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54
제54화. 달라진 위상
암제와의 전투 후 일주일이 지났다.
그동안 꽤 많은 일들이 있었다.
우선, 완전히 마나 홀이 파괴된 암제는 공식적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이제는 암제도 아닌 독고성으로 불리게 되었고 길드의 모든 지분과 막대한 재산을 대부분 포기하고 홀연히 종적을 감추었다.
독고성이라면 이를 가는 인간들이 한둘이 아니었기에 쥐도 새도 모르게 암매장을 당했다는 후문도 있다.
어쨌든.
암제가 멀쩡했다면 두고두고 후환이 되었을 것이니 잘 처리된 것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 이후 다이어 울프 길드는 대대적인 개편이 있었다.
이예나가 새로운 길드장으로 추대되었고 그에 반대하는 세력들은 완전히 축출되었다.
가차 없는 숙청이었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에는 뒷세계를 움직여 도려냈다고 한다.
다이어 울프는 그 이후에 독고성이 길드를 운영하였던 방식보다 더욱 가혹하게 운영을 시작하였는데, 그에 내부의 불만이 팽배하고 헌터 사회에서의 평판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중이다.
이예나의 독기는 인정을 하지만 과연 내게 복수를 할 만큼 성장할 수 있을까?
그녀 나름대로는 노력하면 내게 닿을 수 있겠다 생각을 하겠지만, 글쎄?
한국 랭킹 5위 암제가 사라진 이후 나는 공식적으로 랭킹 5위로 등극하였다.
그동안에 2개의 던전을 추가로 발굴하여 이제 우리 길드가 운영하는 던전은 13개에 이르렀다.
그중 북한산 던전은 크라운 길드와 지분을 나누게 되었지만, 생각보다 그들은 투명하게 던전을 운영하였고 꼬박꼬박 수익금을 입금해 왔다.
하루의 결산이 끝나면 오후 6시 이전에 입금을 하였으니 상당히 만족스러운 일처리다.
다만 우리 길드가 가진 던전에 비해서는 인원이 턱없이 부족했다.
이에 레몽 길드와 추가적으로 협약을 맺어 일정 시간 동안 위탁으로 운영을 하였는데 오세춘이 총괄했다.
어차피 레몽 길드는 추후 내가 집어 삼킬 계획이었기에 오세춘이 계속 운영하게 두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으로 보인다.
오늘도 역시 사냥을 나가기 위하여 일찍 일어나 준비를 한다.
최근 일주일 동안은 오직 내가 가진 스킬 포인트와 동료들을 육성하는데 주력했다.
바바리안은 그동안 꽤 좋은 장비로 무장하게 되었고 충분히 1인분 몫을 했다.
엘프도 마찬가지.
정령은 여전히 돈 먹는 하마로, 천천히 육성하는 중이었고 지옥마경은 2시간을 찍게 되었다.
스테이지 던전은 15에서 머물고 있는 상태.
오늘쯤이면 도전하여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지옥마경과 스테이지 던전에 아바타를 넣어 두고 나서 씻고 준비를 한다.
“좋은 아침이에요, 길드장님!”
“오셨어요?”
이하나는 요즘 일찍부터 나와 무조건 내 방에 들렀다.
간단하게 아침에 보고를 하고 커피도 한 잔 마시면서 잡담을 나눈다.
그것이 일상이 되었다.
오늘따라 이하나의 표정이 꽤나 풍부하다.
좋은 일이라도 있나?
“어디 남자친구라도 생겼어요?”
“그게 무슨 헛소리래요?”
“얼굴이 좋아 보이기에.”
“흥. 당신 같이 둔한 사람은 제가 무슨 짓을 하던 알아맞히지 못할 거예요. 설령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한들 알기나 했겠어요?”
“그건 인정합니다.”
내가 눈치가 없기로는 예전부터 유명했다.
그나마 20년 동안 버텼던 것도 성실함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하였을 것이다.
“그럼 무슨 일이 있으신지?”
“대전에 거대보스가 출현했어요!”
“거대보스?”
회귀를 한 이후에는 처음 있는 일이다.
일명 레이드라고 불리는 콘텐츠로, 한 명이 달려가 무쌍을 찍는 것이 불가능한 놈이 바로 거대보스다.
