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79
제79화. 창과 방패(2)
빈말이 아니라 백승후의 신수는 굉장히 훤해졌다.
얼마 전까지는 꾀죄죄한 몰골에 얼굴에 절망이 드리워져 있었으나 지금은 전혀 그리 보이지 않았다.
역시 어디를 가든 돈이 권력인가.
감옥이라고 해도 돈이 있으면 대우를 받기 마련이었다.
아마 어느 정도의 돈을 주고 감옥 안에서 자신의 비서 역할을 하는 수감자를 구하기도 했을 것이다.
백승후는 편안하게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
“얼굴이 폈는데.”
“돈의 힘이겠지.”
“백승후. 오늘도 정보를 사기 위해 왔다.”
“대가만 충분하다면.”
놈은 거들먹거리며 웃었다.
조금 편해졌다고 옛 버릇이 나온다.
백승후는 손가락을 펴서 담배를 달라는 모션을 취했다.
그건 어렵지 않다.
헌터에게 담배는 쥐약이지만, 헌터가 되기를 포기한 인간이라면 무엇을 하든 상관없는 일.
나는 아예 담배를 보루 채로 내밀었다.
치익.
“후우. 그래, 오늘 가져온 대가는 뭐지?”
“그보다는 네가 아주 좋은 패를 꺼냈으면 좋겠는데.”
“내가 그래야 할 이유가 있나. 지금도 편하게 살고 있거든.”
“그깟 몇 천은 금방 떨어질 거야. 꼴을 보니 아예 돈을 뿌려대고 있는 것 같은데?”
“돈이야 얼마든지 쓸 수 있지. 여기에는 그만한 가치가 있거든.”
백승후는 자신의 머리통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렸다.
놈의 말은 근본적으로 틀리지 않다.
어떤 정보이든 상당한 돈을 받을 것이 틀림없었다.
지금 상황에서 내가 그만한 돈을 아낄 이유도 없었고.
“너, 분명히 파멸의 심장에 대해 알고 있겠지?”
“파멸의 심장?”
“파멸기사가 동료였잖아. 놈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아서.”
“하, 씨발. 그건 또 어떻게 알았데.”
“어때? 파멸의 심장 주문을 어떻게 얻을 수 있는지 알려 준다면 그만한 대가를 지불할 생각이 있는데.”
“파멸의 심장은 거의 즉사기나 마찬가지인데 고작 돈으로 때우려고?”
“즉사기 같은 소리 하네. 심장에 타격을 주는 건 맞지만, 몇 년만 지나도 휴지조각이 될 건데?”
“그래도 사람 죽이기에는 그만 아닌가.”
“지금보다 수준이 올라가도?”
파멸의 심장.
일명 심장을 파괴 시킨다는 주문이었는데, 상대의 수준에 따라서 들어가는 데미지가 다르다.
하급 헌터라면 무조건 즉사다.
심장이 그대로 폭발을 해버리니까.
하지만 레벨이 50만 넘어도 즉사는 불가능하였고 HP를 대폭 깎아내는 것은 가능했다.
또한 레벨 60이 넘으면 아무리 HP가 낮아도 즉사는 불가능했고 HP가 10% 이하로는 깎이지 않는다는 제약도 있었다.
지금이야 대단한 주문이겠지만 미래로 갈수록 가치가 떨어진다.
“크큭. 그것도 알고 있었냐.”
“나름대로 헌터계에 관심이 많았거든.”
놈은 아예 줄담배를 피우기로 작정한 모양이다.
면회실이 연기로 자욱해진다.
“알고 있지. 파멸기사는 네 말대로 동료였거든. 파멸의 심장이 멸망 후에는 크게 주목 받지 못한다는 것도 알기는 하지. 그래도 말이야. 지금 PK를 하면 엄청난 무기 하나를 얻게 되는 건데, 그만한 대가는 받아야겠지?”
역시나 놈은 스킬의 장단점을 꿰고 있었다.
지금이야 일반인에 불과하지만 20년이 넘는 내공을 가지고 있었다.
놈의 감각을 이용하면 수감자들 따위야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고 돈도 있으니 아주 편안하게 살고 있을 것이다.
여기서 나는 좀 더 편안한 삶을 선물할 것이다.
“1년 VIP 독방은 어떠냐?”
“VIP 독방?”
“담배는 그냥 피울 수 있고 외부의 물건들도 대부분 구할 수 있지. 거기에 더하여 가구와 가전까지 갖춰져 있으니 천국 아니냐.”
“오호. 그건 구미가 좀 당기는데?”
