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75
제75화. 공짜로?(2)
“예?”
오세춘은 평소답지 않게 멍청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가까스로 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참았다.
“지부장님은 지성을 가진 현대인입니다. 그런데 설마하니 제가 공짜로 도움을 주리라 생각을 하신 건 아니겠죠?”
“아, 그건.”
오세춘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단순히 우리 길드와 협력관계를 구축한 것만으로 큰 도움을 바라는 것은 도둑놈 심보라는 걸 이제야 깨달은 모양이다.
내가 세력을 구축하기 전이라면 모를까.
지금의 나는 예전과 위치가 많이 달라졌다.
처음 헌터계에 발을 들일 때라면 모르겠지만 이제는 아니다.
길드원은 50명에 불과하였지만, 암제와 독왕을 차례로 꺾고 천사 길드까지 품에 안은 지금은 실로 어마어마한 전력의 상승이 있었다.
무엇보다.
나를 1인분 전력이라고 취급하면 곤란하다.
이미 그는 내가 최소한 20인분은 할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허허허. 그렇군요. 제 생각이 안일했습니다.”
“쉽게 인정하시는군요?”
“그 이외에 제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있겠습니까?”
오세춘은 살짝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발전 가능성이 현저하게 높은 나를 끌어들인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이제야 깨달은 눈치였다.
지금이라도 깨달았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무엇을 원하십니까?”
“지분이죠.”
“저희 레몽 길드의 지분을 원하시는 것이군요.”
“네. 을들의 반란은 보름 후 한국 헌터계를 평정하고 최소한 몇 개월 안에 세계무대로 나아갈 작정입니다. 그러니 귀 길드의 지분을 요구하는 것은 전혀 과하지 않죠.”
“과연…….”
지금도 수백 명이 길드에 지원서를 넣고 있었다.
자세하게 어떤 지원이 들어가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우리 길드가 타 길드에 비하여 지원이 굉장히 빵빵하다는 정도야 다들 알고 있었다.
지원은 끊이지 않을 것이고, 순식간에 몸집은 불어나게 될 것이었다.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나는군요. 사실 그때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고 생각을 했었습니다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군요.”
“지분의 반을 주신다면 기꺼이 돕도록 하죠.”
“과한 요구십니다.”우리들 곁으로 길드원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을들의 반란은 물론이고 천사 길드까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다.
아직 공식적은 아니었지만 천사 길드는 우리 길드와 병합될 것이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레몽 길드의 지분을 갖게 된다면?
그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이번에 오세춘이 레몽의 보스로 추대된다고 해도 크고 작은 반란은 끊이지 않을 것이고, 우리들의 도움은 필수적이다.
지분은 그때 더 요구를 해도 된다.
최종적으로는 레몽을 집어 삼키는 대전략.
오세춘이라면 그런 사실도 짐작하고 있겠지만 선택의 여지는 없다.
“30%로 하시죠. 50%는 너무 과합니다.”
“마지노선 40%입니다. 거절하신다면 다른 보조 길드를 찾도록 하죠.”
“끄응.”
오세춘은 깊은 한숨을 내쉰다.
“좋습니다.”
“그리고 저와 잠시 독대를 하시죠. 세부적인 사안을 논해야 하니.”
“……알겠습니다.”
***
강한성은 레몽의 지부장을 텐트로 데려갔다.
그 안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가는지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
결계까지 친 것으로 봐서는 전략이 논의되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리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 바닥에서 10년 동안 구른 세실리아의 생각은 달랐다.
“레몽은 불법과 합법을 오가는 악명 높은 단체죠.”
“네? 레몽이요?”
역시나 관심을 갖는 사람들.
그녀에게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는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이야기였다.
“아마도 길드장님은 레몽의 불법적인 사업을 정리하라고 권유하고 계실 거예요.”
“성녀 누님. 전략이 아니라요?”
박수철은 은근히 세실리아에게 친근함을 표시했다.
어차피 박수철과는 오랜 세월 함께하게 될 것이었으므로 세실리아도 딱히 그 태도를 제지하지는 않았다.
“전략이야 단순하죠. 어떻게 해서든 지부장님을 보스의 자리에 올리면 되니까요. 하지만 사업은 그게 아니에요. 보스의 결단이 필요하거든요.”
