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45
제45화. 바바리안의 분지(2)
[바바리안의 분지에 입장합니다.]어둠으로 물들어 있는 세계.
이곳 던전은 바바리안이 살고 있는 땅에 마족들이 침공을 하여 멸망을 했다는 설정이다.
판타지 세계가 멸망을 하였다면 딱 이런 모습일 것이다.
바바리안이 살던 목책들은 박살이 나 있었고 천막이나 움집들의 잔해가 굴러다녔다.
을씨년스럽게 부는 바람, 그리고 끈적끈적한 공기까지.
하늘에는 보름달이 만연하고 있어 분위기는 더욱 가라앉아 있다.
던전의 스타트 지점.
크라운 길드에서는 곧바로 던전에 진입하였다.
곳곳에서 마족 전사들이 몰려들었고 그들은 빠른 속도로 적들을 해치우며 전진했다.
“이거 아무래도 전략을 다시 세워야겠는데.”
“이제 어쩌죠?”
이하나가 내게 물었고 길드원들은 어미 새를 바라보는 것처럼 내가 결정을 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원래의 계획은 한 하루 종일 진득하게 던전을 돌아다니며 청소할 생각이었다.
느리더라도 꾸준하게 적들을 죽이며 아이템과 경험치를 수급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크라운 길드가 끼어들면서 계획이 어그러졌다.
“크라운 길드에서 그럴 리는 없겠지만, 놈들이 히든 던전을 발견하면 곤란해지는 것은 사실이지.”
“저놈들이 말 하나는 아주 달변이에요.”
“무슨 뜻이야?”
“저와 달리기 시합을 했던 중년인이 한 치도 말에서 안 밀리더라고요. 실력도 그만큼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
초등학생처럼 싸우던 것을 달변이라고 표현하는 건가?
이하나를 포함한 1세대 길드원들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게 달변인가? 그냥 억지지.
어쨌든.
일은 잘 해결됐고 히든 던전에 대한 우선권은 얻었다. 여기에 더하여 우리가 히든 던전을 먼저 발견한다면 저쪽에서는 빼도 박도 못한다.
“어차피 히든 던전은 보스의 방 너머에 있어. 그러니 크라운 길드의 뒤를 쫓아가면서 몰려드는 적들을 상대한다. 크라운 길드에서 한번 휩쓸고 지나갔으니 손쉽게 지나갈 수 있을 거라고 본다.”
“크라운 길드를 이용하자는 뜻이군요?”
“그럼 어쩌나? 저놈들이 두 눈 뜨고 있는 이상 타이밍은 딱 한 번이야.”
“보스를 공략할 때요?”
“그렇지.”
크라운 길드가 보스 방에 입장하는 순간을 노려 히든 던전에 입장한다.
어차피 히든 던전은 한 파티가 들어가고 나면 문이 닫히기에 검제가 아무리 강자라고 해도 개문할 수 없다.
곳곳에 널려 있는 바바리안의 사체들.
이 사체들에서는 그 어떤 아이템이나 마석도 뽑아낼 수 없다.
던전이 열린 이후로 헌터들은 던전에서 발견되는 사체들을 일종의 장식품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이 기저에 깔린 것은 아무리 봐도 이 모든 것이 게임과 비슷하다고 여겨지기 때문.
사체들을 뒤지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었고 그보다는 몬스터를 한 마리라도 더 잡는 것이 중요했다.
바바리안의 대지에 나오는 몬스터들은 모두가 마족 군단병이다.
원 패턴 던전과는 달리 마족 궁수, 방패병, 마법사, 검사까지 존재하고 있어 상대하기가 꽤 까다로웠다.
하지만.
크라운 길드는 한국 1위 길드의 위엄을 몸소 보이고 있었다.
탱커들은 일회용 버프 주문서들의 도움을 받으며 어마어마한 도핑을 했다.
나머지 헌터들도 마찬가지.
자금력이 탄탄하다는 것은 그만큼 사냥 시에 지원도 많이 받는다는 뜻이다.
이렇게 사용되는 도핑 주문서들은 길드에 납부하는 운영비에서 모두 충당한다.
특히나 신규 던전을 공략할 때에는 결코 주문서를 아끼지 않았다.
쿠아아앙!
탱커들은 자신들의 역할에 충실하여 그 어떤 몬스터도 후방으로 보내지 않았다.
근거리 딜러들은 끊임없이 적들을 찔러댔고 마법사와 사제들은 적들의 공격을 막아내는 한 편, 적 후방을 노렸다.
