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93
제93화. 무너지는 도쿄(1)
검제와의 결투를 3일 앞두고 있었다.
며칠 전에 을들의 반란은 길드 랭킹 2위에 링크되는 기염을 토했다.
그 이후로 지원자들은 줄을 이었고 상당한 전력을 갖췄다.
총 길드원 600명, 관리 던전 30개에 이르는 초대형 길드의 탄생.
자연스럽게 을들의 반란은 2위로 올라섰고, 대한민국 전역에서 지존이 바뀔 것인지에 대해 갑론을박을 하기에 이르렀다.
여론은 반반.
승리를 점치는 쪽이 50%, 나의 패배를 점치는 쪽이 50%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짐작하기로, 내가 이번에 마나 홀을 잃지 않는다면 머지않은 시간 안에 패배하더라도 다시 도전하여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나오는 우려들은 검제의 인성이다.
이번에 승리하지 않으면 반드시 자신이 잡혀 먹힐 것이었으므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승리한 후에 내 마나 홀을 파괴해버릴 거라고 여긴 것이다.
길드 내에서도 이러한 여론이 형성되었고, 나는 모든 업무들을 접고 수련에 매진하였다.
그리고 오늘, 2차 자금이 들어왔다.
“힘들게 구했어요.”
레몽 한국지사장으로 발령 난 임서희는 보석을 구하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아직도 내게 지불해야 할 대금이 8조 원 가까이 남은 상황이었으므로 그걸 해결하는 데만 해도 무리였던 거다.
쿵!
궤짝이 놓였고 그 안에는 커다란 보석들이 즐비했다.
한때 세상 밖으로 나와 신문을 장식했던 네임드 보석들.
그런 보석들은 처리를 하기도 곤란한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내 요청으로 인하여 모조리 처분할 수 있게 됐다.
즉, 레몽의 입장에서는 악성재고를 떨이하는 것이었고 전 세계 암흑가들도 마찬가지였다.
“고생하셨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말씀하세요.”
“양이 좀 적은데요?”
“우선 1조의 값어치를 하는 보석들을 모았어요. 아, 물론 프리미엄을 붙여 시가로는 1조 5천억에 달하죠. 이것도 어렵게 모은 거예요. 당분간은 문제가 없겠지만 이런 식이라면 금으로 갈아타야 할 것 같아요.”
“최대한 보석을 빨아들인 후에 진행하죠.”
“후. 슬슬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보석들을 끌어 모아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보석 값이 올라가면 금으로 갈아탈게요.”
“어쩔 수 없죠.”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
내가 발전을 하면할수록 들어오는 자금은 많아진다.
길드의 규모가 더욱 확장되고 세계로 진출하게 되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자금들이 순환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귀금속의 가격이 치솟을 것은 예정된 일.
지금이야 싼 값에 보석류를 끌어 모으고 있었지만 곧 지하시장에 있던 보석들은 바닥이 날 것이고, 시중에 풀린 보석들을 매입하면서 가격은 수직으로 상승하게 될 것이다.
그때가 되면 내가 손해를 볼 수밖에 없어진다.
그렇다고는 해도.
‘현질은 멈출 수가 없지.’
“좀 더 고생을 해주세요.”
“네.”
그녀의 어깨는 축 늘어진다.
레몽의 입장에서는 어마어마한 이익을 내는 환전사업이었지만, 실무자들이 죽어 나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다.
그밖에 임서희와 몇 가지 이야기들을 더 나눈다.
“본사의 사업은 무리가 없는지요?”
“아, 그건 문제없어요. 파이어 스틸 길드가 워낙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어서요. 오히려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중이에요.”
“오 길드장에게 연락을 하여 최대한 빠르게 세력을 확장해야 한다고 전해 주세요.”
“지금도 빨라요.”
“조만간 일이 터질지도 모르니까.”
“음……. 그러죠.”
임서희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나는 확신하고 있었다.
세계 곳곳에 차원의 탑이 치솟고 있었다.
헌터계에서는 단순히 사냥터가 늘어나는 것이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만 나는 그리 생각하지 않았다.
멸망의 전조가 시작되었고 빠르게 세상은 붕괴되기 시작할 것이다.
