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44
제44화. 바바리안의 분지(1)
바바리안의 분지.
서울 북한산 입구에서 발견이 되는 던전으로 이 역시 B타입이다.
4급 A랭크이며 상당한 난이도를 자랑한다.
던전은 형성되는 날짜가 있다.
지금까지 내가 발견하여 관리 하에 둔 던전들은 이미 형성되어 있었으나 구조물 등에 가려져 있어 발견하지 못했던 것을 발견한 것에 불과했다.
바바리안의 분지는 오늘 오후 2시에 형성되며, 그 전에 도착을 하여 자리를 잡고 있어야 한다.
점심을 먹은 후에 30명으로 늘어난 길드원들 중 1세대 길드원들과 간부들을 이끌고 이동 중에 있었다.
짝! 짝!
손뼉을 쳐서 사람들의 시선을 모은다.
1세대 길드원들의 레벨은 25에서 30가량.
아직 40레벨 던전에 들어가기에는 무리가 있었기에 그 위험성에 대해서 고지할 필요가 있었다.
“오늘 들어가시게 될 던전은 4급 A랭크 던전 중에서도 B타입입니다. 대충 감이 오시겠지만 치열하게 전투를 벌여야 한다는 뜻이죠. 물론 이번에는 저희 간부들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사냥을 할 것이기에 어느 정도 균형은 맞추어지겠지만, 상당히 어려운 전투가 될 수도 있습니다.”
“…….”
“그러므로 지금이라도 원치 않으시는 분은 돌아가셔도 됩니다.”
“신규 던전이라면 클리어 보상도 있을 텐데 이제 와서 돌아갈 사람은 없습니다, 길드장님.”
1세대 길드원들 중에서도 단연 독보적인 발전을 보이고 있는 고준삼이다.
길드 간부 예정자였으며 자연스럽게 1세대 길드원들의 중심축 역할을 했다.
탱커로, 누구보다 용감하게 나서는 남자.
고준삼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동조했다.
“목숨을 아까워 할 거라면 은퇴를 하는 것이 맞아요.”
홍염의 마녀 박가희.
그녀 역시 레벨 30에 올랐고 벌써 3레벨을 마스터하였다.
과연 미래의 영웅답게 엄청난 발전 속도다.
길드원들의 레벨이 이렇게까지 빠르게 오른 것은 그들이 미친 듯이 사냥을 한 탓도 있었지만, 역시 시스템의 역할이 크다.
사냥이 끝난 후에 길드원들은 카탈로그에 나오는 아이템들을 하나씩 구매하였는데 그때마다 꼭 빠지지 않는 것이 경험신단이다.
레벨 30이 넘으면 경험신단이 큰 효과를 발휘하지 않았지만 그 때까지는 고속으로 발전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
또한 1세대 길드원들이 40레벨 던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유.
그건 바로 강화 아이템에 있었다.
몇 번이나 신규 던전을 클리어 하면서 최소한 레어 아이템 1~2개는 가지고 있었고 모든 아이템은 강화가 되어 있었다.
+2강을 기본으로 하였으며 아이템 효율이 두 배였으니 40레벨에 도전하기에 충분하다고 본 것이다.
“좋습니다. 오늘도 빡세게 사냥을 해봅시다.”
“오늘도 잘 부탁드립니다!”
“오오!”
사기는 충천한다.
무엇보다, 나 역시 기대가 컸다.
이번 던전에서는 유니크 급의 스킬이나 아이템을 습득할 수 있을 것으로 봤고 특히나 바바리안 동료를 한 명 영입할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이다.
북한산 입구.
주차장에 정차를 한 후에 내리기 시작하였는데 곧이어 리무진 버스가 도착하여 우르르 헌터들이 내리기 시작했다.
거의 동시라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
우리를 쫓아온 거라고는 볼 수 없었다.
혹시나 던전을 빼앗길 가능성이 있었기에 각자 다른 곳에서 헌터들이 탑승을 했었으니까.
또한 그들은 우리와 반대 방향에서 왔다.
문이 열리고 검제가 모습을 드러낸다.
동시에 검제와 내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수철아. 가서 선점해라.”
“예, 형님!”
팟!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나는 바로 박수철을 던전이 곧 나타날 곳으로 보냈고 검제 역시 문제가 생겼음을 직감하였는지 휘하의 헌터를 내보냈다.
박수철과 크라운 길드의 헌터가 어마어마한 속도로 어딘가로 쏘아져 나갔다.
검제의 눈에서는 당혹스러운 빛이 스치고 있었다.
나는 놈이 어둠의 성좌와 계약했음을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
그러나 착한 인간 코스프레를 하느라 친절함이 몸에 배어 있다는 것도 알았다. 웬만한 사람들은 검제에게 다 속아 넘어갔다.
