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60
제60화. 동상이몽
[바바리안 전용 세트 아이템 효과: 방어력 20% 증가]“이런 것이 있었군그래.”
나쁘지 않다.
방어력이 퍼센트로 올라간다는 것을 알았으니 동료들에게는 전용 아이템을 입혀주어야 할 것 같다.
설명이 너무 작게 표시가 되어 있어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그냥 지나칠 뻔했다.
바바리안 전용 아이템이라면 팔 수도 없다.
다른 클래스는 입을 수가 없다는 뜻이었으니까. 아예 종족이 다르니 지구인은 입어 봤자 아무런 효과도 못 본다는 뜻이었다.
바바리안은 식당으로 향하는 내내 괴성을 질렀다.
“몸이 단단해진 느낌이다!”
“…….”
“당장 몬스터를 죽여야 한다!”
길드 본부 스카이라운지.
식당에는 음식이 준비되고 있었는데, 바바리안은 바로 식탁으로 달려가 빠르게 식사를 시작했다.
지금이야 풍요의 시대를 살고 있었으니 바바리안이 아무리 많이 먹어도 감당이 되었지만, 멸망 후에는 어떻게 먹을 것을 충당해야 할지 잠시 머리가 아파온다.
“동생!”
“동생?”
어디서 많이 들었던 목소리.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로얄석에서 한 여자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독왕 유설화다.
그나마 아침에 보니 녹색의 안광이 옅어져 귀신처럼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래도 소름이 끼치기는 마찬가지.
저 머리카락이라도 어떻게 할 수 없나?
볼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는 사람들이 충분히 이해됐다.
그런데 도대체 독왕이 여긴 어쩐 일일까.
“오셨어요?”
이하나도 꽤 난감한 모양이다.
어떻게 보면 독왕은 현재 적이었다.
나중에야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현재는 서로를 조심해야 정상이 아닌가 싶다.
독왕은 성큼성큼 다가온다.
내 손을 잡고 마구 흔들더니 바구니 하나를 내밀었다.
“이거 100년 근 산삼이야. 요즘 몸도 허할 텐데 먹으면서 사냥하라고.”
“아, 예.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건 웬.”
“곧 있으면 내 1호 수집품이 될 거잖아? 그러니까 내가 챙겨야지.”
그건 뭔 개소리?
100년 근 산삼이면 귀한 것이니 먹기는 하겠지만.
내가 동생이었나?
“독왕께서는 나이가.”
“나? 서른 셋. 그러니까 동생이라고 불러도 되지?”
“그야 그렇습니다만.”
나는 여기서 파릇파릇(?)한 20대다.
유설화는 많이 쳐줘 봤자 20대 중반 정도의 외모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건 경지가 올라감에 따라서 역노화가 일어나서다.
20년 동안 그런 인간들은 수도 없이 보아왔다.
얼굴은 죄다 20대인데 마흔은 넘었다거나.
유설화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레벨이 최소한 60은 넘었다는 뜻인데.’
아직 역노화인지 그냥 동안인지는 분간이 되지 않았지만, 역노화가 일어날 정도로 경지가 높다면 좀 더 조심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어쨌든 싸우자고 온 것도 아니었으니 자리에 앉아 무슨 이야기를 하러 왔는지 들어보기로 했다.
유설화는 우리 간부들과도 친하게 지내기 위해 노력했다.
벌써 박수철은 반쯤 넘어간 모양.
“형님. 이 누님 되게 웃겨요. 도대체 왜 스토커라는 별명이 붙었는지 모르겠네요.”
“내가 내 사람에게는 잘하거든.”
“저도 그렇습니다, 누님. 곧 한솥밥을 먹겠죠?”
“그렇지? 내가 사람 잘 봤네.”
사이코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
아니다.
사이코는 맞다.
자신이 찍은 사람에게 무식하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면.
‘내게는 꼭 필요한 인재이지만.’
어쨌거나.
나와 친하게 지내겠다는데 그걸 거절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조금이라도 친해져야 독왕이 패했을 때 별다른 저항감 없이 이쪽으로 넘어올 수 있을 테니까.
독왕의 생각은 전혀 다른 것 같았지만.
“독왕님. 그나저나 여긴 어쩐 일이신가요?”
