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62
제62화. 소환사의 실력
한 번씩 실력을 보여주었다.
천무살제가 기대 가득한 감정을 드러낸다.
“이제 자네 차례로군? 언론매체를 통해 자네가 사냥하는 모습을 보기는 했네만,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라 기대가 되는데.”
“선배의 눈만 더럽힐까 걱정입니다.”
“허허허! 자네는 어찌 겸손하기까지 한가? 실로 놀라운 일이네. 너무 빼지 말고 실력을 보여주도록 하게.”
“그렇다면야.”
겸손.
마음을 낮추고 상대방을 남을 높이는 태도.
우리 길드에 속해 있는 사람들, 특히나 박수철과 이하나의 얼굴이 꿈틀거리는 것을 봐서는 뭔 개소린가 말하고 싶을 것이다.
실제로 겸손하지 않다고 해도 그런 태도를 갖추는 것만으로도 헌터계에서는 드문 일이었다.
아마 천무살제도 그 정도는 이해하고 있지 않을까.
이미 나는 착한인간 코스프레에 익숙해져 있었다.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비천한 실력을 한 번 내보이도록 하겠습니다.”
[상당한 행운이 솟구칩니다!] [레어 소환수 화웅 x12가 소환됐습니다.]“오오!”
“저건 무슨 괴물이지?”
거대한 곰 12마리가 어마어마한 위용을 드러낸다.
인연의 끈 스킬이 강화됨에 따라 이제 50%의 확률로 높은 등급의 소환수를 뽑을 수 있게 되었다.
여기에 베타테스터 보정까지 있으니 사실 레어 소환수가 나타난 것은 운이 없는 경우라 할 수 있었다.
캔슬을 하고 다시 뽑을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도록 한다. 괜히 독왕의 경각심을 자극시킬 수 있었으니까.
“허어. 이건 무슨 보스 수준의 포스군. 자네가 뽑은 것이 맞나?”
“맞습니다. 제가 명색이 소환사 아니겠습니까? 선배께서 만족을 하실지는 모르겠네요.”
“충분히 만족하네! 오늘 좋은 구경거리가 생기겠어.”
천무살제의 눈동자가 반짝거린다.
그는 소환수에게 상당한 관심을 드러냈다.
소환사이기에 소환수로 싸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싸우기도 전에 버프를 사용하거나 소환수를 뽑은 행위는 엄금이 되겠지만, 싸움이 시작됨과 동시에 뽑을 수 있다.
화웅은 족히 몇 톤은 나갈 것 같은 덩치에 네 발로 서 있는 키가 2미터 이상이다. 여기에 더하여 철갑을 두르고 있어 위압감을 더한다.
탱킹을 하기에는 안성맞춤이며 웬만해서는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포스를 흘린다.
레벨을 좀 더 강화한다면 영웅 급의 소환수도 가능할 것이다.
“자네는 정령도 소환한다고 들었는데.”
“맞아요. 보조적인 수단이죠.”
바로 엘레스트라를 소환한다.
성인 여성보다는 조금 작은 키였으며 허공에 둥둥 뜬 채로 물방울을 흩날리고 있는 물의 정령.
그 신비로움에 천무살제는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TV에서 봤네. 거의 무한정으로 HP를 회복시키던데, 맞나?”
“중급 정도의 힐이 파티원 전원에게 들어가죠.”
“허허. 완전히 레이드에 특화가 되어 있는 조합이로군. 자네가 차원의 탑에 들어가면 검제의 기록을 깰 수도 있겠는 걸?”
“그 정도는 아닙니다.”
나는 다시 착한인간 코스프레를 했다.
사실 천무살제의 말이 틀리지 않았기에 겸손한 것뿐이다.
확실히, 소환사라는 직업은 PVP보다는 PVE에 특화되어 있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소환사에 한해서라는 점.
내게는 다른 여러 가지 스킬들도 있었다. 딱히 소환사로 정의할 수가 없어진다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이번에 오딘에게 받은 힘 스탯 100개는 근접 딜러로 충분했으며 암살스킬까지 동원한다면 충분히 누구와도 싸워볼만 하다.
다만 지금 상태에서 천무살제와의 대결은?
승리할 수 있는 확률은 30% 정도로 보았다.
“자네와의 승부가 기대되는데.”
“조금만 기다려 주시죠. 며칠 뒤 독왕 누님과 전투를 마친 후 조금 요양을 한 뒤에 제가 도전하도록 하겠습니다.”
