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82
제82화. 권력(2)
“끄악!”
“아아악!”
비명소리가 난무하는 가운데 드팽과 샤몽 앞에 은빛의 방패를 든 남자가 나타났다.
은빛의 갑주를 비롯한 여러 가지 장비로 순식간에 무장을 하고 그들의 앞을 막아섰다.
갑주에는 실버 드래곤이 그려져 있었는데 한눈에 보기에도 심상치 않다.
“대체 이놈은 무슨 생각으로?”
대담하게 홀로 그들의 앞을 막아선 남자.
아무리 한국이 헌터 불모지라지만 그들은 소환사에 대해 낱낱하게 조사를 했었다.
오세춘이 배후로 둔 자가 소환사였으니 적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은 당연지사.
그가 활약을 할 때마다 코웃음을 친 것은 소환사가 각성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제와 독왕을 물리쳤으나 그것이 한계라고 여겼다. 한국의 헌터들이 너무 나약해서 소환사에게 패한 것이라고.
무엇보다.
소환사는 마법 계열이다.
이렇게 방패를 들고 앞으로 나섰다고 해도 혼자인 이상 프랑스의 아로운 길드와 아처 길드의 정예들이 뒤에 있는 이상 결코 위해를 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미친놈인가?”
드팽은 이해할 수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암살자들은 이리저리 움직이며 아군을 쓰러뜨리기에 여념이 없다. 즉, 이쪽으로는 눈을 돌릴 틈이 없다는 뜻이다.
이러한 가운데 혼자 나섰다는 것은 자살을 선택한 것으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드팽의 눈동자가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누가 이 작자를 치워 주시오!”
“제가 처리하지요.”
쿵!
아로운 길드의 길드장이자 프랑스 헌터계 10위에 랭크되어 있는 크론이 나선다.
그는 바닥을 거대한 대검으로 찍었다.
결계가 형성되어 있었기에 대리석이 망가지지는 않았지만, 대단히 위협적으로 보인다.
소환사와 크론의 대결.
분명 순식간에 소환사가 쓰러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소환사가 크론에게 손가락을 까딱였다.
“덤벼라. 너희들은 시간이 없잖아?”
“흥! 언제까지 주둥아리를 나불거릴 수 있는지 보자!”
“우리나라 속담에 겁먹은 개가 짖는다고 하던데.”
“노옴!”
크론의 근육이 꿈틀거렸다.
그에 비한다면 소환사는 왜소한 체격이었다.
크론의 키는 2미터. 거기에 몸무게는 130kg이 넘었다.
온몸이 근육으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외공까지 익혀 피부는 강철과 같이 단단했다.
마법 계열의 헌터가 정면으로 돌파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라는 뜻이다.
쿵!
크론이 움직였다.
거대한 대검이 소환사의 몸을 쪼개 버릴 것처럼 움직였다.
느리지만 압도적인 힘.
오직 힘 하나로 이 자리에 올라온 만큼 소환사는 단숨에 곤죽이 될 것이다.
소환사는 살짝 몸을 틀어 대검을 흘려보낸 후에 자신의 대검의 뒷날로 크론의 머리통을 후려 쳤다.
꽈직!
“케엑!”
“……!”
철푸덕.
크론의 투구가 함몰됐다.
나름대로 유니크로 이름을 날리던 성기사의 투구였다.
그런데 그런 유니크 아이템이 곧바로 뭉개진 것이다.
죽지는 않은 것 같지만 크론은 그대로 기절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사람들의 눈이 튀어 나올 것 같았다.
이게 마법사인가, 전사인가?
아처 길드의 길드장 퐁쉐드가 거대한 대궁을 들고 나왔다.
“너무 방심을 한 모양인데.”
20대 후반의 비교적 젊은 나이.
눈동자에는 호기심이 가득하다.
꽈드드득!
퐁쉐드는 바로 활을 들어 속사했다.
핑핑핑!
퍼버벅!
“커어억!”
화살은 방패에 막혔다.
이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화살을 쏜 것은 퐁쉐드인데 정작 그가 가슴을 쥐며 밀려난 것이다.
그때, 소환사가 몸을 날려 방패로 퐁쉐드의 얼굴을 쳐서 날려 버렸다.
꽈직!
“끄아아아악!”
털썩.
“…….”
그야말로 순식간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환사가 움직이는 것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
뭔가 잔상이 남았다고 생각을 하는 순간, 퐁쉐드가 바닥에 쓰러져 뒹군 것이다.
