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51
제51화. 모든 것을 건 승부(1)
올림픽 주경기장 한가운데 설치되어 있는 거대한 연무장.
사각의 돌들이 반듯하게 깔려 있었으며 넓이는 50평 정도는 됐다.
관객의 안전을 위하여 장외를 만들었을 뿐이지, 이 정도면 사실상 항복하지 않는 이상 전투는 계속해서 지속할 수 있었다.
저벅 저벅.
천천히 연무장을 향해 걸어간다.
-소환사가 입장합니다! 최근 들어 엄청난 성장을 이루고 있으며 강한 길드를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오늘은 랭커에게 도전을 하게 되는데요, 소환사가 승리하게 된다면 단숨에 헌터계의 세력구도가 바뀌게 됩니다.
“오오오!”
관객들은 환호성을 내지른다.
헌터 간의 대결.
헌법에는 규정되어 있지 않은 행위였지만, 법을 살짝 비틀어 이런 대결도 스포츠라는 껍데기를 뒤집어썼다.
격투기로 승부를 겨루는 스포츠가 없는 것도 아니었으니 대결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다만 어느 정도 공개적으로 승부를 가를 수 있어야 했는데, 이 정도로 판을 크게 벌일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스포츠의 껍데기를 썼지만 심심치 않게 헌터들이 죽어 나가기도 한다.
우리들 사이로 헌터 관리국장 이세철이 나타나 신신당부를 한다.
“독고성 씨.”
“말씀하시죠.”
“그리고 강한성 씨.”
“네.”
“여러분들은 헌터계의 중요한 인재들입니다. 부디 서로를 해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주실 수 있습니까?”“그거 강제성이 있는 일입니까?”
암제가 싸늘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세철은 다소 압박을 느꼈는지 살짝 몸을 떨다가 고개를 저었다.
“국가의 부탁입니다.”
“그럼 강제는 아니라는 말이네.”
“그, 그렇기는 합니다만.”
“노력하죠.”
“후우. 감사합니다.”
이세철 국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암제는 귀까지 후비고 있는 중이다. 국장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겠다고 아주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국장은 나를 한 번 바라보고는 그냥 몸을 돌려 나갔다.
그리고 연무장 위에는 나와 암제만이 서 있었다.
사회자의 카운트에 따라서 대결이 시작될 것이므로 몇 분 정도는 놈과 대화를 나눌 시간이 있었다.
“양민 새끼가 결국 여기까지 기어들어 왔군.”
“암제. 굳이 그렇게 말할 필요 없다. 너도 꽤 불편하지 않냐. 일부러 욕만 골라서 하는 것이.”
“…….”
암제의 표정에 이채가 어렸다.
나름대로 암제에게도 사정이라는 것이 있었다.
놈이 이런 식으로 행동하는 이유는 오직 길드와 자신의 발전을 위해서였다. 이런 식이 아니었다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없었으니까.
물론 암제가 좋은 인간이라는 뜻은 아니었다.
인간쓰레기인 것은 맞지만 그래도 인간 축에 들어가는 쓰레기라는 것이 다를 뿐.
도저히 재활용도 안 되는 폐급 쓰레기들이 널려 있는 것이 헌터계였는데, 그래도 암제 정도의 성격이면 양반에 속하는 편이다.
지금 놈의 이미지는 그 성격을 좀 더 부각시킨 것일 뿐.
“통찰력이 대단한데.”
“네놈도 뭔 사정이 있어 그 지랄을 떨면서 사는 것 아니냐. 참으로 고생이 많다.”
“네가 뭘 안다고 단정하는 거냐? 나는 원래 이런 인간이야.”“알아. 네가 이기적인 거. 그래도 재활용은 가능한 쓰레기라는 건 알고 있지. 오늘 마나 홀이 파괴되면 선량한 시민으로 살아라.”
“미친 새끼. 똥개도 하지 않을 개소리를 하고 있군. 내가 패한다고?”
“확실하지.”
“흐흐흐. 하하하하!”
암제는 정말 미친 인간처럼 웃어 젖혔다.
내가 승리를 단언하니 어처구니가 없는 모양.
하지만 곧 있으면 알게 될 것이다.