“믿어도 되겠나?”
“제가 거짓말을 할 이유가 있습니까? 어차피 선배도 제가 뛰어넘어야 할 산에 불과합니다만.”
“크하하핫! 자네 정말 속 시원하군!?”
“저라는 인간이 원래 이렇습니다, 선배.”
“좋네, 좋아. 기다리고 있지. 오늘은 그저 실력을 보는데 만족하기로 할까?”
그럼 오늘 싸우려고 그랬냐?
이 인간도 참 답이 없다.
“오오오! 드디어 싸움인가!”
지금까지 심심함에 몸을 뒤틀고 있던 바바리안이 나선다.
천무살제도 바바리안에게 관심을 드러냈다.
“이 자가 바로 NPC 동료인가?”
“그렇습니다. 시스템에 속해 있으니 제 능력이라고 보아도 무방한…….”
“어? 동생. 그건 아니야.”
“…….”
독왕이 정면으로 반박했다.
천무살제는 흥미로운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라니요?”
“바바리안이 동생의 능력이라는 건 좀 억지지 않아?”
“누님. 왜 이러세요? 대범하셔야지.”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는 건데?”
독왕도 바바리안과 엘프의 조합은 꽤나 부담스럽게 다가온 모양이었다.
소환수는 랜덤에 물의 상급 정령이 함께하고 있었다. 게다가 내가 전투하는 모습을 봤다면 신성력과 마법, 심지어는 암살스킬까지 가지고 있음을 알고 있을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동료들이 더해진다면?
독왕은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이 더 줄어든다.
반대로 말하면 바바리안과 엘프만 빼면 나와의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지도 몰랐다.
지금껏 웃는 낯으로 대하다가 굉장히 까칠하게 군다.
“선배는 어찌 생각하십니까?”
“나?”
사람들의 시선이 천무살제에게 모인다.
천무살제의 한마디는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무게감을 가진다.
어쩌면 천무살제의 말로 인하여 동료 시스템이 공식적으로 인정이 될지도 모르는 일.
지금까지 웃고 있던 천무살제가 살짝 얼굴을 굳혔다.
“헌터국의 공인이 없는 이상 내기가 걸려 있는 대결에 쓰는 건 불공정해 보이는데.”
“그렇죠?”
천무살제가 이렇게 나오면 인정되지 않는다.
검제가 이 자리에 있다면 또 모르겠지만 그는 지금 러시아에 있었다.
내가 우기면 어떻게 될까.
이런 때에는 쿨하게 인정하는 편이 낫다.
굳이 천무살제와 척을 질 필요가 있나.
“누님과 선배께서 그리 말씀하신다면.”
“허허. 그리 쉽게 인정하나?”
“저는 쿨한 남자니까요.”
“이햐, 역시 동생이야! 내가 사람 하나는 잘 봤다니까?”
방금 전까지 극한 전투모드로 들어갈 뻔한 사람들이 맞나 싶을 정도의 태세전환이다.
뭐 어떤가.
가면은 누구라도 쓴다.
일단 나부터가 그랬고 검제도 마찬가지다.
망나니라는 것을 드러내고 살았던 암제가 조금 특이한 케이스.
“그럼 사냥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기대하지.”
소환사가 사냥을 시작했다.
헌터들은 저마다 가져온 휴대폰을 꺼내 동영상을 찍기에 바빴다.
개인 채널을 운영하는 헌터 출신 BJ들이 좀 보였지만, 기자들은 극히 적었다.
소환사가 사냥하는 모습을 촬영하여 판매하면 짭짤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기에 여기저기서 촬영하기에 여념이 없다.
꽈직!
“꾸어어어!”
오우거의 머리통이 박살난다.
이것이야말로 원샷원킬.
막강한 화웅의 앞발은 오우거의 머리를 그대로 뭉개버렸다.
그 단단한 두개골이 박살이 나면서 오우거는 즉사를 면치 못했다.
그러면서도 피부가 뭉개지지는 않는다. 오로지 힘을 사용하여 두개골을 박살내면서 오우거 사체의 가치를 최대한 끌어 올리는 것이다.
비록 독왕이나 천무살제처럼 깔끔하게 죽지는 않았지만, 이 정도만 해도 거의 100%의 가치를 측정할 수 있을 것이다.
천무살제는 그 광경을 바라보며 혀를 내둘렀다.
“아무리 움직임이 느려도 힘이 압도적인데.”
“잡히지만 않으면 되죠.”
“12마리지 않나.”