역할을 철저하게 분담해야 했고 최소한 20명으로 이루어진 파티나 길드원들이 동원된다.
물자도 무지막지하게 동원되어야 하고, 두 시간에 이르는 레이드 동안 균형을 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거대보스가 우리에게까지 오기는 할까?
“정부에서 우리에게 일을 의뢰했어요.”
“크라운이 아니라요?”
“아, 그게 운이 좀 좋았어요. 크라운 길드는 러시아로 지원을 나가 있어서.”
“오호? 좋은 일이군요. 그래도 뭔가 좀 석연치가 않은데.”
“아, 이번에는 국장님이 밀어붙였다고 하더라고요.”
“아, 국장이.”
이제 이해가 됐다.
일전에 국장은 내게 고맙다고 인사를 했었다.
이 신세는 언제고 갚겠다고.
물론 아무리 국장이 밀어붙인다고 해도 정부에서 허가하지 않으면 거대보스가 우리 차례까지 돌아오지는 않는데, 최근 우리 길드의 성장세도 심상치 않고 나에 대한 평가도 좋아 정부에서 일을 한번 맡겨보기로 했다는 것이다.
“달라진 위상이 실감 되세요?”
“달라진 위상이라.”
“정말 좋은 기회에요. 이번에 우리 길드가 안정적으로 거대보스를 사냥하면 앞으로도 정부에서 의뢰를 하지 않겠어요?”
이하나는 신바람이 나 있었다.
거대보스라는 말에도 두려워하기는커녕 어떤 보상이 떨어질지 기대감에 몸이 달아 있었다.
거대보스에 참여한 인원은 랜덤으로 보상을 받는다.
기여도가 높을수록 좋은 아이템이 나올 확률이 높아진다. 그러나 역시 강력한 운은 기여도를 눌러 버리는 경우도 있기 마련.
레어에서 유니크 급의 스킬이나 아이템을 먹을 수 있었고, 거의 1% 정도의 확률로 신화 아이템이나 스킬이 떨어지기도 한다.
각 대형 길드들이 거대보스에 목숨을 거는 것도 이 때문이었다.
“아, 그리고요.”
“또 무슨 일이 있나요?”
거대보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커피가 반쯤 줄어 있었다.
“크라운 길드가 러시아로 갔다고 했잖아요? 그게 탑이 생겨서 그렇대요.”
“탑?”
“100층짜리 탑인데 갑자기 바닥에서 솟아났다고 해요. 주변에 사람이 없었기에 망정이지 만약 사람들이 사는 도시였으면 많은 사람이 죽었을 거라네요.”
“차원의 탑이라.”
“아는 바가 있으신가요?”
당연히 있다.
그리고 내심은 굉장히 놀라고 있는 중이었다.
차원의 탑이 등장하려면 최소한 2년은 더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모종의 이유로 시기가 당겨진 것이다.
괜스레 손발이 떨린다.
‘이거 멸망도 당겨지는 것 아니야?’
멸망의 전조.
차원의 탑은 그렇게 불렸다.
그 이후로 거대보스가 빈번하게 출현하였고 몬스터들이 던전을 탈출하는 사태도 가속화 되었으니까.
그 이후 1년 동안 급격하게 국력이 소진되며 결국에는 슬슬 망하는 국가들이 생긴다.
몇 년 안에 무정부 상태에 빠지는 경우가 속출하고 군대는 전멸, 몬스터의 침공이 가속화 된다.
미국 정부가 무너지는 것을 끝으로 본격적인 게임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니 표정이 좋을 리가 없다.
‘내가 겪었던 일들이 베타테스트였다면 본 게임은 훨씬 더 가혹할 거라는 소리야. 더 많은 사람들이 죽겠지.’
서둘러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하지만 그렇다고 바로 탑에 들어가는 것은 좋은 선택지가 아니다.
“차원의 탑은 10층마다 보상이 있죠. 그리고 제가 알기로는 없어지지 않아요.”
“없어지지 않는다고요!?”
“보상은 반드시 주어지기에 최대한 실력을 키워 들어가야 합니다.”
“그런 정보는 대체 어떻게?”
“시스템에서 구했죠.”
“아, 시스템.”
내가 현질을 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몇 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기껏해야 이하나와 박수철 정도다.
