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61
제61화. 천무살제
평택 3급 A랭크 던전.
일명 오우거 던전으로 불리는 곳이었고 ‘돈전’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하다.
돈이 되는 던전에는 사람들이 몰린다.
오우거 가죽 몇 개만 건져도 웬만한 월급쟁이 월급에 가까웠기에 끊임없이 인기를 끌고 있는 곳이다.
던전 앞은 그 명성만큼이나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다.
대형 길드들은 던전의 한 부분을 하루 동안 통째로 임대를 하여 여유롭게 사냥하고는 했다.
헌터 랭킹 2위 천무살제는 유람을 나오듯 오우거 던전에 왔다가 아주 흥미로운 소식을 전해 듣게 되었다.
“독왕과 소환사가 왔다고.”
“네, 길드장님!”
“바로 싸움이 날 수도 있겠는데.”
천무살제의 눈에 이채가 어렸다.
대한민국 헌터계에서 가장 많은 대결을 즐기는 자는 다름 아닌 천무살제다.
강자들과의 전투에 눈이 돌아 해외 원정도 종종 다녀오고는 했다.
강자라면 등급을 가리지 않고 쫓아다녔고, 직접 전투 이외에도 싸움 구경이라면 하루 일과를 접고서라도 달려갔다.
그런 천무살제에게 독왕과 소환사의 싸움 정도라면 아주 훌륭한 구경거리다.
“천무살제다!”
살기를 풀풀 날리며 이동하는 천무살제.
헌터들이 홍해의 기적처럼 좌우로 갈라진다.
눈만 마주쳐도 괜히 시비가 걸릴 수도 있기에 헌터들은 되도록 천무살제의 눈을 피했다.
“쯧. 겁쟁이 놈들이군.”
싸움을 두려워하는 헌터에게 과연 헌터의 자격이 있을 것인가.
천무살제는 암제처럼 대결을 벌이는 상대의 마나 홀을 일부러 파괴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을 피하는 것은 그 과정에서 생기는 ‘사고’ 때문이다.
하지만 사고야 언제라도 생길 수 있다는 것이 천무살제의 지론.
당연히 싸움을 피하는 자를 탐탁하지 않게 생각할 수밖에.
던전 입구.
정말로 소환사와 독왕이 나란히 걸어오고 있었다.
심지어는 그 둘의 사이가 심상치 않아 보인다.
“동생! 내가 먼저 시험을 보일 테니까 너무 감탄하지 말라고. 알겠지?”
“그러시죠, 누님. 누님께서 먼저 실력을 드러낸다는데 제가 마다할 이유가 있을까요?”
“동생이 패하게 되면 내가 가진 지식을 전수해 줄 수도 있어.”
“하하하! 그건 누님의 착각입니다만? 저는 패할 생각이 없어서 말이죠.”
“농담도 재미있게 하네? 역시 마음에 들어!”
“농담 아닌데요?”
“…….”
적과의 동침.
천무살제는 강렬한 호기심을 느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인간들이 며칠 후 모든 것을 걸고 대결을 한다면서 저렇게 웃으며 사냥을 나올 수 있을까.
진정한 헌터가 아니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지금껏 천무살제는 저런 사람들을 보지 못했다.
“소환사의 성격이 아주 호탕하니 마음에 드는데. 다른 쓰레기들과는 다르게 말이야.”
“그러게 말이에요. 다른 사람과는 좀 다르네요.”
진정한 헌터와 친분을 다지는 것이 천무살제의 유일한 취미다.
전 세계에 천무살제와 인연을 맺고 있는 헌터들이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실력의 고하를 떠나 헌터는 싸움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소환사와 독왕은 독종 중의 독종으로, 두려움 따위는 아예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린 인간들이었다.
천무살제의 흥미를 끌기에는 충분한 일.
“이보게들! 괜찮다면 나도 함께 사냥할 수 있겠나?”
던전 입구에서 소란이 일어나고 있었다.
나와 독왕이 함께 나타났다는 것만 해도 대단히 흥미로운 일이었다.
내가 생각을 하기에도 조금 비정상적으로 보이기는 한다.
곧 있으면 대결을 벌여 패한 쪽이 승자의 밑으로 복속되는 중요한 행사가 예정되어 있었는데, 적들이 함께 사냥을 한다?
게다가 누님 동생을 하고 있었으니 더욱 이상하게 보일 것이다.
이런 가운데 갑자기 천무살제가 난입했다.