“누나라고 부르라니까, 딱딱하게.”
“음……. 그럼 누님이라고 하겠습니다. 나이차이도 있고.”
“그 정도는 봐줄게. 오늘 합동사냥을 가는 건 어때?”
“합동사냥이요?”
“어차피 한식구가 될 텐데 미리 손발을 맞춰 보는 것도 좋지 않아?”
“한식구라.”
독왕은 자신이 이긴다고 확신을 하고 있었다.
이긴다는 가정 하에 어떻게 해서든 친해지려 하는 것이었고, 그건 내게도 마찬가지다.
‘참 꿈이 야무진데.’
그렇다면 장단에 어울려 준다.
“좋은 생각이시네요. 미리 손발을 맞추어 두고 친해진다면 길드 합병을 진행해도 반발이 덜하겠죠.”
“바로 그거야! 우리, 말이 잘 통하네.”
그렇게 독왕은 한참동안 떠들어댄다.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다.
그 미친 집착만 제외하면 대단히 성격 좋은 누나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아마 이런 활발한 성격 덕분에 레드 문 길드원들도 만족을 하면서 지내는 거겠지.
한창 식사 중에 레몽의 간부 오세춘이 보고를 위해 들렀다.
“길드장님. 어제 결산이 나와서……. 아. 손님이 계셨군요.”
오세춘은 바로 물러나려 했다.
그도 헌터계에 있는 이상 유설화를 모를 리가 없다.
한국 랭킹 3위이자 레드 문 길드의 길드장.
한국 헌터계에서 영향력 3위라는 뜻이었으며 나와는 현재 적대관계다.
결산보고도 길드의 기밀이라 할 수 있었으니 자리를 뜨려 했다.
“괜찮습니다.”
“정말 괜찮겠습니까?”
오세춘은 재차 물었다.
며칠 후면 전투를 벌일 독왕이 버젓하게 앉아 있는데 이런 보고를 해도 되냐는 뜻이다.
물론 문제는 없다.
어차피 던전 13개에서 나오는 수익은 독왕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본인들의 길드는 우리보다 더한 수익을 얻고 있을 테니 수익보고야 딱히 숨길 일도 아니었다.
“이햐, 동생! 나 감동했어! 이런 기밀을 말해줘도 되는 거야?”
“우리는 곧 한식구가 될 텐데요, 뭘.”
“맞아, 맞아.”
“허허허. 그럼 보고를 올리겠습니다. 어제의 총 수익은 70억 가량이며 그중에서 입장료가 25%, 마석의 수수료가 50%, 부산물 처리로 벌어들인 돈과 기타 수익입니다. 여기 표를 참조해 주세요.”
우리 길드가 소유한 던전들은 레몽에서 전부 관리하고 있었다. 아직까지는 던전의 규모에 비하여 길드가 작았기 때문이다.
오세춘의 보고라면 믿을 만하다.
“이햐, 수익이 꽤 높네? 알짜 던전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그런가 봐.”
“그렇다고 봐야죠.”
“오 지부장님?”
“예. 독왕님.”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길드 합병이 되어도 인연을 이어 나갔으면 하네요.”
“허허허. 그건 문제없습니다.”
오세춘은 매우 공손한 자세로 독왕과 악수한다.
오세춘의 입장에서야 어느 쪽이든 상관없을 것이다.
큰 길드의 제휴 길드로 참여하면 그들이 얻는 수익도 비례할 테니까.
“저, 그리고 길드장님. 잠시 독대를 했으면 합니다.”
“중요한 일인가요?”
“예. 개인적으로 부탁드릴 일이 있어서.”
“저는 이만 일어나 보죠.”
“동생, 이따가 잊지 말고!”
“예, 누님. 곧 뵙도록 하죠.”
길드장 집무실.
오세춘과는 커피를 마시며 잡담을 잠시 나눈다.
물론 이 정도 되니 잡담의 수준이 상당하다.
“독왕께서는 본인이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군요?”
“그러지 않을 이유가 없으니까요.”
“저도 조금은 걱정됩니다. 길드장님께서는 어마어마한 발전을 이룩하셨지만, 독왕은 한국 랭킹 3위입니다. 각성한 지 얼마 안 되신 길드장님이 상대를 하시기에는…….”“저는 랭킹 5위입니다만.”
