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65
제65화. 남한산성
이른 아침.
일어나자마자 거대 마수의 섬에서 두 시간 정도 돌렸던 결과를 확인해 보았다.
[매직 투구 x2] [하급 탈것 경험신단 x5] [탈것 레벨 +5] [경험치 +50,000]“나쁘지 않아.”
고작 두 시간 자동사냥을 돌린 것치고는 그럭저럭 괜찮은 수치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역시 요소요소 숨겨진 보물을 찾는 데는 실패했다.
검성의 경우에는 20년 이상 거대 마수의 섬을 이용하였으니 속속들이 알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초보와 마찬가지.
이쯤 되니 검성을 찾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더 들었다.
“오늘 가야겠군.”
미룰 필요는 없다.
놈은 육군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었고 20년이나 복역을 해야 한다.
사실상 세상이 망하기 전까지는 그곳에서 나올 수가 없다는 뜻이었다. 아니, 세상이 망하는 순간에 함께 매몰되어 죽을지도 모른다.
놈이 죽어버린다면 어떤 정보도 뽑아낼 수 없다.
내가 가지고 있는 시스템을 20년 이상 운영했으니 소소한 꿀팁들을 알고 있을 것이 틀림없었다.
이제 와서 하나씩 알아내고 있는 나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미래의 검성 백승후와는 빠르게 접촉을 하는 것이 좋았다.
지금까지야 너무 바빠서 그럴 시간도 없었지만, 이제는 시간이 날 때마다 방문하여 정보를 털어야 하는 것이다.
일일선물을 받고 시스템을 운영한다.
2시간 20분으로 늘어난 지옥마경에 아바타를 집어넣고 스테이지 던전에 도전한다.
탈것을 얻었기 때문인지 사냥속도가 20%는 발전을 한 느낌이다.
스테이지 던전도 마의 벽을 돌파할 기미를 보이기도 하고.
“길드장님!”
“오셨군요?”
이하나는 내게 토스트와 커피를 내밀었다.
매일 아침마다 이하나와 식사를 함께하는 것은 일상이 되었다.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은 이렇게 밥을 먹으면서 간단하게 보고를 받는다.
“길드원으로 100명 이상이 지원을 했어요. 어쩔까요?”
“100명 이상이나요?”
“네. 이제는 출신이 아니라 인성으로 뽑을 때가 오지 않았나 싶어요. 어차피 독왕이 길드에 들어오면 길드장님의 법칙에 위배되는 것이 아닌가요?”
“꼭 그렇지는 않아요. 독왕 역시 우리와 같은 출신이니까.”
“흠. 그래도 아까운 사람들이 꽤 많은데.”
조금씩 한계가 오기는 했다.
처음부터 이럴 작정은 아니었다.
조금씩 발전하는 것을 모토로 삼고 있었지만 너무 빠르게 길드가 발전을 하다 보니 인력에 한계가 생기는 것이다.
그녀의 말대로 독왕이 우리 길드로 오면 그녀를 따르는 길드원들이 쫓아온다. 그들까지 내칠 수는 없는 일.
무엇보다 박수철 역시 밑바닥 출신은 아니었다.
이미 을들이 반란에서 원하는 인재상에서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미래를 생각하셔야 해요. 세계 최고의 길드를 지향한다면 악인이 아닌 이상 모두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녀는 내게 선택을 강요하고 있었다.
길드 성장의 한계성이 드러나고 있다는 뜻이었고 빠른 결단을 요구한다.
‘그래. 첫 번째 목표인 한국 최고를 찍는다고 해도 지금의 인원으로는 턱없이 모자라지.’
“승인하겠습니다.”
“잘 생각하셨어요. 인성검사를 하고 평판이 좋지 않은 사람들은 배제하고 받아들이도록 할게요.”
“어쩔 수 없는 일이죠.”
“아마 독왕이 우리 길드로 오게 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일 거라고 봐요. 생각보다 독왕의 평판은 좋은 편이잖아요?”
“길드 내에서는 그렇죠.”
레드 문 길드 내에서 독왕의 평판은 나쁘지 않다.
오히려 자신의 이권을 포기하면서까지 길드원을 챙긴다.
대외적으로는 스토커라는 별명이 붙기는 했어도 사람 자체가 나쁘지는 않다는 뜻이었다.
