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92
제92화. 선언
지난 일주일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동안 신규 던전 2개를 더 확보하여 총 15개가 되었으며 독왕이 내 휘하로 들어오면서 자신을 따르던 길드원들을 최대한 데려오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었다.
레드 문 길드의 지분이 쪼개진다 해도 독왕은 최소한 20개 정도의 던전을 가져올 수 있었고 길드원들도 반 이상 대거 넘어올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쪽 부길드장이 강짜를 부리는 바람에 완전히 흡수는 무리겠지만 이 정도만 해도 을들의 반란은 규모가 몇 배로 성장한다.
여기에 더하여 천사 길드까지.
단숨에 2위로 도약할 수 있다.
매일 사냥이 이어지며 스펙을 쌓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드디어 스테이지 던전의 30페이지를 클리어 하는데 성공하였다는 것이다.
이로 인하여 펫 슬롯이 하나 더 생겼다.
바로 현질을 하여 채울 수 있었지만 그리 하지 않았다.
이에 신화 급의 알을 구매하기 위하여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레몽 길드에서는 1조에 달하는 보석을 1차로 전달하였으나 그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다.
아직 8조 원에 달하는 금액을 더 지불해야 했으며 그걸 보석과 금으로 채우기 위하여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가능하면 장물로.
또 가능하다면 보석으로.
어차피 내게는 금보다는 보석을 받는 것이 더 유리했으니까.
이쯤 되자 임서희가 정가에 구매하는 것은 어떠냐고 말했다.
“아무래도 장물에는 한계가 있어요.”
“그런가요? 레몽이라면 전 세계의 장물을 빨아들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맞는 말이지만, 수조 원에 이르는 장물을 구하는 것은 어렵죠.”
“음.”
장물이 왜 장물인가?
출처가 정확하지 않은 물건이라는 뜻이다.
어디서 훔쳐오는 물건도 있었지만 거래 대금으로 받은 보석이나 도굴꾼들이 도굴을 하여 가져온 것들도 있었다.
내 입장에서 보면 어떻게든 보석을 마련하는 편이 좋았다.
아직 인류가 무너지지 않았을 때 말이다.
도굴로 얻은 보석들?
그게 뭐 어쨌다는 말인가.
어차피 인류는 막장으로 치달을 것이 뻔하였으므로 도굴을 하건 어디서 털어오건 내가 관여할 일은 아니었다.
시간이 흐르면 국제기관에서 나를 수사할 수도 있었지만, 그것도 머지않아 사라질 것이 뻔하다.
자국이 공격 받고 망할 위기에 빠진다면 국제 범죄자 따위는 신경 쓰지 않을 테니까.
나는 나름대로 대의를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최종 목표는 생존.
혼자 살아갈 수는 없었기에 인류를 최대한 구원하려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혹시 처치곤란의 보석들이 없을까요?”
“처치곤란이라……. 이미 그런 물건들은 다 넘겨드렸죠.”
“커도 됩니다.”
“커도 된다고요?”
“머리통만 한 보석도 가능하다는 그 말이죠.”
“어……. 정말이요?”
“예.”
“네임드 보석들은 처리하기가 매우 까다로우실 텐데.”
“오히려 좋습니다.”
“조, 좋아요! 그렇다면 50%까지도 올려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녀는 답을 찾은 눈치였다.
보석 하나에 수백억씩 하는 것들을 장물로 들여오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이미 세상에 알려져 유명한 물건들은 구매하려는 사람이 없었으니까.
그렇다고 보석을 쪼개버린다?
어마어마한 손실을 입으며 매각해야 한다.
암시장에는 그런 물건들이 꽤 많이 굴러다니고 있을 것이다.
처치곤란의 물건들을 모조리 구매하는 것.
아마 레몽의 재정에도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다.
‘보석들은 씨가 마르게 되겠지만.’
아직 보석 값은 유지되고 있었다.
내가 주로 장물을 빨아들였기에 국제시세에는 영향을 미치지는 않고 있는 것이다.
종국에는 정가에 모조리 사들여야겠지만.
아직은 괜찮다.
“감사합니다. 편의를 봐주셔서.”
“별말씀을. 더욱 노력해 주세요.”
“네!”
임서희는 바로 집무실을 뛰쳐나갔다.
지난 일주일은 정말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다.
