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84
제84화. 신화 급 던전(2)
쿠구구구!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른다.
마치 사우나에 들어온 듯한 온도에 사방은 용암으로 가득하였고, 인간의 발길 자체를 거부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런 가운데 우리는 전투 준비를 하느라 바쁘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
마나가 늘어나면서 해당 던전에 적합한 소환수를 뽑기 위하여 노력했다.
이곳 던전과 상생만 좋다면 유니크 소환수라고 해도 상관없다.
벌써 10번째.
그러나 여전히 마음에 드는 소환수는 나오지 않는다.
‘가능하면 신화 소환수였으면 좋겠는데.’
내가 굳이 신화 소환수를 뽑으려는 이유는 프랑스의 지존을 의식해서다.
길드전이 발생할 확률은 적었지만, 일대일 대결은 필연적이라고 봐야 한다.
지존 정도의 위치라면 상당히 오만할 것이고 내가 뽑은 소환수들을 인정할 가능성이 높다.
그 때문이라도 신화 소환수가 필요하다.
그리고 마침내.
[행운의 여신이 미소를 짓습니다.] [신화 급 소환수 설인 주술사 x15를 소환하였습니다.]“오! 드디어!”
휘이잉.
설인 주변으로 냉기가 형성된다.
이제야 좀 살만해졌다.
거대한 덩치를 가진 설인들이 한 손에는 지팡이를, 한 손에는 장검을 들고 있었다.
몸은 두꺼운 가죽으로 보호되고 있었으며 덩치답지 않게 재빨리 움직인다.
과연 신화 급 소환수.
천계 암살자도 물론 쓸 만하였지만, 이곳 화염의 대지에서는 설인 주술사들이 충분히 제 역할을 할 거라고 봤다.
이로써 준비는 갖춰졌다.
던전의 상생에 맞는 소환수를 소환해야 클리어 가능성이 높아진다.
“자, 그럼 출발합시다!”
“예!”
모두가 기대감에 부풀었다.
신화 급 소환수들이 호위를 하고 천사 길드가 함께한다.
웬만한 디버프들은 천사 길드에서 알아서 막아줄 것이다.
쩌저적!
설인들이 지나가자 용암들이 순식간에 식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식어가고 있던 용암이 다시 뜨거워지며 거대한 화염이 솟구쳤다.
“화, 화염 골렘!?”
불타고 있는 골렘.
어마어마한 화염을 일으키고 있는 이 골렘은 충격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가만히 있어도 불꽃이 튀었으며 느릿하게 움직이지만 초고온의 화염탄을 쏘며 주변을 불바다로 만들었다.
과연 S랭크 던전이라 할 만하다.
도대체 이걸 어떻게 상대해야 하나 고심하고 있을 때, 설인 주술사들이 움직였다.
그들은 지팡이를 쥔 채로 블리자드를 소환하였고 주변의 땅과 골렘의 화염을 억제했다.
게다가 블리자드는 우리들에게 전혀 피해를 입히지 않았다.
오히려 추위가 내려앉는다.
쩌저적!
화염 골렘들이 주춤거린다.
설인 주술사들은 장검을 들고 달려들어 화염 골렘들을 두들겨 팼다.
쾅! 콰과과광!
파아앙!
마치 유리처럼 흩어지는 놈들.
“…….”
사람들은 그 광경을 바라보며 입을 쩍 벌렸다.
“와, 이건 무슨.”
“장난이 아닌데요?”
마석도 그냥 주워 담기만 하면 된다.
몸 자체가 박살났으니 헤집을 필요도 없다.
그 이후로는 일사천리다.
6급 S랭크 던전이라는 것이 무색하게 설인 주술사들이 가세를 하니 놈들의 장기인 ‘화염’은 무용지물이 되었다.
게다가 사제들이 많은 것도 도움이 되었다.
자신감을 얻은 사람들은 바로 전투를 시작했다.
“탱커들은 원거리 딜러들을 잘 보호하시고 천천히 전진을 하도록 합시다.”
“네!”
본격적으로 전투가 시작되자 하늘이 형형색색으로 물들었다.
에펠탑 앞.
프랑스에 6급 S랭크 던전이 등장하였다는 것은 큰 관심을 불러 모았다.
게다가 이곳을 발견한 사람이 다름 아닌 한국 길드라는 점에서 더더욱 관심이 뜨겁다.
프랑스 언론에서도 한국 길드를 좋게 보도하지 않았지만 헌터들은 더욱 심했다.