그저 사람을 수집하는 강박을 가지고 있을 뿐.
“그리고 오늘은 휘하 던전들을 돌아보는 일정이…….”
“아, 오늘은 곤란하네요.”
“네?”
“개인적으로 볼일이 있어서요.”
“개인적인 볼일이라니 뭔지 여쭤 봐도 될까요?”
“교도소에 수감된 지인에게 면회를 좀 가려고요.”
“먼 곳에 가나요?”
“남한산성에 가요. 그 친구가 전에 탈영을 하는 바람에.”
“그렇군요!”
이하나는 묘하게 안심하는 듯한 얼굴이었다.
“오늘은 하나 씨가 던전들을 돌봐주세요.”
“그럼요! 어차피 오후에는 오실 것 아니에요.”
“아마도요?”
“걱정하지 말고 쉰다는 생각으로 오전에는 면회를 다녀오세요. 남한산성 육군 교도소면 여기서 얼마 멀지도 않고.”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역시나 이하나는 내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애써 무시를 하고 있는 이유는 언제 세상이 모르기 때문.
회귀자들의 영향으로 인하여 세상이 망하려는 조짐이 가속화되고 있었는데, 한가롭게 연애나 하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원 역사대로라면 앞으로 3년은 남아 있어야 정상이었지만, 벌써 차원의 탑이 나타난 것을 보면 2년이 채 남지 않았다. 어쩌면 더 가속화 될지도 모른다.
그녀는 일어서 나가려다가 우물쭈물했다.
“그리고…….”
“할 말 있으면 하세요.”
“이번 주말에 시간 되시면 잠깐 영화 한 편 보러 가실래요? 요즘 너무 일만 하셨어요. 휴일은 아예 없었으니까…….”
“가죠.”
“정말요!?”
이하나는 뛸 듯이 기뻐했다.
고작 영화 한 편 보자는 것을 뭘 그리 어렵게 말을 하는 건지.
그녀는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네! 그럼 주말에!”
나도 슬슬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간만에 검성의 얼굴을 보러 간다.
그놈이 제정신이었으면 좋겠는데.
***
남한산성 부근 육군 교도소.
교도소가 남한산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근처에 육군 교도소가 있었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남한산성 육군 교도소는 85년 용인으로 옮겼다가 몇 년 전에 그곳에 필드 던전이 생기는 바람에 다시 옛 교도소 자리로 옮겨졌다.
오래된 교도소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고 일부 시설만 새로 지어졌기에 환경은 꽤나 열악하다.
현대의 교도소라고는 볼 수 없을 만큼 시설이 좋지 않았지만, 불만이 나올 수는 없다.
이곳 교도소에는 탈영병이나 군에서 씻을 수 없을 죄를 저지른 자들이 붙잡혀와 있었다.
관리도 군인들이 하고 있었으며 매우 삼엄하게 경계가 되고 있다.
최근 남한산성 교도소로 미친놈 하나가 들어왔다.
본인이 귀족이라고 거들먹거렸으며 수감자들은 물론이고 간수들까지 죄다 머저리 취급을 하였기에 매일 두들겨 맞는 것이 일상이다.
간수들도 이 미친놈을 두들겨 패는 것은 절대 말리지 않았다. 오히려 은근히 권유할 지경.
“이 천민 새끼들아, 눈 안 깔아? 내가 바로 검성이야. 불가촉천민 새끼들이 감히 귀족에게 눈을 맞춰? 죽고 싶어!?”
“하, 저 새끼 또 지랄이네.”
빠악!
“켁!”
운동장 한가운데에서 거대한 덩치를 가진 남자가 미친놈의 머리통을 후려친다.
장황하게 이야기하는 것과는 달리 미친놈은 철퍼덕 엎어진다.
지나가던 수감자들이 한 차례씩 밟았지만 간수들은 슬쩍 고개를 돌린다. 묵인하겠다는 뜻이다.
퍽퍽퍽!
“씨발 새끼들아! 나, 검성이라고!”
“아, 귀 아파. 우리나라에 검성이 어디 있냐? 검제라면 몰라도.”
“커흑! 검제 그 병신 새끼는 내 발가락도 못 핥……. 켁!”
이것이 일상이다.
