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37
제37화. 운명을 거스르는 숲
2급 B랭크 던전 홉 고블린 던전.
이 역시 B타입의 던전이다.
내가 왜 B타입의 던전들을 골라서 먼저 점령을 하는가?
그건 바로 A타입보다 B타입 던전이 더 넓고 많은 몬스터들이 리스폰되기 때문이다.
B타입 던전 중에서도 돈이 되는 던전들을 먼저 선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신화 급 던전을 발굴하는 일은 레벨을 좀 더 올리고 생각해 봐야 한다. 내 수준에서 발견하여 점령 가능한 던전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애초에 신화 급 아이템이나 스킬을 얻을 수 있는 던전은 극히 드물기도 했다.
던전에 진입하자 안전구역이 나왔고 그 앞에 거대한 숲이 펼쳐져 있다.
안전구역 너머로 분홍색 피부를 가진 홉고블린들이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는 중이다.
짝짝!
나는 손뼉을 쳐서 사람들의 시선을 모았다.
“오늘의 목표는 레벨 업입니다. 여러분들이 가진 아이템이라면 충분히 홉 고블린을 잡을 수 있어요. 저와 사무장, 박 대장이 보조합니다.”
길드의 직위는 3명만 정해져 있다.
사무장에 이하나, 돌격대장에 박수철.
이하나를 부길드장으로 승진시켜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아직은 먼 이야기다.
길드원들은 알아서 진영을 갖추었다.
고준삼과 김서준, 오기성이 탱커로 방패를 들고 정면과 좌우 3면을 막아서고 2열에 근접 딜러들이, 3열에 원거리 딜러들이 섰다.
가장 중심에는 사제가 보호를 받는다.
이는 헌터들의 가장 기본적인 포지션이다.
원거리 딜러 측에는 이하나도 들어간다.
그녀의 레벨은 이제 갓 20을 넘어섰기에 이곳이 적정 던전이다.
하지만 나와 박수철은 레벨이 꽤 높았으므로 홉고블린을 잡아 봐야 경험치가 많이 들어오지 않는다.
나와 박수철의 목적은 혹시나 모르는 사고를 방지하고 던전의 클리어 보너스를 받는 것이었다.
2급 던전이었으나 최소한 레어 아이템 하나는 떨어질 것이었으므로 박수철의 입장에서도 손해는 아니다.
던전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소환을 했다.
[오늘은 운이 좋지 않네요.] [매직 소환수, 페어리 x10이 소환됐습니다.]“오오!”
“저거 설마 페어리인가?”
“페어리는 처음 보는데?”
“…….”
지금까지는 최소한 레어나 유니크 급이 소환됐었다.
베타테스터 보정 때문에 일반 소환수는 소환되지 않았지만 매직이라.
‘별 상관은 없겠지.’
작은 페어리들이 10마리나 포진했다.
다만 강철골렘, 엘프 소환수, 늑대 등에 비한다면 위엄이 다소 떨어진다.
그래도 나름 35레벨 소환수이니 어느 정도 밥값은 할 거라고 봤다.
저렙 던전이었기에 오히려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해야 할지. 고레벨 던전에서 페어리가 나왔다면 정말 실망할 뻔했다.
위험구역에 진입하기에 앞서 페어리 한 마리를 보내 사냥을 시켜봤다.
“뭘 할 수 있는지 보여줘 봐.”
페어리는 말없이 손을 머리에 대며 경례하는 모션을 취한다.
그러더니 빛과 같이 홉고블린 한 마리의 심장을 꿰뚫어버렸다.
피융!
퍼어억!
“키헤헤헥!”
“…….”
홉고블린의 가슴은 페어리가 지나간 흔적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얼마나 빨랐는지 녹색의 핏물이 튀지도 않았다.
고레벨 몬스터를 뚫을 수는 없지만 저레벨 몬스터를 상대하기에는 최적의 능력이다.
게다가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페어리의 날개에서 마력이 뿜어지더니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빠지지직!
“케에엑!”
파스스스
홉고블린 몇 마리가 그대로 낙뢰에 타죽었다.
전기가 바닥을 타고 흐르는 모습이 그대로 목격되었다.
페어리는 명령을 수행하고 의기양양하게 돌아온다.
“……잘했다.”