“보스라……. 단순한 길드가 아니라는 건 알겠네요.”
“최종적으로 레몽을 집어 삼키고자 하시니 불법적인 사업을 정리하는 건 필수라고 할 수 있죠.”
“레몽을 집어 삼킨다고요?”
“여러분들은 못 느끼셨어요?”
사람들은 고개를 저었다.
설마하니 그렇게까지 되겠나 싶은 거다.
레몽이 불법적인 사업들에 손을 댄다고 해도 합법적인 사업의 범위가 좁은 건 결코 아니었다.
보조길드로써는 과분할 정도로 강력한 세력을 구축하고 있었다.
그런 길드가 집어 삼켜진다?
“소환사님의 야망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커요.”
세실리아의 눈이 반짝인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도 소환사를 선택한 것이다.
그녀의 복수를 위해.
텐트 안에서는 무거운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오세춘은 이렇게까지 깊게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분을 넘겨주는 것으로도 모자라 보스의 자리에 오르기도 전에 간섭을 받아야 하다니.
그러니 짚고 넘어갈 것은 분명하게 짚어야 한다.
“제가 돕는 조건으로 불법적인 사업들을 정리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건 어렵습니다.”
“저희 길드와 결탁을 하기 위해서는 반불법은 몰라도 완전한 불법 사업은 정리를 하셔야죠. 언제까지 그러실 수는 없죠.”
“허허. 어떤 사업을 말씀하시는 건지요?”
“마약이나 인신매매 같은 사업 말이죠.”
“그쪽 사업에서는 슬슬 손을 떼고 있는 중입니다만.”
“완전히 손을 떼 주세요. 저희 길드가 세계로 진출을 하는 순간 그 이상의 수익을 약속드리죠.”
“음.”
레몽은 본질이 마피아 단체다.
지금이야 헌터업으로 전환하고 있는 중이었지만, 그들에게는 전통적인(?) 사업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전통적인 사업들을 끌어안고 가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큰 것이 사실이다.
오세춘은 깊게 생각을 한 끝에 입을 열었다.
“다크 옥션이나 장물거래 등은.”
“그건 오히려 권장되는 사안이죠. 레몽에서 직접 장물을 가져오는 것만 아니라면야.”
“권장하신다고요?”
“암시장은 반드시 운영되어야 하죠. 그 정도는 제 선에서 어떻게든 뒤를 봐줄 수 있습니다만, 나머지 사업들은.”
“길드장님께서는 어디까지 내다보십니까?”
“세계 1위 길드를 지향합니다.”
“세계 1위라…….”
“제가 발전하고 있는 속도를 아신다면 가능하리라는 사실을 아실 텐데요.”
“좋습니다.”
“예?”
“말씀에 따르겠습니다.”
이거 뭔가 일이 쉽게 풀리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는 조건을 달았다.
“보름 후에 있을 검제와의 대결에서 승리하시고 대한민국 1위 랭크를 다신다면 미래를 보고 불법적인 사업을 철수하겠습니다.”
“그러시죠.”
여기서 더 바라는 것은 내 욕심이다.
이미 오세춘은 자신의 미래를 여기서 어렴풋이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최종적으로는 내가 레몽을 집어 삼키리라는 사실까지 말이다.
서울로 향하는 차량 안.
오세춘은 내일 바로 레몽의 본부인 프랑스로 향할 예정이었다.
오늘 일정은 빠르게 종료했다.
그래도 보스가 몇 주는 더 버텨 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변고가 생겼다.
암묵적으로 장례기간 안에는 전쟁이 벌어지지 않을 테니 본격적인 후계다툼은 그 이후에 벌어질 것이다.
임서희가 꽤나 걱정스럽게 말했다.
“과연 소환사가 후계자 세력들을 모두 처리할 수 있을까요?”
“가능할 거야.”
“만약 패한다면.”
“패한다고 해도 내 세력이 있으니 보스의 자리에 오르는 것이 가능하지. 오히려 나는 소환사가 패했으면 좋겠는데.”
그리 된다면 약속을 지킬 필요가 없어진다.
이용해 먹을 대로 이용한 후에 이익만 취하는 형태가 가능해진다.
하지만 과연 그리 될까?
“그 인간…… 정말 야망이 크더군.”
“정말로 세계를 집어 삼킬 작정일까요?”