이하나는 이 신기한 시스템 안에는 없는 것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고 미지의 정보들도 다수 확인할 수 있다고 인지했다.
“그러니 좀 더 지켜보도록 하죠.”
“네! 그렇게 해요.”
“자, 그럼 갑시다. 길드 회의를 해야 하니.”
길드 회의.
아침마다 우리 길드는 간부들을 모아 놓고 회의를 한다.
길드원이 50명으로 늘어나면서 10명씩 나누어 사냥을 다녔다.
그중 팀장을 한 명씩 두었기에 현재 을들의 반란은 팀장 급 열 명과 간부 급 두 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하나는 비서실장 겸 사무장으로, 박수철은 돌격대장으로 임명되어 있다.
아직은 길드의 규모가 크지 않았기에 이 정도로 조직도를 정했고 각 팀마다 마법사와 사제들을 골고루 배치했다.
그밖에 비전투원들인 직원들도 뽑아 각지에 배치하고 있는 중이다.
여전히 길드의 형태가 잡혀가고 있는 초창기 단계였다.
하지만 단연코 을들의 반란보다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길드는 없었다.
내가 워낙 미래의 인재들을 뽑기도 했지만 미래인만이 알고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많은 던전들을 발굴하고 그곳에서 꽤 짭짤한 수익이 창출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하나가 수익 보고를 했다.
“현재 13개 던전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입장료 15억, 수수료 75억 정도로 일간 매출이 90억에 달해요. 월간 매출은 2700억, 연간 매출이 3조 원이 넘어갈 것으로 추산됩니다.”
“3조 원이라니!”
웬만한 중견기업 이상의 매출이다.
물론 매출은 매출일 뿐, 길드 유지비나 각종 비용을 생각하면 막상 길드에 비축되는 자금은 1조원 안팎이었다.
괜히 헌터들이 귀족으로 불리는 것이 아니었다.
헌터들은 기본적으로 수억에 달하는 연봉을 받았다. 거기에 각종 복리후생까지.
생각보다 길드 유지비는 많이 지출된다.
우리야 길드원의 숫자가 적고 관리하는 던전이 많아 괜찮지만 이걸 감당 못해서 도산하는 길드도 있었다.
“이번 달만 고생을 하면 매출로도 10위권에 접어들지 않을까 해요.”
“사무장께서 좀 더 고생을 해주세요. 서둘러 길드 운영을 맡을 직원을 뽑아야 합니다. 사무장은 사냥으로도 바쁠 텐데.”
“걱정 마세요! 아직은 괜찮아요.”
길드원들은 이걸 별로 대단하게 생각지 않는 모양이었지만, 사실 혼자서 길드를 꾸려 나간다는 자체가 어마어마한 능력이었다.
천재가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
괜히 지혜의 현자로 불렸던 것이 아니다.
그녀는 정부에서 거대보스를 우리 길드에 맡겼다는 발표를 했다.
“와아! 그게 정말인가요!?”
“우리가 드디어 거대보스를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 거로군요!”
“크라운 길드가 국내에 없고, 상위 랭킹 길드들이 상당수 러시아로 원정을 나간 탓에 이런 기회가 올 수 있었죠. 물론 암제가 제거되면서 많은 정부 인사들이 기뻐했다는 풍문이 있긴 하지만.”
“암제 그 새끼는 죽었어야 하는데.”
“아마 그러지 않았을까요?”
암매장을 당했다는 소문은 사실로 굳어져야 할 것 같다.
우리 길드에서만도 암제에게 피해를 본 사람들이 있었는데 다른 길드에서는 오죽할까.
그밖에 오늘 거대보스 레이드에 대해 포지션을 정하고 준비를 마친 후 넉넉하게 2시쯤 대전에 도착할 수 있게끔 했다.
대전광역시 유성구 구암동.
우리 길드에서 관리하는 구암동 던전이 하나 있다.
거대보스는 그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출몰했다.
다행히도 산속에 나타나는 바람에 인명피해는 크지 않았지만, 이 동네 사람들은 모두 피난을 간 상태다.
괜히 어그로가 잘못 튀거나 거대보스의 공격이 닿기라도 하면 인명피해가 나는 것은 순식간이었기 때문이다.
거대보스는 아직 깨어날 시간이 되지 않아 웅크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 드러난 광경.
“와, 이건 또 무슨 일이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