말이네요.”
고준삼의 말에 모두가 웃음을 터뜨린다.
사체를 해체하는 사람치고 사연 없는 사람은 없다.
대출금이 밀려 어쩔 수 없이 뛰어 들었거나 집에 아픈 가족이 있는 등 각자의 사정을 가지고 있다.
내 경우에는 좀 더 구체적으로 ‘생존’에 목표를 두고 있기는 했지만.
“다들 어떤 식으로 전투가 되는지 알고 계실 겁니다. 우리는 모두 1년 이상의 경력을 가지고 있어요. 먼발치에서도 봤을 것이고 언젠가는 그들과 같아질 것이라고 희망을 가졌기에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았으리라고 믿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
나는 기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 정도 열정도 없는 사람이라면 애초에 길드원으로 뽑히지도 않았다.
말은 하지 않았어도 매일 일이 끝나면 미친 듯이 연구에 몰두했을 것이다.
언젠가 각성한다고 가정하고 기존 헌터들과 격차를 좁히려면 미리 몬스터의 정보나 자주 사용하는 헌터들의 진영, 마력의 운용, 무기술 등에 대해 공부를 해야 한다.
지난 20년 동안 내가 그랬던 것처럼 길드원들은 오히려 기존의 헌터들보다 더 깊은 지식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다.
“세계최강을 지향한다는 건 빈말이 아닙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살아 있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어야 하므로……. 사냥에 심취하여 정신을 잃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내가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다.
헌터에게 있어 사냥이란 강해질 수 있는 수단임과 동시에 돈벌이다.
너무 사냥에만 집중하다 보면 어느덧 몬스터에게 포위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박수철이 그런 식으로 비명횡사를 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이런 정신교육(?)은 몇 번을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었다.
대전 유성구 구암동에 위치한 한 공원.
공원 앞으로는 역시 파리들이 몇몇 꼬여 있었다.
하급 던전을 공략할 것이 분명하다고 판단한 대형 길드에서는 쫓아오지 않았지만, 중소형 길드들은 우리들의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이틀 연속으로 신규 던전을 발견하였기에 이번에도 그러지 않을까 하는 기대.
혹시나 우리가 실패하지 않을까 하는 그런 헛된 기대가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기자들이야 늘 쫓아다니기에 논외로 치고.
나는 공원의 의자 하나를 뜯어냈다.
갑작스럽게 드러난 검은 문.
“헉! 이게 말이 돼?”
“3일 연속 신규 던전을 발견한다고?”
놀란 것은 길드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신규 던전에 들어갈 것이고 공략을 마치고 나면 모두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미리 말을 듣기는 했지만.
“우리 정말……. 던전 클리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거야?”
“보면 몰라? 신규 던전인데 당연히 클리어 보상이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