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85
제85화. 프랑스의 자존심(1)
“오호.”
마리아는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너 따위가 설마 조건을 내걸지는 몰랐다는 듯.
지금 상황에서 보면 당연히 내가 객기를 부리는 것으로 보일 것이다.
그녀의 입장에서 보면 한국 랭킹 3위에 막 올라선 자가 프랑스의 지존을 꺾을 역량을 갖췄다고 보기는 힘들 것이고.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무엇을 원하시나요?”
“저는 어차피 이 던전을 매각할 생각이었죠. 그러니 패할 경우 그쪽에서 이 던전을 매입하시고 대금은 시가의 3배를 보장해 주셔야겠습니다.”
“뭐라고요? 호호호호!”
“하하하하!”
그녀를 비롯하여 파이어 스틸 길드에서 폭소를 터뜨렸다.
내가 승리한다는 것도 현실성이 없었지만 그런 가운데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조건을 거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단순한 객기로 보일 것이 자명한 사실.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지존께서 거절하신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무서워서 제 조건을 거절하시겠다면야.”
“죽고 싶어 환장한 것으로 보이네요. 은퇴가 아니라 세상 하직하고 싶으세요?”
“어쩌겠습니까? 제가 요행으로라도 이긴다면 3배를 지불할 의사가 있으신지요?”“그래서, 이 던전의 시가가 얼마라는 거죠?”
“최소한 30억 달러는 할 거라고 보는데요.”
“30억 달러! 하!”
당연히 과한 금액이다.
3조 6천억 원이라는 계산이 나오는데 아직 이 던전에서 사냥을 할 수 있는 헌터들이 많지 않다는 것을 생각하면 비싸기는 하다.
하지만.
이성이 마비된 사람이 돈 계산을 할까?
내가 노린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본인이 무조건 승리한다고 자신하니, 얼마를 걸든 상관이 없다고 판단할 것이다.
애초에 마리아 본인이 패할 거라고 생각했다면 오지도 않았다.
“그러니까, 제가 패하면 90억 달러에 매입해야 한다는 거군요. 강매로 말이죠.”
“그렇게 계약서가 작성되어야 합니다.”
“공증이 필요하겠네요?”
“저희 측에 변호사가 있습니다.”
“변호사까지 데려 오셨어요?”
“우연치 않게 국제 변호사 출신이 있었을 뿐이죠. 자격증도 박탈되지 않았고.”
나는 오세춘을 불렀다.
방금 도착하여 상황을 살피고 있던 오세춘은 능숙하게 상황을 주도했다.
애초에 오세춘이 마피아계에서 빠르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레몽의 직속 변호사였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법적인 일에서는 손을 뗐지만, 국제 변호사로서 활동했던 이력이 있다.
변호사 자격증의 효력도 살아 있었고.
졸지에 한 조직의 보스가 공증을 맡게 되었지만, 오세춘은 딱히 불만스러운 얼굴이 아니었다.
중간에서 계약을 주선한다면 그 수수료가 막대하기 때문.
“오 변호사님? 계약서는 여기 있습니다.”
“허허. 준비를 하셨군요?”
“당연한 일이지요. 그래야 저쪽에서 헛소리를 하지 못하죠.”
“그렇게 자극을 하신다라. 좋아요. 무슨 뜻인지는 잘 알아들었어요.”
마리아는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았다.
계약서가 바로 작성되었고 양측이 나누어 가졌다. 또한 한 부는 오세춘이 지금 바로 가지고 나가 공증을 받기로 했다.
“어차피 계약은 하나이니 살펴보시죠.”
“문제없군요.”
“공증을 받는 동안 잠시만 쉬도록 할까요?”
“좋아요. 얼마나 걸리죠?”
“20분이면 충분합니다.”
당연히 공증에는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오세춘은 자신이 가진 인맥을 동원하여 바로 공증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분 후에 보죠.”
우리들은 서로의 진영으로 돌아왔다.
나는 바로 오세춘에게 신신당부했다.
“20분 안에 반드시 공증을 받아야 합니다. 늦어도 30분 안에 말이죠. 시간이 너무 촉박한 것은 아닌지.”
“전자문서도 만들었으니 화상공증을 받으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네. 바로 진행해 주세요.”
