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83
제83화. 신화 급 던전(1)
그날 밤.
오세춘은 나를 자신의 집무실로 초대하였다.
이곳 레몽은 전통적인 마피아 조직에서 성장하였고 지금도 암흑가 내에서는 절대적인 힘을 발휘한다.
그렇기 때문일까.
웬만한 왕실의 집무실과 비견할 수 있을 정도의 방 안에는 벽에는 역대 보스들의 초상이 늘어서 있었다.
고풍스러운 가구들에서는 능히 그 세월을 짐작할 수 있었다.
오세춘은 자연스럽게 내게 상석을 권한다.
“어서 오십시오, 길드장님.”
“축하드립니다. 소원대로 보스의 자리에 오르셨군요.”
“허허허. 모두 길드장님의 도움 덕분입니다. 저희 세력만으로는 결코 불가능하였을 일이지요.”
“어째서요? 공식적인 후계자에 자금력도 탄탄하실 텐데요.”
“이곳이 이역만리여서 그렇습니다.”
“텃세로군요.”
“그렇다고 봐야죠.”
오세춘은 프랑스 국적자이기 전에 한국 핏줄이었다.
한국으로 세력을 확장하면서 이중국적을 갖고 있기도 했다.
그런 오세춘이 이 자리에까지 올라온 것은 분명 대단한 일이었지만, 텃세도 심했을 것이다.
특히나 레몽 길드는 전통적인 마피라 세력이었고, 한국인 출신에게 자신의 힘을 빌려 줄 헌터들도 없었을 것이다.
그 때문에 우리들이 용병으로 온 것이었고.
오세춘의 말은 충분히 일리가 있었다.
“그래도 이제는 보스죠.”
“책임감이 막중합니다.”
쪼르르륵.
오세춘은 고급 위스키를 대접했다.
문이 열리고 과일 안주들이 들어온다.
내일 바로 던전 탐사에 나가야하므로 과음은 삼가야겠지만 한 잔 정도는 괜찮을 것 같다.
사람들이 모두 나가자 오세춘은 본론을 꺼낸다.
“내일 던전을 탐사하기로 하셨지요.”
“분명 그랬죠. 자금이 필요하니까요.”
“그 탐사, 꼭 해야만 하는 것입니까?”
“문제 있나요?”
“이곳은 프랑스입니다. 인종차별도 존재하고 그 텃세는 말도 못합니다.”
“그래서요?”
“프랑스 길드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누가 온다고 해도 막을 수 없을 겁니다.”
프랑스 신화 급 던전.
내가 이곳에 온 이유 중 하나다.
물론 오세춘을 돕기 위한 것이 1번이었지만, 그렇다고 신화 급 던전이 눈앞에 있는지 공략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오세춘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지존이 움직일 수도 있습니다.”
“지존이라면?”
“우리들은 그년을 마녀라고 부릅니다만……. 공식적으로는 화염의 기사라고 하죠.”
“화염의 기사.”
당연히 들어본 적이 있다.
그녀는 지금도 프랑스 지존으로 군림하고 있지만 세상이 멸망한 이후에도 이름을 날렸다.
프랑스인들의 구심점을 한 것은 물론이고 내가 죽게 되는 그 순간까지도 살아 있었다.
회귀하였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회귀했다면 분명히 신화 급 던전을 가만히 두지 않았을 테니까.
“그녀가 올 겁니다.”
“그래서요?”
“충돌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녀의 손에 헌터 몇이 죽어 나갔죠. 만약 귀하께서 숨이 끊어지신다면.”
오세춘도 곤란해진다.
그는 내게 모든 것을 걸고 있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화염의 기사가 나를 조져 버린다면 오세춘은 기반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잘못하면 약소 세력으로 분류되어 신나게 두드려 맞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오세춘은 신중했다.
“다시 한 번 생각해 주실 수는 없으신지요?”
“불가합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곧 있으면 검제와 대결을 펼친다.
검제와 화염의 기사의 전력을 비교하면 검제가 윗줄이다.
즉, 검제와 대결 전에 몸을 풀기에는 적당한 상대라는 뜻이었다.
“그리고 제가 승리하면 어떻게 될까요?”
“그거야.”
“보스의 지위는 더욱 탄탄해집니다.”
프랑스 지존을 꺾어버리면 오세춘은 더욱 활개를 칠 수 있다.