“이보게들! 괜찮다면 나도 함께 사냥할 수 있겠나?”
“선배 오셨어요?”
“설화가 또 일을 꾸몄구나?”
“네, 오라버니. 이번에 새로운 수집품이 생길 것 같아서 기뻐요.”
“하하하! 저번에는 나를 수집품으로 삼는다고 그렇게 쫓아다니더니.”
“철 지난 이야기를 하시는군요? 언제 한 번 또 붙도록 해요. 언젠가 제가 승리하면 수집품이 되어 주신다는 약속은 꼭 지켜 주세요.”
“당연하지. 설마 네게 패할지는 모르겠다만.”
“…….”
싸움에 미친 인간이 나타났다.
천무살제에 대한 이야기는 헌터계에서 소문이 자자하다.
그래도 암제나 독왕처럼 성격적인 결함이 있는 건 아니었고 싸움광일 뿐이었다.
아니지. 싸움광이면 그것도 성격에 문제가 있는 건가?
어떤 면에서 보면 암제와 독왕은 비슷하지만 달랐다.
암제는 그저 싸움에 미쳐 있었지만 독왕은 소유욕이 남다르다.
어쨌든.
천무살제와 안면을 트는 건 나쁘지 않다.
“천무살제 선배를 뵙습니다.”
“오, 자네가 바로 요즘 소문이 자자한 소환사로군. 이야기는 자주 들었는데 벌써 랭킹 5위까지 올라왔다지?”
“운이 좋았죠.”
“암제 그 새끼를 은퇴시킨 건 잘했네. 언제고 손을 보려 했었는데 한사코 대결을 거부하는 바람에 손을 못 봤어. 자네가 대신 처리해주었군.”
“그 암 덩어리는 언제고 퇴출시켰어야 합니다. 지금이야 제정신을 차린 것 같지만 늦었죠.”
“그래. 사람은 깨달음이 중요한 거야. 아무튼 만나서 반갑네.”
천무살제의 눈에 호의가 물씬 풍긴다.
그는 헌터다운 헌터를 좋아한다.
헌터다운 헌터란 싸움을 결코 피하지 않는 것.
‘천무살제와 친분을 다지는 것도 나쁘지는 않아.’
지금이야 독왕의 레드 문 길드를 집어 삼킬 계획으로 바쁘지만 대한민국 2위 길드인 머스크도 언젠가는 손을 봐야 했다.
최종적으로는 크라운 길드까지 집어 삼키고 세력을 확장시켜야 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천무살제와 친분을 다지는 것도 썩 나쁜 일은 아니었다.
“저도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자네가 예의바르다는 건 알고 있었지. 이번에 설화와 대결을 벌인다고?”
“그렇게 됐습니다.”
“적과의 동침인가. 그러기 쉽지 않을 텐데.”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독왕 누님과 전투가 예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헌터라는 직종이 싸움의 연속이잖아요? 싸우는 관계와 적대시하는 관계는 좀 다르죠.”
“허허허! 진정으로 그리 생각하나?”
“그렇습니다만.”
“마음에 드는군!”
천무살제는 내 어깨를 팡팡 쳤다.
싸움에 미친 이 인간이라면 당연히 이렇게 나올 줄 알았다.
천무살제와 친분을 쌓는 방법은 간단하다.
그는 호전적인 사람을 좋아했으므로 그리 나오면 된다.
“실례가 안 된다면 독왕 누님과의 결투가 끝나면 선배께 한 수 가르침을 받아도 될지요?”
“오오, 내게?”
“제가 패할 것이 확실하지만 그렇게 도전을 하다 보면 언젠가는 선배를 넘어설 날이 오지 않겠습니까?”
“허허허허!”
천무살제는 껄껄 웃었다.
호감이 가득한 얼굴이다.
“환영이네!”
“자, 그럼 함께 가시죠?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사냥이라도 하면서 친분을 다지시죠.”
“지극히 헌터다운 마음가짐이로군. 들어가세!”
랭킹 2위 천무살제.
랭킹 3위 독왕.
랭킹 5위 소환사.
이 정도의 거물들이 사냥하는 모습을 보는 건 힘든 일이다.
우리들이 지나가는 곳마다 헌터들이 줄줄이 쫓아왔다.
오늘 하루의 사냥은 포기를 했다고 해야 할까.
웅성웅성.