사건이 이렇게까지 진행되자 대결은 확실시 되었다.
박수철은 다소 걱정되는 표정으로 묻는다.
“형님. 이길 수 있습니까?”
“계약서 내용 봐라.”
계약서의 내용.
나는 소환사이니 소환수들을 이용하여 전투를 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여기에 더하여 미리 뽑아 둔 소환수를 이용해도 문제가 없다는 특약을 명시했다.
신화 급 소환수를 이용할 수 있는 이상, 그녀는 내 상대가 아니다.
“그럼 외교 문제는 어떻고요?”
“외교? 프랑스에서 먼저 한국 측에 통보할 걸?”
나는 그리 확신했다.
***
대한민국 헌터관리국.
지금 한국은 검제와 소환사의 대결에 관심의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검제와 소환사 모두 한국의 인재들이었고, 둘 중 하나만 잃어도 막대한 타격이 있을 수 있었기에 청와대에서도 최대한 한쪽이 은퇴하는 경우가 없도록 신경을 써 달라고 압박이 들어오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강한성이 관광 목적으로 출국했다.
국정원에서는 정보력을 가동하여 강한성이 프랑스로 귀화하지 않도록 최대한 신경을 쓰면서 정보를 모았다.
“이게 대체 뭔 난리인지.”
소환사가 움직이자 국정원까지 움직이는 상황이었다.
국정원에서 까다롭게 다루는 부분이 바로 국부와 인재의 유출이다.
그중 소환사는 인재에 해당하며, 그가 외국으로 귀화하게 되면 줄줄이 여파가 미치므로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런 와중에 들려온 소식.
“국장님! 프랑스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프랑스?”
“곧 프랑스 지존과 소환사가 대결을 벌이게 되니 그 결과에 따른 외교적인 마찰은 빚지 말자고 하더군요.”
“허! 소환사가 또 일을 벌였어?”
이번 건은 좀 크다.
소환사와 프랑스 지존의 대결.
한국 정부에서 나서기도 전에 프랑스에서 선수를 쳤다.
둘 중 하나가 죽어도 외교적인 문제로 비화할 수 없다고 못을 박은 것이다.
이는 정당한 대결이니 문제 삼지 말자고 말이다.
이세철의 미간이 가늘게 좁혀졌다.
“그 인간은 도대체 무슨 사건을 저지르고 다니는 거야?”
공증이 완료됐다.
걸린 시간은 20분.
인터넷이 발달하다 보니 공증도 인터넷으로 이루어지는 세상이었다.
전자문서가 존재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기는 하지만 문서를 직접 공증 받는 것보다는 훨씬 빠르게 일이 처리됐다.
공증이 끝나고 프랑스 정부와 한국 정부의 조율도 끝났다.
오세춘은 바깥소식을 전해 왔는데, 한국 정부에서는 가능하면 꼭 이겨 달라고 주문하였다.
“꽤 빠른데.”
실로 어마어마하게 빠른 일처리였다.
저벅 저벅.
프랑스 지존이 이쪽으로 걸어온다.
그녀는 쩌렁쩌렁하게 외쳤다.
“빨리 나오세요! 지금이라도 무릎을 꿇고 빌면 봐드릴 수도 있으니 신중하게 생각하세요!”
“어쩌지? 그건 제가 드릴 말씀인데요. 혹시라도 제 가랑이 사이를 기어갈 생각이 있으면 봐드릴 생각이 있습니다.”
“지나치게 오만하군요? 제 성질을 건드려서 잘된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제가 최초가 되겠군요.”
내 뒤로 소환수들이 줄줄이 늘어섰다.
모두 15마리.
여기에 더하여 엘레스트라까지 서자 꽤나 압도적인 군단이 되었다.
하지만 마리아는 전혀 압박감을 느끼지 않는 것 같다.
나는 그녀에게 손가락을 까딱였다.
이곳은 던전 안.
주변 지형이 파괴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그녀의 검이 활활 타올랐고 어마어마한 속도로 움직인다.
화염을 머금은 오러 블레이드가 빠르게 쇄도하고 있었다.
‘데미지 반사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볼까?’
유니크 아이템이지만 사기적인 옵션이 달려 있는 방패.
