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86
제86화. 프랑스의 자존심(2)
신나게 마리아를 밀어 붙였다.
아무리 프랑스 지존이라고 해도 17:1로 싸우는데 몸이 성할 리가 없다.
약간의 아쉬움이라면 소환 스킬의 강화였다.
‘인연의 끈 레벨을 더 올려야 해. 20마리의 소환수와 다중 소환을 익힐 수만 있다면.’
다중 소환.
지금까지는 한 가지 소환수만 소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인연의 끈 레벨이 60을 돌파하면 다중 소환을 익힐 수 있다.
20마리를 소환한다고 치면 5마리씩 종류를 다르게 소환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리 된다면 좀 더 다양한 전략을 펼칠 수 있게 된다.
어쨌든.
마리아는 수세에 몰리고 있었다.
이 상황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표정은 가관도 아니었다.
설마하니 프랑스의 지존이 밀릴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한 모양.
‘이제 슬슬 필살기를 사용할 때가 됐는데.’
썩어도 준치라던가.
그녀는 수세에 몰리고 있었지만, 잘 버텨내고 있었다.
이렇게 수도 없이 두들겨 맞는 와중에도 불구하고 쓰러지지 않는다.
내가 노리는 것은 그녀의 필살기였다.
필살기가 왜 필살기일까.
한 번 사용하면 전투불능에 빠질 수도 있었지만, 강력한 힘으로 상대를 찍어 누르는 것이 가능해진다.
최후의 스킬을 사용해 상대방을 반드시 죽여 버리는 것이 목적이었다.
즉, 그녀가 필살기를 사용하고 나면 힘이 빠져서 대응할 수 없는 순간이 오는 것이다.
그때가 기회.
감히 나를 건드렸으니 먼지 나게 쳐 맞아야 한다.
프랑스의 자존심도 땅바닥으로 떨어질 것이 자명하다.
쿠구구구!
그리고 어느 순간.
어마어마한 화염이 그녀의 몸에 축적되기 시작했다.
주변의 마나도 빨려 들어가면서 그녀의 검은 시퍼렇게 타올랐다.
‘저것이 데스 블레이드인가.’
마리아의 필살기는 다행히도 잘 알려져 있었다.
데스 블레이드라는 한방기로, 사방 10미터 내의 적을 완전히 말살해 버린다.
범위도 생각보다 넓어 피하기도 쉽지 않다고 평가되고 있었다.
나는 바로 소환수들을 물렸다.
소환수들은 죽어도 상관없다지만 그래도 지켜보는 눈이 많았으니 최대한 피해를 입지 않는 것이 좋았다.
뒤에서 들리는 다급한 외침.
“길드장님! 피하셔야 돼요!”
나는 가만히 그 자리를 지켰다.
마리아의 필살기?
막으면 그뿐이다.
***
웅성! 웅성!
소환사와 프랑스 지존 마리아와의 대결은 그 끝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다구리에 장사 없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은 아닌 듯, 마리아는 연신 수세에 몰렸다.
그렇다고 소환사가 그녀를 압도한다는 뜻은 아니었다.
마리아는 지존이라고 불리는 만큼이나 어마어마한 신체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를 향하여 소환수들이 끈질기게 마법을 난사하였고 소환사의 몸에 난 상처들은 바로 엘레스트라가 치료했다.
그러니 이렇게 버텨도 무리가 없었던 것이다.
마리아는 자존심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소환사를 찍어 눌러야 하는 상황.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미친! 데스 블레이드라니!”
이하나의 입에서 경악성이 터진다.
그녀를 지존의 자리까지 올려놓은 필살기.
화염을 다루기에 화염의 기사라고도 불리지만 화염의 마녀라는 아명으로 더 잘 알려져 있었다.
데스 블레이드로 인하여 죽은 헌터들이 꽤 되었다.
막는다고 해도 전신화상.
마나 홀이 타버려 은퇴를 해야 할 수도 있다.
피하는 것이 상책이었으나 데스 블레이드는 유도의 기능이 있었다.
일명 죽음의 불꽃.
지금 시점에서 소환사가 죽어 버린다면 을들의 반란은 끝장이다.
“막아야 해!”
“누님. 잠시 기다려 보시죠.”
“어째서?”
“형님 표정 좀 보세요.”
“표정?”
이하나는 강한성의 얼굴로 시선을 옮긴다.
