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43
제43화. 조율
결론은 미루기로 했다.
아무래도 지금 시점에서 진화석을 사용하는 것은 아깝다.
지난 20년 동안 이 바닥에서 구르면서 내게도 감이라는 것이 생겼다.
헌터들의 소식을 들을 때마다 ‘내가 그 상황이라면?’이라는 가정 하에 여러 가지 연구를 해왔고 소환사들에 대한 소식도 간간히 들었었다.
그중 정령사는 매우 희귀하였지만, 진급석이 고가에 거래가 되었던 것을 보면 단숨에 정령을 진급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운디네의 레벨은 25였고 며칠 안에 30을 찍는다.
운이 좋다면 지옥마경에서 펫 경험신단을 습득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현질로는 운디네의 레벨을 올리는 것이 불가능하였으므로 결국에는 사냥을 해서 경험치를 올리거나 지옥마경이나 스테이지 보상으로 나오는 펫 경험신단을 먹여 올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택한다.
잠시 진급석은 인벤토리에 밀어 넣었다.
이제 출근 준비를 하기로 했다.
오늘은 굉장히 민감한 계약이 있는 날이다.
암제와의 대결이 내일로 다가온 상황에서 아직도 우리 길드와 다이어 울프 길드 간의 조율은 끝나지 않았다.
서로가 한 치도 양보를 하지 않고 밀고 당기기를 반복하다 결국에는 대결 당사자들끼리 만나 협의를 보기로 했다.
서로의 명운을 건 대결 앞에서의 조율.
암제 놈이 과연 어떤 식으로 나올까?
“뭐든 상관없지.”
정장으로 갈아입었다.
출근해서 오전에는 업무를 보고 오후에는 일명 바바리안의 성지로 향할 계획이다.
운이 좋다면 동료 한 명을 추가로 영입할 가능성도 있었다.
길드 회의실.
회의실 곳곳에는 CCTV가 설치되어 있었다.
테이블을 비추고 있었으며 이는 경비실에서 녹화된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암제가 깽판을 친다면 나는 정당하게 보상을 요구할 생각이었다.
간부들을 제외한 길드원들은 30레벨 던전으로 사냥을 나가 있었고 오후에 합류하기로 했다.
이곳에는 나와 박수철, 이하나가 함께하고 있었으며 길드 전속 변호사가 서류를 준비하고 있었다.
“형님. 이거 불안한데요?”
“뭐가?”
나와 이하나는 커피의 진한 향기를 음미하며 다이어 울프 길드의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박수철은 시종일관 불안한 표정이다.
“아무래도…….”
“똥이라도 마려운 사람처럼 그러고 있지 말고 앉아라.”
“걱정이 되니 그렇죠. 암제라면 미친 인간으로 유명하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이렇게 CCTV가 다 설치되어 있는데 깽판을 칠까. 해봤자 말싸움일 테니 걱정 말고.”
“아이고, 저는 간담이 서늘한데 형님은 아무렇지도 않으신 모양이군요?”
“암제 따위야 꺾어버리면 그뿐인데 두려워해야 할 이유가 있나.”
“하하, 형님만 믿습니다.”
30분 정도가 흐르자 다이어 울프 길드에서 사람들이 도착했다.
먼저 암제 독고성.
길드 회의실을 살펴보며 기분이 나쁘다는 듯이 인상을 썼다.
신식 건물에 가구들도 모조리 새것이라 본인들의 길드 본부보다 나았기에 기분이 나쁜 거다.
신생 길드가 잘나가니 불안하기도 하겠고.
그 다음은 다이어 울프 길드의 사무장이나 독고성의 비서 역할도 하고 있는 이예나.
을들의 반란에서 이하나와 포지션이 비슷할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찔러도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을 것 같은 인상을 가진 다이어 울프의 전속 변호사 이호진이다.
독고성은 나와 눈을 마주치자마자 벌레 봤다는 표정을 지었다.
“양민 새끼가 돈 좀 벌었다고 건물을 대리석으로 떡칠을 해놨군. 없는 것들이 더 허세를 부린다고 하더니.”
“시비 걸러 오셨습니까? 헛소리 그만하고 앉으시죠.”
“헛소리? 이봐 사무장. 내 말이 틀렸나?”
“전혀 틀리지 않았죠. 졸부들이 돈을 쉽게 쓴다는 사실은 이미 입증이 된 사실이에요.”