사람들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역시 소환사는 천무살제와 비슷한 마인드였던 거야. 천무살제에게 도전을 했다고?”
“그렇다니까.”
“아직 독왕과 전투를 하지도 않았는데 랭킹 2위에게 도전장을 내밀다니. 천무살제만큼 호전적인가.”
“그 이상인 것 같은데? 그래도 천무살제는 한 명씩에게 도전을 하는데 소환사는.”
“좀 더 호전적이기는 하지.”
헌터들의 말에 천무살제의 반응은.
“하하하! 자네를 칭찬하는 소리가 들리는가?”
“저를 칭찬한다니요?”
“아주 헌터다운 헌터라고 사람들이 말하는 것이 들리지 않나.”
“글쎄요. 헌터에게 싸우는 것은 숙명이라고 할 만하죠. 애초에 싸우는 것을 즐기지 못한다면 발전할 수가 없습니다. 헌터가 발전을 위해 싸우는 것인데 그게 왜 칭찬을 받을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오! 역시 내가 자네를 제대로 봤군.”
나는 독왕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로 말했다.
천무살제도 그런 나를 만류하지 않았다.
지금 나는 독왕의 전력을 분석하는 중이었다. 어떤 식으로 싸우고, 어떤 기술을 쓰는지 말이다.
비록 이곳은 겨우(?) 오우거 던전이었지만 독왕의 움직임을 살피는 데는 큰 무리가 없다.
팟! 팟!
독왕은 빠른 속도로 움직이며 원거리에서 오우거의 머리에 뭔가를 박았다.
곧 오우거의 뇌가 독에 완전히 녹아내리며 절명한다.
“꾸억!”
‘독침인가?’
독왕이라고 하더니 마치 무협지에 나오는 사천당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녀가 익힌 기술도 사실 비슷하다.
만천화우라거나 독공, 암기술 등이다.
여기에 더하여 암제처럼 경공술의 일종을 익힌 것 같기도 하다.
한 자루의 비도를 들고 종횡무진하는 독왕의 모습에 사람들은 감탄을 터뜨렸다.
“이햐, 설화는 더 발전을 한 것 같은데.”
“흠.”
“자네, 설화와 대결해서 이길 수 있겠나? 좀 더 수련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은데.”
“이미 약속을 했습니다. 헌터라면 대결을 피해서는 안 되죠. 지면 또 어떻습니까? 언젠가는 이기면 되는 거죠.”
“으하하핫! 자네의 말이 맞네. 언젠가 이기면 되는 일 아닌가? 모든 것은 노력의 문제인 거야.”
한 타임을 마치고 독왕이 돌아왔다.
그녀는 내게 보란 듯이 말했다.
“어때? 나를 이길 수 있겠어?”
“길고 짧은 건 대 봐야 알죠.”
“후훗. 그냥 포기하지 그래?”
“전혀 그러고 싶지 않은데요?”
“그래, 그래. 내가 가르침을 줄게.”
독왕은 아주 흐뭇한 표정이었다.
반드시 본인이 이긴다고 확신을 하고 나를 마치 치기 어린 소년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나름대로의 방심인가?’
그건 모르겠다.
방심을 유도하려는 건지, 아니면 그녀의 천성이 그런지는.
천무살제는 마치 빛처럼 이동했다.
암제 독고성과는 차원이 다른 움직임.
그 빛은 순식간에 오우거 열 마리를 뒤덮었고 그가 이쪽으로 돌아왔을 때에는 그 열 마리의 오우거들이 그대로 쓰러졌다.
“와아!”
여기저기서 터지는 탄성.
사실 나도 안력을 돋우지 않았다면 천무검제의 움직임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대체 뭘 쓴 거지?’
독왕이 궁금해 하는 사람들을 위해 해설해 주었다.
“손가락으로 찍은 거야.”
“손가락…… 말입니까?”
“그래. 흔히 지공이라고 하지.”
“허어.”
사실 내심은 천무살제 정도까지는 내가 처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었다.
검제까지는 무리여도 랭킹 2위까지는 빠르게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그런데 지금 천무살제의 모습을 보니 당장은 힘들 것 같았다.
박수철이 조심스럽게 말한다.
“이거 아무리 형님이라도 천무살제는 무리겠는데요?”
“어째서?”
“차이가 좀 나는 것 같아서요.”
“과연 열흘이 지나도 그럴까?”
“그 말씀은.”
“시간만 충분하다면 천무살제고 검제고 내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뜻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