-두 분 사이의 분위기가 아주 화기애애하군요. 분위기도 후끈 달아올랐으니 선서를 하겠습니다. 태극기를 향해 왼손을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우리들은 사회자의 지시에 따랐다.
암제는 아직까지 실실 웃으며 태극기를 향해 선서했다.
-서로에 대한 모든 공격은 허용하지만 일부러 목숨을 빼앗는 행위는 엄금됩니다. 또한 전투 전 메모라이즈를 포함한 어떤 사전작업도 엄금합니다. 소환사께서도 전투 전에 소환수를 뽑아내는 행위는 실격처리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두 분이 전투 전에 나누신 계약은 그 결과에 따라 법적인 효력을 갖게 됨을 인지하시기 바랍니다. 두 분 이해하셨으면 고개를 끄덕여 주세요.
우리들은 태극기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암제 놈이 태극기에 대고 선서를 하니 좀 떨떠름하다.
저놈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언제라도 한국 땅을 뜰 작자였는데 애국자인 척을 하다니.
그렇다고 내가 애국자인 것도 아니었지만.
울려 퍼지는 사회자의 목소리.
-10초 후에 전투를 시작합니다!
우리들은 기세를 끌어 올렸다.
암제는 곧바로 튀어나올 것 같은 모션을 취한다.
-5초.
암제의 입꼬리가 올라가더니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내가 가진 던전 5개를 강탈할 수 있다니, 꽤나 기분이 좋은 모양.
-1초.
암제는 단검 두 자루를 꽉 틀어쥐었다.
PVE에서는 그럭저럭 준수한 성능을 발휘하는 암살자 클래스였지만, PVP에서는 단연 독보적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헌터들이 저 칼에 강제은퇴 당했다.
이제 그 고리를 끊어야 한다.
세상이 망하게 되었을 때, 최대한 많은 헌터들이 살아남아야 하니까.
-시작합니다!
스르륵.
암제의 몸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은신을 사용한 것이었고 어마어마한 속도로 쇄도하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암제를 시야에서 놓쳤을 것이다. 거기에 더하여 오감으로도 찾을 수가 없을 지경이었으니 첫 타에 마나 홀을 찔리는 경우가 허다했다.
대인전에서 만큼은 최고의 성능을 발휘하는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내게는 신성력과 마법이 있었다.
실드를 치고 바로 신성마법 영혼추적을 시전한다.
[LV. 1 실드가 중첩 시전되었습니다.] [상대방의 영혼을 추적합니다.]영혼추적을 시전하자 암제의 몸이 붉게 표시되었다.
마치 적외선 카메라로 들여다보는 느낌.
카아앙!
실드가 연속으로 깨져 나간다.
3장의 실드가 깨지는 순간 딜레이가 생겼고, 바로 방패를 들어 막는다.
콰앙!
암제는 한 차례 단검을 휘갈기고는 물러난다.
“호오, 제법…….”
여기서 놀라기는 이르지.
[무형의 파동 LV. 20이 발동되었습니다.] [HP회복 증가 10초당 1.5%] [속도 +3%] [스탯 +3%] [적으로 규정된 대상의 HP가 10초당 1.5%씩 감소합니다.] [적으로 규정된 대상의 움직임이 3% 둔화됩니다.] [적으로 규정된 대상의 스탯의 3%가 일시적으로 감소합니다.]내게는 버프를, 적으로 규정된 자에게는 디버프가 들어가는 신화 급 스킬.
무형의 파동에 몰빵을 할까도 생각을 해보았지만, 이 스킬은 포인트를 너무 많이 잡아먹는다.
내가 단순한 버프사였으면 모르겠지만 무형의 파동에 올인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만 해도 암제의 당혹감을 이끌어 내기에는 충분했다.
“무슨…….”
이번에는 내가 먼저 몸을 날렸다.
암제는 꽤 당혹스러운 얼굴이었다.
움직임이 1%만 느려져도 그걸 느낄 정도였는데 3%나 둔화되었다.
그리고 동시에.
엘레스트라가 나타나더니 아이스 볼을 암제에게 틀어박았다.
암제의 몸이 잠시 동안 경직됐다.
그 순간.
콰아앙!
“커어억!”
압도적인 힘이 실린 대검으로 암제를 찍어버렸다.
놈은 단검을 교차하여 막아낸다.
