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66
제66화. 조건
“내가 원하는 조건? 간단하지.”
백승후의 눈동자가 일렁거렸다.
지금 이 순간, 나를 원망하지 않는다면 거짓일 것이다.
내가 모든 것을 빼앗았으니까.
백승후의 미래는 나를 만난 것으로 완전히 뒤바뀌었다.
그러나 놈은 무려 20년 이상 랭커로 군림을 해왔다. 지금이야 정치와 헌터계의 밀착이 그리 심각하지 않은 때지만, 세상이 멸망하고 난 이후에는 헌터가 곧 군정을 실시하는 군인처럼 변하게 된다.
오랜 시간 정치를 해왔기에 자신이 엎드려야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아무것도 잃을 것이 없는 사람과, 자신이 가진 것으로 협상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엄연히 다른 법이다.
“네가 가지고 있는 꿀팁들을 좀 알려 주었으면 하는데.”
“그래. 그 때문에 찾아온 것이었나.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속이 정말 쓰린데.”
“거래를 하겠나?”
“네놈이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어떻게 믿지?”
“믿지 않으면? 나는 최소한 약속은 지킨다.”
“후.”
백승후는 생각에 잠겼다.
내 입장에서 보면 백승후를 빼내주는 것쯤이야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지금은 무리겠지만 한국 랭커를 넘어 세계 랭커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면 한국 정부를 압박하는 일 정도는 손쉽다.
그 자리에 있어 본 백승후라면 모두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당장 빼내지 못하면 손해인데.”
“말하지 않았나? 내게는 돈이 있거든.”
“크큭. 그 시스템을 가지고서도 돈을 못 벌면 병신이지.”
“그래서, 대답은?”
“좋다. 우선 영치금을 넉넉하게 넣어줘. 내가 정보를 풀 때마다 그만한 대가를 지불해야만 하지. 그리고 최종적으로 나를 빼내도록 해. 그럼 협조하지.”
“어렵지 않은 조건인데.”
백승후의 눈에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가 그리 만만한가?
그렇지 않다.
“먼저 거대 마수의 섬이다. 그 안에 여러 가지 보물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겠지.”
“거대 마수의 섬…….”
백승후의 눈에 회한이 깃들었다.
20년이면 웬만한 팁들은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그 때문에 내가 백승후를 찾아온 것이었고.
백승후가 웃었다.
“그래. 고작 거대 마수의 섬이라는 거지. 좋다. 신화 아이템이나 스킬 하나에 얼마를 지불할 수 있나?”
“신화 장비와 스킬 하나에 2천만 원. 유니크는 5백만 원.”
“하! 이 새끼가 지금 장난하나!”
놈은 발작하듯 몸을 일으켰다.
어처구니가 없을 것이다.
신화 장비나 스킬은 50만 코인이 넘어간다.
그걸 돈으로 환산하면 상상을 초월할 것이 분명하였는데 고작 2천만 원에 퉁을 친다는 것이 도저히 믿기 힘든 모양이다.
“내가? 장난 아닌데.”
“고작 신화 장비가 2천!? 이런 날강도 같은 새끼! 악마보다 더한 놈!”
“칭찬 감사한데, 너는 그럴 입장이 아닐 거야. 거지 놈이 감방 생활을 하려면 돈이 꽤 들거든. 휴지도 없어서 똥 닦기도 힘들지 않냐. 2천이면 큰돈이지. 암. 그렇고말고.”
“씨발, 진짜 좆같네. 내 뒤통수를 칠 때부터 알아 봤는데 이건.”
백승후의 입에서 긴 한숨이 흘러나왔다.
나는 최대한 많은 이익을 볼 생각이다.
도대체 20년 동안 쌓아 온 꿀팁들이 얼마나 많을까. 어차피 검성의 입장에서는 사용하지도 못하는 정보였으니 내가 돈을 주고 구매하겠다는 것이다. 그게 그리 억울한 일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싫으면 말고. 돈 없이 살아 봐라.”
“자, 잠깐!”
백승후는 억울해 미칠 것 같다는 표정이었다.
나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내가 오랫동안 헌터 생활을 해왔지만 네놈처럼 치사하고 더럽게 나오는 인간은 처음이다.”