아니, 이미 붕괴는 시작됐다.
“길드장님!”
임서희와 독대를 하고 있는데 이하나가 다급한 얼굴로 수련장을 방문하였다.
검제와의 전투를 앞두고 있는 때인지라 중요한 일이 아니라면 알아서 처리하라고 명령을 내린 상태였다.
내가 왜 수련에 몰두하는지 알고 있는 길드원들은 정말 급한 일이 아니면 나를 찾아오지 않았다.
그녀는 바로 본론을 밝혔다.
“차, 차원의 탑이 터졌어요!”
“뭐라고요!?”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세상이 멸망하는 2차 징조.
드디어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오늘은 수련을 접었다.
탑이 터졌다는 것.
이는 심각한 문제였다.
단순히 차원의 탑이 무너진 것이 아니라 그걸 클리어 하지 못하면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 붕괴가 되게 설계되어 있었다.
그 때문에 미래에도 차원의 탑이 생기면 어떤 식으로든 클리어 하려 노력했다.
회의실로 나오자 길드의 간부들이 심각한 얼굴로 뉴스를 시청하고 있었다.
[매우 처참한 광경입니다! 차원의 탑이 붕괴되며 그 안에 갇혀 있던 몬스터들이 외부로 유출되었으며 도쿄가 붕괴 중입니다!] [일본 정부에서는 이번 사건을 인류의 재앙으로 분류하고 전 세계에 도움을 요청하였습니다. 원정 비용은 평소의 3배 수준으로, 인도적인 차원에서라도 도움을 간정하게 바라고 있습니다.] [이에 한국 정부에서는 몇몇 길드를 대상으로 원정을 계획 중에 있습니다.]“허. 저건 대체.”
수많은 몬스터들이 풀려났다.
하필이면 도쿄 부근의 탑이 무너져 일본의 수도가 사방에서 공격을 당하고 있는 중이다.
간신히 일본 전역의 헌터들을 동원하여 중심부가 무너지는 것은 막고 있었지만, 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일본의 수도는 사라질 것이다.
“형님. 이거 사태가 심각한 것 같습니다.”
“어떻게 된 거야?”
“보다시피 탑이 붕괴하면서 몬스터가 튀어 나왔는데 70레벨 대 몬스터도 있다고 하네요.”
“70레벨?”
“랭커들이 나서야 해결이 되는 부분인데……. 그나마 다행인 건 고레벨 몬스터들은 그리 많이 보이지 않는 거라고 할지.”
“그건 모르지.”
“네. 모르죠.”
곤란한 상황이기는 했다.
그래도 미래의 경험을 반추하면 붕괴된 탑에서는 인류가 감당 못할 적이 출현하는 것은 아니었다.
아슬아슬하게 막아낼 수는 있는 수준에서 몬스터들이 튀어 나왔는데 그 과정에서 입는 피해는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다.
뉴스에서는 파괴된 도시들을 방송하고 있었다.
문제는 도쿄 주변이었는데 신도시들이 반파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있었다.
“이거 도와주긴 해야 할까요?”
많은 사람들의 물음이다.
굳이 일본을 도와야 하나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여기서 돕지 않으면 한국이 그런 꼴이 났을 때 문제가 될 수 있었다.
한국만 일본을 돕지 않는다면?
‘그것도 곤란하지.’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일본 놈들을 돕는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건 저도 공감합니다. 하지만 미래를 봐야죠. 한국에 탑이 생겼다가 터지면 각국에서 지원을 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
“아, 그건 그러네요.”
결국 이건 선택의 문제가 아니었다.
우리 길드도 이제 어엿한 한국 2위 길드였다.
그러니 정부에서 사람을 보낼 것이 확실하다.
아니나 다를까.
외교부에서 사람이 왔다.
“처음 뵙겠습니다. 외교부 제2차관 박명태입니다.”
“강한성입니다.”
박명태의 표정은 상당히 굳어져 있었다.
그만큼이나 한국 정부에서도 지금의 사태를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일본 정부에서 바로 연락을 했음을 주지의 사실.
시간이 없었기에 박명태는 바로 상황 설명에 들어갔다.