“부러워서 그런 건 아니고?”
바로 이하나가 지원사격을 한다.
박수철은 조용히 사태를 관망하는 가운데 우리 측 변호사가 끼어들었다.
“기 싸움을 하러 오신 것이 아니라면 앉아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목적은 싸우는 것이 아니니까요. 해묵은 감정들은 내일 털어내셔도 충분할 겁니다.”
“뭐 이렇게 젊은 놈이 변호사로 있어? 너 몇 기야?”
“…….”
변호사들끼리도 기 싸움을 한다.
이건 뭐 총체적인 개판인가?
이대로라면 기 싸움만 하다가 시간이 다 갈 것 같았다.
나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기에 먼저 자리에 앉았다.
“피차 바쁜 사람들끼리 쓸데없는 싸움으로 힘 빼지 말고 앉으시죠. 지금 바로 검을 뽑을 것이 아니라면.”
“흥.”
“꼴에 길드라고 건물만 번지르르하군.”
암제는 의자에 앉자마자 테이블 위에 발을 턱 올린다.
이건 한마디 하지 않을 수가 없군.
“썩은 내가 진동하니 발은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이 새끼가 요즘 조금 잘나간다고 세상 무서운 줄을 모르고 있군. 내일 대결에서 모가지가 잘려도 그리 나불거리려나?”
“혹시 미친 새끼세요?”
“감히, 사체 처리부 새끼가.”
암제는 검이라도 뽑을 기세였다.
“손님으로 왔으면 앉으시죠. 어떤 미친놈이 남의 집에 방문해서 발을 그 따위로 올립니까?”
“이 새끼! 오늘 끝장을 보자!”
“자자, 그만하시죠. 여기서 싸우시면 약속은 모두 무효가 됩니다.”
“쳇.”
결국 박수철이 나서자 상황은 정리가 된다.
오늘의 조율은 던전에 대한 것이다.
우리 측 던전 두 개와 저쪽 던전 두 개.
다이어 울프에서는 트롤 던전과 화령분지 던전을 내놓기로 하였는데 이게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며 강짜를 부린 것이다.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던전이 늘어나자 그런 억지를 부려 보는 셈.
내가 패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만약이라도 패하면 바로 은퇴다.
암제 놈이 마나 홀을 파괴할 테니까.
그렇다면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다.
“저희 측이 가진 던전이 꽤 탐이 나시는 모양입니다. 5개 던전 올인합니다.”
“……!”
“뭐, 뭐라?”
“쫄리면 뒈지시던지.”
“…….”
“허, 형님. 괜찮으시겠습니까?”
박수철이 속닥거렸다.
내일 승리를 거둔다면 을들의 반란은 바로 중견 길드로 올라갈 수 있었다.
하지만 패한다면?
을들의 반란은 끝장이다.
암제는 이를 드러내며 씩 웃었다.
“괜찮겠나?”
“갑자기 말투가 공손해졌는데.”
“원하는 것을 준다는데 굳이 시비를 털 이유는 없지 않나.”
이게 암제가 맞나 싶었다.
급 공손?
어쩌면 암제의 원래 성격은 파탄자 정도는 아닐 거라고 생각됐다. 이익을 우선시하다 보니 시비를 거는 것이 일상이 되었을 뿐. 물론 그게 암제의 행동을 정당화 한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5개 던전을 걸지. 하지만 이래서야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그쪽에서는 최소한 1개 던전은 더 주어야겠는데.”
“크큭. 조건은 그게 다냐?”
“준다는 의미겠지?”
“그거야 네놈이 이긴다는 조건이지.”
승리하였을 때 갖게 되는 11개 던전.
그 안에서 나오는 수익들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우리 길드원의 숫자가 적지만 그건 문제없다.
위탁 길드를 고용하여 일정 수준의 대가를 지불하고 맡기면 되니까.
레몽 정도가 적당하겠지.
“그렇다면 돈이 되는 던전을 하나 더 걸 수도 있지. 이를 테면 놀 부락 던전이라던가.”
“놀 부락이라.”
레벨 15 던전으로, 썩 좋지 않은 아이템과 경험치를 주지만 여기서도 대박은 터진다.
가끔가다 놀이 미스릴을 주괴 형태로 뱉어내는데 겨우 몇 그램 수준이었지만 이게 대박이다.
