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90
제90화. 의외의 결과
“당신이 왜 이곳에……?”
이러한 의문을 갖는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분명히 프랑스의 지존이라면 내게 악감정을 가지고 있으리라고 봤다.
화염의 기사, 아니 화염의 마녀라고 불리는 여자라면 우리가 프랑스 땅을 벗어나기 전에 악독한 수를 쓸 수도 있다고 여겼다.
그런데 이곳에 방문한다고?
언론인이 이렇게 많은 가운데에서라면 어떤 수를 쓰지도 못한다.
혹시 우리가 함정에라도 빠진다면 가장 먼저 그녀가 의심을 받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찾아왔다. 이걸 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일전에는 제가 무례했어요.”
“어……. 딱히 그렇지는.”
“죄송하게 됐어요.”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
한국식 예법을 배워서 온 건가?
약간 어설프지만 그래도 고개를 굽히는 모습에 모두가 당혹스러워하고 있었다.
사람이 갑자기 개과천선하였을 리는 없다.
자신에게 도전하는 세력이라면 모조리 쓸어버리고 공포심을 유발하는 마녀가 아니던가.
그런 그녀가 저자세로 나온다는 것은 프랑스인들에게도 어색한 일이었다.
“대체 무슨 이유지?”
“우리 지존이 저런 식으로 나온다는 건…….”
“우호라도 다지겠다는 건가?”
웅성웅성.
순식간에 주변이 소란스러워졌다.
그건 우리 측도 마찬가지.
사람들은 저마다 마리아의 의도를 분석하기에 바빴다.
“흠. 사과는 잘 받았습니다. 앞으로도 을들의 반란과 파이어 스틸 길드의 우호는 변하지 않을 겁니다.”
“감사한 일이네요.”
“그럼 저희는 이만.”
“아직 제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어요.”
“할 말이 있으신가요?”
“귀 길드와 저희 길드가 동맹을 추진하였으면 하는데요.”
“동맹……이요?”
이건 또 무슨 소리지?
물론 그녀는 앞으로도 발전할 것이 분명하고 프랑스의 핵심 헌터임은 분명하다.
그런데 동맹이라니?
“잠시 이야기 좀 나누었으면 해요.”
프랑스 지존과의 동맹.
사실 그녀와의 동맹은 단순히 길드 간의 동맹으로 끝나지 않는다.
더 나아가서는 한국과 프랑스의 우호증진에도 도움이 된다.
‘양국의 친선이라. 잘하면 한국과 프랑스 길드들을 묶을 수도 있나?’
멸망의 때가 다가왔을 때, 빠르게 인류가 무너진 것은 각국이 각자도생을 하였기 때문이다.
위기가 발생하면 상호방위조약을 지키기보다는 자국의 생존을 생각하기 마련이었다.
그런 가운데 프랑스가 동맹이고, 함께 위기를 극복하고자 한다면 이는 결코 나쁜 일이 아니다.
나는 머릿속으로 조용히 계산을 마쳤다.
“식사는 하셨습니까?”
프랑스 파리 에펠탑 부근 M호텔.
프랑스 M그룹이 운영하는 이 호텔은 파이어 스틸 길드와 제휴가 되어 있었다.
각국의 길드들은 정부와의 유착은 물론이고 대기업들과의 유착도 서슴지 않았다. 그리하여 이익을 극대화하고 그 이익으로 길드가 강해지는 선순환이 목표였다.
프랑스 지존 길드가 자국 대기업과 유착을 맺은 것은 그리 이상하게 여길 일도 아니었다.
음식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온다.
그렇지 않아도 전투식량을 먹느라 지쳤던 우리들은 정신없이 배를 채웠다.
헌터들이라면 모두가 공감하는 것이 바로 음식이다.
던전 안에 들어가면 캠핑을 넘어 전쟁터에서 밥을 먹는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
어느 정도 배가 채워지고 후식이 나오자 나도 정신을 차렸다.
“이거 추태를 부렸군요.”
“무슨 말씀을. 저희들 직업 특성상 던전에 들어가면 허기가 져서 나오는 당연하죠. 저는 길드장님보다 더한 걸요.”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입가심을 하고 입을 열었다.
“갑자기 동맹이라니. 좀 이해가 되지 않는데요.”
“간단한 이유에요.”