검제가 직접 나설 필요도 없었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귀족으로 불리는 자들의 사냥이다.
간부진들은 후방에서 대기하고 있다.
그들의 사냥은 겨우 4급 던전에 머물지 않는다.
최근 들어 발견되기 시작한 5~6급 던전에서 사냥을 하였으며 그곳에서는 나름대로 목숨을 건다.
“길드장님. 정말 괜찮을까요?”
“무엇을?”
“히든 던전의 소유권을 넘겨 준 것 말입니다.”
“4급 던전에서 히든 던전이 발견될 가능성이 얼마나 된다고.”
검제는 바보가 아니다.
착한 놈의 껍데기를 쓰고 있었지만 누구보다 기회주의자였다.
강해지는데 혈안이 되어 있기도 했고 뒷공작은 누구도 알아차릴 수 없을 만큼 은밀하게 한다.
그런 검제가 손해 볼 짓을 할 리가 없다.
“만약 발견이 된다면 말입니다.”
사무장 오진수는 상당히 찝찝하다는 듯이 말했다.
오늘 던전을 발견한 것도 운이 좋은 편이었다.
탐색꾼 길드에 상당히 많은 돈을 준 보람이 있었으나 하필이면 을들의 반란과 지분을 나누게 됐다.
탐색꾼 길드에서 두 길드에 좌표를 팔아먹었을 리는 없으니 소환사 역시 나름 탐색꾼 길드와 제휴가 되어 있는 것 같았다.
여기까지는 우연이라고 칠 수 있다.
한국에만 해도 10개가 넘는 탐색꾼 길드가 있었고 소환사는 레몽과 연결되어 있는 외국계 탐색꾼 길드도 알고 있을 거라 생각이 됐으므로.
하지만 그 안에서 히든 던전이 발견될 가능성은?
통상적으로 히든 던전이 발견될 가능성은 10%다.
이건 1~4급까지의 던전을 통합한 수치였고 4급만 치면 5%도 채 되지 않을 것이다.
“5% 정도의 히든 던전 확률이지. 그런데 이걸 봐. 이놈들 이게 4급 A랭크에 나올 만한 몬스터인가?”
“S급은 되는 것 같긴 합니다.”
“지금 저 전력으로 히든 던전에 들어가면 어떻게 될까?”
“……!”
“다 죽는 거야.”
검제가 슬쩍 미소를 드러냈다.
그는 바바리안의 대지를 보는 즉시 이곳이 4급 S랭크 던전에 버금간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만한 마나가 흘러나오고 있었으니까.
이곳의 히든 보스는 거의 레벨 50대의 파괴력을 보여줄 것이다.
차라리 검제는 놈들이 히든 던전을 발견하고 몰살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 된다면 을들의 반란은 붕괴될 것이고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던전들이 허공에 붕 떠버리니까.
“이래저래 이익이군요.”
“바로 그거다.”
“역시 길드장님입니다.”
사무장도 다소 안심한 표정이었다.
히든 던전을 발견한다면 그건 천운이다.
하지만 과연 그 천운이 을들의 반란에도 적용될까?
재앙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바바리안의 분지에서 나오는 몬스터들은 다른 4급 던전에 비한다면 난이도가 꽤 있는 편에 속했다.
탱커와 근접 딜러, 마법사, 궁수의 조합이라니.
이 정도면 헌터들의 조합과 유사하다.
놈들은 한 마리씩 출몰하지 않고 꼭 팀을 이루어 나왔다.
벌써부터 고준삼을 비롯한 탱커들은 힘들어 보였다.
콰광!
“버텨! 우리는 할 수 있다!”
고준삼이 연신 뒤로 밀려난다.
보조 딜러들이 탱커들이 밀리지 않게 잡아주고 있었지만, 진영 전체가 밀리고 있는 중이다.
“형님. 안 되겠는데요?”
“너부터 참전해라.”
진영에서 빠져 나온 박수철은 적들의 후방으로 돌아가 마법사와 궁수를 암살했다.
그러자 좀 더 버티기가 수월해진다.
딜러들이 하나씩 마족들을 쓰러뜨리고 있는 그때, 소리를 듣고 다른 마족 팀들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형님! 형님도 참전해야겠는데요?”
“어쩔 수 없나.”
가능하면 길드원들이 많은 경험치를 먹기를 바랐다.
이런 상황이라면 소환수를 소환하여 보조를 시켜야 할 것 같다.
[강렬한 운이 솟구칩니다!] [유니크 소환수, 제국 제3기사단 x10이 소환됐습니다.]“오오!”