요즘에는 외상을 거의 완벽하게 치료할 수 있는 수단이 존재했다.
그런 이유로 미친놈이라고 불리는 미래의 검성 백승후는 의무대로 실려가 포션 치료를 받기가 다반사다.
포션 값이 비쌌지만, 교도소에는 상비약으로 배치되어 있다.
실컷 두들겨 패고 도저히 숨길 수 없으면 포션으로 그냥 치료를 하라는 지시가 교도소장에게서 내려왔다.
교도소장조차 천민으로 취급하는 미친 인간이었기에 그런 명령이 내려왔다.
“이 새끼는 정신병원에 수감되어야 하는데 말이야.”
“곧 그럴 거라는 소문도 있더라고.”
“아니지. 입대 당시에는 멀쩡했다고 하던데? 지금 하는 짓은 심신미약 판정을 받으려고 발악하는 거라고.”
“에라이, 쓰레기 같은 새끼!”
“크윽! 진짜 나는 검성…….”
누구도 백승후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결국 백승후는 기절했고 오늘도 의무대로 실려 왔다.
다시 깨어났을 때, 교도소장이 직접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뭐야, 이 천민 새끼야. 놀리려고 왔냐?”
“후. 이딴 녀석에게 왜 소환사가 찾아왔지?”
“그건 저도 모르겠습니다. 그저 할 말이 있다고 하더군요. 상부에서도 최대한 잘 보이라고 명령이 내려왔습니다.”
“소환……사?”
“그래. 네놈 같은 자칭 귀족이 아니라 이 시대의 진정한 귀족이지. 곧 있으면 랭킹이 바뀐다는 소문도 있고.”
“으아아! 씨바알! 개 씹새끼! 크허헉!”
백승후는 소환사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발광하기 시작했다.
울분을 토하며 눈물을 질질 흘렸다.
간신히 진정제를 맞고 뻗었다. 그러면서도 ‘개새끼’라는 욕을 입에 달고 있다.
“이거 완전 또라이 새끼인데 말이야. 소환사님에게 보여도 될까?”
“소환사의 요청이라고 합니다. 다 생각이 있겠죠. 그리고 이 녀석이 발광한다고 랭커가 꿈쩍이나 할까요.”
“그건 그렇지? 만나게만 해주면 되는 거야.”
그들은 군인이었고 상부의 명령에 반박할 수 없었다.
철컹!
꽤 무거워 보이는 철문이 열리고 미래의 검성 백승후가 면회실로 온다.
면회실은 투명한 유리막으로 막혀 있었고 백승후는 이곳에 오자마자 쇠사슬로 결박됐다.
나를 보자마자 소리를 지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안정제가 완전히 깨지 않았는지 발광은 하지 않았다.
“몰골이 말이 아닌데.”
“크윽. 이 비열한 새끼가……. 놀리러 왔냐? 감방에 처박았으면 됐지.”
“그 안에 있다 보면 돈이 필요할 텐데 말이야. 혹시 돈 필요 없냐?”
“돈……?”
당연히 필요할 거다.
육군 교도소라고는 해도 돈이 통용되는 곳이다.
수감생활을 하려면 이것저것 생필품도 부족하고 그 안에서도 돈이 있는 사람이 대접을 받는다.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생활하기 위해서는 옥바라지 할 사람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딘들 돈이 안 필요할까.
하지만 그게 원수의 돈이라면 어떨까.
“씨발, 너 같으면 쓰겠냐? 차라리 그걸로 똥을 닦고 말지 네놈한테는 한 푼도 바라지 않는다!”
“그래? 그거 안타까운데. 내가 랭킹 1위쯤 되면 정부를 압박해서 네놈의 형기를 줄여줄 수도 있는데 말이야. 네가 그걸 모르지는 않겠지.”
“……!”
백승후의 눈동자가 미친 듯이 흔들렸다.
형기를 줄여줄 수 있다는 말은 어쩌면 여기서 나가게 될 수도 있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
백승후라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미래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시스템을 이용한다면 반드시 세계 랭커에 닿을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때가 된다면.
백승후 하나쯤 빼내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큭! 씨발.”
“아니면 말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렇게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넘어오지 않는다면 그냥 혼자서 팁들을 찾아나가는 수밖에.
“잠깐.”
백승후의 눈동자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원하는 것이 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