“허허허. 그것도 놀라운 업적이죠. 허나 최소한 한 달이라도 실력을 증진시킨 후에 대결에 임하는 것이 맞지 않겠습니까?”
사실 오세춘은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독왕과 전투라니.
어쩌면 암제보다 더 위험한 사람이 독왕이었다.
그래도 암제는 검으로 사람을 썰지만 독왕은 독으로 중독을 시켜 버리니까.
암제만큼이나 독왕도 상대하기 까다로운 능력자였다.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이미 방법이 다 준비되어 있으니 걱정 마시죠.”
“그렇습니까. 길드의 규모가 커지겠군요.”
오세춘은 굉장히 기꺼운 표정이다.
하기야, 본인들이 후원하는 길드가 이렇게 빨리 성장하여 크라운 길드의 턱 밑까지 올라오게 되었는데 기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보다 할 말이라는 것이.”
“잡설이 길었군요. 허험. 저희 보스께서 위독하십니다.”
“보스의 위독이라……. 과연. 후계싸움에 끼어드실 작정이군요.”
“맞습니다. 제 오랜 꿈이었지요.”
이미 알고 있었다.
오세춘은 이 전쟁에서 승리하며, 최종적으로 보스의 자리에 오른다.
여기서 오세춘의 행보는 끝나지 않는다. 차례대로 암흑가의 세력들을 복속하여 나중에는 완전히 평정해버리니까.
오세춘은 음지 세력의 절대자로 거듭난다.
여기에 수저를 얹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대단히 이익이 되는 일이다.
‘레몽을 완전히 먹어야지.’
“제게 내정간섭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만.”
“허허허. 저는 귀하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도 짐작됩니다. 그만한 능력이 되신다면 마땅히 밀어드려야죠.”
내가 레몽을 집어 삼킬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간파한 것이다.
나는 굳이 부정하지 않았다.
정말로 레몽을 삼킬 생각이었으니까.
“그렇다면야 도움을 드려야죠.”
“감사합니다. 용병으로 참전을 해주신다면 굉장히 큰 도움이 될 것 같군요.”
“어차피 보스의 장례식이 끝나기 전에는 일이 터지지 않을 겁니다. 그때 다시 논의하도록 하죠.”
“감사합니다.”
내가 알기로 레몽의 보스는 두 달이나 더 버틴다.
병원에서야 오늘내일 한다고 이야기를 한 모양이었지만, 역사를 알고 있는 나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회귀자가 역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이상 미래가 바뀌지는 않을 거라고 봤다.
차원의 탑이 갑자기 치솟아 오른 것이야 회귀자들의 영향이고, 인간의 천수가 바뀔 리는 없다.
“걱정 말고 업무에 집중하세요. 지부장님은 제가 책임지고 보스의 자리에 올려 드리죠.”
“감사합니다.”
우리는 서로 웃고 있었지만, 머릿속에서는 어떻게 하면 최대한의 이익을 뜯어낼 수 있을까 고민한다.
아마도 오세춘은 나를 최대한 이용해 먹고 자신의 이익을 챙길 생각이겠지만, 그가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결국 레몽은 을들의 반란 하위 길드로 전락할 거라는 것.
***
강북으로 향하는 차량 안.
오세춘은 오늘의 대화를 상기한다.
“아주 야심만만한 사람이란 말이야.”
“조금 불안한데요.”
“무엇이 말인가?”
“소환사가 레몽을 집어 삼키려 한다면 꽤 고전할 테니까요.”
“그럴 수는 없을 걸?”
“어째서인지 알 수 있을까요?”
“소환사는 우리 배후에 누가 있는지 알지 못하니까.”
그 배후가 움직일 수가 없기에 소환사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다.
소환사가 레몽을 집어 삼키려 한다면 ‘그’가 움직인다.
결코 소환사에게 삼켜지는 날은 오지 않을 것이다.
“그분과 소환사가 충돌한다면 어찌 될까요?”
“흔적도 남지 않겠지.”
오세춘은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그러나 그가 알지 못하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오세춘의 배후조차 강한성이 집어 삼킬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