거대한 방패로 무장하고 있는 기사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순백의 갑옷과 짧은 글라디우스를 오른 손에 쥔 자들. 왼손에는 온몸을 가리는 방패를 들었다.
순식간에 10명의 탱커가 늘어난 셈이다.
소환수 기사들은 내게 군례를 취하더니 곧바로 전장에 뛰어 들었다.
사방에서 적들이 쇄도했다.
기사들이 5명씩 나뉘어 좌우를 틀어막자 전투가 한결 쉬워진다.
[경험치 1,000을 획득합니다.] [경험치 1,000을 획득합니다.] [경험치 1,000을 획득합니다.]……
“꽤 괜찮은데?”
상당한 경험치가 수급된다.
이 정도의 양이 들어올 줄은 몰랐다.
역시 난이도만큼 경험치가 쏠쏠하다.
그리고 가끔씩 튀어나오는 매직 아이템들.
[군단병의 망토를 획득합니다.] [비명의 창을 획득합니다.]……
아마도 이건 내게 붙어 있는 베타테스터 보상 때문이라고 생각 됐지만, 가뭄에 콩 나듯 매직 아이템을 길드원이 습득하기도 했다.
“와! 여기서 매직 아이템이?”
“마석도 A급이네요!”
길드원들은 환호성을 내지르며 사냥에 임했다.
우리는 빠른 속도로 이동했다.
크라운 길드에서 사방의 적들을 모조리 때려 부수며 이동하고 있었으므로 우리는 그 뒤를 밟으며 잔당들을 처리했다.
사냥 3시간째.
길드원들의 피로가 누적되고 있었지만, 크라운 길드 놈들은 쉬지 않고 보스의 방을 향하여 전진하였다.
고준삼이 방패에 진득하게 묻어 있는 파편을 떼어내며 눈살을 찌푸렸다.
“저놈들은 쉬지 않는군요. 이곳이 안전지대인데…….”
“나름대로의 자신감이겠죠.”
“쉬지 않는 것이 자신감이라니. 그냥 오만으로 보입니다.”
“우리와의 차이를 입증하겠다는 겁니다. 온갖 버프로 몸을 두르고 있으니까요. 게다가 저 놈들은 우리보다 숫자도 많아요. 교대로 전투를 하고 있으니 굳이 휴식을 취할 필요가 없는 거죠.”
어쩔 수 없이 우리들은 5분 정도만 휴식한 후에 그 뒤를 쫓았다.
이 정도 속도라면 보스도 그리 어렵지 않게 처리될 것이다.
검제가 참전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대략 30분 정도.
겉으로는 웃어도 검제 역시 속이 시커멓게 물든 놈이었으므로 가오가 있어서라도 참전하지 않을 것이다.
그 사이에 우리는 어떻게든 히든 던전을 찾아내야 한다.
위치는 내가 알고 있었기에 문제는 없었지만.
‘문제는 악령들이지.’
이곳의 히든 던전은 악령의 대지라고 불린다.
마족과 더불어 악령들이 나오기에 꽤 조심스럽게 전투를 해야 한다.
한 시간이 흐르자 놈들은 보스의 방 앞에 도착했다.
“그래도 사람이긴 한 모양이네요. 보스의 방 앞에서 쉬고 있으니.”
그들은 장비를 점검하고 있었다.
검제가 우리를 보며 웃는다.
“허허허. 우리는 보스의 방에 도착했군요. 부디 무운을 바랍니다.”
“좋은 아이템이 나오기를 바라죠.”
“역시 소환사님은 마음이 넓으시군요. 그럼 이만.”
그들이 쉰 시간은 고작해야 10분이다.
역시나 격이 다르기는 하다.
한국 1위 길드의 위엄이라는 건가.
짝! 짝!
나는 손뼉을 쳐서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 모았다.
“방해꾼들을 처리하였으니 전속으로 전진하겠습니다. 저만 쫓아오시면 됩니다. 머지않아 히든 던전에 진입할 겁니다.”
보스의 방을 지나쳐 도착한 바바리안의 무덤.
사방에 최소한 수백 개의 무덤이 존재하였고 이곳에는 바바리안 언데드까지 기어 나왔다.
하지만 굳이 놈들과 난투극을 벌일 필요는 없다.
“보자…….”
내 기억이 맞는다면 4열 25번째 무덤 아래에 히든 던전이 존재한다.
무덤을 덮고 있는 석관을 열자,
[주의! 파티 공략을 추천합니다.] [추천 레벨: 45] [공략 실패 시 사망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입장하시겠습니까?] [Y/N]“허어.”
“정말 있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