“간단한 이유라니요?”
“을들의 반란 길드에서 미래를 보았기 때문이에요.”
“미래라.”
“곧 세계로 진출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죠.”
“……!”
사람들은 놀라움을 드러냈다.
나도 조금은 놀랐다.
세계진출.
아직은 시기상조이지만 분명히 그럴 계획은 있었다.
국내 헌터계를 평정하고 나면 세계로 나가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다.
그렇게 해서라도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차원의 탑이 세계 곳곳에서 생겨나고 있는 지금, 내가 알고 있는 미래보다 좀 더 빠르게 멸망이 진행될 것이다.
그렇다면.
그녀의 말은 전혀 과하지 않다.
“속내를 들켰군요.”
“부정하지 않으시네요?”
“한국을 정리한 이후에는 바로 해외진출을 시도할 작정이었습니다.”
“그럼 말이 빠르겠네요. 저희 길드와 동맹을 맺도록 해요. 일종의 제휴 길드죠.”
“제휴 길드라.”
“지금은 제휴 형태이지만 추후 헌터계의 세계화가 이루어지면 더 크게 세력을 형성한 곳의 휘하로 들어갈 수도 있겠죠.”
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노력하여 우리 길드를 집어 삼킬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나와 경쟁을 해보시겠다?’
우선 동맹을 맺어 놓고 차근차근 발전을 하여 우리 길드를 잡아먹겠다는 뜻이다.
그리 되려면 나를 뛰어 넘어야 하고 세력도 대형화를 시켜야 한다.
과연 프랑스에서 그럴 역량이 될까?
내게는 나쁜 조건이 아니었다.
나를 비롯한 을들의 반란 길드는 어마어마한 속도로 발전을 거듭할 테니까.
“받아들이도록 하죠. 다만 이렇게 되면 우리들만의 문제가 아니게 됩니다.”
“그렇겠죠? 하지만 정치적인 문제는 우리가 신경 쓸 부분은 아니죠.”
“그렇기는 합니다만.”
“바로 협상에 들어가도록 할까요?”
“나쁘지 않죠.”
길드를 들어다 바친다는데 내가 마다할 이유가 있나?
대한민국 청와대.
최근 들어 청와대에서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세상이 변한 지 10년이 넘었고 그 덕분에 헌터들이 국방이나 산업, 여러 분야에 걸쳐 얼마나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지 알았다.
강대국들은 경쟁적으로 헌터들을 흡수하고 있었고 혹시라도 헌터가 귀화를 한다면 큰 혜택을 제공했다.
그걸 막아내는 것도 일이었고, 헌터들이 곧 국력이라는 인식이 생기면서 정치와 헌터계는 유착의 단계로 접어들었다.
대한민국 대통령 이한진도 그러한 사실을 잘 알았다.
최근 성장하고 있는 을들의 반란은 청와대에서도 상당히 핫한 이슈다.
그런 그들이 프랑스에서 대형 사고를 쳤다.
“프랑스 지존을 꺾어버렸다고요?”
“그, 그렇습니다.”
“외교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 아닙니까?”
“한 때 험악한 관계로 치달을 뻔하기는 했습니다만.”
“그런데요?”
“양측 길드가 동맹을 맺었습니다.”
“…….”
이한진은 이해를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헌터 약소국으로 불리는 프랑스였지만, 그들은 전통적인 강대국이었다.
미국에 끗발이 밀리기는 해도 여전히 현대판 그레이트 게임에서 많은 힘을 발휘하지 않았던가.
그런 프랑스의 지존이 소환사와 동맹을 맺었다?
“그 때문에 프랑스 정부에서도 태세를 변환했습니다.”
“한국에 우호적이게 되었군요.”
“예. 이번 기회를 통하여 상호관계를 더욱 증진시키자는 연락이 왔어요.”
비서실장의 말에 이한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체 프랑스 지존이 왜요?”
“그건 알 수 없지만.”
“예측이라도 해보세요.”
“소환사가 머지않아 한국을 정리하고 세계로 진출할 것이라고 확신을 하는 모양입니다.”
“허. 그게 가능합니까? 각성한 지 얼마나 됐다고.”
“헌터관리국장도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한국 헌터계는 물론이고 소환사 때문에 전 세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
M호텔 헬기장.