길드장이 되니 사냥 이외에도 처리할 업무가 상당하다.
“그나저나.”
나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분명히 지혜의 권좌라는 여신이 내게 전령을 파견하다고 하였는데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다.
“오기는 하는 건가?”
기다리던 순간은 그날 당일에 찾아왔다.
임서희를 만난 후 저녁에 씻고 천천히 캐쉬상점에서 구매목록들을 살피는데 손님이 찾아온 것이다.
전령은 말도 없이 텔레포트로 찾아왔다.
“안녕하세요?”
붉은 머리칼의 마법사.
붉은 로브에 오브를 가지고 있는 전형적인 여마법사로 보인다.
나는 한눈에 그녀가 지혜의 전령임을 알아보았다.
아직 텔레포트는 구현되지 않았다.
신화 급 스킬로 텔레포트가 있기는 하였지만, 가격이 미쳐 날뛰었고 그걸 보상으로 얻는다는 건 더욱 힘들다.
세상이 망하고 한 10년 후에나 구현이 되려나.
텔레포트는 7서클 마법으로 분류가 되어 있었지만 쉽게 구할 수 있는 스킬이 아니었다.
그러니 전령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안 그래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제가 여신님의 종이라는 것을 알아 보셨군요?”
“마력에 신성력까지. 모를 수가 없죠. 텔레포트는 아직 나타나지도 않았는데.”
“후후. 바로 보셨네요.”
그녀는 매우 신중하게 나를 뜯어 봤다.
눈에서 지혜가 흐르는 여자.
마력이 온몸에서 흘러나오고 있었고 이하나보다 더한 집중력을 보인다.
“선물을 전해 드리기에 앞서 드릴 말씀이 있어요.”
“어떤……?”
“아직 진영을 선택하지 않으셨더군요.”
“진영이요?”
“천신과 마신 사이에서 간을 보시는 것 같은데, 좋은 방법이 아니에요.”
“…….”
지금까지 내게 관심을 보이는 신들은 수도 없이 많았다.
시스템에 집계가 되지 않을 지경.
이런 와중에 내가 진영을 선택할 필요가 있을까?
그러나 그녀의 말은 좀 심각했다.
“계속 진영을 선택하지 않으신다면 척살령이 떨어질 수도 있어요. 신들은 그리 만만한 존재들이 아니에요.”
“허.”
“애초에 이 게임은 진영의 게임이니까요.”
어쩌면 이것은 세상이 멸망한 이유에 대한 설명이 될 수 있었다.
최소한 단서는 되지 않을까.
도대체 왜 세상이 멸망하게 되었는가.
그 시작은 신들의 게임이며 그 속성은 마신과 천신의 대립이었다.
그 이상은 알려주지 않았지만, 진영을 선택하지 않으면 심각한 페널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해 주었다.
진영을 선택해야 한다면 한 가지 선택지밖에 없다.
“중립신이 있으면 좋겠지만……. 그러지 않는 이상 천신을 택하겠습니다.”
“확실히 정하신 건가요? 당신의 의지는 천계로 전파가 되니 신중하셔야 해요.”
“네. 정했습니다.”
[소리 없는 어둠이 당신에게 실망하여 떠납니다.] [파멸의 권좌가 당신에게 실망하여 떠납니다.] [죽음의 사도가 당신에게 실망하여 떠납니다.]……
마신들이 대거 이탈하였다.
실로 아까운 일이다.
그들에게서도 받을 선물이 더 남아 있었는데…….
그렇다고 천신의 신뢰까지 잃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만 천신들의 보상도 있었다.
[명멸하는 빛이 당신에게 찬사를 보냅니다.] [천사의 노래가 당신에게 찬사를 보냅니다.] [숲의 관리자가 당신에게 찬사를 보냅니다.]……
[진영 보너스를 얻습니다.] [신성력 +20%] [신성 마법 데미지 20% 증가] [백마법 데미지 20% 증가] [모든 스탯 10% 증가] [마신 진영에 데미지 20% 추가] [마신 진영에 받는 데미지 20% 추가]“허.”
단순히 진영을 선택한 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보너스를 얻었다.
만약 내가 마신의 진영에 섰다면?
백마법과 신성 마법, 정령술까지 날아갈 뻔했다.
소환술도 마찬가지.