순식간에 에펠탑 앞은 헌터들로 가득 찼으며, 신규 던전을 공략하고 있는 한국 길드를 침략자로 규탄했다.
“지존! 바로 들어가 놈들을 척살해야 합니다!”
“감히 한국 놈들이 프랑스로 들어와 깽판을 치고 있다니요!?”
“말도 안 됩니다!”
이는 당연한 현상이었다.
만약 한국으로 해외 길드가 들어와 신규 던전을 발견하고 소유권을 주장한다면 검제가 나서서 규탄하였을 것이다.
“이거 좋지 않은데.”
뒤늦게 도착한 오세춘은 그 광경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헌터 업계가 생겨나기 전에는 이렇게까지 해외 세력에 배타적이지는 않았지만, 세상이 이 꼴이 된 이후에는 해외 헌터들을 배척하기 일쑤였다.
물론 해당국에서 해외 헌터들을 초빙하여 의뢰를 맡기는 경우라면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신규 던전의 발견은 좀 민감한 사안이다.
“이럴 거라 예상하셨잖아요?”“그렇기는 한데, 정말로 지존이 왔을 줄이야.”
오세춘은 헌터들이 왜 이렇게 나오는지 알고 있었다.
자국의 던전들을 외국 길드가 가져갔으니 어떻게든 시비를 걸어 빼앗으려 하는 것이다.
검제가 직접 왔다면 모르겠지만 소환사는 한국 랭킹 3위다.
저벅 저벅.
화염의 기사 마리아가 사람들 앞에 나온다.
“저는 이것이 한국의 침공이라고 생각해요.”
“옳소!”“당연한 일입니다!”“그 잡것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요? 우리 프랑스 헌터계를 얼마나 우습게 봤으면 신규 던전을 꿀꺽하려는 걸까요?”
“처리해야 합니다!”
“당장 쳐들어가야죠!”
“저에게 위임해 주시겠어요?”
“…….”
일제히 헌터들이 입을 다물었다.
위임을 한다는 것은 한국 길드의 것을 빼앗아 마리아가 갖겠다는 뜻이었다.
즉 화염의 강철 길드, 이쪽에서는 파이어 스틸이라고 부르는 이들이 독점하겠다는 뜻이다.
“그건.”
“지분을 나누어야.”
“제가 왜 그래야 하죠?”
마녀는 눈을 부라렸다.
그녀의 성격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뒤로 내뺐다.
오세춘은 속으로 미소를 지으며 진입한다.
“어? 그냥 이대로 가도 괜찮나요?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저 마녀와 간부들만 들어올 것이 확실해. 길드전은 일으킬 생각이 없는 것 같고, 아마 내기 형식의 대결이 되겠지.”
“내기 형식이라. 과연 소환사가 어떻게 처리할지.”
“어떻게 처리를 하건 재밌을 거야.”
소환사는 분명 어젯밤 상당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프랑스에 파이어 스틸 길드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결코 패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은 것이다.
어차피 오세춘은 그와 한 배를 탔다.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소환사를 믿어야 한다.
“후. 덥군.”
던전으로 들어오자 후끈한 열기가 훅 치민다.
레몽의 길드원들은 저마다 보호구를 착용한 채로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바닥에는 깨진 골렘 조각들이 즐비하다.
이것도 나름대로 돈이 되었기에 잔해를 쓸어 담아 나르고 있었다.
점점 전장으로 다가간다.
그리고 펼쳐진 광경.
쾅! 콰과과광!
그들이 본 것은 대량학살이다.
사방으로 블리자드가 몰아치고 있었으며 그렇게 화염 골렘들의 화기를 제어한 후에 공격을 퍼부어 깨부수고 있었다.
이곳을 클리어 할 수 있을지에 대해 걱정한 것은 괜한 노파심이었다.
그보다는 프랑스 지존이 걱정이다.
임서희도 마찬가지.
“반드시 이겨야 할 텐데.”
“그리 될 거야.”
콰과과광!
천지가 개벽하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
화염 골렘들은 사체를 부수어도 상관이 없었기에 닥치는 대로 때려 부수며 전진하고 있었다.
이미 화염 골렘의 파편들이 즐비하다.
이대로만 간다면 공략은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어제 오세춘이 경고했던 대로 뒤에서 일단의 무리가 다가와 소리쳤다.
“지금 뭐하는 짓이죠?”날카로운 목소리.
불어가 들려왔지만 그걸 못 알아들을 리가 없다.
고개를 돌려보니 붉은 갑주로 전신을 싸매고 있는 여기사가 날카로운 눈으로 이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이는 20대 후반 정도 됐을까.
