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63
제63화. 검제의 귀국
인천국제공항.
검제를 비롯한 크라운 길드의 사람들이 내려서고 있었다.
검제는 출국장에 빽빽하게 몰려나와 있는 인파들을 보며 인상을 썼다.
“빌어먹을 기레기 새끼들. 내가 50층을 돌파 못했다 이거지.”
“운이 나빴다고 해야 합니다.”
“그건 당연한 일이고.”
그렇게 해도 언론은 시끌시끌할 것이다.
크라운 길드는 자신만만하게 차원의 탑 50층을 돌파하겠다며 출국했다. 그 당시의 인터뷰에서는 우리 한국도 이제 헌터 약소국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당당하게 이야기를 했었다.
결과는 실패.
검제는 세계 언론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한국은 대표적인 헌터 약소국이다.
인구 문제도 있었지만, 특정 국가마다 헌터들이 각성하는 비율이 달랐다.
일각에서는 한국이 저주를 받았다고도 한다.
헌터의 숫자가 부족해도 질이 뛰어나면 문제가 없다. 예를 들면 독일이나 이탈리아처럼 말이다.
특히나 이탈리아는 세계 순위권에 들어가는 헌터들이 꽤 있었고 과거 초강대국이었던 미국의 아성을 무너뜨릴 힘까지 갖추었다고 평가된다.
한국도 그렇게 비상하기를 바랐다.
검제가 애국자라서가 아니라 명성을 쌓기 위해서.
출국장에 발을 딛자마자 쏟아지는 플래시들.
검제는 담담하게 그들 앞에 섰다.
“검제님! 50층 돌파가 가능하다고 하시지 않았나요?”
“왜 50층에서 무너진 건가요?”
검제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무너졌다?
결코 크라운 길드가 무너진 것은 아니다.
“사망자가 나오는 바람에 희생을 줄이기 위해 포기한 겁니다. 결코 저희 길드가 포기한 것은 아닙니다.”
“차라리 소환사가 차원의 탑에 올랐다면 더 높게 갔을 거라는 평이 있던데요. 그에 대해서는 어찌 생각하시나요?”
“소환사라니요?”
“소환사는 PVE에 특화되어 있는 직군이니까요.”
뿌득!
검제는 이가 갈리는 것을 간신이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어디까지나 대한민국 헌터계를 이끌어 나가는 수장 격의 인물이다.
소환사가 빠르게 성장한다고 하여 시기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바로 인기가 바닥에 처박힐 것이다.
지금까지 쌓아온 이미지가 무너질 수는 없는 일.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소환사 그 분이 있었다면 50층을 돌파했을 겁니다. 하지만 저희 크라운 길드의 도움이 있었어야 하죠.”
“단독으로 가능하다는 소리도 나오던데요?”
“그리 만만한 곳은 아닙니다.”
더 여기 있다가는 폭발하여 소리를 지를 수도 있었다.
검제의 성격을 아는 사무장들은 바로 인터뷰를 중지한다.
“자자, 이만 지나가겠습니다.”
서울로 향하는 리무진 안.
검제의 리무진은 방음이 철저했고 그럴 이유는 충분히 있었다.
“빌어 처먹을 양민 새끼들! 내가 50층을 돌파 못했으니 꼴이 엿 같이 됐다는 그 뜻이겠지?”
“기레기 새끼들이 뭘 알겠습니까? 그냥 하는 소리죠. 고정하십시오, 지존.”
“하, 덜떨어진 놈들이 항상 설치니 거사를 도모할 수가 없군.”
“예, 물론입지요.”
“그건 그렇고. 소환사 놈은 뭘 하고 있다던가?”
“그게.”
“또 무슨 일을 벌였나?”
“그건 아니고 독왕, 천무살제와 함께 오우거 던전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같이?”
“예. 아무래도 친목을 다지는 것으로 보였다고.”
“이 새끼들은 또 무슨 꿍꿍이야?”
랭킹 2위 천무살제. 랭킹 3위 독왕. 마지막으로 랭킹 5위 소환사.
이중에서 소환사는 랭킹 4위를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이나 한국에서 힘깨나 쓰는 놈들이 죄다 몰려갔다는 뜻이었다.
“반란이라도 꿈꾸나?”
“그쪽으로 갈까요?”
“가자고. 이 상태로는 찝찝해서 잠도 못 잘 것 같으니까.”