프랑스에 굳건한 기반을 마련하고 나를 지원해 줄 여력이 생기는 것이다.
내가 그걸 왜 피해야 할까?
화염의 기사는 조금 부담스러울 수도 있었지만, 어차피 내가 뛰어 넘어야 하는 대상에 불과했다.
“허허허. 과연. 다 생각을 하고 계셨군요.”
“어느 정도는 그렇죠.”
“그렇다면 말리지 않겠습니다.”
오세춘도 나를 설득하기를 포기했다.
내 말대로 프랑스 지존이 넘어지면 오세춘에게 나쁠 것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내가 죽으면 지지기반이 흔들릴 수 있어도 지분은 회수할 수 있다.
“그보다.”
“말씀하시죠.”
“제가 화염의 기사를 꺾으면 저희 휘하 길드로 공식선언을 하는 것이 어떤가요?”
“휘하 길드로 말입니까?”
“네. 그리 되면 최소한 프랑스에서는 레몽을 건드릴 수 없게 되겠죠. 텃세에서 자유로워 질 수 있습니다. 한국인 출신 간부가 보스가 됐다? 프랑스 암흑가에서 어떻게 생각할지.”
“으음.”
오세춘은 되레 역공을 당한 듯한 표정이다.
혹을 떼려다가 붙였다고 할까.
“이거야 원. 길드장님의 심계가 어느 정도인지 이제는 두려워지기까지 합니다. 도대체 이 끝에 뭐가 있을지.”
‘뭐기는? 레몽을 내가 집어 삼키는 거지.’
“우선 걱정은 붙들어 매시죠.”
“허허허. 길드장님만 믿습니다.”
레몽 길드에서는 우리들에게 가장 좋은 방을 배정하였다.
귀빈들이 사용하는 곳이었고 보스의 방을 제외하고는 가장 좋다고 한다.
한 층을 모두 사용하는 만큼 호텔과는 비교할 수도 없었다.
바깥에는 전화만 하면 뭐든지 구해다 줄 고용인들도 상시 대기하고 있었다.
우리들은 잠들기 전에 잠시 모였다.
동료들에게 화염의 기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 그들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형님. 이길 수 있는 겁니까?”
“들어가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아무리 그래도 프랑스 지존은…….”
“그곳은 신화 급 던전이거든.”
“……!”
그제야 박수철의 표정이 바뀌었다.
신화 급 던전?
그곳에서는 신화 급 아이템이나 스킬이 뜰 수도 있었고 최소한 레어, 운이 좋으면 유니크도 충분히 노려 볼 수 있다.
이쯤 되니 박수철은 완전히 태세를 변환한다.
“그게 진짭니까, 형님?”
“내가 거짓말을 해서 뭐해.”
“역시 형님이십니다. 다 계획이 있으셨군요.”
“그럼 내가 괜히 목숨까지 걸려는 줄 알았냐? 차라리 잘됐어. 이참에 연습을 하는 거지. 그리고 신화 아이템이나 스킬을 먹으면 금상첨화고.”
“누님 생각은 어떻습니까?”
“완전히 찬성이지만. 그 지존이라는 것이 걸리네요.”
“제가 이긴다면요?”
“그럼 당연히 가야죠. 승률이 반만 되어도 반드시 클리어를 해야 해요.”
“좋습니다. 그럼 바로 연락을 해서 1세대 길드원들과 천사 길드원들을 부르세요.”
“이햐, 내일 프랑스 헌터계가 뒤집히겠네요.”
“프랑스만? 한국도 뒤집힐 걸.”
어찌 보면 국가대항전이라고도 볼 수 있었다.
프랑스 헌터계와 한국 헌터계의 싸움.
게다가 한국 헌터계에서는 아직 랭킹 3위인 내가 나섰다.
화염의 마녀가 박살나면 프랑스의 자존심은 완전히 꺾일 것이다.
다음날 오전.
우리는 늦잠을 잔 후에 모여 거하게 식사를 했다.
과연 식도락의 천국 프랑스일까.
코스요리가 끝도 없이 나와 거의 한 시간 동안 먹었다.
“아이고, 배불러.”
“배 터지겠어요.”
헌터는 일반인의 3배는 먹어 치운다.
우리가 이렇게 배가 부를 정도면 오세춘이 정말 신경을 써서 준비했다는 뜻이다.