한국 헌터계의 경찰을 자처하는 검제가 이 상황에서 어떻게 나올까?
“하하하! 또 뵙는군요, 소환사님.”
“안녕하세요, 검제님.”
착한 놈 코스프레를 하는 건 나도 똑같다.
겸손해야 대중의 지지를 받았으니까.
겉으로 봐서는 전혀 위화감 따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검제의 눈동자가 흔들리는 것을 보았을 뿐.
검제가 나타나자 지나가던 사람들이 모여서 구경하기 시작했다.
이래서야 곧 언론사에서도 찾아올 것이 틀림없다.
“이거 어쩐 일이신지요? 설마 등산을 하러 오신 것 같지는 않고.”
“그럴 만한 일이 있어서 말이죠.”
우리는 같은 길을 걸으며 이동했다.
우리들의 뒤를 쫓아 양측 길드원들이 줄줄이 쫓아왔다.
이렇게 느긋할 수 있는 이유는 던전의 선점이 달리기에서 결정 난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을들의 반란에서 가장 달리기가 빠른 박수철과 크라운 길드에서 달리기가 가장 빠른 헌터가 대결을 벌였을 것이다.
먼저 도착한 쪽에서 많은 지분을 요구할 수 있다.
이 시간에 검제가 도착을 했다는 건 무엇을 의미할까?
‘이 새끼 이거 회귀자인가?’
의심을 하기에 충분하다.
하필이면 오늘 오후 2시가 다 되어 검제와 크라운 길드가 도착했다.
검제가 아니더라도 최소한 크라운 길드 안에 회귀자가 있다는 말이 되었다.
벚꽃이 피는 계절.
북한산 벚꽃 둘레길에는 꽃잎이 흩날리고 있다.
“벚꽃이 참 예쁘군요. 던전 안쪽의 상황과는 전혀 달라요. 일반인들은 우리가 쉽게 돈을 버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전혀 그렇지가 않죠.”
“맞는 말씀입니다.”
속으로는 뭔 개소리를 하는 것이냐 말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종종 목숨을 걸어야 하기도 하고 헌터들의 분쟁도 만만치가 않지요. 내일 암제와 대결을 벌인다고 들었습니다.”
“네. 그렇게 됐어요.”
“저희 헌터계에서는 사냥도 중요하지만 역시 헌터들과의 분쟁을 최소화 하는 것도 중요한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더 이상 적을 늘리는 것은 적합하지 않은 행동이죠.”
“…….”
간접적인 협박이나 다름없었다.
암제와의 결투를 앞두고 있는 이때에 과연 크라운 길드와 마찰을 빚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이냐 이야기 하는 것이었다.
“지당한 말씀입니다. 저도 암제가 시비만 걸지 않았다면 절대 결투 따위는 생각하지 않았겠죠. 하지만 그렇게까지 사람을 무시하는데 가만히 맞고 있으면 이 바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도 압니다.”
“그러시군요.”
우리들은 북한산 입구에 이르렀고 그 앞에는 박수철과 한 남자가 설전을 벌이고 있었다.
“내가 먼저 왔다니까!”
“이 사람이 지금 뭐라는 거야? 내가 먼저 도착했소!”
“늙어서 눈이 침침한 모양인데 내가 한 1미터쯤 빨랐다니까?”
“이거 왜 이러시오? 이래봬도 시력이 2.0인데. 순순히 인정하시오.”
“이 사람이 말이 안 통하네.”
“그건 나도 마찬가지요!”
거의 초등학생들의 말싸움과 비슷했지만, 박수철과 크라운 길드의 남자는 절대 물러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던전을 하나 발견하면 어마어마한 수익이 발생한다.
또한 던전을 클리어 하고 나면 그 보상도 상당하기에 절대 양보할 수가 없는 것이다.
“자자, 그만하고 여기 증인들이 있으니 물어보면 되는 것 아닙니까?”
“그야 그렇지만…….”
검제는 과연 랭킹 1위다웠다.
굳이 설전을 펼치지 않고 증인들에게 물어보겠다는 대안을 제시한 것이다.
한 4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등산객이 증언했다.
“제가 볼 때에는 거의 같이 도착을 했습니다만……. 기준점이 이곳에 맞는다면 말이죠.”
또 다른 등산객의 증언.
“잘 모르겠어요. 잔상만 남기면서 오는 바람에.”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던데. 이게 그리 중요한 일인가요?”
“흠.”
한마디로 막상막하였다는 말이 된다.