거물 셋이 모였다.
그들이 무슨 짓을 할지 전혀 알지 못하는 상황이었기에 반드시 확인을 해야만 한다.
***
오우거 던전 안쪽.
이미 우리들이 임대한 땅의 모든 몬스터가 쓸려 나갔다.
일종의 사냥터 통제를 한 것이었고 어차피 이곳이 우리 길드 소속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제 곧 있으면 해가 떨어진다.
[레벨 50을 달성하였습니다.] [새로운 콘텐츠가 개방됩니다.]‘드디어 50이로군.’
레벨 50.
사실 레벨 50은 마의 벽이나 다름없었다.
레벨 40을 넘기는 순간부터 레벨이 더럽게 오르지 않기도 하였고 경험치를 스킬 포인트로 전환하기도 해야 했으니 레벨 50을 넘기는 헌터가 드물었다.
랭커들이나 레벨 50을 넘길까.
나 역시 시스템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그리고 레벨을 업해야만 나오는 콘텐츠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죽자 살자 렙업에 목을 매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오늘, 탈것 시스템이 오픈된다.
탈것 시스템이란 평소에도 그렇고 전투 중에서도 뭔가에 올라탈 수 있다는 뜻이었다.
별로 중요하지 않게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탈것을 강화하면 실질적인 전투력도 상승한다.
비록 소환하여 사용하지 않더라도 전투력 상승의 효과가 있었기에 반드시 육성이 필요한 부분이다.
또한 탈것 시스템을 이용하면 대폭적으로 스탯이 상승한다.
탈것의 등급에 따라 스킬이 부여되기도 하였고 그 자체만으로도 전투력에 도움이 된다.
그러니까 소환수가 한 마리 더 생기는 효과를 가질 수 있다. 그것도 육성이 가능한.
짝! 짝!
천무살제가 손뼉을 치자 상념에서 깨어난다.
“자, 오늘 고생했네! 벌이가 꽤 괜찮은데?”
“오라버니도 참. 괜히 돈전이라고 불리겠어요?”“허허허! 그래. 오늘 보니 실감을 했어. 가뜩이나 요즘 돈이 마르고 있었는데 잘됐어.”
“선배가 돈이 마를 일이 뭐 있다고요?”
“응? 던전 몇 개를 거래했거든.”
길드장은 던전 거래를 할 수 있다.
약소 길드에서 도산을 신청할 때 던전을 매각하기도 했고 탐색꾼 길드에서 던전을 찾아 매각하기도 했다.
‘천무살제는 회귀자가 아닌가?’
던전을 굳이 거래로 산다니.
검제도 그렇고 독왕도 그렇고 천무살제까지.
전부 던전에 목을 매고 있는 것을 보면 그들이 회귀자일 가능성은 적다고 봤다.
결국 한국에서 회귀자는 검성 하나뿐이었던 걸까?
우리 을들의 반란만큼 빠르게 던전을 개척해 나가는 길드가 한국 내에서는 없었으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던전 입구로 향하는 동안 천무살제가 호쾌하게 제안한다.
“오늘 술이라도 한잔하는 것이 어떤가? 우리 길드에서 와인바를 하나 오픈했는데 거기 스테이크가 아주 기가 막히거든.”
“저야 좋죠.”
“자네는?”
“선배께서 초대를 해주신다면 감사히 먹겠습니다.”
“하하하! 그래, 그래. 역시 자네는 시원해서 좋아.”
길드는 기본적으로 돈이 많이 필요한 곳이다.
강해지기 위해서는 헌터 간 거래를 통해 아이템을 구매해야 하니 사실 한국 2위 길드쯤 되면 돈은 아무리 많아도 부족했다.
그 때문에 여러 가지 사업에도 손을 뻗친다.
길드는 기업형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었고 던전들을 구매하여 확장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목표는 하나다.
강해지는 것.
그런 의미에서 보면 천무살제는 내 큰 고객 중 하나였다.
내가 시스템에서 구매하여 레몽을 통해 판매하면 상당수가 천무살제의 머스크 길드로 들어갈 테니까.
할 일은 많았지만, 천무살제의 호의를 거절해 봐야 좋지 않은 영향만 있다. 이참에 안면을 트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고.
던전 입구로 나오자 일단의 무리들이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 이게 누구십니까? 검제님 아니십니까?”