“처음 그를 만났을 때, 과연 한국을 집어 삼키리라 짐작이나 했었나?”
“그건 그래도 세계는 좀 다른 문제죠.”
“어째서?”
“강한 사람들이 즐비해요. 소환사가 놀기에는 지나치게 넓은 세계에요.”
“발전하는 속도를 보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은데.”
“지부장님이 그리 판단하신다면 저도 할 말은 없지만요.”
“지금은 쓸데없는 생각 말고 보스의 자리에 앉는 것만 생각하자고. 그때 모든 것을 결정해도 늦지 않으니.”
다음날, 강행군이 시작됐다.
가능하면 빨리 던전을 클리어 하고 프랑스로 날아가야 한다.
오세춘이 원하는 것은 무력이다.
어떻게 해서든 적들의 머리만 치면 되는 일이었기에 소수의 인원만 동원하는 것이 좋았다.
이번 프랑스행에는 박수철과 이하나 정도만 대동할 예정이다.
2차 안전지대를 지나쳐 오후 3시 무렵.
가능하면 오늘 히든 던전을 공략했으면 했다.
우리들은 호숫가를 거슬러 올라갔다.
검게 변색된 물로 가득 차 있는 거대한 호수.
이곳에는 난파된 선박이 한 척 있었다.
‘찾았군.’
히든 던전으로 들어가는 입구다.
정확하게 어디가 입구인지 알고 있었지만, 너무 쉽게 모든 것을 밝혀 의심을 살 필요는 없었다.
짝! 짝!
손뼉을 쳐서 사람들의 시선을 모은다.
“천사들이 난파선 주변을 경계할 겁니다. 그러니 난파선 안쪽을 수색해 보도록 하죠. 운이 좋으면 아이템을 얻을 수도 있으니까.”
“네!”
보물선을 방불케 하는 비주얼이다.
나무가 검게 변하여 을씨년스러움을 풍기는 것은 어쩔 수가 없지만, 족히 수백 명은 수용할 수 있을 법한 크기의 난파선 안에는 뭐가 있어도 있을 거라는 분위기가 풀풀 풍긴다.
끼릭! 끼리리릭!
난파선 안에서 전투가 벌어진다.
이곳을 지키는 놈들은 레벨 50대의 강화 스켈레톤이다.
강화된 뼈에 거대한 대검을 든 것이 특징.
만약 우리 길드만 입장했다면 여기서도 상당한 피해가 발생했을 수도 있었다.
애초에 마기로 강화된 뼈는 검이 박히지 않았으니까.
카앙!
“뭐 이런?”
빠르게 움직이며 칼질을 하던 박수철이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물러났다.
“혀, 형님. 칼이 안 박히는데요?”
“저에게 맡겨 주세요!”
우리에게는 비장의 무기가 있다.
세실리아를 비롯한 사제들이 정화를 비롯하여 신성력 강화를 무기에 걸어 주었다.
강화 스켈레톤의 움직임이 현저하게 느려진다.
쾅!
콰과과광!
그제야 검이 박혀 들어간다.
신성력과 조합이 되자 체감상 강화 스켈레톤의 레벨이 40 정도로 다운이 된 느낌이다.
빠르게 스켈레톤들을 정리하고 난파선 밑바닥으로 내려온다.
쿠구구구!
어마어마한 마기로 일렁거리는 공간.
우리들은 그 앞에서 멈추었다.
“히, 히든 던전입니다!”
“와, 대박! 여기 히든 던전이 있을 줄이야. 도대체 5급 히든 던전에서는 뭐가 떨어지지?”
다들 기대감에 가득한 표정이다.
나는 마지막으로 경계를 서던 천사들도 철수시켰다.
기대감을 갖는 것은 천사 길드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길드에서 파견이 되었을 때에는 어마어마한 수수료를 떼여야 했겠지만, 우리 길드와 병합이 예정되어 있는 이상, 보상에서 수수료를 떼어가지 않는다.
즉 운에 따라 보상을 받으면 그건 온전히 본인의 것이 된다는 뜻이었다.
그들에게도 다시없을 기회였다.
“다들 준비는…….”
“준비 끝났습니다!”
“보상 받으러 갑시다!”
사기가 아주 하늘을 찌른다.
입꼬리가 절로 올라간다.
“그럼 유니크를 먹으러 가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