파이어 스틸 길드는 전용 헬기를 보유하고 있었고, 그들이 가진 수송기로 우리들을 공항까지 실어 준다고 했다.
이는 상당한 호의다.
받는 사람이 다 얼떨떨할 지경.
“이런다고 금액을 깎아주지는 않을 겁니다.”
“훗. 우리 길드의 자금력은 생각보다 뛰어나요. 그 정도 지불했다고 무너지지 않아요.”
“그렇다면 다행입니다만…….”
“던전 두 개를 팔기는 했지만, 전혀 문제없어요.”
‘내가 왜 걱정을 하나.’
프랑스와의 동맹은 내게도 유리하다.
레몽 길드가 프랑스에 있었으니 그들을 압박하는 카드로 사용할 수도 있었고 레몽을 합병하는 것도 쉬울 것이다.
무엇보다 프랑스에서 우리 을들의 반란이 활동하기가 편해진다.
언론이나 정부, 시민들도 우리들을 반기게 될 것이니 전혀 손해를 볼 일은 없었다.
“오세춘 보스님?”
“허허허. 이미 프랑스 지존께서는 계산을 끝내셨습니다.”
“벌써 말인가요?”
“그만큼 자금력이 대단한 것이지요.”
두 개의 던전은 레몽 길드로 들어갔다.
새삼 느끼는 것이지만 레몽 길드의 자금력도 대단하다.
프랑스 지하세계를 거의 다 장악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겠지만.
‘역시 한국보다는 프랑스 경제규모가 크지.’
아직은 그렇다.
한국도 많이 발전하기는 했지만, 프랑스를 뛰어 넘으려면 시간이 좀 더 흘러야 할 것이다.
마리아는 내게 손을 내밀었다.
“조만간 방한하도록 할게요. 그때 뵙죠.”
“한국에 오신다고요?”
“동맹이니 교류를 해야 하잖아요? 여행 겸 들를게요.”
“그러시죠.”
여행을 온다는데 말릴 수는 없다.
한국 정부에서도 환영할 것이고.
마리아는 일단 열세를 인정하고 숙였다.
그녀와의 대화 속에서 보면 언젠가는 을들의 반란을 흡수하고 말겠다는 의지가 보이는데, 과연 그게 될까?
아마 시간이 흐르면 마리아는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었으니까.
타다다다!
수송기는 빠르게 공항을 향해 나아간다.
프랑스 정부와 헌터계 지존이 내게 우호적이라는 것은 대단히 편리한 일이었다.
잘못하면 꽉꽉 막히는 파리 시내를 관통할 뻔했다.
“오 보스님.”
“허험. 보스라고 부르시니 좀 이상하군요.”
“그럼 뭐라고 할까요?”
“그냥 예전처럼 부르시죠?”
“차라리 길드장님이라고 하겠습니다. 틀린 말도 아니니.”
“예. 그게 낫겠습니다.”
오세춘은 프랑스에서 할 일이 많았기에 당장 한국으로 떠나지는 못했다.
대신, 그의 오른팔이었던 임서희를 한국으로 보내기로 결정하였다.
앞으로는 오세춘이 하던 일을 임서희가 대신하게 될 것이다.
“그쪽에서 전부 돈을 지불했다고요?”
“예. 던전을 팔아 치우다니. 그 정도로 빠르게 결단을 할 줄은 몰랐는데요.”
“혹시 어느 정도 정리를 하실 수 있는지.”
환전을 말하는 거였다.
오세춘은 다소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금액이 금액인지라……. 우선 1조 원 정도를 정리했습니다. 저희가 가지고 있던 보석을 모조리 정리한 것이죠.”
나쁘지 않다.
1조 원이면 1조 4천억에 달하는 보석을 내어 주겠다는 뜻이었다.
레몽의 자금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더욱 욕심이 나는데.’
레몽을 아예 집어 삼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고개를 젓는다.
아직은 시기상조다.
“최대한 빨리 만들어 보내도록 하세요. 쓸 일이 많거든요.”
“허허허. 전 세계 암흑가와 연결을 해야 할 수준입니다.”
“노력해 주세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어마어마한 양의 보석이 도착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들어온 보석은 모조리 현질에 들어갈 예정이다.
‘어디 돈 좀 실컷 써보자.’
역대 최고 수준의 현질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