“글쎄다. 네놈만큼은 아닌 것 같은데.”
“후. 3천으로 하자.”
“천오백.”
“쓰읍. 알겠으니까 2천은 바로 줄 수 있는 거냐?”
“정보의 개수에 따라서 더 많이 줄 수도 있지.”
“어처구니가 없군. 몇 조 원을 들여도 구할까 말까 하는 정보를 이렇게 헐값에 넘겨야 한다니.”
“그 정보는 나밖에 쓸 수가 없으니까.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 언젠가는 알아내기는 하겠지.”
“끄응.”
갑의 위치를 상기시킨다.
다른 사람에게 정보를 팔 수 있다면 신화장비에 대한 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가치를 지닐 것이다.
하지만 정보를 팔 수 있는 사람이 이 세상에서 한 명이라면?
정보를 구매할 수 있는 사람이 갑이 아니겠는가.
특히 교도소에 처박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이라면.
나는 아예 돈뭉치를 꺼내서 내려놓았다.
5만 원 권 지폐가 빳빳하게 위용을 드러내고 있으니 휴지가 모자라서 골골거리고 있는 백승후에게는 눈이 뒤집힐 정도의 금액이었다.
보안은 완벽하다.
내가 그리도 신신당부를 하였으니 소리는 완벽하게 차단되어 있을 것이다.
게다가 마법을 사용하여 결계까지 쳤으니 백승후가 하는 소리가 밖으로 새어나갈 염려는 없었다.
“귓구멍 열고 잘 들어라. 한 번만 말해줄 테니까. 그리고 정보를 다 내보냈을 때, 돈은 바로 줘야 한다.”
“정보가 틀리면 네놈은 영원히 세상 빛을 보지 못하겠지.”
“씨발, 그건 나도 알아.”
“시작해라, 불가촉천민아.”
“…….”
“왜? 나도 한 번 해보고 싶었거든.”
정보라는 것은 원래 듣고 보면 간단하다.
거대 마수의 섬 곳곳에 있는 배들은 사실 운영이 가능하며 그걸 타고 섬에서 조금만 나가면 보물섬들이 곳곳에 존재한다.
그중에는 꽝도 있고, 신화 급 아이템이나 스킬이 숨겨진 구간도 존재한다.
물론 대부분이 탈것과 관련되어 있었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니다.
이 부분이 중요하다.
거대 마수의 섬에서 신화 급 스킬과 아이템을 수급할 수 있다는 것.
아직 아바타의 레벨이 낮아 도전할 수 있는 구간들이 많았지만, 지금의 정보만으로도 한 단계 도약하는 것이 가능하다.
내일 독왕과의 결투가 있었으므로 거대 마수의 섬에서 탈것 신화 장비 하나와 스킬 하나만 먹어도 승리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소환수를 부리지 않고서도 승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면회실을 나오자 소장이 인사를 했다.
“면회는 잘하셨는지요?”
“덕분입니다.”
“하하하! 소환사님 같은 분을 모시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종종 방문을 해주시면 극진히 모시겠습니다.”
“감사합니다.”돈을 1억 정도 먹였더니 자세가 매우 바르다.
그렇지 않아도 정부에서 압박을 넣어 내게 굽실거릴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지만, 돈이라는 것이 무릇 인간관계의 윤활유 역할이 아니겠는가.
세상에 돈 싫어하는 사람은 못 봤다.
그밖에도 교도소 간수들의 회식비로 2천만 원을 뿌렸더니 간수들도 깍듯하다.
“그럼 또 뵙겠습니다.”
바로 교도소를 나와 차에 올라탄다.
길드 본부로 향하는 동안 바로 오늘 얻은 정보를 써먹어 보기로 한다.
백승후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벌써 12시가 되었다.
12시는 거대 마수의 섬이 열리는 시간이다.
보통은 자동사냥을 돌리지만 오늘은 아니다.
보물섬에 내려서고 나서야 자동사냥으로 놓겠지만, 지금은 배를 찾아 출항을 해야 한다.
섬의 북쪽에는 반쯤 반파가 되어 있는 작은 선박이 하나 있었다.
[선박을 수리하시겠습니까?] [수리비용: 10코인]처음에는 이게 왜 필요한지도 몰랐다.
선박을 수리하는데 10코인이나 든다니.