페어리가 내 앞을 핑그르르 돌더니 제자리로 돌아갔다.
이 정도면 길드원들을 보조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이햐, 형님. 이 정도면 학살자 아닙니까? 뭔 총을 쏜 것 같아요.”
“그럼 진입하자고.”
대전 유성구 던전.
이곳에는 아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던전은 발견 즉시 국가와 지분을 나누어야 하기에 시청에서 사람이 왔고 통제를 위해 실탄으로 무장한 군인들이 던전을 통제했다.
그 앞은 각종 언론사에서 나온 사람들이 스크린을 설치하고 드론을 던전 내부로 보냈으며 중소 길드들이 승냥이 떼처럼 모여 있다.
이렇게 사람이 모이니 시민들도 멀리서 구경을 한다.
인산인해.
팬심으로 여기까지 쫓아온 강소라는 그 광경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2급 던전이 발견됐다고 해도 이렇게 이슈가 될 일은 아닌데.”
“소환사의 일이잖아요.”
후배는 그녀를 보며 혀를 찼다.
2급 B랭크 던전.
드론을 띄워 보니 홉고블린들이 돌아다녔다.
소환사나 박수철에게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던전이었지만 이제 막 들어온 신규 길드원들의 레벨을 올리기 위함이라면 말이 좀 다르다.
온갖 무구들로 무장한 헌터들은 어디서 본 가락은 있는지 정확하게 진영을 형성하며 전진하고 있었다.
얼마 후에 놀라운 광경이 목격된다.
쾅! 콰과광!
스크린에서는 헌터들이 몬스터를 살육하는 광경이 그대로 송출되고 있었다.
탱커들이 홉고블린들의 공격을 막으며 글라디우스나 단창으로 적들을 찔렀고 근접 딜러들이 충실하게 공격을 가한다.
그리고 후방에서 이어지는 지원들.
화살이 날아가고 마법이 쏟아진다.
사제 두 명은 온갖 버프들과 치료마법을 쏟아냈다.
강소라는 멍하게 그 광경을 바라봤다.
“전원 각성을 했다는 거야!?”
“……각성을 한 채로 길드에 가입한 것 같습니다. 이제야 의문이 풀렸어요.”
혀를 내두르는 사람들.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그게 맞았다.
강한성은 사체 처리부 출신 마력 각성자들을 찾아낸 거다.
비 마력 각성자들의 육체적인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었고 그런 자들이 각성하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여기에 강한성은 세트 아이템들을 지원했다.
레벨이 낮은 헌터들도 세트 아이템을 착용하면 자신보다 높은 레벨의 몬스터를 잡을 수 있다.
당연히 성장은 빨라진다.
“와, 전원 비 마력 각성자 출신이라니.”
“그럼 소환사의 선택이 옳은 것이 아닐까? 지금이야 레벨에 낮아도 그 누구보다 빨리 성장할 수 있으니.”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말들이 많았다.
소환사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뭘 어떻게 을들의 반란을 일으킨다는 것인지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확실히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됐다.
기득권에 불만을 가졌으며 독기로 가득한 자들 중에서도 운이 억세게 좋은 사람들만 추렸다.
이는 철저하게 계산된 행보가 분명했다.
강소라의 입꼬리가 뒤틀렸다.
“이제 기득권 헌터들은 큰일 났네.”
콰광!
쿠아아앙!
“키헤헤헥!”
“케에엑!”
매캐한 연기와 함께 홉고블린들이 죽어 나간다.
헌터들은 최대한 홉고블린들의 사체에 타격이 없는 방향으로 놈들의 숫자를 줄여 나갔다.
사체 처리부 출신이기에 어디를 타격해야 가장 손실률이 적은지 잘 알고 있었다.
이는 사체 처리부만이 가지고 있는 강점이다.
매일 가죽 벗기는 것이 일상이었던 그들은 본능적으로 가죽의 필요 없는 부분들만 타격해 죽였다.
가장 좋은 방법은 머리통을 날려버리는 것이었기에 바닥에는 머리 없는 사체들이 즐비하다.
가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면 페어리들이 알아서 보조를 해주었다.
나와 박수철은 후방에서 들어오는 놈들만 처리해주면 되었다.