식은땀을 흘리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감사해요. 저에게도 보너스가 들어왔어요.”
“보너스요?”
“플레이어 한 명을 전도하면 저에게도 그만한 보너스가 있거든요.”
그녀는 씩 웃었다.
뭐지?
내가 속았나?
“그렇다고 속인 건 아니에요. 지금 시점에서 진영을 선택하지 않으면 정말로 천벌을 받거든요. 저는 그저 천신에게 당신을 인도하는 것이 목적이었을 뿐.”
“그렇군요.”
속은 건 아니다.
그녀가 일종의 인센티브를 얻은 것이라고 할까.
“그럼 선물을 두고 갈게요. 마나의 가호가 당신과 함께하기를.”
쿨렁!
그녀는 바로 텔레포트를 하여 사라졌다.
내게 남겨진 상자를 확인한다.
[지혜의 상자 x1]하늘의 별 지혜의 권좌가 자신의 마력을 담아 선물한 상자.
당신에게 가장 필요한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다.
지혜의 상자라면 당연히 마법과 관련된 물건을 생각할 수 있었다.
아마 스탯이 아닐까.
일종의 엘릭서로 영구적으로 정신을 +1,000만큼 증가시킨다.
MP가 1,000이나 쑥 올라갔다.
“이번 신은 짜지 않은 것 같은데.”
신들이 쑥덕거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듯하다.
***
대결 일주일 전이다.
검제는 매일같이 실력을 갈고 닦는데 여념이 없었다.
그는 분명히 이번 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을 거라고 자신했었지만 소환사가 소환에 성공하는 순간 곤란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기에 단숨에 죽이려 하였고, 최대한 실력을 끌어 올릴 필요가 있었다.
하루 종일 수련을 하다가 잠드는 것은 일상이다.
워낙 격렬하게 수련을 쌓았기에 종종 낮잠을 자기도 했다.
“여긴 어디지?”
분명히 잠이 든 것 같았는데 검제는 암흑에 휩싸인 공간을 배회하고 있었다.
허공에 부유하고 있는 느낌.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공허의 공간.
처음 겪어보는 일이었다.
“자각몽인가?”
꿈을 자각하는 것.
사람은 한 번씩 살면서 자각몽을 꿀 때가 있었다.
꿈속에서 지금 이 순간이 꿈이라는 것을 깨닫는 일.
검제는 자유롭게 허공을 부유했다.
어느덧 공허의 공간은 마기로 가득 찼다.
완벽한 어둠이 존재를 드러냈다.
“다, 당신은…….”
-너를 부른 이유를 알겠느냐?
“모르겠습니다.”
-소환사를 죽여라.
“……!”
스스슷.
검제는 잠에서 깨어났다.
그는 무릎을 꿇고 하늘을 바라봤다.
“어차피 죽일 생각이었는데 잘됐군.”
을들의 반란 본부로 200명이 넘는 인원이 추가되었다.
모두 독왕을 따르는 자들로, 독왕이 끈질기게 설득하여 최대한 인원을 끌어 모았다.
여기까지 온 레드 문 길드의 사람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누님에게 스토킹 당하지 않으려면 와야지. 내가 별수 있나.”
“끔찍한 일을 또 겪으면 안 되지.”
“다들 말은 그렇게 해도 독왕 누님이 좋아서 온 거 아니야?”
웅성웅성.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오간다.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걱정들과 한탄, 적잖은 기대가 섞여 있었다.
그런 가운데 나는 세실리아와 천사 길드 사람들을 이끌고 나왔다.
순식간에 회의장은 헌터들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총 인원은 무려 400명 가까이 된다.
나는 마이크를 가지고 섰다.
“다들 혼란스럽다는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의 선택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오늘 알게 될 겁니다.”
“선택을 후회하지 않게 한다라……. 고생길이 훤합니다. 길드장님께서 프랑스 지존을 꺾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인원이 부족하거든요.”
“그래서 여러분들에게 소식을 알려 드리려고 합니다. 아직 대외적으로 발표되지는 않은 이야기입니다만. 여기 성녀께서 이끄시는 천사 길드는 저희 길드에게 병합됐습니다.”
“……!”
상당한 충격이었다.
지금까지 어디에서 속하지 않았던 천사 길드가 병합된 것이었으니까.
“그렇다면 이야기가 또 다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