무려 상대방의 공격을 튕겨내다 못해 데미지를 반사한다.
콰과과과과광!
그걸 알 리가 없는 마리아는 있는 힘껏 방패를 후려쳤다.
거울의 방패는 그대로 데미지를 반사시켰고, 그대로 그녀를 튕겨냈다.
콰과광!
“꺄악!”
“…….”
데미지 반사.
그것도 50%나 반사하였기에 내가 직접 오러 블레이드를 사용한 것 같은 효과를 냈을 것이다.
그녀의 갑옷은 순식간에 엉망이 되었다.
“뭐 이런 쓸데없는 짓을!”
나는 다시 손가락을 까딱였다.
마리아는 다시 빠르게 움직였다.
사방에서 오러 블레이드들이 쇄도한다.
그러나 나는 소환사다. 소환수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소환수들의 마법이 사기적인 것이, 아군에게는 피해를 입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설인 주술사는 블리자드를 사용했고 한 주술사는 아이스 커터를, 또 한 놈은 내게 보호막을 걸기도 했다.
무려 15개의 마법이 한꺼번에 시전 되었다.
쩌저정!
쿠아앙!
여기에 엘레스트라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얼음의 화살들을 수도 없이 만들어 발사하였다.
몰매에 장사 없다.
허접한 소환수들이라면 모르겠지만 내가 뽑아낸 소환수들은 모두가 신화 급.
만약 대결 시작 전에는 소환수를 뽑을 수 없다는 조약을 삽입하였다면 이렇게 소환수들이 강력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레벨 50대의 신화 소환수는 그 하나하나가 같은 레벨의 마법사들과 비견할 수 있었다.
엘레스트라도 마찬가지.
즉 그녀는 17:1의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만만한가?
결코 그렇지 않다.
우직하게 공격을 막아낸다.
정면에서 그녀를 상대하고 있으면 사방에서 공격이 쏟아졌다.
만약 그녀가 소환수를 잡기 위해 움직이면?
나는 빠르게 움직여 그녀의 움직임을 제지하였다.
만약 소환수가 없다면 내 순수한 능력은 그녀에게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여러 가지 마법들이 틀어박히는 상황이라면 말이 다르다.
쩌저적!
“이런 치사한!”
쾅! 콰과과광!
끈질기게 쫓아가 그녀의 뒤를 타격한다.
레벨이 빠르게 오르고 매일 현질을 하면서 암살숙련의 레벨도 상당히 올라갔다.
여기에 템빨까지.
그녀의 종적을 잡는 것 정도는 가능하다.
거기에 더하여 내게 공격을 가하면 데미지는 반사됐다.
여러 가지 악재가 겹치자 그녀의 몸에 상처가 늘기 시작했다.
콰광!
“으윽!”
어마어마한 충격이 마리아의 몸을 강타하였다.
지금, 이곳에서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사실 마리아가 이곳에 와서 깽판을 친 것은 단순한 이유였다.
한국인이 프랑스의 영토를 침범하였다는 것은 그저 대외적 명분일 뿐이었고, 6급 S랭크 던전이 나타났다기에 그걸 빼앗으러 온 것뿐이다.
마침 던전을 발견한 사람이 한국인이다.
사람들의 애국심을 자극하면 문제없이 빼앗을 명분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이게 일반인들의 문제라면 외교적인 결례가 분명하지만, 헌터계의 생리는 사람들이 아는 것보다 자국에 유리하게 되어 있었다.
소환사이기에 소환을 하는 것에 동의했다.
그런데 결과는?
‘움직일 틈이 없어.’
소환사 자체는 충분히 압도할 수 있었다.
방패만 조심을 하면 어떻게든 할 수 있다.
그런데 소환수들이 끼어들자 꼼짝없이 당할 것만 같았다.
‘90억 달러를 내면 길드가 흔들려.’
단순한 욕심 때문에 시작된 전투였지만, 이제는 길드의 흥망성쇠가 달린 일이 되고 말았다.
꽈직!
“큭!”
또 다시 아이스 에로우가 등에 틀어박힌다.
온몸에 시퍼렇게 멍이 들고 있는 중이다.
이런 데미지가 쌓이다 보면 패할 수밖에 없다.
‘최후의 수단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