백승후는 씩 미소를 지었다.
이만하면 놈에게도 손해는 아닐 것이다.
“좋아. 어렵지 않지. 너는 운이 상당히 좋은 편이야. 그 던전이 뜨기 전에 내게 물어봤으니까.”
“그 던전이라니?”
“6급 S랭크 던전. 영국 런던에 뜨지. 앞으로 12일 남았고.”
“……!”
“아마 만만치는 않을 걸? 그리고 만약 파멸기사 그놈이 우리처럼 회귀자가 아니라는 법도 없고.”
“내가 알기로 회귀자는 한국에 너와 나. 딱 둘이다.”
“과연 그럴까?”
백승후는 의미심장하게 말했지만, 나는 그냥 흘러 넘겼다.
한국에 회귀자가 또 있다고 한들 과연 내 상대가 될까?
그건 아니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하하하! 그럼 나중에 또 보자고!”
백승후와 헤어진 후, 나는 교도소장을 찾았다.
불과 며칠 만에 내 명성은 더욱 올라갔다.
독왕을 무너뜨리고 천사 길드까지 품에 안았으니까.
머지않은 미래, 검제까지 무너뜨리고 나면 명실상부 한국 헌터계의 지존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교도소장이 나를 만나지 않을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백승후에게 정보를 받았으니 그만한 대가는 지불해야 한다.
“아이고, 미래의 지존께서 방문을 해주시고 영광입니다.”
“별말씀을.”
나는 딱히 부정하지 않았다.
앞으로 12일 후에 잘하면 파멸의 심장을 손에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강력한 창과 방패를 얻게 되는 격이었으니 검제를 충분히 상대할 수 있지 않을까.
“백승후 수감자와 이야기를 나누셨다고 들었는데 그와 관련된 일이신지요.”
“맞습니다.”
“제가 무엇을 도와드리면 될까요?”
상당한 저자세다.
그렇다면 나쁠 것 없지.
나는 먼저 돈부터 밀어 넣었다.
5만 원 권 지폐가 가득 담겨 있는 현금 다발이었다.
금액은 총 10억.
“깨끗하게 세탁이 된 돈입니다.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허험. 교도소의 운영을 위하여 사용하겠습니다.”
“그럴 필요 있나요. 그저 이 돈은 나랏일을 하시는 소장님을 위한 작은 성의일 뿐이니 품위유지를 하는데 사용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허허허! 그러겠습니다.”
소장의 얼굴이 더욱 펴진다.
세상에 돈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
대놓고 뇌물을 먹인 것이었지만 이 사실이 걸린다고 해도 정부 차원에서 막아 줄 것이 뻔하다.
나는 이제 그만한 위치에 있었으니까.
“다름이 아니라 제 친우인 백승후 수감자에게 VIP 독방을 6개월 정도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어렵지 않습니다.”
월세 1억이 넘는 독방.
소장의 입장에서 그 정도는 어렵지 않은 일이다.
이걸로 계약은 타결이다.
백승후는 자신의 방에서는 거의 왕처럼 군림하고 있었다.
햇볕이 잘 드는 창문 앞이 그의 자리였고, 폭력과 돈의 힘 덕분에 방장으로 편하게 쉬고 있는 중이다.
끼이익.
“1421번.”
“무슨 일이지?”
“다른 방으로 이감이다.”
“어라? 교도관. 이거 뭐 잘못된 거 아니오?”
“우리 형님이 왜?”
“나와라. 나쁜 일은 아니니.”
“흐. 그러지.”
백승후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는 당황스러워 하고 있는 감방의 동료들을 슥 훑는다.
“밖에서 보자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최고의 무기다.
거기에 더하여 백승후는 소환사라는 뒷배를 얻었다.
교도관에게 반말을 해도 딱히 제지를 하지 않는 것으로 봐서는 역시 헌터를 뒷배로 두고 있다는 점이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 같다.
“오늘부터 여기서 지내라.”
“오호. 고맙군.”
백승후는 교도관에게 봉투 하나를 찔러 주었다.
돈은 차고 넘친다.
오늘 백승후는 파멸의 심장의 정보만 팔아먹은 것이 아니었다. 그 이외에 다른 자잘한 정보들도 팔았다.
독방으로 들어오자 웬만한 오피스텔과 다름없이 꾸며져 있었다.
창문이 작다는 것을 제외하면 고급스럽게 인테리어가 되어 있었다.
교도소마다 VIP를 위한 독방이 따로 있다고 하더니 정말이다.
털썩.