“천무살제님. 오랜만입니다.”
검제 저놈은 또 어쩐 일이지?
나는 슬며시 이하나에게 물었다.
“오늘 귀국한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랬죠. 그런데 여기까지 찾아온 걸 보니 어지간히 걱정이 된 모양인데요.”
“걱정?”
“우리가 힘을 합쳐 크라운 길드를 찍어 누르지 않을까 하는.”
“하여간 저 양반은 걱정도 팔자군요.”
“권력자의 비애죠.”
최고의 자리에 올라간 자들은 그 자리를 행여 빼앗기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한다.
지금의 검제처럼 말이다.
“소환사님과 독왕께서도 계셨군요. 이야기 들었습니다. 정당하게 대결을 하신다고요?”
“그렇게 됐어요.”
독왕은 차갑게 검제를 대한다.
어차피 이길 수도 없는 상대기에 관심을 끄는 것 같은 느낌이다.
천무살제는 이 와중에도 검제에게 수작을 걸고 있었다.
“검제님! 언제 또 가르침을 주시죠! 요즘 한국에는 상대가 없어 몸이 근질근질하여.”
“언제라도 환영입니다.”
“역시나! 검제께서는 헌터계의 빛입니다.”
‘귀찮아하는 것 같은데.’
대련이라는 말에 어쩔 수 없이 허락하지만 당장 천무살제가 입을 닥쳤으면 하는 바람이 보인다.
하지만 검제 체면에 그럴 수가 없으니 웃는 것뿐.
‘저 양반도 참 고생이 많아.’
감정을 꾹 누르고 사는 것이 얼마나 고생스러울까.
그러면서도 자신의 본성이 탄로 나지 않았으니 어떤 의미에서는 대단한 위인이라 할 수 있었다.
검제가 기어코 여기까지 온 이유는 정탐.
반드시 목적은 이루고 마는 그였다.
“술자리에 오신다고요? 마다할 이유가 없죠. 함께 가시죠.”
“이거 괜히 끼게 되어 결례를 끼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군요.”
“결례라니요? 상위 랭커들이 친목을 다지면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이겠습니까? 타국에서는 서로 치고 박고 못 죽여서 안달인데. 허허허.”
“그런 야만인들과 동방예의지국은 다르지요.”
“맞습니다. 가시죠.”
갑자기 귀가 간지럽다.
검제가 개소리를 쭉쭉 늘어놓는 바람에 귀가 더럽혀졌다고 할까.
***
“아이고 피곤하다.”
“고생 많으셨어요.”
랭커들의 모임.
서로 얼마나 잘났는지 자랑질을 하기 위한 모임에 불과했다.
뭔가 대단한 정보라도 얻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그건 내 착각이었다.
웃는 낯으로 대하고 있었지만 어떤 정보도 내어주지 않기 위하여 노력하는 것이 보였다.
그러면서도 새로운 정보를 빼낼 수 있을까 호시탐탐 노렸고 그걸 또 방어하느라 심력을 낭비했다.
이게 무슨 모임인가?
그냥 정탐이지.
“이런 모임이라면 두 번은 못 나가겠군요.”
“뭐, 개소리를 줄줄 늘어놓기는 했지만 외부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테니까요.”
“검제가 노린 바겠죠. 한국 헌터계의 결속.”
“네. 검제는 자신의 리더십을 알리는 것이고 천무살제는……. 그냥 뭐 대련밖에 생각이 없는 것 같았어요. 그러면서도 자신을 드러내지 않게 수를 쓰고.”
“독왕 그 여자는 곤욕스러워 하면서도 정보를 빼기 위해 용을 쓰더군요.”
“그러니까요. 하는 짓이 스토킹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가뜩이나 피곤한데 이게 뭔 짓인가 싶다.
그래도 수확이 없는 건 아니다.
“검제 그 양반의 레벨은 60을 넘지 않았고 모두가 마찬가지. 천무살제와 검제의 실력차이는 꽤 나는 것 같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독왕은 두 수는 아래고.”
“갈 길이 머네요.”
이하나는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분명히 지금 당장 천무살제와 대결을 벌이면 나는 패할 것이다.
하지만 탈것 시스템이 오픈되어 전투력이 상승하면 어떻게 될까.
‘어찌어찌 천무살제까지는 찍어 누를 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