박수철이 왜 이하나에게 강한성의 얼굴을 보라고 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는 웃고 있었다.
“웃……어?”
“방책이 있으니 저러는 겁니다. 엘레스트라가 막아준다거나, 겹겹이 소환수들이 막을 형성한다거나. 그것도 아니면 뭔가 수단이 있거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무리 그래도 데스 블레이드는 범위 공격이다.
겹겹이 벽을 쌓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무엇보다 소환수들은 모두 물러가 있는 상태.
“형님을 믿으셔야죠.”
강한성이 여유를 부리고 있는 건 뭔가 대안이 있는 뜻이다.
그녀가 알기로 강한성은 누구보다 치밀한 사람이었다. 데스 블레이드를 맨몸으로 막겠다고 설칠 정도로 멍청하지 않았다.
박수철이 그녀에게 귓속말을 한다.
“누님. 혹시 압니까? 공격을 막을 수 있는 아이템이 있는지.”
“음.”
“형님이라면 가능하죠.”
그제야 조금은 안심하는 이하나였다.
마음이 편해지자 조금은 여유롭게 상황을 관망할 수 있게 되었다.
거대한 화염의 검이 완성된다.
마리아는 미친년처럼 웃으며 검을 날렸다.
“호호호홋! 죽어!”
쿠아아아앙!
번쩍!
시퍼런 화염이 강한성을 완전히 휘감는다.
지옥의 불꽃이 크레이터를 만들어낸다.
“호호호호!”
마리아는 광소를 흘린다.
자신의 공격이 성공했다고 믿는 것이다.
파이어 스틸 길드 측에서 한숨이 흘러나왔다.
“지존께서 또 사고를 치셨네.”
“완전히 없애버린 것 같은데.”
그들은 강한성이 아예 녹아서 사라졌다고 여기고 있었다.
하긴.
이런 미친 공격에서 살아남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이다.
휘이잉!
그 위로 바로 블리자드가 쏟아졌다.
불꽃들이 걷히고 곧 강한성의 모습이 드러난다.
“끝났냐?”
“……!”
힘을 소진한 마녀.
그리고 전혀 타격을 받지 않은 강한성.
강한성이 마녀의 얼굴을 방패로 가격했다.
꽈직!
“꺄아아악!”
“허어.”
상황은 역전됐다.
피가 튀었다.
방패로 프랑스 지존의 얼굴을 뭉개버렸다.
이가 빠지고 몸이 몇 바퀴나 돌아가 바닥에 처박혔다.
예상대로 그녀는 필살기를 사용하고 힘이 거의 소진됐다.
그에 비하여 나는 멀쩡하다.
과연 앱솔루트 베리어라고 할까.
지속시간은 짧았지만, 강력한 공격을 막아 줄 수 있다는 것만 해도 대단한 역할이다.
이런 스킬이 있다는 걸 알 수가 없으니 프랑스의 지존이라고 해도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힘이 빠진 마리아는 연속으로 두들겨 맞았다.
퍽퍽퍽!
“꺄아아악!”
누구도 말릴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
상대 길드원들이 다가오려 할 때마다 소환수들이 눈을 부라렸다.
끼어들면 가만히 두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결국 그녀는 기절해버렸다.
사방으로 피가 낭자하였고 마리아는 피를 토하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나는 그제야 경계를 풀었다.
“뭐하세요? 병원으로 데려가세요.”
“아, 예!”
1차로 힐이 쏟아지고 성수와 포션이 부어진다.
외상은 빠르게 아물었지만, 빠진 이는 복원되지 않을 것이다. 임플란트라도 해서 박아야겠지.
짝짝짝짝!
내가 돌아서서 나오자 박수갈채가 쏟아진다.
“와아! 고생하셨어요!”
길드원들은 만세삼창을 했다.
바로 내게 힐이 쏟아졌다.
세실리아가 손을 대자 몸은 빠르게 치유된다.
그녀는 꽤 놀랐다는 표정이었다.
“설마 프랑스 지존을 찍어 눌러 버릴 줄이야.”
“이제 감이 좀 잡히시나요?”
“검제를 누를 수 있다는 것이요?”
“네.”
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
“검제도 길드장님의 상대가 되지 않을 것 같아요.”
여기서 나는 더 발전한다.
프랑스 지존은 검제에는 미치지 못했다.
누가 한국이 프랑스보다 못하다고 하던가. 우선 지존의 역량에서부터 차이가 낫다.