백승후는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다.
소환사 녀석도 자신과 같은 과다.
본인은 아닌 척하고 있었지만, 강해지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무려 교도소장에게 뇌물을 먹이다니.
“큭. 씨발 새끼. 이거 원래 내가 하던 짓거리인데.”
덕분에 생활이 편해졌다.
우선 이곳을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래야 복수를 하든 말든 할 테니까.
하지만 그 전에.
“컴퓨터가 한 대 있으면 좋겠는데.”
가능하면 인터넷이 연결되어 있는 컴퓨터.
지겨운 교도소 생활을 빠르게 흘려보내려면 그 정도는 필수지 않을까.
“어떤 정보를 풀어야 해주려나?”
***
이른 아침.
아직 새벽이었지만 빠르게 준비를 한다.
오늘 8시 비행기로 떠나려면 최소한 한 시간 전에는 공항에 도착해야 한다.
인천까지 지하철을 타고 가는 것이 가장 빨랐으니 여기서 6시에는 나가야 하지 않을까.
바쁘기는 했지만, 할 일은 한다.
일일 선물이 도착했습니다.
일일 선물은 레벨에 따라 차등 지급됩니다.
강화석 x50, 상급 경험신단 x30, 코인x300, 펫 경험신단 x30. 탈것 경험신단 x30, 브론즈 상자 x1
레벨 50을 넘기면서 일일 선물도 꽤나 풍족해졌다.
무엇보다 브론즈 상자에서는 좋은 아이템들이 꽤 나왔다.
꽝일 때도 있기는 했지만.
[브론즈 상자를 개봉합니다.] [상당한 운이 솟구칩니다!] [코인 500개를 획득합니다.]“오늘은 운이 꽤 좋은데.”
코인을 주기도 한다.
내 실력이 올라가는 만큼 필요한 돈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었지만 코인 500개도 적은 금액은 아니었다.
씻으면서는 지옥마경과 스테이지 던전에 아바타를 집어넣고 한편으로는 어젯밤에 거대 마수의 섬에서 나온 아이템도 살펴본다.
[아바타가 탈것 유니크 아이템을 습득했습니다.]그밖에도 경험치나 잡다한 아이템들을 먹기는 했지만, 핵심은 이거다.
어제 백승후에게 천만 원을 주고 구매한 정보다.
“그 자식. 은근히 혜자라는 말이지.”
파멸의 심장 스킬을 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게 되었고 그밖에 몇 가지 정보를 더 얻어냈다.
그 정보들을 다 소화하고 나면 다시 교도소를 찾아가 정보를 얻어낼 작정이었다.
준비를 마칠 즈음.
이하나와 박수철이 찾아온다.
“형님! 좋은 아침입니다! 준비 끝났죠?”
“와, 오늘은 어쩐 일로 빨리 준비를 하셨네요?”
“자자, 그럼 나가자고요.”
인천국제공항.
새벽같이 도착을 했기 때문인지 기자들도 들러붙지 않았고 편안하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다만 출국장에서 우리들은 잠시 어디론가 이동되었다.
웬 정부 인사들이 찾아왔는데, 그들은 몹시 불안한 얼굴이다.
“헌터관리국 이기철이라고 합니다.”
“헌터관리국에서는 어째서?”
“소환사님과 유령기사님, 그리고 지혜의 마도사 님까지. 워낙에 국가에서 신경 쓰고 관리를 하는 전력인지라…….”
“엥? 우리가 그렇게 대단했어요?”
박수철은 짐짓 모른 척을 하며 말했다.
이기철은 허리까지 굽실거린다.
“아이고 헌터님들은 국가전력이십니다. 갑자기 이렇게 해외로 나가신다는 것은……. 이유를 여쭤 봐도 될까요?”
“레몽 길드가 저희 제휴 길드인 것은 아시지요?”
“아, 물론이죠.”
“그쪽에 볼일이 있어서요.”
“그러십니까? 혹시라도 귀화를 하실 수도 있어 부득이하게 서약서를 받고 있습니다.”
우리는 서약서를 보며 웃었다.
이번 해외 방문에서 타국으로 귀화를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였다.
이게 없으면 해외여행도 되지 않는다.
당연히 타국으로 귀화는 생각이 없었으므로 사인을 하고 출국장으로 향한다.
박수철이 은근히 거들먹거렸다.
“귀화불가 서약서라니. 형님. 우리도 많이 발전한 모양입니다.”
“몇 주 있으면 더 심해질 거다.”
/그때에는 우리 길드가 한국 1위가 되어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