프랑스의 랭커들 중 둘이나 쓰러졌다.
후방의 상황도 빠르게 정리가 되는 중이다.
소환사 하나도 어찌 처리를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암살자들까지 가세를 한다면?
처음으로 드팽은 여기서 뼈를 묻어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다리가 떨린다.
하지만 물러설 수는 없다.
해외 용병, 그것도 오세춘의 배후에게 밀려 벌벌 떤다면 그는 보스의 자리에 앉을 명분을 잃는다.
“쳐라! 놈은 하나다!”
“와아아!”
모든 헌터들이 돌격한다.
그리고 그들은 진정한 지옥으로 보았다.
쾅!
“커어억!”
퍼어억!
쩌저정!
온갖 아이템으로 무장을 한 채로 나는 전장을 누볐다.
이번에 얻은 거울의 방패와 용린갑의 우수성을 보기 위해 실전을 치른 것이었는데, 생각보다 거울의 방패가 가진 효과가 뛰어났다.
무려 데미지를 50%나 반사시킨다는 것은 실로 사기적인 효과였다.
이 정도 유니크라면 내구도가 다 떨어지더라도 코인을 사용하여 복원을 해볼 만하다.
그러나 뒤에서 공격하는 놈들도 있었다.
펑! 퍼버버벙!
그때마다 용린갑의 마법진이 빛나며 실드를 쳤다.
실드를 뚫어도 상관없다.
놈들의 허접한 공격으로는 용린갑을 뚫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용린갑에 붙어 있는 힘 옵션은 이리저리 날뛰기에 최적화되어 있었다.
양떼 가운데 쳐들어간 늑대처럼 적진을 누빈다.
양들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양은 양일뿐이다. 늑대를 어찌 할 수가 없다.
‘템빨’과 ‘스킬빨’로 무장하고 있는 나는 전장의 지배자로 군림했다.
어마어마한 힘으로 죄다 찍어 눌러 버린다.
꽈직!
“케엑!”
퍼어억!
“아아악!”
대검은 뒷날을 이용했다.
모조리 목을 쳐버릴 수도 있었지만, 이곳은 타국.
용병으로 타 세력의 권력싸움에 끼어 든 것이고, 외국인이 자국인들을 무차별 살해해버리면 프랑스 경찰도 움직일 수밖에 없다.
단순히 다치는 것은 헌터들의 싸움으로 치부할 수 있었지만, 그 이상은 최대한 자제를 한다.
그 와중에 한둘 정도 죽는 거야 어쩔 수 없다.
그건 오세춘이 처리를 해주어야 한다.
달려드는 헌터의 머리통을 친 후에 그대로 돌격한다.
무식하고 우직하게 파고들어 드팽의 머리를 찍었다.
퍼억!
“커억!”
한 놈은 그대로 기절.
샤몽은 벌벌 떨며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다.
곧이어 후방을 정리한 암살자들이 그들을 포위하였다.
도주할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다.
샤몽은 식은땀을 흘리며 미친 사람처럼 중얼거렸다.
“말도 안 돼.”
“말이 돼. 너희들 같이 허접한 놈들이 덤빈 것 자체가 잘못이거든.”
정리가 되어가는 상황.
오세춘은 혼자서 십여 명의 헌터들을 한꺼번에 처리하고 있는 강한성의 모습을 바라보며 혀를 내둘렀다.
은빛의 찬란한 갑주를 몸에 두르고 적들을 하나씩 쓰러뜨렸다.
공격들은 대부분 무효화.
강한성이 움직이는 동안 온갖 원거리 공격이 날아왔지만 어떤 아이템을 착용한 것인지 모조리 튕겨냈다.
몇몇은 갑옷에 박혔지만, 뚫지 못했다.
갑옷이 복원되는 것이 눈에 보였다.
“도대체 저건 뭐지?”
“뭔지는 몰라도 대단한 아이템이네요.”식은땀을 흘리기는 임서희도 마찬가지였다.
소환사가 단 세 명만 끌고 왔을 때에는 이게 뭔 오만인가 싶었지만, 그들은 각자 역할을 다했다.
박수철의 손에 쓰러진 숫자만 수십.
이하나는 결계를 치고 아군을 보호하면서 박수철에게 지원사격을 했다.
