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71
제71화. 복잡한 문제
세실리아는 우물쭈물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사실 현 세력구도에 대해서는 내가 모르는 부분이 많았다.
이 세상이 멸망을 고한 후, 세력개편이 극심하게 일어났고 1차 대침공에서 현재 상위 랭커들은 대부분 사망한다.
천사 길드는 한국 길드 4위에 랭크되어 있었지만, 다른 이익집단들과는 다르게 행동하였기에 쉽게 말해 ‘호구’로 보이기도 한다.
그런 호구를 가만 둔다는 것이 가능한 이야기일까.
대충은 짐작되지만 자세한 이야기는 알 수 없었으므로 그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로 했다.
“이 이야기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했어요. 하지만 소환사님이 경악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는 것을 보고 마음을 굳히게 되었어요.”
“말씀해 보세요.”
“검제와 얽힌 이야기에요.”
“검제라……. 그렇군요.”
조금 더 윤곽이 잡힌다.
사람 좋아 보이는 검제의 코스프레는 대중들에게 잘 먹혀 들어가고 있었지만, 뒤에서는 온갖 협작질을 하고 있을 것이다.
예전의 나라면 몰랐을 일.
성좌들이 내게 관심을 갖게 되면서 검제의 정체도 꿰뚫어보게 되었다.
알려지면 세상이 뒤집어지게 될 일이 분명해 보인다.
나와 이하나는 자세를 바로 했다.
어쩌면 지금의 이야기로 인하여 한국 헌터계가 지각변동을 겪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 길드의 운명까지 결정될지 모른다.
“크라운 길드가 천사 길드를 집어 삼키기 위하여 음모를 꾸미고 있어요.”
“크라운 길드의 음모라……. 좀 더 자세히 말씀을 해주실 수 있으신지요?”
“소환사님도 아시다시피 저희 천사 길드는 파견업을 주업으로 삼고 있어요. 가지고 있는 던전이라고 해 봐야 몇 개 있지도 않고 그것만으로 길드를 운영할 수는 없거든요.”
“그건 알고 있습니다.”
“사제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저희 천사 길드는 1년 전부터 크라운 길드에 시달려 왔어요. 파견업의 후견인이라는 명목으로 끼어들었고, 자금을 뒤에서 통제하는 바람에 길드 운영자금이 말랐어요.”
“중간 업체가 되어 수익의 대부분을 소개비 명목으로 갈취했다는 뜻이군요.”
“갈취……. 그게 맞는 말이겠네요. 수수료로 70%를 가져가는 바람에.”
“와, 검제가 정말 그랬어요?”
이하나는 깜짝 놀란 표정이었다.
나야 검제의 속이 시커멓다는 걸 알고 있어 별로 놀라운 일도 아니었지만,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는 아닐 것이다.
세실리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 나간다.
“그래서 생각해 본 방법이 딜러들을 모으는 거였죠. 저희 길드의 사제 전력이 막강하니 딜러들을 모으게 되면 어떻게든 길드 운영비는 나올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그마저도 검제가 중간에서 차단을 하는 바람에.”
“지원하는 헌터를 뒤에서 협박했다거나.”
“맞아요.”
“쓰레기네!”이하나는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웃는 낯에 숨겨진 악마성.
세실리아는 울상을 지었다.
“원래부터 그런 분은 아니었는데…….”
“검제 그 인간이라면 충분히 그럴 만하죠.”
“길드장님은 알고 계셨어요?”
이하나가 깜짝 놀라 말한다.
눈앞에 있는 세실리아도 성좌에게 선택을 받았다.
성좌의 권속으로 신성력을 받았고 지금의 위치까지 왔다. 그녀가 검제의 본성을 파악한 것은 오래 전 일이었을 것이다.
나보다도 먼저 말이다.
성좌에 대한 것을 말해야 할까.
나는 주변을 한번 둘러봤다.
성녀와 이하나라면 믿을 만하다.
“성좌들께서 저를 권속으로 선택하려 하였습니다. 해서, 인간의 본성을 꿰뚫는 힘을 가지게 됐죠.”
“……!”
“검제가 악신과 계약했다는 정도는 짐작했죠.”
“아……. 그러셨구나.”
“검제……. 인간 망종이네.”