“일본 측에서 저희 한국에도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짐작하시다시피 이건 상징적인 사건이죠.”
“그럴 테죠.”
전 세계에는 최소한 10개 이상의 탑이 존재했다.
한국은 운이 좋았던 건지 아직 탑이 형성되지 않고 있지만 시간문제다.
미래를 알고 있는 내게는 더욱 신경을 써야 할 일이었다.
‘빨라졌어. 그것도 몇 배나.’
괜히 식은땀이 흐른다.
앞으로 3년 정도는 시간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니 1년 안에 대멸종이 시작될 것 같다.
인류가 어떻게 대처를 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세계로 진출하는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
“일본 측에서 을들의 반란 길드가 와 주었으면 한다고 연락을 했습니다.”
“왜요? 크라운 길드도 있을 텐데.”
“사제 전력이 많으니까요.”
박명태는 기계처럼 대답했다.
하기야, 천사 길드는 세계적으로도 어느 정도 명성을 가지고 있었다.
강력한 전력은 아니었지만, 그 희귀한 사제들로 구성된 길드라는 점에서 전 세계의 초빙을 받기도 했다.
즉, 일본에서는 크라운 길드보다 우리 길드의 전력을 더 높게 측정했다는 뜻이었다.
박명태는 허리를 굽혔다.
“부디 도와주십시오.”
“이렇게 하시는 이유가 있겠죠?”
“네. 귀 길드에서 나서 주신다면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 무역 관세에서 이익을 볼 수 있거든요.”
당연히 한국 정부도 호구는 아니다.
아니, 전 세계 정부들은 이번 기회로 일본을 약화 시키려 할 것이었다.
지금 일본은 너무 발전을 했으니까.
아무리 인도적인 차원이라고 해도 거래조건이 오가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이다.
“알겠습니다. 다만 저희 길드에도 조건이 있어요.”
“말씀하시죠!”
박명태의 표정이 밝아졌다.
일이 잘 풀리자 어느 정도의 조건은 다 들어 줄 각오가 되어 있는 것 같다.
내가 원하는 것은 딱 하나다.
“우리가 어디에 배치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몬스터들을 청소하다가 행여나 던전이 발견되면 우리 길드에 소유권이 있는 것으로.”
“아, 그거야 문제없습니다.”
외국 헌터들에 대한 국제조약에서 던전에 대한 부분도 명시하고 있었다.
원칙적으로 발견한 길드에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다.
물론 지분은 해당국 정부와 5:5로 나눈다.
해당국 입장에서는 전혀 손해가 날 일이 아니었다.
‘그래야 눈치 안 보고 ‘돈전’을 가져오지.’
웬만한 해외 던전은 해당 국가에 넘기는 것이 관례였지만 오우거 던전이나 트롤 던전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또한 내게는 레몽 길드가 휘하에 있었으니 그들을 이용한다면 충분히 개발할 수 있었다.
“출발은 2시쯤 할 예정입니다! 군용 수송기를 이용할 수 있으시고 가자마자 임무에 투입될 가능성이 높으니 철저하게 준비를 해 주세요. 여러분들은 한국의 중요 전력이니까요.”
박명태는 일본의 몬스터를 죽이는 일이 아무리 중요해도 목숨까지는 걸지 말 것을 당부하였다.
아무리 관세협상이 중요해도 주요 헌터들이 죽어 나가는 것을 바라지는 않았다.
박명태가 돌아가고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일본 정부에서 요청하고 내가 받아 들였으니 해외 파병은 결정된 것이다.
무엇보다, 평소 3배에 이르는 수당을 지급하고 내가 던전에 대해 언급을 하였기에 상당한 돈이 될 거라고 이미 짐작하는 것이다.
“한 시간 후에 모이겠습니다.”
“예!”
길드원들이 흩어진다.
이런 때를 대비하여 파병을 나갈 인원들은 미리 추려 두었다.
일본 정부에서 요청한 인원은 100명.
인원에 대해서는 이하나가 알아서 해결할 것이다.
그렇다면.
출발 전에 나도 할 일이 있다.
“드디어 때가 왔군.”
오늘 레몽 길드에서 보석을 보내왔다.
신규 펫 슬롯을 채울 때가 됐다.