주변에 섬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했었지만, 잘못하면 난파되어 하루를 공칠 수도 있었기에 나중에 이용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미뤘었다.
하지만 정보를 받은 지금은 다르다.
바로 상점을 열어 항해지도와 나침반을 구입했다.
이른바 아바타 상점이었으며 외부로는 반입이 되지 않는다.
이것도 10코인씩 20코인이나 되었지만, 신화 스킬이나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다.
[1등 항해사를 구입합니다.] [30코인이 소모되었습니다.] [2등 항해사를 구입합니다.] [15코인이 소모되었습니다.] [항해지점을 설정합니다.] [좌표 x 145/Y 567 지점으로 이동합니다.]“허, 참. 이런 정보는 몇 년 차에나 터득할 수 있는 거지?”
배가 수리되었다고 해도 선원이 없으면 출항할 수 없다.
아무리 캐시상점을 뒤져봐도 항해사를 구입한다거나 하는 이야기는 없었다. 이건 검색으로만 가능하다.
애초에 배를 이용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기에 수리를 했다고 해도 버벅였을 것이다.
그리고 좌표는?
백승후 그놈은 지랄 맞은 성격과는 반대로 머리가 꽤 뛰어났다.
미래의 정보를 저장하여 가져온 것을 보면 말이다.
항해를 시작하고 30분.
내가 길드 본부에 도착했을 시각이었다.
집무실로 올라가면 아바타의 움직임을 살핀다.
항해사들은 돈을 쓴 만큼이나 능숙하게 배를 몰았으며 얼마 지나지 않아 항해지점으로 설정된 곳에 도착하였다.
[심상치 않은 기운을 가진 섬을 발견하였습니다.] [어쩐지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습니다.] [강렬한 행운이 솟구칩니다!]아바타를 풀어 놓고 자동사냥을 시작한다.
백승후의 말에 의하면 이곳에서 자동사냥을 며칠 돌리다 보면 확률적으로 신화 장비 하나를 획득할 수 있다고 한다.
탈것 장비였으며 투구 부위를 얻을 수 있다고.
투구를 얻은 이후에는 신화 스킬 하나를 얻으러 가야 하고, 그러다보면 탈것의 레벨이 30에 이르고 3단계로 진화를 시킬 수 있다고 한다.
상당한 꿀팁으로 2천만 원을 지불했다.
그 돈이면 교도소 내에서 펑펑 쓰고 다녀도 내가 다음에 올 때까지는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다.
생각이 있는 놈이라면 미래를 위해 모을 것이지만, 딱히 그럴 것 같지도 않아 보였다.
집무실에 도착하여서는 서류를 폈다.
오늘은 길드장으로 처리해야 할 일들이 있었다.
신상명세를 보고 길드원을 뽑아야 하고 던전 수익에 대해서도 관여해야 한다.
무려 100명에 이르는 지원자를 미래의 기억을 더듬어 합격을 시킬지, 불합격 통보를 할지 정해야 한다.
***
저녁 무렵.
퇴근 후에 집으로 돌아왔다.
여전히 거대 마수의 섬에서는 자동사냥이 돌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아직까지는 아무런 소식이 없는 상태.
하긴, 신화 아이템이 그렇게 쉽게 드랍이 될 리가 없다.
한 가지 희소식은 특수 필드의 경험치가 꽤 높다는 점이었고 드랍율도 그럭저럭 괜찮다는 것이다.
본섬보다 이런 자잘한 보물섬에서 사냥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백승후는 강조했다.
밤 11시 무렵.
[드래고니안이 신화 아이템을 획득합니다!] [업적! 세계 최초로 탈것 신화 아이템을 습득했습니다!] [업적으로 5,000 코인을 획득합니다.]“……!”
나는 카탈로그에 사용될 아이템을 분류하는 중에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다.
신화 아이템을 얻은 것과 업적을 획득한 것까지는 이해했다.
하지만 업적의 보상으로 코인을 준다니?
현실에서 업적을 달성하면 칼츠를 주었지만 신들의 시스템에서 업적을 달성하면 코인을 준다?
이는 어마어마한 정보였다.
무엇보다.
영롱하게 붉은 빛이 돌고 있는 투구를 보았다.
바로 확인에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