이하나는 뭔가 심하게 배신당했다는 표정이었다.
겉으로는 웃고 있으면서 뒤에서 이런 협작질을 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도움을 요청 드리는 거예요.”
“검제와의 충돌이라. 아시다시피 검제와의 승부에서 패하면 은퇴해야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건…… 그렇겠죠.”
“단순히 저희 길드 휘하로 들어오는 것보다는 완전히 길드 병합을 약속하신다면 검제와 맞서겠습니다.”
“길드 병합이요?”
“어차피 지금과 딱히 달라질 것도 없을 텐데요. 무엇보다, 세력만큼은 저희 을들의 반란이 최고의 수준으로 거듭날 테니.”
세실리아가 날 찾아온 이유는 충분히 짐작이 됐다.
무엇보다, 오늘 독왕과의 전투에서 내가 승리하지 않았다면 그녀도 마음을 접었을 것이다.
“그걸 공론화 하면 검제가 가만히 있을지…….”
“길드의 병합은 제가 검제를 꺾고 난 뒤에 이행한다는 각서만 써주시면 됩니다. 그 전에는 그저 휘하 길드가 되겠다고만 약속해 주시면 되고요.”
“감당되시겠어요?”
“앞으로 한 달 후라면.”
“역시. 권속이 되신다면 검제를 상대하고도 남을 것 같아요.”
세실리아의 눈빛이 바뀌었다.
지금까지 검제에게 하도 시달리는 바람에 울분이 차 있었다.
그런데 내가 검제를 찍어 눌러 버리겠다고 말을 하니 그녀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고 보는 것이다.
세실리아가 손을 내밀었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걱정 마시죠.”
“그런데요.”
이제 막 각서를 작성하려고 하는데 이하나가 물었다.
“네?”
“왜 하필이면 저희 길드인 건가요?”
“암제와 독왕을 차례대로 꺾으셨기에 약간의 시간만 주어진다면 충분히 검제를 꺾으리라고 생각했고, 무엇보다 길드의 이름이 마음에 들었어요.”
“을들의 반란이라는?”
“저도 을들의 반란에 참여하는 거죠.”
세실리아는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크라운 길드 본부.
오늘, 헌터계에는 지각변동이 일어났고 검제는 꽤나 신경이 날카로운 상태였다.
“소환사 놈이 이겨버리다니.”
그놈은 검제와 같은 과다.
착한 인간 코스프레를 하며 최대한 이익을 보고 있는 중이다.
유유상종이라고, 검제는 한눈에 소환사의 인성이 썩 훌륭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가능하면 소환사가 패하기를 바랐건만.
결과는 정 반대다.
그 때문에 한참 난리였다.
이번에 독왕이 꺾였으니 다음에는 천무살제가 아니냐는 것이다.
그 다음은?
당연히 한국의 지존 자리를 노릴 것이다.
벌컥!
한참 소환사에 대한 기사를 검색하며 이를 가는데, 오진수 사무장이 창백한 얼굴로 들어왔다.
“얼굴이 왜 그 모양이야?”
“지존! 처, 천사 길드가 소환사의 길드로 들어가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뭣이!?”
검제는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천사 길드는 우리가 작업을 다 친 곳이 아닌가?”
“마, 맞습니다.”
“그런데 천사 길드에서 갑자기 왜?”
“방금 소식이 들어왔는데……. 세실리아가 소환사를 찾아갔다고 합니다.”
“허! 그년이 무슨 배짱이지?”
“아시다시피 소환사는 부자가 아닙니까. 던전도 많이 가지고 있고, 독왕의 항복도 받아 냈으니 그들이 가지고 있는 던전도 곧 넘어오겠죠. 절반이라도 을들의 반란으로 넘어가면 대형 길드로 발돋움한 후 유지하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죠.”
“하, 이런 씨발. 죽 쒀서 개 준 꼴이네?”
“…….”
검제의 눈에서 검은 안광이 뿜어졌다.
자신도 모르게 마기를 드러낸 것이다.
“기, 길드장님.”
“큭. 이거 자제가 잘 되지 않아서.”
천사 길드를 병합하는 것은 크라운 길드의 오랜 숙원이었다.