“몇 마리든 상관없어요. 제가 잡히겠어요?”
거대한 덩치를 가진 곰들은 압도적인 힘을 자랑하지만 독왕의 말대로 꽤 느렸다.
저랭크 헌터들이 본다면 저것도 빠르게 움직인다고 하겠지만 랭커의 입장에서 보면 쉽게 피할 수 있는 수준이다.
포위만 되지 않는다면 충분히 벗어날 수 있다.
그건 문제가 아니다.
다만 정령이 좀 거슬렸다.
퍽! 퍽!
엘레스트라는 작은 얼음의 화살을 만들어 오우거의 눈동자에 꽂아 넣고 있었다.
실로 섬세한 마력의 컨트롤이다.
상급 정령부터는 직접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하였고 대략 5~6서클에 이르는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
이 정도면 A랭크 헌터 한 명을 달고 싸우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여기에 더하여 소환사의 개인적인 능력까지.
천무살제는 독왕을 바라보며 웃었다.
“정말 가능하겠냐?”
“못할 것 같아요?”
“조금 어려울 것 같아서.”
“흥! 소환사가 아무리 강해도 제게는 되지 않아요. 어디 넘볼 생각도 마시구요.”
독왕은 욕심을 드러냈다.
소환사를 강탈하려 한다면 아무리 오라버니라고 부르는 사이라도 가만두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런 광기를 익히 알고 있는 천무살제는 어깨를 으쓱였다.
“내가 왜 그러겠느냐?”
“눈독들이시면 안 돼요. 제가 침 발랐어요.”
그녀의 눈동자에서 녹색의 안광이 더욱 짙게 넘실거린다.
“그래도 한 번은 내게 빌려줄 수 있겠지?”
“대련 말이죠?”
“그래, 그래.”
“그건 마음대로 하세요. 한 번이 아니라 몇 번이라도 빌려줄 수 있죠.”
유설화의 표정이 그제야 풀어졌다.
한바탕 전투가 끝났다.
주변은 그야말로 깔끔하게 쓸려 있었다.
두개골이 함몰된 오우거 사체가 즐비하였으며 혹시나 가죽이 찢어지려 하면 엘레스트라가 오우거에게 힐을 사용했다.
죽기 전에 피부를 복원하여 방어구로 만들기에 최상의 상태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짝짝짝짝!
천무살제와 독왕이 박수갈채를 쏟아낸다.
“정말 잘 봤네!”
“동생! 가죽이 찢어지면 바로 복원할 생각을 하다니. 역시 내가 보는 눈이 틀리지 않았어.”
“헌터라면 당연한 일이죠. 우리 정도 수준의 헌터가 여기에 들어온 건 모두 돈을 벌기 위해서잖아요? 목적에 충실한 것뿐입니다.”
“정말 동생은 인재라니까?”
“허허허. 실로 대단한 장면을 보았네. 떠도는 소문보다 더한데 말이야. 직접 몸을 쓰는 모습을 보지 못해서 조금 아쉽기는 하네만.”
“곧 있으면 누님과 대결이 있어서요. 실력의 일부는 가려야 하지 않을까요?”
“크하하핫! 그걸 대놓고 말하나?”
“누님 정도의 실력자를 제 휘하로 들이려면 이 정도 노력은 해야죠.”
“흐응. 동생의 배짱이 아주 대단한데? 나는 배짱 좋은 남자가 좋더라.”
“그런 눈으로 보지는 마세요. 저도 취향이라는 것이 있는 사람이라서. 누님은 언제까지 누님으로 계셔 주시면 좋겠네요.”
“풋. 그럴게.”당연히 저건 마음에 드는 남자를 보는 눈빛은 아니다.
차라리 굉장히 마음에 드는 수집품을 발견하였을 때의 눈빛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자, 그럼 다 함께 정리를 할까요? 괜찮으시죠?”
“기왕 왔으니 몸을 푸는 것도 나쁘지 않지.”
우리들은 각자 흩어져 오우거를 사냥하기 시작했다.
이제야 긴장이 좀 풀린다.
괜히 내 모든 전력이 노출이 되어서야 좋을 것이 없었으니까.
“아이고, 형님. 무슨 인간들이 저렇답니까? 겉만 웃고 있지 속으로는 칼을 하나씩 물고 있는데요.”
“이 정도로 뭘 그러냐? 앞으로 저런 인간은 수도 없이 상대를 하게 될 거다. 사실, 이 정도면 양반이지.”
암. 그렇고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