그 와중에 소환수들은 적들을 죄다 쓸어 버렸고, 소환사 본인은 자신이 마법사인 것도 잊은 채로 돌격했다.
그리고 결과는 완승.
“으으으.”“크으윽.”
바닥에 쓰러진 사람들은 신음을 흘렸다.
그야말로 피가 낭자했지만, 죽은 자들은 없었다.
“이게 가능한가?”
단 한 사람의 사망자도 없이 상황을 정리했다.
중상자들은 꽤 보였지만, 문제는 아니다. 성수와 포션, 그리고 사제들이 있으니까.
소환수들은 바닥에 쓰러진 자들을 줄줄이 동아줄에 엮었다.
그러자 굴비를 엮은 것처럼 죄다 포박이 됐다.
그들은 굳이 포박을 풀 생각도 하지 않았다. 포박을 푼다고 해도 절대 아군을 압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걸린 시간은 대략 10분.
강한성이 굴비 줄 선두에 있는 드팽을 데리고 왔다.
“지부장님. 다 정리가 된 것 같군요.”
“수, 수고하셨습니다!”
“이 정도면 저는 계약을 잘 준수한 것 같습니다만.”
“물론입니다!”
40%의 지분이 처음에는 아깝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이 정도면 50%의 지분을 내어 주어도 아깝지 않았다.
‘나는 지금 괴물의 탄생을 보고 있는지도.’
레몽 길드의 본부.
파리 외곽의 거대한 건물을 경호원들이 철통같이 방어하고 있었다.
소환수들은 모두 캔슬하였고 적들은 모조리 엮여 끌려 왔다.
성당의 처리는 간단하게 했다.
죽은 자들이 없었기에 부상자들을 치료했고 마력 구속구를 채웠다. 또한 피들은 엘레스트라가 깔끔하게 처리했다.
마법으로 공기까지 정화하니 성당에서 전투가 벌어졌다는 것을 믿기 힘들 지경이었다.
프랑스 경찰이 출동하는 사태도 일어났지만, 어차피 죽은 자가 없었기에 단순 세력다툼으로 치부하고 돌아갔다.
이것이야말로 헌터들이 가진 특권이다.
본부에서는 우리들을 극진히 대접했다.
우리들만으로 후계자 다툼을 끝내버렸다.
프랑스 9위, 10위 길드를 격파한 것이나 다름없었고, 더 이상의 유혈사태도 없었다.
피를 씻고 나오자 임서희가 차가운 음료를 건넸다.
“오늘 고생하셨습니다.”
“별일 아니었습니다.”
“혼자서 그렇게 쓸어버리실 줄은……. 솔직히 놀랐어요.”
“전력을 다한 것은 아니죠.”
한껏 허세를 부려본다.
이 허세는 잘 먹혔다.
우리들의 숫자는 겨우 셋.
만약 을들의 반란 길드가 제 모습을 갖추어 프랑스를 침공하면 헌터계가 완전히 무너질지도 몰랐다.
물론 지금 상황에서 국가대항전은 무리겠지만 최소한 임서희는 그게 가능하다고 여길 것이다.
레몽 길드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종국에는 완전히 흡수하기 위해서는 이 정도 허세는 적절하다고 판단된다.
“이제 로비로 모시겠습니다.”
“로비에는 어째서요?”
“새로운 보스가 소환사님 덕분에 탄생하였으니 그 과정을 보셔야죠.”
“그러지요.”
오세춘의 배후에 내가 있다는 것을 조직원들에게 각인시킨다.
정치적으로 아주 탁월한 선택이다.
로비로 나오자 무릎을 꿇고 있는 자들이 보였다.
오늘 된통 당한 드팽과 샤몽은 물론이고 그들이 동원한 외부 용병들, 그리고 모든 조직원들이 무릎을 꿇었다.
내가 나와 오세춘에게 눈짓을 하자 그는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나는 보스의 유지에 따라 그 자리를 승계한다. 불만이 있는 놈들은 지금 말해라.”
“…….”
누구도 불만을 제기하지 않았다.
분위기를 보아, 여기서 불만을 제기하면 그대로 제거되어 야산이 묻힐 것이 뻔했다.
짝! 짝!
임서희가 손뼉을 쳤다.
“보스의 자리에 앉으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짝짝짝짝!
암흑가를 주름 잡는 레몽의 보스가 바뀌었다.
그리고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오세춘의 배후에 내가 있다는 것이 각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