지난번 차원의 탑 50층 공략에 실패한 것도 사제 전력이 모자라서다. 천사 길드에서 한사코 차원의 탑 입장을 거부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크라운 길드의 전력만으로 공략에 나섰고, 그 과정에서 셋이 죽고 10명이 넘게 중상을 입었다.
그렇게나 크라운 길드를 거절하더니 겨우 들어간 곳이 신생 길드였다.
“그년 그거 어디 있나?”
“소환사와 함께 삼척으로 향했답니다.”
“삼척? 거긴 왜?”
“그건 모릅니다. 최하급 던전에서 합을 맞추려는 건지, 아니면……. 또 신규 던전을 발견한 것인지는.”
***
성녀의 선언.
세실리아는 각서를 체결한 즉시 우리와 함께할 것을 천명했다.
물론 오늘 찾아가게 될 던전에서 합을 맞추어 보고 소환사의 실력을 직접 확인한 후에 확정하겠다고 말했지만 사실상의 확정이나 다름없었다.
그녀의 발표 때문에 삼척으로 향하는 내내 수많은 사람들이 따라 붙었다.
곧 있으면 정라항에 도착한다.
우리의 뒤를 쫓아온 언론인들은 궁금해 할 것이다.
왜 삼척 미로동굴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이곳 정라항으로 온 것인지.
정라항을 따라 쭉 올라가면 새천년도로가 나오고, 그 한가운데서 5급 던전 ‘마인의 땅’이 나온다.
식당에 양해를 구해 주차를 하고 갯바위를 걷는다.
우리 뒤를 쫓아 수많은 사람들이 따르고 있었다.
“소환사님. 여긴 어딘가요? 삼척이면 당연히 미로동굴인 줄 알았는데.”
“아, 여기 5급 던전이 있어서요.”
“……!”웅성웅성.
언론인들과 천사 길드의 길드원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신규 던전들을 속속 발견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지금까지 5급 던전은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5급 던전은 한국에 드물기도 하다.
최고 수준인 6급 던전도 몇 개 있기는 하지만 지금 수준에서는 쉽게 클리어 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6급 던전은 검제도 혀를 내두르는 곳.
사실상 랭커라고 해도 클리어 할 수 있는 최고 난이도는 5급 던전이었다.
“5급 A랭크 던전이니 함께 합을 맞추기에는 적합하다 할 수 있겠죠.”
“그, 그건 그렇지만. 정말로 신규 던전인가요?”
“제가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죠.”
툭.
마을에서 내려오는 하수구의 철조망을 걷자 검은 입구가 입을 쩍 벌렸다.
“시, 신규 던전이다!”
“소환사의 말이 맞았어!”
우선 길드원들을 들여보내 선점한다.
이제 헌터 관리국에서도 사람이 나올 것이고, 삼척은 군부대도 많았기에 금방 군인들이 지원을 나올 것이다.
그들은 불과 20분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삼엄하게 경계가 펼쳐졌고, 이 던전이 을들의 반란의 소유가 되었음이 선포되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
나는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는 성녀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럼 들어갈까요?”
“네!”
“소환사!”
던전 입구로 발을 들이려는 찰나.
뒤쪽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검제와 크라운 길드 간부들이다.
웅성웅성.
다시 장내는 술렁이기 시작했다.
아무리 신규 던전이라고 해도 한국 지존이 직접 올 수준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우거 던전이나 6급 던전이면 또 모르겠지만.
“선배님. 여기서 또 뵙네요.”
“지금 이게 뭐하는 짓입니까!?”
“네? 무슨 말씀이신지…….”
“어떻게 저와 상의도 없이 천사 길드를 빼 갈 수가 있어요? 천사 길드는 저희 길드와 협력하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검제는 쌍욕이 혀끝에서 맴도는 듯하였다.
걸쭉하게 욕을 하고 싶은데 간신히 참는 것이 보였다.
착한 놈 코스프레를 또 하려는 모양인데, 그런 코스프레는 나도 뒤지지 않는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귀 길드에서 천사 길드를 압박하고 협박해서 성녀께서 직접 저에게 도움을 요청하셨어요.”
“그 무슨 말도 안 되는 모함을!”
“모함이요? 모함인지 아닌지 본인에게 이야기를 들어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