달리기를 하며 대결한 헌터들이야 누가 먼저 들어왔는지 알겠지만, 일반인은 알 수가 없다. 또한 자신이 조금 늦었다고 해도 큰 이권이 걸린 문제에서 순순히 양보한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
여기서 양보는 퇴보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클리어 보너스를 받을 수 있다면 발전을 하게 되는 것이었고.
그러니 물러나지 않는 것이 맞다.
검제도 나도 그런 본질에 대해서는 이해를 했다.
슬슬 언론사에서도 모습을 드러냈다.
검제는 공인이다. 그가 가는 곳에는 항상 언론인들이 쫓아다녔다.
벌써 열 명이 넘는 언론인들이 포진을 하고 있는 가운데, 검제는 신중하게 입을 열었다.
“동시에 도착을 한 것 같은데, 누가 먼저 왔는지는 증거가 없는 상태입니다. 그러니 소환사님. 지분을 5:5로 나누는 것이 어떠신지요?”
“동의합니다.”
크라운 길드와 함께 도착을 한 이상 이렇게 될 거라고는 예상을 했다.
크라운 길드 내에 회귀자가 적어도 한 명은 존재한다는 가능성을 확인하였으니 그것만으로도 꽤 큰 소득이다.
“또한 던전 안에서는 각자 활동을 하되, 먼저 보스에 도달하는 쪽이 우선권을 가지는 것으로. 어떤가요?”
“그건.”
검제의 말은 지극히 논리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말이 안 되는 조건이다.
보스에 먼저 도달한 쪽이 우선권을 갖는다?
크라운 길드는 어마어마한 아이템과 스킬들로 무장하고 있었다. 이곳에 온 헌터들도 대부분 중견이었고.
레벨은 모조리 40대에 레어 아이템으로 무장까지.
나도 아직은 검제의 상대가 아니었다.
우리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입장이다.
검제는 자신의 유리함을 인지하고 있었고 슬며시 티 안 나게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매우 합리적인 조율이라고 생각합니다. 유혈사태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고 말이죠. 저는 분쟁을 원하지 않아요.”
‘그럼 히든 던전은?’
본인은 자신이 유리하다고 인지하며 또한 그 보상까지 모조리 가로챌 생각이겠지만.
검제는 히든 던전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럼 이렇게 하시죠. 던전의 메인 보스는 크라운 길드에서 가지세요.”
“……!”
웅성웅성.
술렁거리는 장내.
크라운 길드의 입장에서도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발언일 것이다.
당연히 공짜는 아니다.
“원하는 조건이 있으시겠군요.”
“나름 합리적인 결단을 내리려고 노력 중입니다. 어차피 우리 길드의 전력이 열세이니 메인 보스는 포기하는 편이 나아 보입니다. 하지만 만약에라도 히든 던전이 발견된다면 그곳에 대한 권리는 포기해주세요.”
“히든 던전이라.”
나는 여기서 승부수를 던졌다.
바바리안의 분지에는 히든 던전이 있다.
메인 보스를 지나쳐 더욱 깊숙하게 들어가야 했고 만약 검제가 회귀자라면 히든 던전에 대해 알고 있을 것이다.
검제 본인이 아니더라도 크라운 길드에 회귀자가 한 명이라도 있다면 바로 반박하고 나올 것이 뻔했다.
내 가설이 맞는지 확인을 해보는 용도임과 동시에 어느 정도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
검제는 심각하게 생각에 잠겼다.
‘대체 왜 생각을 하지? 둘 중 어느 것이 가치가 있는지 따져 보면 히든 던전이 몇 배는 더 가치가 있다. 그런데 고민을 한다는 건 히든 던전의 존재를 모른다는 말밖에는 되지 않는데.’
크라운 길드 내부의 분위기도 살핀다.
놀랍게도 크라운 길드의 사람들 모두 내 말이 꽤 합리적이라고 생각을 하는 것 같다.
“히든 던전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기는 하죠. 하지만 그 확률은 대략 10% 이하라는 건 알고 계신지?”
“네.”
“저희 크라운 길드에서는 확정적으로 메인 보스의 보상을 받고 귀 길드에서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을 가져가시겠다는 뜻이 되는군요.”
“계산이 정확하신데요?”
“매우 합리적인 판단, 감사드립니다.”
검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걸 받아들인다고?’
심지어 크라운 길드의 길드원 모두가 납득한 눈치다.
누구도 반박하지 않는 것을 보면 한 가지 가능성을 암시한다.
‘검제는 회귀자가 아니다. 그 존재조차 모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회귀자에게 정보를 들었을 가능성은 높다. 크라운 길드와 연결되어 있는 수색꾼 길드겠군.’
검제는 회귀자가 아니었다.
천만 다행스러운 일.
그가 회귀자가 아니라면 빠른 시일 안에 검제를 꺾고 한국 랭킹 1위로 등극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