반지 하나 정도의 미스릴이라도 그걸 섞어 장비를 제작하면 무조건 매직 등급 이상이 뜨니까.
그 때문에 하급 헌터들이 선호하는 곳이었다.
사람은 항상 미어터질 지경이었고 그곳에서 창출되는 비용은 꽤 크다.
저쪽 사무장 이예나가 뭐라고 이야기를 하려 하였지만, 암제가 막았다.
“어떤가?”
“나쁘지 않은데. 바로 계약하지.”
변호사들은 양쪽의 조건들을 다시 조율하여 옮겨 적었다.
길드장들이 조율을 하였고 동의했다. 법률적인 절차는 그리 문제 될 것이 없었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계약서가 작성됐다.
양측 변호사들은 꼼꼼하게 계약서를 확인했다.
“문제없습니다. 승리한다면 막대한 이익을 얻게 될 겁니다.”
우리 측 변호사의 말이었다.
다이아 울프 측 변호사도 만족한 얼굴이었다.
“지장 찍으시면 바로 공증 들어가겠습니다.”
“그러지.”
암제와 나는 계약서에 번갈아 지장을 찍었다.
이것으로 되었다.
양쪽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이끌어 냈으니 내일 전투에서만 승리하면 된다.
점심시간.
다이어 울프 길드에서 늦게 도착을 하기도 했고 말다툼을 하느라 조율이 좀 늦어졌다.
결국 모든 절차를 마치자 밥 때가 됐다.
우리들은 길드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했다.
“길드 식당에서 스테이크라니. 누님께서 신경 좀 쓰셨네요!”
“호텔 쉐프를 데려왔거든.”
“오, 그래요?”
우리 길드가 보유하고 있는 던전들이 꽤 되었기에 이 정도 규모의 식당은 충분히 유지를 하고도 남는다.
그밖에도 직원들은 계속 고용이 되고 있는 중이었으며 점점 이하나가 할 일이 줄어들고 있었다.
이제 이하나도 사냥에 집중할 때가 됐다.
“형님. 그런데 정말 괜찮습니까?”
“뭐를?”
“저는 형님이 승리할 거라고 봅니다만, 혹시라도 패한다면 말이죠. 심기일전을 하여 다시 도전을 해야 할 텐데 그렇게 기반을 다 날려버리면.”
“어차피 내가 패하면 마나 홀이 아작 날 텐데? 암제 놈의 눈빛만 봐도 알아. 내 성장이 자신을 위협할 정도가 되니 내일 마나 홀을 파괴하려 할 거야. 정 안 되면 과실치사로 죽이겠지.”
“보석금으로 석방되고요?”
“그래.”
“이거……. 심각한 일 아닙니까?”
팡!
“컥!”
이하나가 박수철의 등짝을 후려쳤다.
“무조건 길드장님이 이겨.”
“그렇……겠죠?”
“너, 뭐야. 다이어 울프 스파이야?”
“뭐 그리 섭섭하게 말씀을 하세요, 누님.”
“그런데 왜 그렇게 헛소리를 해? 죽고 싶어?”
“하하. 무조건 형님이 이기죠. 믿고 있습니다.”
“어차피 길드장님 안 계시면 우리는 다 무너질 거거든. 그러니까 행여나 뻘소리 하지 마라. 죽인다.”
“아, 예. 누님.”
박수철은 이하나 앞에 깨갱거렸다.
그녀에게서 이런 면모가 있다니, 놀라운데?
역시 사람은 오래 만나야 하는 건가. 한없이 착하다고만 생각했는데 그건 아닌 것 같다.
식사가 끝날 즈음.
하나 둘 원정에 나갔던 길드원들이 복귀를 했다.
앞으로 30분 정도 후에는 다 함께 신규 던전에 들어가기로 했다.
“아, 형님. 이번에 가는 던전이 어디라고요?”
“4급 S랭크 던전인데, 어떤 형태인지는 나도 모르지.”
“4급 S랭크라. 빡세겠네요.”
이번에도 어디선가 좌표를 받았다고 둘러댔지만, 나는 거기가 무슨 던전인지 잘 알고 있었다.
일명 바바리안의 분지.
나 때문에 NPC의 등장이 빨라진 것이 맞는다면 그곳에서 야만전사를 동료로 영입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