다만 속이 좀 느글거린다.
“김치 좀 가져올걸.”
“하다못해 고추장이라도.”
먹을 때는 맛있었는데 먹고 나니 느끼하다고 할까.
물론 소화를 못 시킬 정도는 아니다.
똑똑.
“들어와요.”
“길드장님. 한국에서 헌터 분들이 오셨습니다.”집사장은 매우 정중하게 말했다.
저택을 나서는 동안 수많은 조직원들과 마주쳤는데 그들은 고개를 숙이며 우리들에게 경외를 표했다.
그들도 아는 것이다.
오세춘의 배후이자 우리가 없으면 레몽 길드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말이다.
저택 앞에는 세실리아와 박가희가 사람들을 이끌고 와 있었다.
고준삼도 보였지만, 빠르게 성장한 홍염의 마법사는 1세대 길드원들을 대표하게 되었다.
박가희가 달려와 내 손을 잡는다.
“길드장님! 그 말이 사실인가요!?”
“예. 어제 드린 말은 사실입니다.”
“와! 이게 무슨 경사지?”
기대하는 것은 세실리아와 천사 길드 사람들도 마찬가지.
천사 길드는 대외적으로 우리 휘하 길드였지만, 내부적으로는 병합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물론 아직 완전 융합의 단계는 아니었지만, 곧 그리 될 것이다.
세실리아가 앞으로 나와 인사한다.
“저희들을 불러주셔서 감사해요.”
“별말씀을. 우리는 한 몸이잖아요?”
“그렇게 말씀을 해 주시니 든든하네요.”
저택의 주인인 오세춘도 그들을 환영했다.
“한국의 전력이 총출동하였군요! 환영합니다.”
“축하드려요. 보스가 되셨다고요.”
“여러분들 덕분이죠. 다들 식사는 하셨나요?”
“아직이에요.”
“들어가시죠. 속이 든든해야 던전도 공략할 테니까요.”
우리는 레몽 본부에서 준비한 후에 출발하기로 했다.
파리의 명물 에펠탑.
설마하니 에펠탑 입구에 던전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미래에는 모르겠지만 아직은 한 번도 에펠탑을 조사한 사례는 없었다.
우리들은 에펠탑 앞에 모였다.
한국 같았으면 이곳이 기자들로 바글바글할 테지만 우리는 한국인들이었고, 한국 외신들이나 관심을 가질 뿐이었다.
한마디로 꽤 한산한 분위기다.
나는 이곳에서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물었다.
“여긴 6급 S랭크 던전입니다. 레벨 60대의 괴물들이 나오는 곳이죠. 우리들의 전력이 많이 상승하였지만, 그래도 힘들 수 있어요.”
“정확하게 어떤 던전인가요?”“그건 들어가 봐야 알죠.”
아직 입구도 열지 않은 상태다.
나는 이곳에 나오는 몬스터의 종류를 알고 있었지만, 거기까지 알린다면 필시 의심을 받게 된다.
아무리 같은 세력 소속이라고 해도 그런 의심은 피해야 옳다.
세실리아가 외쳤다.
“까짓것, 들어가요. 죽기야 하겠어요?”
“맞습니다! 들어갑시다.”
“그럼 개방합니다.”
에펠탑 입구의 매표소 한쪽을 뜯는다.
그러자 입구가 나타난다.
나중에 매표소 건물을 물어내야 할 수도 있었지만, 이 던전을 매각하고 나면 이 정도의 돈은 아무것도 아니다.
왜 매각이냐?
지금이야 6급 S랭크 던전이 드물어 비싼 값에 거래되지만 에펠탑의 ‘화염의 대지’는 전리품도 별로 없고 쓸데없이 공략이 힘들기만 하여 가격은 한없이 추락한다. 그러니 그냥 매각하는 편이 낫다.
[화염의 대지에 입장합니다.] [추천 레벨: 60] [공략 실패 시 사망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입장하시겠습니까?] [Y/N]우리들은 망설임 없이 입장했다.
곧 있으면 방해가 들어올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건 충분히 예상 안에 있는 일.
후끈한 열기와 함께 용암이 가득한 대지가 눈앞에 펼쳐졌다.
“그럼 한 번 신화 소환수를 뽑아 볼까?”
우선은 뽑기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