“형님. 진영이 아주 탄탄한데요?”
“우리가 별로 신경 쓸 것도 없겠어.”
“어떻게 호흡이 이렇게 딱딱 맞을 수 있나요? 아무리 평소에 공부를 했다고 해도 이런 효율이 나올 수가 있나.”
‘그건 저들이 천재들이기 때문이지.’
길드원을 뽑는 조건 중 인성도 중요했지만 천재성도 중시했다.
미래에 각성하여 이름을 날리는 자들 중, 인성이 검증된 자들만 받아들였다.
인성이 검증되었다는 것은 협동작전에서 혼자 튈만큼 이기적인 인간이 없다는 뜻이다.
박수철이 보기에 길드원들은 오래 전부터 함께 합을 맞추고 전투를 해온 전우들의 집합이라 여길 것이다.
“네가 한 가지 이해를 못하는 건 비 마력 각성자들의 비애지. 그들이 평소에도 얼마나 노력을 해 왔는지 너는 모를 거야.”
“저야 뭐.”
박수철은 1세대 마력 각성자다.
혼자 다니면서 레벨 40을 찍었다는 것은 오랜 시간 사냥에 미쳐 살았다는 뜻이다.
박수철이 우리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는 없었다.
사실 내 말은 터무니없었지만 박수철의 의문을 적당하게 불식시키기에는 적당한 핑계였다.
벌써 한 시간째.
길드원들의 레벨은 10까지 올라섰다.
싸울수록 강해지는 자들.
지금까지 쉬지 않고 사냥했지만 누구도 힘들어하는 기색이 없었다.
“진정 독종이네요.”
“우리 길드 전체가 그렇지.”
독종의 모임.
길드에 들어오는 모든 사람들은 독종이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조급함 때문이라도 미친 듯이 사냥할 것이 뻔했다.
우리들은 2구역에 이르렀다.
더욱 숲이 울창해진다.
“으하하함.”
여러 가지로 길드가 발전하는 것이 눈에 보였지만, 직접 사냥이 아닌 보조를 하다 보니 지루함이 몰려왔다.
그런 와중에 들린 시스템 메시지.
[운명을 거스르는 숲이 오랜 고심 끝에 당신에게 기회를 주기로 결정합니다.] [운명의 퀘스트 발생!] [최후의 엘프 NPC 구출] [보상: 성공 시 해당 NPC를 동료로 영입할 수 있습니다.] [성공 시 해당 NPC가 운명을 거스르는 숲의 메시지를 전달합니다.]“어……?”
“왜 그러세요?”
“아니. 오늘 공략이 언제 끝나나 해서.”
“하하, 미친 듯이 사냥하는 모습을 보면 적어도 두 시간 안에는 끝날 것 같네요.”
나는 말을 돌렸지만 꽤 놀랐다.
NPC의 등장.
시스템은 NPC라고 표현했지만 이건 이계의 존재를 동료로 포섭하는 일이었다.
아직 신들의 게임은 시작 전이었고 NPC라는 자들이 나타나기에는 시기상조였다.
내가 알기로 유명 NPC들이 몇몇 있기는 했다.
그중 가장 유명한 NPC는 엘프 카이샤.
어디서 구출됐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당시 랭커였던 천무살제의 동료로 대단히 큰 활약을 했었다.
정령술과 궁술, 마법, 검술까지.
다재다능한 팔방미인이다.
그밖에도 엘프족 NPC들이 꽤 있었고 그들은 하나같이 준수한 능력을 보여주었다.
지구에서 최초로 등장한 천무살제의 동료는 그 등장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었다.
한때 NPC를 동료로 영입하겠다고 많은 헌터들이 도전을 했었지만, 조건이 꽤 까다롭다.
무조건 처음 발견된 던전에 한해야 하며 퀘스트가 떠야만 가능했다. 그러니 이계 조력자를 동료로 끌어들일 수 있는 확률은 10%도 되지 않았다.
그러나 성좌가 내게 관심을 갖게 되자 동료 영입 가능성이 100%까지 올라갔다.
실로 놀라운 보상.
‘무엇보다 성좌의 선물을 하나 더 받을 수 있게 되지.’
지루함이 단숨에 날아간다.
엘프 NPC라면 반드시 구해서 길드원으로 영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