지금 검제와 마리아가 싸우면 검제의 압승이다.
또한 지금의 나는 검제가 부담스러울 정도이지만.
‘오늘이 지나면.’
이곳에서 신화 스킬을 얻어 나간다면 어떨까.
아직 시간은 꽤 남아 있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어떻게든 강해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무엇보다.
프랑스의 1위 길드 파이어 스틸을 털어 90억 달러를 마련하여 모조리 현질에 쏟아 부으면 어떻게 될까.
‘검성도 나의 상대가 되지 않겠지.’
***
프랑스 지존과 소환사의 대결.
이는 전 세계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나 한국은 연신 그에 대한 이야기뿐이었다.
이 소식은 검제에게도 들어갔다.
“소환사가 이겼다고?”
“네!”
“그게 가능한 일인가?”
“프랑스 지존이 몰매를 맞았다고 하네요.”
“다구리였다는 건가.”
검제는 바로 사무장이 가져온 자료 분석에 들어간다.
앞으로 2주 후에는 소환사와 결투를 해야 하는 검제였다.
소환사는 어마어마한 속도로 발전하고 있었고 그에 발을 맞추기 위해서는 검제도 노력을 해야 했다.
물론 질 거라는 생각은 애초에 들지 않았었다.
그랬으나 자료를 분석하고는 눈살이 찌푸려졌다.
“저 소환수들은.”
“반복적으로 소환하고 캔슬하여 고등급 소환수를 뽑은 모양입니다.”
“그걸 저 멍청한 여자는 받아들였고?”
“네.”
“그래서 다구리를 맞았다는 건데.”
소환수가 고위 소환수를 뽑아 프랑스의 지존을 압도하였다.
마지막에는 마리아가 데스 블레이드까지 시전 하였지만, 힘이 많이 빠지는 바람에 소환사를 어찌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결론은 하나다.
“소환사가 소환수를 뽑지 못하게 만들면 나의 승리군?”
“정확하세요.”
“문제없겠는데.”
소환수가 없으면 소환사의 전력은 아무래도 약화된다.
게다가 처음에는 막상막하였다.
신체적인 능력은 아무래도 프랑스 지존이 앞섰다.
“이 대결, 내가 반드시 이긴다.”
검제는 그렇게 단언했다.
프랑스의 한 병원.
오늘 대결에서 개처럼 두들겨 맞은 마리아는 일인실에서 눈을 떴다.
“허억!”
그녀는 악몽을 꾼 사람처럼 온몸이 땀으로 젖어 있었다.
꿈에서도 악마 같은 소환사가 그녀를 방패로 찍어대고 있었다.
몸은 복원이 되었지만, 이는 모조리 뽑혀 임플란트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마리아는 그에 대한 분노보다는 두려움을 몸에 새겼다.
“으으으.”
“지존! 정신이 드세요?”
“어떻게…… 된 거야?”
“패하셨어요. 그리고 맞았어요.”
“…….”
달리 표현을 할 길이 없었다.
단순히 패한 것이 아니라 먼지 나듯 맞아서 기절을 했다.
망신도 이런 개망신이 없었다.
그러나 마리아는 그리 생각하지 않았다.
‘그놈은 언젠가 세계를 먹을지도 몰라.’
마리아는 나름대로 대결 전에 소환사에 대해 알아 봤었다.
각성한 지 얼마나 됐다고 이 정도로 성장을 한다는 말인가?
여기서 1년만 시간이 더 흐른다면 소환사를 상대할 수 있는 헌터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대결을 복기해 보아도 도저히 승리할 수 있을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
완패였다.
“내가 졌네.”
“다시 도전을 하여…….”
“미쳤어!? 도전은 무슨.”
마리아는 몸서리를 쳤다.
여기서 다시 도전을 한다?
소환사의 성격을 봐서는 아예 마나 홀까지 파괴해버릴 수도 있었다.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좀 두들겨 맞기는 했지만, 은퇴는 하지 않아도 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소환사에게 감사의 인사를 해도 될 정도.
그러나 그녀에게는 계산서가 남아 있었다.
길드원들 사이로 한 장년의 남자가 걸어 왔다.
“허허허! 쾌유를 기원합니다. 허나, 지존. 계약은 이행되어야 하니 집행을 허가해 주시기 바랍니다.”
웃는 낯의 노인.
그는 바로 레몽의 보스 오세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