물론 헌터들은 노화가 느리게 진행되기에 30대 중반은 되었을 것이다.
우리는 사냥을 멈추었다.
곧 있으면 안전지대.
여기서 씨름할 생각은 없다.
‘한 시간이면 충분하지.’
이곳에 들어온 지 한 시간이 흐른 시점이다.
여전히 설인 주술사는 한 시간 정도 가동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곳은 이야기를 나누기 적절하지 않으니 안전구역으로 갑시다. 동의하시는지?”
“흥.”
그녀가 먼저 앞장선다.
장검을 한 자루 들고 전진하는 그녀는 가볍게 화염 골렘을 베어 넘기고 있었다.
한 방에 핵이 파괴된다.
자신의 실력을 과시하는 것이다.
“어……. 형님. 저 여자 실력이 장난 아닌데요?”
“그래서?”
“형님이 정말 이길 수 있을지.”
화염의 기사는 빠르다.
딱히 지금은 화 속성으로 베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핵을 찾아 단숨에 파괴하고 있었다.
깔끔한 처리였다.
“과시를 하면 뭐? 걱정 마라.”
만약 내가 패한다고 해도 던전을 그들에게 넘겨주는 대가로 클리어까지는 노려볼 수 있다.
하지만 그녀가 패한다면?
프랑스의 국격은 땅바닥에 처박힌다.
나야 잃을 것이 별로 없었지만, 화염의 기사는 아니었다.
일국의 지존이라는 자리는 그리 가볍지 않았다.
아무리 헌터 약소국인 프랑스라고 해도.
물론 내가 패할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드디어 도착한 안전구역.
양측의 세력들이 마주한다.
파이어 스틸 길드는 당연히 규모가 크다. 한국의 크라운 길드보다도 세력이 더 컸다.
그녀가 데려온 간부들의 숫자는 총 10명.
숫자로 치면 이쪽이 더 많았지만, 이대로 난전을 벌여도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에 이 정도만 데려온 것일 거다.
목적은 일대일 대결이겠지만.
나는 그녀의 맞은편에 섰다.
나와 눈높이가 비슷한 것으로 봐서는 화염의 기사는 여자치고는 상당히 키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기야, 그래야 다른 사람들과의 대결에서도 신장 때문에 밀리는 일이 없을 것이다.
잘 빠진 몸매를 보면 힘 보다는 민첩성을 위주로 검술을 펼칠 것 같다.
‘민첩이라면 나도 빠지지는 않는다.’
거기에 더해서 소환수도 있다.
꿀릴 이유가 없다.
게다가 이미 신화 소환수를 뽑아두지 않았던가.
검제와의 대결에서는 미리 뽑을 수가 없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무엇보다 그녀는 오만하다.
소환수를 사용해도 무리는 없을 것이다.
“자, 이제 이야기를 해 봅시다. 아까 뭐라고 하셨죠?”
“어째서 프랑스를 침공하셨냐고 물었어요.”
“침공이라니요? 엄연히 헌터에게는 자유가 보장되어 있는데요. 던전도 먼저 발견한 쪽이 임자죠.”
“그럴 리가? 발견은 우리가 먼저 했어요. 당신이 먼저 열어버린 것뿐이지.”
“억지 같은데요?”
“하여간 우리가 발견을 먼저 했으니 이 던전은 우리가 가져가도록 하죠. 단, 클리어 기회는 드리도록 할게요.”
그녀는 선심을 쓰듯이 말했다.
오만하며 권위적인 전형적인 귀족.
자신이 나섰으니 당연히 이 던전을 빼앗는 것이 가능하다고 여길 것이다.
내가 반박하기 전에는 말이다.
“제가 왜 그래야 합니까?”
“죽기 싫으면 말을 들어야죠?”
“싫다면요?”
“은퇴하셔야지.”
그녀는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나 따위야 순식간에 죽일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말이 은퇴지, 그녀는 꽤 많은 사람을 죽였다.
모두 사고 처리가 되기는 했지만, 프랑스 헌터계에서도 골치 아픈 여자로 통하고 있었다.
대결은 확정적이다.
그렇다면 미끼를 던져 볼까?
“대결을 원하시는군요? 좋습니다. 그러죠. 그런데 말입니다. 그냥 대결을 하면 제가 억울할 것 같고 그쪽에서도 뭔가 걸었으면 좋겠는데요? 설마 프랑스 지존이라는 분이 여길 날로 먹을 생각은 아니실 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