살짝 무릎이 굽혀지고 연무장 바닥에 깔린 돌이 박살난다.
경직이 풀리는 순간 물러나자 정령이 블리자드를 사용했다.
휘이잉!
암제는 급하게 물러난다.
“와아아!”
여기저기서 터지는 환호성.
생각지도 못한 내 선방에 다들 놀란 모양이다.
그건 암제도 마찬가지였다.
“소환수를 소환한 것이냐!”
“소환수는 아직 다 소환하지 않았는데? 그저 정령술을 따로 익혔을 뿐이지.”
“그게 무슨!”
으득!
암제의 몸이 사라진다.
아까보다 더 움직임이 빨라졌다.
눈으로 추적하기가 힘들 정도.
역시 암제는 암제다.
일대일 대결에서는 당해낼 자가 없다는 말이 괜히 생긴 것은 아니었다.
서걱 서걱!
암제가 빠르게 내 몸을 베어낸다.
갑옷이 아니라 어떻게든 그 틈을 베어내려 한 모양이었는데, 암제의 단검은 질긴 가죽을 베어내듯 파고들지 못했다.
“이놈! 무슨 사술을 쓴 거냐!”
“혹시 템빨이라고 들어봤냐?”
거기에 더하여 금강불괴 스킬이 질긴 피부를 만들었지만, 거기까지는 암제가 알 필요는 없었다.
암제와 소환사의 대결.
랭커들의 대결은 자주 있는 편은 아니었다.
정부에서 개입할 수 있다면 어떻게 해서든 화해를 추진하는 편이었고 랭커들도 정면충돌은 피했다.
승리를 해도 막대한 타격을 줄 수 있는 일.
그러나 랭커가 아닌 자들이 랭커에게 도전하는 일은 많았다.
이번 대결의 경우에는 암제가 소환사의 던전을 노리고 벌인 일이었지만, 그래도 소환사가 승리하면 어마어마한 이익을 취할 수 있게 된다.
다이어 울프 길드가 소유하고 있는 던전 5개를 강탈하는 것은 물론이고 단숨에 랭커가 되어 길드 역시 중견 수준으로 성장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 대결이 무모하다고 봤다.
소환사는 그냥 던전을 포기했어야 한다. 지킬 수 없다면 애초에 던전을 맡아 관리할 생각을 접었어야 했다.
실력이 쌓일 때까지 기다렸다가 활동을 해야 했는데, 소환사의 판단은 너무 성급했다.
모두가 그리 생각했으나, 지금 눈앞에서는 팽팽한 대결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럴 리가 없다지 않았나?”
로얄석는 검제와 간부들이 앉아 있었다.
크라운 길드뿐만이 아니라 상위 길드에서는 모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검제는 어제 을들의 반란에게 신규 던전의 지분 반을 빼앗겼다.
오늘 소환사가 죽으면?
그 지분을 흡수할 수 있을지 모른다.
사무장 오진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럴 리가 없는데…….”
콰과광!
소환이 특기인 소환사는 소환수를 하나만 사용했다.
상급 정령은 저번에도 있었으니 그러려니 하였지만, 최대한 순수한 육체의 힘만으로 암제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마법이 난무한다.
신성력이 퍼지고 버프까지 사용했다.
이것저것 잡다하게 섞인 기술들.
“이러다 소환사가 이기는 것 아니야?”
“그럼 우리 길드에는 좋은 일이 아닙니까.”
“그건.”
암제가 사라지면 검제의 권위가 산다.
대놓고 협박을 해대며 헌터계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반항아가 사라지니까.
그건 검제가 오랫동안 바라왔던 일이다.
하지만 그런 골칫덩어리를 치웠더니 뭔가 큰 놈이 오고 있었다.
소환을 하지 않은 채로 암제와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는 소환사.
저런 놈이 암제를 처치하고 랭커의 자리에 오른다면?
‘머지않아 내게도 대결을 신청해 올지도 모르지.’
딜레마가 따로 없었다.
검제는 잠시 생각에 잠긴다.
자신에게 유리한 결과는 무엇일까?
“그래……. 차라리 소환사가 처리되는 것이 낫겠어.”
암제는 어떻게든 찍어 누르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소환사는?
크게 성장한 이후의 소환사를 감당할 수 있을지는 검제도 자신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